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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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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이 옮겨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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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기억이 방바닥을 뒹구는 기억이었으니, 아마 누군가가 날 발견해서 침대로 옮겨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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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끙…물 좀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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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따라 무거운 다리를 침대 바깥쪽으로 쭉 빼 침대 모서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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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암,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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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품을 하니 목이 따끔거리는 게 느껴져 금방 입을 다물었다. 물을 찾고자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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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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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게 닫혀있던 문이 부드럽게 열리고 가라앉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리스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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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크흠…아이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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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사적으로 목 부분을 붙잡으며 겨우 아이리스의 이름을 입에 담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아이리스가 고개를 번쩍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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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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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오고, 눈 한번 깜빡인 사이에 아이리스가 내 앞까지 달려왔다. 엄청난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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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어윽!”
   ​
   ​
   아이리스가 강하게 끌어안는 통에 그대로 몸이 뒤로 넘어갔다. 나는 아이리스를 끌어안은 채 침대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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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오빠아…”
   “허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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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먹거리는 소리에 달래주고자 손을 들었지만, 가녀린 팔에 허리가 부서질 듯 조여져 다 죽어가는 숨소리만 흘러나왔다. 나는 아이리스의 등을 약하게 토닥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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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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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뜻이 잘 전달되었는지 아이리스가 화들짝 놀라 나에게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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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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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의 말이 웅웅 울리고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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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잠깐 나 지금 기절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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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이없단 생각을 끝으로 정신이 툭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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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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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잠에서 깨어나듯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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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
   “..! 리안!”
   “오빠!”
   “다들 조용히 해! 오빠는 환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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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서 웅웅 울리는 소리에 천천히 눈을 뜨자 걱정이 가득 담긴 눈동자들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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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큼,아…무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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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이 너무 말라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그리 말하자 누군가가 어깨와 등을 받쳐주어 상체를 반쯤 일으켜주었고, 또 누군가가 입가에 컵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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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꺽,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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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하!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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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증이 해소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축 늘어지던 몸에 조금이나마 힘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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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르르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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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파도가 치듯 꿀렁거리는 배만 잘 채워주면 원래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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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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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사적으로 그리 중얼거리자 노아가 벌떡 일어나 방을 뛰쳐나갔다. 열린 문 너머로 빨간색 머리카락이 기웃거리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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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인님…? 쭈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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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에 들어오지 못하고 문밖에서 서성이는 제스의 목소리에 멍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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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왜…저기에서 저러고 있지?”
   “오빠가 깨어났다는 걸 알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 것 같아서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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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일 잠이라도 자다 깨어난 것처럼 머릿속이 둔탁한 탓에, 생각하고 있던 걸 그대로 중얼거리자 릴리가 대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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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으니까 들어오라고 하면 안 될까? 너무 불쌍해 보이는데…”
   “그래도 안 돼. 오빠 무려 일주일 만에 눈 뜬 거야. 그사이 제대로 된 식사도 못 해서 몸도 엄청나게 약해져 있어. 제스가 잘못 달려들면 기절에서 안 끝날 거야.”
   “일주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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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한 얼굴로 그리 중얼거리고 있으니, 문밖에서 다급히 누군가가 들어왔다. 네로와 노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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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깨어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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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로는 순식간에 침대까지 다가와 내 안색을 살폈고, 노아는 쟁반을 들고 침대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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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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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밖에서 제스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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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괜찮으니까 그냥 들어오라고 해줘.”
   “전혀 괜찮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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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러운 들린 호통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노아가 잔뜩 구겨진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들고 있던 쟁반을 네로에게 건네고는 내 앞으로 바짝 다가와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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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널 발견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아? 바닥에 쓰러져서 아무리 깨워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어! 그렇게 쓰러지고 하루가 지나고…이틀이 지나고…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알아? 네가, 네가 이대로 떠나버릴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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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노아의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들어차기 시작하자 몸이 바짝 굳어버렸다. 노아는 시선을 내리 깐 채 잠시 입술을 깨물다가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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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째서 말해주지 않은 거야?”
   “어?”
   “기절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 다는 거…어째서 말하지 않은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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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눈을 도르륵 굴리며 식은땀을 주르륵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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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그런 건 아니고 그냥 바닥에 떨어진 보석을 주워서 살펴보다가 정신을 잃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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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한 건, 길에 떨어진 음식을 아무 생각 없이 주워 먹고 병원에 실려 간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걱정이 가득 담긴 눈이 싸늘하게 물들며 자신을 한심하게 내려다볼 걸 생각하니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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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
   나이가 몇 살인데 바닥에 떨어진 걸 함부로 주워서 가지고 놀아?
   괜히 걱정했잖아. 시간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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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트라이트를 맞으며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주저앉아 “얘들아, 미안해! 가지마!”라고 외치는 내 모습과 싸늘한 표정으로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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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까지 상상해버리자 더욱 말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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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어…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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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사적으로 그럴듯한 답을 찾으며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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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리안!”
   “세상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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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당황한 듯 말을 떨었고, 가만히 우리를 지켜보던 릴리가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와 내 얼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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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땀이 이렇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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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 외면받지 않기 위해 맹렬하게 머리를 굴리는 사이 식은땀이 마구 흘러나와 옷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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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 옷이랑 침대가 더러워졌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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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 좀 한다고 침대를 더럽힌 것에 사과를 건네자 릴리가 잔뜩 굳은 얼굴로 나를 다그쳤다. 나는 사고 친 강아지처럼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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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이 더러워진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니,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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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는 후다닥 방을 빠져나가 어딘가로 달려갔다. 내가 눈을 끔뻑거리며 릴리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고 있자. 네로가 쟁반을 침대 옆 협탁에 올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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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가 치료사 쪽 공부를 하고 있어서, 진료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챙기러 간 거에요.”
   “아아..그런데 나 아프지 않은데? 그, 음식만 먹으면 괜찮아질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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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심 100%가 담긴 말을 했을 뿐인데 돌아오는 건 매서운 눈빛뿐이었다. 네로는 릴리를 닮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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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진료부터 받고 먹어요. 먹어도 괜찮은 상태인지 아직 알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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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 부러진 말에 나는 흐느적거리며 침대에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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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 만 하면 짠! 하고 다 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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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무룩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오른손을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잡는 게 느껴졌다. 시선을 돌리자 아이리스가 잔뜩 시무룩한 얼굴로 내 손가락 끝을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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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치를 보듯 손가락 끝을 간지럽히는 손길에 덥석 손을 붙잡자 아이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화들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안심하라는 뜻으로 최대한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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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윽…”
   “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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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아이리스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몸을 세워 아이리스를 안아주려 했지만 단호한 손길이 내 어깨를 붙잡아 침대에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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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만히 누워있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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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가 눈을 번뜩이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노아의 카리스마에 나는 다시 쭈굴이가 되어 두 손을 가슴팍에 올린 채 얌전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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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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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와 함께 제스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얌전히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지 조심조심 다가오는 모습이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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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게 다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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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여운 제스를 향하던 시선이 이내 릴리가 가득 안고 온 물건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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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조직 여러 곳을 털면서 좋은 물건을 많이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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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는 그리 말하며 어디에 쓰는 건지 모를 물건을 침대 위에 늘어놓고는 이불을 확 들췄다. 그리고는 과감하게 내 옷을 위로 들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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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아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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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여성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노아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주춤 뒤로 물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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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인님…많이 아파? 내가 핥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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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코를 킁킁거리며 시무룩한 얼굴로 혀를 내밀었다. 릴리는 그러면 안 된다며 제스를 밀어내고 성인 남자의 주먹만 한 물건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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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그런 형태의 물건을 위아래로 잡고 비틀자 가운데가 벌어졌다. 구 형태의 겉모습은 케이스였던 것뿐인지 안쪽에서 의료용 밴드처럼 생긴 게 나왔다. 릴리는 그걸 내 명치 부근에 찰싹하고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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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를 세 장을 더 꺼내 이마에 한 장, 종아리에 한 장 씩 붙여주었다. 그리고는 다른 도구들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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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사이언티스트를 보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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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충 번쩍번쩍 우당탕탕! 하다 보면 전자레인지가 다 돌아간 (띵!)소리가 들리며 뭔가가 완성되는…그런 이상한 메커니즘을 가진 과학자들의 세계를 떠올리며 릴리가 움직이는 걸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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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카드기에서 영수증이 지지직 뱉어지는 것처럼, 네모난 기계에서 결과지로 추정되는 게 인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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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하다고 나왔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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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가 고픈 것 말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아주 건강하다고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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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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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그럴 텐데…결과지를 읽어내린 릴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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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너 이제 진짜 감 금 되는거야.
리안 : ?예?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애들이 옮겨준 건가?’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기억이 방바닥을 뒹구는 기억이었으니, 아마 누군가가 날 발견해서 침대로 옮겨준 것 같았다.

‘끙…물 좀 마셔야겠다.’

오늘따라 무거운 다리를 침대 바깥쪽으로 쭉 빼 침대 모서리에 앉았다.

“하아암,큼!”

하품을 하니 목이 따끔거리는 게 느껴져 금방 입을 다물었다. 물을 찾고자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달칵.

굳게 닫혀있던 문이 부드럽게 열리고 가라앉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리스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크흠…아이리스 -…”

반사적으로 목 부분을 붙잡으며 겨우 아이리스의 이름을 입에 담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아이리스가 고개를 번쩍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아…!”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오고, 눈 한번 깜빡인 사이에 아이리스가 내 앞까지 달려왔다. 엄청난 속도였다.

“오빠!”

“어윽!”

아이리스가 강하게 끌어안는 통에 그대로 몸이 뒤로 넘어갔다. 나는 아이리스를 끌어안은 채 침대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오빠,오빠아…”

“허으으…”

울먹거리는 소리에 달래주고자 손을 들었지만, 가녀린 팔에 허리가 부서질 듯 조여져 다 죽어가는 숨소리만 흘러나왔다. 나는 아이리스의 등을 약하게 토닥거리며 말했다.

“항…복…”

내 뜻이 잘 전달되었는지 아이리스가 화들짝 놀라 나에게서 떨어졌다.

“오 -…빠.”

아이리스의 말이 웅웅 울리고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어, 잠깐 나 지금 기절하는 거야?’

어이없단 생각을 끝으로 정신이 툭 끊겼다.

***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잠에서 깨어나듯 정신을 차렸다.

“으으…”

“..! 리안!”

“오빠!”

“다들 조용히 해! 오빠는 환자잖아!”

주변에서 웅웅 울리는 소리에 천천히 눈을 뜨자 걱정이 가득 담긴 눈동자들이 보였다.

“큼,아…무울..”

목이 너무 말라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그리 말하자 누군가가 어깨와 등을 받쳐주어 상체를 반쯤 일으켜주었고, 또 누군가가 입가에 컵을 가져다주었다.

꿀꺽,꿀꺽.

“크하! 살겠다!”

갈증이 해소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축 늘어지던 몸에 조금이나마 힘이 돌아왔다.

꼬르르륵 -.

이제 파도가 치듯 꿀렁거리는 배만 잘 채워주면 원래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 배고프다.”

반사적으로 그리 중얼거리자 노아가 벌떡 일어나 방을 뛰쳐나갔다. 열린 문 너머로 빨간색 머리카락이 기웃거리는 게 보였다.

“쭈인님…? 쭈인님…?”

방에 들어오지 못하고 문밖에서 서성이는 제스의 목소리에 멍한 얼굴로 말했다.

“제스가 왜…저기에서 저러고 있지?”

“오빠가 깨어났다는 걸 알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 것 같아서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

종일 잠이라도 자다 깨어난 것처럼 머릿속이 둔탁한 탓에, 생각하고 있던 걸 그대로 중얼거리자 릴리가 대답해 주었다.

“괜찮으니까 들어오라고 하면 안 될까? 너무 불쌍해 보이는데…”

“그래도 안 돼. 오빠 무려 일주일 만에 눈 뜬 거야. 그사이 제대로 된 식사도 못 해서 몸도 엄청나게 약해져 있어. 제스가 잘못 달려들면 기절에서 안 끝날 거야.”

“일주일…? 내가?”

멍한 얼굴로 그리 중얼거리고 있으니, 문밖에서 다급히 누군가가 들어왔다. 네로와 노아였다.

“형! 깨어났구나!”

네로는 순식간에 침대까지 다가와 내 안색을 살폈고, 노아는 쟁반을 들고 침대로 다가왔다.

“끼이잉…”

문밖에서 제스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릴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괜찮으니까 그냥 들어오라고 해줘.”

“전혀 괜찮지 않아!”

갑작스러운 들린 호통 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노아가 잔뜩 구겨진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들고 있던 쟁반을 네로에게 건네고는 내 앞으로 바짝 다가와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가 널 발견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아? 바닥에 쓰러져서 아무리 깨워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어! 그렇게 쓰러지고 하루가 지나고…이틀이 지나고…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알아? 네가, 네가 이대로 떠나버릴까 봐…”

어느새 노아의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들어차기 시작하자 몸이 바짝 굳어버렸다. 노아는 시선을 내리 깐 채 잠시 입술을 깨물다가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 째서 말해주지 않은 거야?”

“어?”

“기절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 다는 거…어째서 말하지 않은 거냐고.”

나는 눈을 도르륵 굴리며 식은땀을 주르륵 흘렸다.

‘그,그런 건 아니고 그냥 바닥에 떨어진 보석을 주워서 살펴보다가 정신을 잃은 건데?’

그 말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한 건, 길에 떨어진 음식을 아무 생각 없이 주워 먹고 병원에 실려 간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걱정이 가득 담긴 눈이 싸늘하게 물들며 자신을 한심하게 내려다볼 걸 생각하니 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오빠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

나이가 몇 살인데 바닥에 떨어진 걸 함부로 주워서 가지고 놀아?

괜히 걱정했잖아. 시간 아까워.

스포트라이트를 맞으며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주저앉아 “얘들아, 미안해! 가지마!”라고 외치는 내 모습과 싸늘한 표정으로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거기까지 상상해버리자 더욱 말하기 어려웠다.

“어,어…그게…”

필사적으로 그럴듯한 답을 찾으며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데.

“리, 리안!”

“세상에…!”

“….?”

노아가 당황한 듯 말을 떨었고, 가만히 우리를 지켜보던 릴리가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와 내 얼굴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무슨 땀이 이렇게…”

“아.”

아이들에게 외면받지 않기 위해 맹렬하게 머리를 굴리는 사이 식은땀이 마구 흘러나와 옷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미안, 옷이랑 침대가 더러워졌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고민 좀 한다고 침대를 더럽힌 것에 사과를 건네자 릴리가 잔뜩 굳은 얼굴로 나를 다그쳤다. 나는 사고 친 강아지처럼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옷이 더러워진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니,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릴리는 후다닥 방을 빠져나가 어딘가로 달려갔다. 내가 눈을 끔뻑거리며 릴리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고 있자. 네로가 쟁반을 침대 옆 협탁에 올리며 말했다.

“릴리가 치료사 쪽 공부를 하고 있어서, 진료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챙기러 간 거에요.”

“아아..그런데 나 아프지 않은데? 그, 음식만 먹으면 괜찮아질 것 같아.”

진심 100%가 담긴 말을 했을 뿐인데 돌아오는 건 매서운 눈빛뿐이었다. 네로는 릴리를 닮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선 진료부터 받고 먹어요. 먹어도 괜찮은 상태인지 아직 알 수 없잖아요.”

똑 부러진 말에 나는 흐느적거리며 침대에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식사 만 하면 짠! 하고 다 나을 텐데…’

시무룩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오른손을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잡는 게 느껴졌다. 시선을 돌리자 아이리스가 잔뜩 시무룩한 얼굴로 내 손가락 끝을 잡고 있었다.

눈치를 보듯 손가락 끝을 간지럽히는 손길에 덥석 손을 붙잡자 아이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화들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안심하라는 뜻으로 최대한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흐윽…”

“엣?”

그러자 아이리스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몸을 세워 아이리스를 안아주려 했지만 단호한 손길이 내 어깨를 붙잡아 침대에 꾹 눌렀다.

“가만히 누워있어.”

“예..”

노아가 눈을 번뜩이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노아의 카리스마에 나는 다시 쭈굴이가 되어 두 손을 가슴팍에 올린 채 얌전해졌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쭈인님!”

릴리와 함께 제스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얌전히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지 조심조심 다가오는 모습이 귀여웠다.

‘저게 다 뭐야..?’

귀여운 제스를 향하던 시선이 이내 릴리가 가득 안고 온 물건 쪽으로 향했다.

“이번에 조직 여러 곳을 털면서 좋은 물건을 많이 얻었어요.”

릴리는 그리 말하며 어디에 쓰는 건지 모를 물건을 침대 위에 늘어놓고는 이불을 확 들췄다. 그리고는 과감하게 내 옷을 위로 들쳐버렸다.

“꺄아악!”

“…?”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여성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노아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주춤 뒤로 물러나 있었다.

“쭈인님…많이 아파? 내가 핥아줄까?”

제스가 코를 킁킁거리며 시무룩한 얼굴로 혀를 내밀었다. 릴리는 그러면 안 된다며 제스를 밀어내고 성인 남자의 주먹만 한 물건을 들어 올렸다.

둥그런 형태의 물건을 위아래로 잡고 비틀자 가운데가 벌어졌다. 구 형태의 겉모습은 케이스였던 것뿐인지 안쪽에서 의료용 밴드처럼 생긴 게 나왔다. 릴리는 그걸 내 명치 부근에 찰싹하고 붙였다.

밴드를 세 장을 더 꺼내 이마에 한 장, 종아리에 한 장 씩 붙여주었다. 그리고는 다른 도구들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

‘매드사이언티스트를 보는 것 같네.’

대충 번쩍번쩍 우당탕탕! 하다 보면 전자레인지가 다 돌아간 (띵!)소리가 들리며 뭔가가 완성되는…그런 이상한 메커니즘을 가진 과학자들의 세계를 떠올리며 릴리가 움직이는 걸 지켜봤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카드기에서 영수증이 지지직 뱉어지는 것처럼, 네모난 기계에서 결과지로 추정되는 게 인쇄되었다.

‘건강하다고 나왔겠지?’

배가 고픈 것 말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아주 건강하다고 나올 것이다.

“…어째서?”

분명 그럴 텐데…결과지를 읽어내린 릴리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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