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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크라슈의 경고에 녹해 기사단원들은 머리끝까지 열이 받았다.

   그런 그들이 크라슈를 향해 뭐라 외치려는 순간.

     

   “거기 무슨 소란이냐.”

     

   그들의 말을 끊고 한 인물이 등장했다.

     

   녹색이 섞인 검은색 제복.

   콧등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눈에 띄는 검은색 콧수염을 지닌 남성이었다.

     

   베레모를 눌러 쓴 그는 지금 상황이 무척이나 못마땅해 보였다.

     

   사검, 녹해 기사단장, 렉서스 빌터였다.

   그는 크라슈에게 얻어맞은 녹해 기사단원과 크라슈를 번갈아 보더니 곧 눈살을 팍 찌푸렸다.

     

   “우리 기사단원을 건드린 게 너인가?”

     

   크라슈는 심드렁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렉서스는 더더욱 눈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인 거지?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엄하게 벌하겠다.”

     

   그러는 사이 저 멀리 레블리앙이 뛰어오는 게 보였다.

   그런 그의 뒤에는 또 다른 이도 한 명 더 있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그는 청해 기사단장 베가였다.

   두 사람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선은 넘지를 말았어야지.

     

   “렉, 렉서스 단장!”

   “베가 단장?”

     

   베가가 다급하게 그를 부르자 렉서스가 의문을 보였다.

   기사단원 사이에서 있었던 다툼이라고는 하나 그가 이 정도로 당황하는 것은 그도 이상하다 여긴 것이다.

     

   “잠깐, 잠깐 이야기 좀 합세.”

     

   베가는 렉서스의 옷까지 당기며 이야기를 강조했다.

   그것을 보고, 렉서스는 눈살을 찌푸리곤 크라슈를 돌아보았다.

     

   “기사단장 사이에 일이 있으니 잠시 뒤로 미루겠지만. 이유를 확실히 말해놓지 않으면 벌은 피할 수 없을 거다.”

   “렉서스 단장! 그만, 제발 그만하고!”

     

   베가는 이제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렉서스를 재촉했다.

   결국 렉서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베가와 함께 자리를 떴다.

     

   “……다들 자리로 돌아가라.”

     

   그사이 레블리앙이 청해 기사단원과 녹해 기사단원을 흩어지게 했다.

     

   녹해 기사단원은 도무지 납득 못하겠다는 표정이었으나.

   귀족이자 청해 기사단 부단장인 레블리앙에게까지 함부로 따질 생각은 못 했다.

     

   “크라드 오빠.”

     

   크라슈도 적당히 일행을 따라가자 어느새 비앙카가 그의 손을 잡고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커다란 눈으로 잠시 올려다보다가 이내 잡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정체 숨긴다면서요.”

   “그건 부가적인 거고. 너 욕 먹으면서까지 할 생각 없어.”

     

   비앙카도 나름 그 자리를 피하고자 했던 것은 크라슈는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걸고넘어져 크라슈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크라슈는 정체를 숨기는 걸 비앙카가 욕먹어 가면서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입단속 시키면 그만이니 말이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직위다.

   괜히 크라슈가 발하임 직계의 시험을 전력으로 다시 친 게 아니다.

     

   크라슈의 말을 이해한 비앙카는 왜인지 크라슈의 손을 좀 더 강하게 잡았다.

   어쩐지 아까보다 기분이 약간 좋아 보였다.

     

   “다들 다 모였군.”

     

   그러는 순간 한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방금까지 어수선하던 분위기는 일제히 소멸하고, 주위 모두의 긴장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기사들은 재빨리 자세를 바로 함과 함께 숨을 삼켰다.

   그러고는 일제히 그녀가 지나는 길목에서 자리를 비웠다.

     

   기사들이 일렬로 터준 자리 사이.

   검은색 밑바탕의 푸른색이 살짝 감도는 발하임 특유의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여름임에도 마법 처리하여 온도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망토 사이.

   단발의 끝을 묶은 긴 머리카락이 천천히 흩날렸다.

     

   발하임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와 함께 주천 기사단을 상징하는 색깔을 망토에 새긴 그녀는 제복 사이로 두드러진 몸매도 돋보였다.

   하나, 그러한 미인임에도 이곳에서 감히 그녀의 얼굴을 평가할 수 있는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릴리쉬 발하임.

   그녀가 바로 크라슈의 둘째 누이였다.

     

   발하임의 직계는 발하임 기사단에서 사실상 절대적인 위치다.

     

   심지어 그녀는 이검인 주천 기사단장이다.

   그것도 오직 제 실력만으로도 충분히 주천 기사단장에 오를 수 있는 실력자.

     

   그러니 그녀가 등장한 순간부터 모두 다 군기가 바짝 들었다.

     

   릴리쉬는 자신에게 모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녀의 등 뒤에 주천 부기사단장과 함께 주천 기사단원들이 따랐다.

     

   일제히 걷는 그 모습에서 풍겨나오는 기운은 확실한 강자의 기운이었다.

   전원이 마스터 초입 이상에 주천 기사단은 청해와 녹해와는 차원이 달랐다.

     

   그들 앞에서는 녹해 기사단원마저도 자연스럽게 주눅이 들었다.

   그럼에도 청해 기사단 때와 같이 감히 말을 거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하늘은 닿을 수 없기에 하늘인 법이니까.

     

   그러던 중 릴리쉬가 크라슈의 앞을 지나쳐 갔다.

   아주 잠시 릴리쉬의 푸른 눈동자가 이쪽으로 향했다.

     

   우뚝-

     

   그 순간 대뜸 그녀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갑자기 그녀가 멈추어 설 줄 몰랐던 주천 기사단원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을 때.

     

   릴리쉬의 눈이 천천히 크라슈 쪽으로 향했다.

     

   ‘설마.’

     

   달링의 약물을 꿰뚫어 보고, 눈치챈 건가?

     

   릴리쉬에게까지 몰래 기사단에 들어온 걸 숨길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정체를 밝히기에는 애매했다.

     

   일단은 1왕자랑 약속한 게 있으니 말이다.

     

   “아이?”

     

   하지만 릴리쉬가 바라본 것은 크라슈가 아닌 비앙카였다.

   누가 봐도 한참 어린 그녀가 크라슈의 손을 잡고 기사단원들 사이에 끼어 있었으니 의문을 가진 것이다.

     

   “제 동생입니다.”

     

   자신을 눈치챈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크라슈가 비앙카 대신 입을 열었다.

     

   그러자 크라슈 쪽을 잠시 힐끗 본 그녀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뜬금없이 뭘 하나 했더니 그녀가 주머니에서 꺼낸 건 종이에 포장된 사탕이었다.

     

   그녀는 그 사탕을 그대로 비앙카에게 건넸다.

     

   “사탕, 먹니.”

     

   비앙카는 크라슈를 힐끗 올려다보았다.

   받아도 되는지 허락을 구하는 것이었다.

     

   크라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에 사탕을 받아든 비앙카가 릴리쉬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릴리쉬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릴리쉬의 뒷모습을 쫓았다.

     

   ‘……릴리쉬 누님이 아이를 좋아했었나?’

     

   사탕까지 챙겨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크라슈는 얼떨떨했다.

     

   거의 대화를 해본 적이 없으니 알 턱이 있나.

   릴리쉬는 늘 멀리서 본 게 다였으니까 말이다.

     

   “크라드 오빠. 저분이.”

   “그래.”

     

   비앙카의 물음의 크라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분이네요.”

     

   그러면서 비앙카는 릴리쉬가 준 사탕을 까서 입에 바로 넣었다.

   릴리쉬가 사탕을 건네서인지 모두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려 있었음에도 덤덤한 게 그녀다웠다.

     

   “그리고 다른 누님분이랑은 분위기도 다르고요.”

     

   비앙카가 언급한 다른 분은 다름 아닌 샬롯이리라.

   확실히 릴리쉬는 샬롯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샬롯은 패도적이고 자유롭다.

   반면에 릴리쉬는 정적이고, 규율에 맞게 움직인다.

     

   ‘일단은 같은 핏줄인데 말이지.’

     

   이렇게까지 다를 수도 있는 모양이다.

     

   “단장들은.”

   “여기 있습니다.”

     

   릴리쉬가 등장하자마자 녹해 기사단장 렉서스와 청해 기사단장 베가, 두 사람이 서둘러 그녀의 앞으로 왔다.

   그녀가 오늘의 대장 역할이었기 때문이었다.

     

   “인원 확인은 마쳤겠지.”

   “예, 바로 입장하시면 됩니다.”

   “가지. 다프레.”

     

   그녀는 길게 말하지 않고, 바로 발하임 전용 마도사를 불렀다.

   그러자 부름에 답하듯 그녀의 앞에 있던 공간 마법진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공간 마법진의 절반 너머에 흐릿하게 비추는 형상이 저쪽과 이어졌음을 보여주었다.

     

   “모두 차례로 따라와라.”

     

   제일 선두에 있던 릴리쉬가 들어가자 이검의 부단장과 기사들이 재빨리 그녀의 뒤를 따랐다.

     

   “레블리앙 부단장님.”

     

   녹해 기사단들도 따라 움직이는 사이.

     

   크라슈는 레블리앙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귀를 기울이는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따가 릴리쉬 누님한테 내가 있다고 말 좀 전해줘.”

     

   그녀라면 딱히 신경 쓰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다마는.

   그래도 이번 지원의 대장인 그녀가 모르고 있으면 안될 테니 말이다.

     

   “예, 그러겠습니다.”

   “고마워.”

     

   크라슈는 그에게 말을 전해둔 뒤, 뒤로 빠졌다.

     

   “크라드, 그, 괜찮겠어?”

     

   그사이, 같은 청해 기사단원인 콜린이 걱정스럽게 그에게 말 걸어왔다.

   콜린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녹해 기사단원을 주먹으로 기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녹해 기사단장에게 직접 찍혔으니.

   당연히 후에 트러블이 있지 않겠냐는 의미였다.

     

   그 트러블에 답하듯 크라슈는 녹해 기사단장 쪽을 보았다.

   그러자 크라슈와 눈이 마주친 그는 몸을 크게 움찔거림과 함께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아무래도 같은 기사단장인 베가에게 전부 설명 들은 모양이다.

   기사단장끼리는 이쪽 사정을 알고 있는 게 나으니 말이다.

     

   “괜찮아.”

     

   그러니 크라슈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적어도 자신이 있는 동안 녹해 기사단이 이쪽에 시비를 거는 일은 없을 거다.

     

   녹해 기사단장이 모든 걸 책임지고, 그만두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청해 기사단, 우리도 이동한다.”

     

   그사이 녹해 기사단원이 이동이 끝마쳤는지 청해 기사단의 이동도 시작됐다.

   비앙카와 손을 잡은 채 크라슈도 마법진에 오른 그 순간 잠시동안 머리가 흔들렸다.

     

   공간 마법의 여파였다.

     

   “으우.”

     

   비앙카는 공간 마법을 처음 겪어봐서일까.

   그녀는 멀미하는 표정으로 몸을 비틀거렸다.

     

   “괜찮냐?”

     

   크라슈가 서둘러 비앙카를 받아 안아주자 비앙카는 인상을 찡그린 채 천천히 숨을 골랐다.

   조금 쉬다 보면 괜찮겠지.

     

   비앙카의 등을 토닥여주는 사이 크라슈의 눈에 주변 풍경이 비추었다.

     

   끝없이 펼쳐진 풀 한 포기 없는 평야의 지대 너머.

   우뚝 서있는 무척이나 거대한 성벽이 지평선 끝까지 전부 이어져 있었다.

     

   그러나 단 하나, 그 성벽의 너머 하늘만큼은 달랐다.

   성벽을 경계선으로 성벽 너머의 하늘은 보랏빛으로 선명히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이 바로 금역 중 하나인 마경.

   제국과 왕국과도 거리가 먼 지역인 탓에 세피라가 직접 관리 중인 금역이었다.

     

   “와, 발하임 분들이 오셨네요!”

     

   그러나 크라슈의 눈이 향한 곳은 마경이 아닌 한 인물이었다.

     

   눈을 다 가려 아래 앵두 빛 입술만 드러난 면사포를 쓴 그녀는 무척이나 해맑은 웃음을 입가에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그런 그녀의 옆에 서있는 무표정한 호위 한 명 또한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복숭앗빛에 가까운 머리카락이 반짝이자마자 크라슈는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세이랑 세피라.’

     

   세피라 1계급관 딸이자 공주님.

   그리고 그 옆에 새까만 머리카락이 눈에 띄는 한 남자가 크라슈의 눈에 보였다.

     

   ‘노망난 괴물.’

     

   전 세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인물이자 원래대로였다면 이미 은퇴해 수명이 다하여 죽었다고 여겨지는 인물.

     

   천구성(天狗星)

   블라비

     

   본래 살의의 충동에 휩싸여 세상을 증오하는 천살성(天殺星)을 타고났으나.

   점성술사인 세피라 가문 덕에 타고난 별을 피하여 현재까지도 세피라를 따르는 충견.

     

   문제는 세피라의 중요 직들을 제외하면 그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야 반로환동(返老還童)을 했을 거라고 누가 알았겠어.’

     

   그리고 크라슈가 블라비를 꺼림칙하게 여기는 이유는 간단했다.

     

   ‘세이랑 세피라는 세계 침식자에게 살해당한다.’

     

   그리고 세이랑의 죽음으로 인해 블라비는 천살성의 통제를 잃었다.

   그 결과 그의 살의가 향한 곳은 세계 침식자 사냥이었다.

     

   수많은 세계 침식자가 그의 손에 죽어 나가고, 결국 세계 침식자는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게 된 계기.

     

   그것이 바로 저기 있는 천구성.

     

   노괴 블라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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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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