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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대절귀(大絶鬼) (5)

       

       

       

       맞닿은 굉음에 야혈적의 육체가 뒤로 밀려난다. 

       

       “씨발…!”

       

       야혈적이 애써 중심을 잡으며 도를 휘둘렀다.

       

       후우욱!

       

       내기가 가득 담긴 도기가 사방에 난무하지만, 정작 맞아야 할 이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자리에서 벗어난다.

       잠깐의 뒷걸음, 그리고 도약.

       

       야혈적의 도는 쉼 없이 허공을 가른다. 

       타고난 근력과 절정급 무인의 육신이기에 검격이 절대 느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허공을 가를 뿐이다.

       품에 파고들어 주먹이 다시 한 번 야혈적의 복부를 파고든다.

       

       “이…!”

       

       단단한 근육이 무색하게 깊숙이 들어온 주먹에서 곧바로 불길이 치솟는다.

       

       화르르륵!

       

       “끄으으으이악!”

       

       상상 이상의 격통에 야혈적이 급하게 손을 휘둘러 밀어내려 든다.

       하지만 이미 거리를 벌린 다음이었다.

       

       “후욱…후욱…!”

       

       야혈적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이 애새끼가….”

       

       복부를 감싸 쥐는 것이 고통은 제대로 느끼고 있는 듯싶었다.

       

       “구가 놈이라 들었는데, 왜 일을 방해 하는 거냐.”

       

       놈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콰아아악-!

       

       구염화륜공을 돌려 사방에 불꽃을 뿜어낸다.

       놈은 거대한 대도를 휘두르며 막아내지만, 전부를 막아내진 못했다.

       

       한줌의 재라도 남길 생각이 없다는 듯, 미친 듯이 파고드는 불꽃들.

       그렇게 만들어내는 틈새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불꽃 틈에서 손을 뻗어 야혈적의 목을 붙잡았다.

       그대로 손에 불꽃을 둘렀다. 

       

       머리채 불태울 생각이었다.

       그때 야혈적이 순간 내기를 분출하며 거리를 벌린다.

       

       목을 타고 오르는 열기에 야혈적이 제 목을 손으로 감쌌다.

       

       “후욱…후욱….”

       

       불길 속에서 한참을 있던 탓인가 몸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온다.

       

       ‘…놓쳤네.’

       [진정하거라…!]

       

       신 노야가 다급히 외치는 말이 반복해서 들린다.

       

       ‘진정하고 있습니다.’

       [속에서 들끓고 있는 게 이리 잘 느껴지는데 뭘 진정하고 있다는 게야!]

       

       이상한 말이다.

       나는 분명 진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저 아쉬웠다.

       

       손에는 놈의 목을 잡았던 감촉이 남아있다.

       그대로 불태웠어야 했는데.

       

       놈은 생각보다 가지고 있는 게 많아 보인다.

       

       ‘야혈적.’

       

       대도를 들고 이쪽을 바라보는 사내의 이름.

       나는 그를 알고 있었다.

       

       천마 직속부대, 천라흑랑대의 부대주.

       입을 감싼 입마개와 한쪽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던 마인.

       

       저런 으르렁거리는 모습보단 대주의 말만 따르는 마치 강시 같은 모습의 사내였는데.

       지금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흑야궁 출신이었나.’

       

       마인의 과거사야 워낙 많으니 굳이 관심을 두려 든 적이 없었다.

       제 살길이 바쁜데 다른 이를 신경 쓸 리가 있나.

       

       툭툭 손을 털었다. 

       

       ‘남궁비아는….’

       

       아까 그녀가 누워있던 자리를 확인하니 다행히 이동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처음 도착했을 때, 남궁비아는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걸 보고 나는 마검후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내 품에 안겨 조용히 숨을 거두던 그때를 말이다.

       조금만 늦었으면, 그때와 같은 광경을 봤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화르륵.

       

       감정에 동요라도 되는지 몸에 두르고 있는 불꽃이 크게 일렁였다.

       

       […애송아!]

       

       한 걸음 놈에게 내딛는다. 

       그러자 곧바로 구염화륜공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발 끝에 힘을 주고 도약한다. 

       주변으로 불씨가 튀었다.

       

       맞서려는듯 대도를 휘두르는 야혈적의 검은 빠르다.

       타고난 근력과 절정 급의 육신이기에 저런 무거운 걸 휘둘러도 속도가 붙는 것이다.

       

       육신에 불어넣은 내기로 속도를 높이고.

       불길로 놈의 시야를 차단한다.

       

       야혈적의 대도는 고작 불꽃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듯 주변을 헤치며 휘두르지만, 

       

       검로가 난잡했기에 틈은 많았다.

       만일 없다면 비집고 만들면 그만이다.

       

       살갖이 얕게 베인 것 같다.

       그 정도는 얼마든 줄 수 있었다.

       

       뿌드득-!

       

       “크으윽!”

       

       단단한 육신이니 팔을 뽑는다거나 어디를 부러뜨리는 건 힘들 테니 한 곳만 노렸다.

       

       […정신…차리…!]

       

       놈이 휘두르는 검에 옷깃이 스친다. 

       옆구리가 비었기에 불꽃을 두르고 후려쳤다.

       

       “컥!”

       

       야혈적의 자세가 크게 휘청인다. 

       그대로 다리 관절을 밟아 무너트렸다.

       

       쿵! 하고 한쪽 무릎이 꿇린다.

       놈은 팔을 휘둘러 밀쳐내려 하지만 그보다 내 주먹이 먼저였다.

       

       빠악!

       

       놈의 두꺼운 고개가 힘껏 돌아간다.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후려쳤다.

       

       빠악! 

       

       두 번 연달아 맞은 탓인가 야혈적의 눈이 붉게 충혈된다.

       이윽고 거리를 벌리려는 듯 야혈적의 몸에 내기가 모여든다.

       

       “이…애새끼가…!”

       

       콰아아아!

       

       몸을 타고 방출된 내기에 몸이 밀려 날아갔다.

       오로지 거리를 벌리기 위함이라 그런가 충격은 없었다.

       

       그저 몸을 몇 번 툭툭 털고 야혈적을 다시 마주했다.

       

       ‘…얼마나 남았지.’

       […]

       

       내기에 대한 말이었다.

       노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내기는 반쯤 마구잡이로 심법을 굴려댄 탓인지 그다지 남지는 않은 듯했다.

       

       야혈적은 몸을 일으키더니 입에서 무언가를 뱉어냈다.

       핏물과 함께 땅바닥을 구르는 건 야혈적의 어금니였다.

       

       그걸 보고 야혈적의 얼굴이 야차처럼 변한다.

       분위기에 쫄아 고작 애새끼한테 뚜드려맞다니.

       

       대절귀 야혈적이 말이다.

       

       ‘…이런 좆같은 일이…!’

       

       뿌드드득. 

       이를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갈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도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시간이 그다지 남아있지 않은 시점이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저놈은 죽이고 싶었다.

       이제 신의고 남궁가의 계집이고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야혈적이 발에 내기를 두르고 도약해 달려들었다.

       

       그걸 보고 다시 불꽃을 둘러 몸을 감싼다. 

       순간 단전 쪽에서 격통이 느껴졌으나 무시했다.

       

       뭔가 머리가 안개라도 낀 듯 멍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그저 무언가를 부수는 데에 집중해야 했다.

       

       머리를 노리고 다가오는 검로를 불꽃으로 틀었다. 

       자세가 흐트러진 걸 틈타 명치를 가격했다.

       

       깊숙히 들어갔는지 뼈가 부러지는 감각이 느껴진다.

       야혈적이 이어 피를 토했다.

       

       거대한 손아귀로 붙잡으려 들기에 한 번 더 가격해서 밀어냈다.

       주위를 감싸고 도는 고리의 회전이 점점 빨라진다.

       

       그와 동시에 단전에서 느껴지는 격통도 거세졌다.

       단전을 시작으로 온몸으로 돋아오르는 고통은 예전 화산으로 오는 길에 느꼈던 그 느낌이었다.

       

       당시에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기절을 했는데, 지금은 잘만 움직일 수 있었다.

       무슨 차이일까.

       

       알 수 없었으나, 어째선지 다행이라 느껴졌다. 

       몸을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다는 소리였으니.

       

       […어….]

       

       순간 머릿속에 들려온 목소리에 눈이 살짝 떠졌다.

       

       ‘노야?’

       

       들리지 않던 신 노야의 목소리라 생각했다.

       이 상황에 말을 걸 수 있는 건 신 노야 뿐이었으니.

       

       […먹어….]

       

       헌데 노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이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세월을 겪은 노인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단전부터 머리끝까지 올라오던 격통은 목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배고파.]

       

       힘 없는 목소리. 

       

       ‘너….’

       

       누구냐고 물으려 했으나, 묻지 못했다.

       순간 정신이 끊어졌다.

       

       

       

       

       ******************

       

       

       

       

       남궁비아는 나무기둥에 몸을 기댄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점혈이 걸렸다 풀린 탓도 있었고, 부러진 팔과 바닥을 들어낸 내기 탓에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도와주러 가야 하는데….’

       

       자신이 봤던 구양천은 강하다. 

       자신의 동생을 손쉽게 이긴 것도 봤으며, 영풍인지 용풍인지 하는 검수를 이기는 것도 지켜봤다.

       

       아마 그는 자신보다 강할 것이다.

       남궁비아는 예상이 아니라 확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돼.’

       

       그럼에도 이건 다른 얘기였다.

       자신이 상대했던 거한에게 느껴지는 악취나, 일렁이는 기운을 봤을 때 쉬이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아니었다.

       

       화산에서 사람이 올 때까지 합공을 해야했다.

       

       -쾅! 콰앙!

       

       격렬히 전투를 벌이고 있는지 귀를 찌르는 소리는 멈추질 않는다.

       그다지 길지 않았을 시간이지만, 남궁비아에겐 억겁이라 느껴졌다.

       

       겨우 몸을 일으켜 소리가 나는 장소로 도착하니.

       

       “…윽!”

       

       지독한 악취에 남궁비아가 휘청인다. 

       이게 죄다 그 거한에게서 풍기는 악취일까? 

       

       이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너무 심해.’

       

       이렇게 심한 악취는 처음이었다. 

       오죽하면 냄새 탓에 세상이 어지럽게 보일 정도였다.

       

       빠악!

       

       남궁비아는 비틀거리며 겨우 소리가 나는 곳까지 도착했다.

       

       “…!”

       

       그리고 눈에 들어온 광경은 차마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거대한 마물이 난동이라도 피운것 마냥 엉망이 되어버린 주변에 중심에서.

       구양천은 꽉 쥔 주먹으로 계속해서 야혈적의 몸을 내려치고 있었다.

       

       빠악!

       

       주먹이 닿자마자 피가 튄다.

       이미 얼굴의 형태는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악…악취가.’

       

       거한에게 나던 악취는 진작에 사라져있었다.

       숨을 거둔 이에게는 악취가 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럼 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악취는…. 

       

       “…안…안돼!”

       

       남궁비아의 목소리에 주먹을 휘두르던 구양천이 동작을 멈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남궁비아를 바라봤다.

       

       “…!”

       

       남궁비아는 구양천의 눈을 마주하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구양천이 눈동자가 자색(紫色)으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아름다운 색이었으나, 그 두 눈을 마주하니 남궁비아는 몸 전체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지독하게 불길한 눈이었다.

       

       구양천은 남궁비아를 잠깐 보고는 다시 주먹을 휘두른다.

       이미 숨이 끊어진 이를 잡고 계속 말이다.

       

       남궁비아는 그걸 보며 덜덜 떨리는 양어깨를 잡아 진정시켰다.

       어째서 이렇게 공포를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괴이하고 폭력적인 소리만이 귓가를 들린다. 하물며 토할 것 같은 악취의 틈.

       남궁비아는 떨리는 몸을 무시하고 뛰어가 구양천의 등을 끌어안았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팔까지 붙잡았지만, 구양천은 고장이라도 난 듯 계속 거한의 얼굴을 때리려 한다.

       

       “제발…! 이미…죽었어…!”

       

       남궁비아의 말을 듣기라도 한 걸까. 

       말 없이 움직이던 구양천의 몸이 멈췄다.

       

       이윽고 허물어지듯 쓰러진다.

       남궁비아는 떨리는 손으로 그런 구양천을 받아 품에 안았다.

       

       “하아…하아….”

       

       이게 기점이었을까, 점점 짙어지던 악취가 순식간에 옅어진다.

       옆에 망가져 버린 거한의 시신을 보고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아야 했다.

       

       저걸 인간의 손으로 만들었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남궁비아는 떨리는 손으로 구양천의 손을 잡았다.

       핏물이 잔뜩 묻어있는 손이었지만, 괜찮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진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찰나의 시간이 지나니 화산파의 문인들이 나타났다.

       

       

       

       

       

       

       

       

       ******************

       

       

       

       

       흑야궁 섬서지부의 동굴 안.

       

       배총은 도착하지 않는 야혈적을 기다리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보고싶다거나 걱정된다는 말 같잖은 이유가 아니었다.

       

       ‘조금 있으면…약을 먹어야 할 시간이라고.’

       

       몸에 꿈틀거리는 고를 잠재 울 약은 지부장만 가지고 있었다.

       당장 사흘치가 끝난 시점이라 배총의 입장에서는 더욱 간절했다.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것이다.

       그 안에 야혈적이 오지 않으면, 자신은 내장이 녹아 죽을 것이다.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배총은 화들짝 놀라 뛰어갔다. 

       

       저벅-.

       

       어쩐지 발소리가 평소보다 작았지만 배총은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온다.

       

       “지부장…!”

       

       배총은 곧바로 검을 꺼내 들었다. 

       지부장이 아니었다.

       

       ‘노인…?’

       

       왜소한 체형을 가진 마른 노인이었다. 

       노인은 천천히 방을 한 번 둘러보기 시작했다.

       

       “당신…. 뭐야?”

       “…이곳이 맞나 보구나.”

       “뭐냐고 하잖….”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배총의 육신이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진다.

       

       소리치던 얼굴 그대로 목이 잘려 뒤편에 떨어져 굴러간다.

       노인은 검을 들고 있지 않다.

       하나 이는 노인이 휘두른 검으로 일어난 일이다.

       

       노인의 이름은 위효군.

       

       매화선의 부탁을 받은 검존이 그곳에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

    오늘 글은…12시간은 붙잡고 계속 쓰고 지우고 반복했는데.

    결국 원하는 만큼이 나오질 않았네요.
    …제 부족한 실력이 오늘만큼 원통한 날이 없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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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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