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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

         

         

         벨벳 융단 위에서 사박 사박, 새하얀 발이 노니는 부드러운 소리가 들린다.

         

         엘피헤라는 처소에 콕 틀어박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맴돌고 있었다. 몇 시간째,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별다른 해법이 떠오르질 않았다.

         

         

         “이… 발정난 짐승 같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어련히 알아서 거둬주려 했는데도…!!”

         

         

         이건 단명종 특유의 혈기 탓이라고밖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본디 짧게 사는 생물들, 가령 쥐나 토끼나 인간 같은 족속들은 조금만 눈을 돌려도 어느새 서로 짝짓기를 시작하고 흘레붙는 탓이니.

         

         반면 드래곤이나 피닉스, 엘프와 같은 이들을 보라. 이들은 평생 한 명의 짝을 맞이해서 오랜 시간 함께하고, 천천히 서로의 정신을 보듬어가며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백년해로라는 말은 인간들의 언어유희다. 엘프들에게 고작 백 년의 짧은 사랑 따위는 찰나의 불장난이나 다름 없으니.

         

         그러니, 이반 페트로비치는 지금 단명종 특유의 조급함 탓에 무려 엘프를 반려로 맞이할 기회를 놓치려는 중이다!

         

         얼마나 어리석은가…. 엘피헤라는 안타까움에 탄식했다.

         

         

         “하긴… 페트로비치 경은 남은 수명이 얼마 없으니 하루 빨리 짝을 만들어 후손을 보고 싶겠지. 내가 이해심이 부족했어…!”

         

         

         이년 반만 기다리면 함께 칼리온으로 갈 수 있고, 칼리온에는 인간의 선천적 장애를 고쳐줄 많은 방편이 있다.

         

         여기서 인간의 선천적 장애란 생각과 수명이 둘 다 짧음을 의미한다. 수명이 길어지면 생각도 깊어지기 마련이므로 사실 고칠 방법은 하나면 족하니 다행인 일이다.

         

         엘피헤라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시름에 잠겼다.

         

         

         “우승을 하게 두어선 안 돼.”

         

         

         우승하면 왕녀와 결혼하고 만다!

         

         일반적인 인간들 사이에서 왕족과의 혼인은 대단한 신분상승일 것이 분명하므로, 페트로비치 경 또한 과감한 도전을 한 셈이지.

         

         하지만 아니다. 그는 지금 잘못된 길을 선택하고 있다. 엘프와의 결혼은 인간 왕족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엘피헤라는 합리적인 엘프이므로 다시금 분노와 안타까움에 물들던 사고를 애써 멈췄다. 지금은 냉철한 상황파악과 해법 도출이 시급한 순간이다.

         

         자칫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이반을 구해낼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어떻게 우승을 저지하지?”

         

         

         이반을 이길 만한 귀족을 후원해볼까?

         

         그러다가 이반이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다리를 다친 말은 본디 수명보다 더 짧은 삶을 살다 죽는다. 인간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단명종은 작은 부상에도 목숨을 잃고 만다!

         

         

         “본국에 도움을 요청할까?”

         

         

         잠깐. 이건 좀 좋은 생각 같은데?

         

         

         “토너먼트가 닷새 뒤… 그리고 보통 이런 토너먼트는 결코 빨리 끝나지 않아.”

         

         

         기사들의 일반적인 마상시합도 축제를 겸하여 일주일은 족히 열리기 마련이다.

         

         하물며 왕실이 주관하고, 우승상금이 무려 왕녀와의 혼인인 토너먼트가 하루아침에 끝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칼리온에서 원군을 보내오기에 충분하다. 공중전함을 이용해 쾌속항행을 시도한다면 적어도 일주일 안에 도착할 테니까!

         

         

         “지원 요청을 하고, 원군이 곧장 도착한다는 가정 하에… 첫 이틀 간 토너먼트에서 승리해야 해.”

         

         

         마상시합이나 검투 같은 종류의 토너먼트들은 하루에 한 번 이상 출전하지 않는다. 참가 선수들은 검투사가 아니라 귀족들인 탓이다.

         

         참가자 개개인의 컨디션 관리와 더불어서, 이런 종류의 행사 자체가 일종의 사교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토너먼트 참가자는 하루에 한 번, 많아야 두 번의 결투를 치루면 된다.

         

         

         “할 수 있어. 난 천재야. 천재 마법사, 베올그린의 딸… 엘피헤라 그리켄코스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담담히 진술하면서, 엘피헤라는 각오를 다졌다.

         

         그녀는 순식간에 마력을 배열해 비상연락 수정구를 가동했다. 환각 계열 주문이 양방향으로 이어진 원격 채널링 아티펙트. 전보나 사용하는 인간은 꿈도 꿀 수 없는 기적의 산물이다.

         

         곧, 수정구가 일렁이며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무슨 일이냐.

         

         “아버지!!”

         

        -그래, 딸아. 듣고 있단다.

         

         

         엘피헤라는 귀족다운 예법과 화술을 모두 잊어버린 것처럼 외쳤다.

         

         

         “코엔울프 경을 지금 당장 프리첸카야로 파견해주세요!”

         

        -…?? 오늘 아침에 뭘 잘못 먹었더냐? 아, 그곳은 지금 저녁인가? 저녁 식사에 문제가 있었느냐? 아니면 마력 중독인가?

         

         “으그윽… 아니, 그게 아니라요….”

         

         

         다정하게 조롱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대충 흘리며, 엘피헤라는 애써 상황을 설명했다. 모든 진실이 아닌, 엘프다운 합리성으로.

         

         

        1.     왕녀는 지금 자신의 혼사를 걸고 귀족 결투를 주최했다.

        2.     이 결투에서 우승한다면 왕녀와 혼인 동맹이 가능하다.

        3.     따라서 우리는 이 상황을 아국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4.     이 결투엔 국적 제한이 없다. (당연하게도 이 정보는 프리첸카야 내부 귀족들에게만 비밀리에 전해졌기 때문이다. 굳이 외국 국적 제한 따위를 명시할 필요가 없었다.)

        5.     그러므로 우리 추밀의원 중 하나가 우승한다면 칼리온-크라실로프의 연맹왕국을 건국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짜낸 논리로 흠잡을 구석이 없었다. 엘피헤라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수정구를 내려보았다.

         

         물론 수정구는 음성만을 전달한다. 따라서 그녀의 미소를 보지 못한 베올그린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 딸이 하라는 공부보단 국제 정세에 더 관심이 많아, 이 아비는 참으로 든든하구나.

         

         “아버지이…!!”

         

        -그래, 알겠다. 타당한 말이구나. 하지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는 모양인데, 뭐냐?

         

         “네?”

         

        -고작 그런 이유로 네가 내게 부탁을, 그것도 감히 ‘코엔울프 경’을 파견해달라는 부탁을 할 리가 없잖느냐. 뭐냐? 이 대회에서 누굴 방해하고 싶은 것이냐?

         

         

         엘프다운 식견이었다. 딸이 갑자기 뭔가를 부탁해온다면, 그 부탁의 이면에 도사린 다른 것이 진정한 목표이리란 판단이다.

         

         본디 엘프들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직설적으로 내놓으라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칼리온식 귀족 예법이다.

         

         

         “그… 이반 페트로비치 경이 출전… 출전 해요.”

         

        -아, 작은 이반이. 흐으으으음…. 으음…. 하긴, 엘리자베타가 이반에게 관심이 있긴 했지. 그럼 이건… 호오… 그 꼬마가 머리를 제법 잘 굴렸구나.

         

         “네? 머리요?”

         

        -이 소위 ‘혼인 결투’라는 장난질이 사실 왕녀의 놀음판이란 말이다. 됐다. 너는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일이다.

         

         

         베올그린은 즐거운 듯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곧 엘피헤라를 향해 말했다.

         

         

        -좋다. 아직 우리 이반이 한 자리에 얽매어 있어서야 달갑지 않지. 코엔울프 경을 보내마. 하지만 일주일은 족히 걸릴 것인데, 결투가 닷새 뒤에 시작한다 하지 않았더냐?

         

         “아, 이틀 정도는 제가 해결할 수 있어요! 일단 코엔울프 경의 이름으로 참가 신청을 넣어 둘게요!”

         

        -흐음. 그리고, 에델플라트 코엔울프 경은… 여자란 사실도 알고 있겠지? 왕녀의 반려로 썩 어울리는 성별은 아닌데.

         

         “사랑에는 성별도, 인종도, 국경도 없는 법이에요!”

         

        -있을… 텐데. 됐다. 그게 무엇이 중요하겠느냐. 이반이 출진한다면 코엔울프 경도 뭐, 관심은 가지겠지.

         

         

         수정구 통신이 종료되었다. 엘피헤라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몸을 떨었다.

         

         엘프들은 검술을 다루지 않는다. 땀을 흘리며 근접백타에 돌입하는 것 자체를 천하게 여기는 풍조 탓이다.

         

         그리고 언젠가 회고했듯이, 어떤 엘프가 검을 들고 있다면 그건 그런 풍조에도 불구하고 검술로 일가를 이루어 냈다는 뜻이다.

         

         엘프는 장생족이며, 한 가지 기예에 평생을 쏟아부었을 때 알려진 모든 종족보다 우월한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물리적인 시간 자체가 차원이 다르므로.

         

         코엔울프 경은 그런 ‘검을 든 엘프’들 중 최강이다. 즉, 칼리온의 검사 중 가장 강인한 자란 뜻이다.

         

         용사에게 검술을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

         

         

         다음날, 이자벨은 오전 강의를 마치고 유리와 함께 여느 때처럼 교정 광장으로 나섰다.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 바로 점심시간이다.

         

         그녀가 무슨 공장근로자라서 점심시간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다. 점심시간엔 아저씨가 도시락을 싸들고 나오기 때문이다.

         

         대개 사내들이란 요리를 못하는 법이므로(아니다. 이 시대 대부분의 쉐프는 남성이었다.) 이반의 도시락은 대개 원물 그대로의 것이었다. 즉 채소에 대충 소스만 붓고는 셀러드라고 주장하는 것들이다.

         

         그런 그에게 본국의 요리를 알려주는 시간이다. 이자벨은 요리에 자신이 있었고, 그 자신감은 대체로 좋은 결과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비록 아저씨는 뭘 먹여도 ‘맛있군’, ‘음’, ‘기름지군’. 정도로 요약 가능한 반응만 보여주었지만….

         

         

         ‘하여간, 퇴원하면 바로 찾아오라 했더니…!’

         

         

         퇴원했다기에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찾아오지도 않고, 결국 그날 끓인 스튜는 모두 폐기처분 해야 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어른은 나쁜 어른이며, 나쁜 어른은 벌을 받아야 한다.

         

         이자벨은 음흉하게 흐흐 웃으며 교정으로 나섰다.

         

         그리고 에시디스 홀로 발치를 툭툭 차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엥? 에시, 아저씨는?”

         “삼촌은 음… 오늘 바쁘신가? 너네 쪽에도 없었어?”

         “어… 기사학부 쪽엔 없었는데.”

         

         

         뭐, 바쁜가 보네. 하긴 바쁜 게 정상이긴 하지.

         

         이자벨은 납득했다. 그녀를 찾아오지도 못할 정도로 바쁜 일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니까.

         

         그 아저씨가 ‘김치 스튜’의 유혹을 거절할 만큼 굉장히 바쁜 일이 있는 모양이다.

         

         다행히 바람 맞은 것은 아니었다. 이자벨은 헤헹, 하고 웃으며 도시락을 꺼냈다.

         

         

         “오늘은 뭐, 그 이상한 셀러드 안 먹고 좋네!”

         “어, 응응.”

         

         

         에시디스는 입가를 오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이반은 얀스크 대학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게 말이 돼?!”

         

         

         학교에서 시선만 돌리면 어디서나 보이던 사람이 대뜸 이렇게 깨끗하게 사라져 버린다고?

         

         이자벨이 분통을 터트릴 때, 에시디스는 엄지손톱을 아득아득 깨물고 있었다. 아무래도 균형 잡힌 식단을 책임져주던 이반이 사라진 탓에, 영양 결핍을 앓고 있는 모양이었다.

         

         

         “또… 또 누군가를 스토킹하러 간 거야…?”

         

         

         저게 무슨 뜻인지 대단히 궁금해졌지만 묻지 않기로 했다. 심신미약 환자의 독백에 진지하게 반응해주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자벨은 현명하게도 사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고아원에서 쫓겨난(사유 : 드로안의 국왕이 고아원을 파괴했기 때문) 모르드였다.

         

         

         “혹시 이반 아저씨 어디 갔는지 아세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아니, 요새 강의만 끝나면 고아원으로 달려가시길래….”

         “크흠… 큼.”

         

         

         드로안의 사내가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퍽 머쓱한 일이라서, 모르드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나도 마침 궁금하던 차였다. 그 놈의 고아원 공사는 대체 언제 끝나는지나 물어봐야지. 그래, 알 만한 놈을 하나 알고 있어.”

         

         

         모르드는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교정 어딘가로 향했다.

         

         교정의 한구석, 벤치 하나를 차지한 채로 얼굴에 신문을 덮고 있는 어떤 사내에게로.

         

         

         “일어나라.”

         “방첩사령부의 요원은 잠들지 않는다. 다만 쉴 뿐이다.”

         “개소리 말고 일어나. 이거 근무 태만 아니냐?”

         “우방국 스파이가 할 말인가, 그게?”

         

         

         얼굴에 덮은 신문지를 와락 구기며, 파벨은 눈가를 비비고 일어났다.

         

         그는 주위를 포위한 모르드와 에시디스, 그리고 이자벨을 슥슥 둘러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대장님은 대체 어떻게 이런 짓을 맨날 하는 거지…. 진짜 엄청 귀찮구만.”

         

         

         잠시 자리를 비운 이반을 대신하여 용사 파티 자제들의 호위 임무에 배정된 파벨은 입가에 말라붙은 침을 닦아내며 일어섰다.

         

         그는 프리첸카야 중심부에 테러를 직접 공작해본 경력이 있는 첩보원이며, 따라서 프리첸카야의 정보 취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따라서 그가 다시 방첩사령부로 돌아온 이상 이 도시에 허튼짓을 저지를 수 있는 인간 요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정보망 아래에 반드시 잡히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이 일은 그저 시간 때우기에 불과하다. 급한 일이 생기면 그때 출동해도 늦지 않을 정도의.

         

         파벨은 이마를 긁적이며 물었다.

         

         

         “뭐냐. 짧게 말해. 일하는 중이야.”

         “퍽이나…. 이반 페트로비치. 그 자식 어딨어?”

         “우리 대장? 어… 왜?”

         

         

         이자벨이 한 발자국 앞서며 외쳤다.

         

         

         “저번에 국가 기밀이라고 절 내쫓은 다음부터 아저씨가 쭉 실종 상태라구요!”

         “그야, 지금 공무 집행 중이니까.”

         “아니, 사흘이나요? 퇴근도 안 하고? 이거 착취 아니야! 이 나라엔 노동시간 규정이란 게 없나요?”

         “뭐야, 틸레스엔 그런 것도 있어? 나 틸레스에 귀화할래.”

         “와 대박.”

         

         

         참고로 틸레스엔 법정 노동시간이 정해져 있다. 슬프게도 농노와 소작민, 그리고 기타 평민들에겐 적용되지 못하는 법령이지만.

         

         하지만 크라실로프엔 그런 것조차 없다. 아니 왜 인간이 일을 할 수 있는데도 쉬게 둔다는 말인가. 그건 노동력 낭비가 아닌가.

         

         

         “뭐, 보러 갈래? 나도 궁금하긴 했는데.”

         “네?! 보러 가도 되요? 이것도 막 국가 기밀이고 그런 거 아니죠?”

         “당연히 기밀이지. 기밀은 기밀인데… 뭐, 의미가 있나? 너네가 안다고 어떻게 될 일은 아닌데.”

         “네? 그게 뭐… 아저씨가 지금 뭘 하고 있는데요?”

         

         

         파벨은 씩 웃으며 말했다.

         

         

         “훈련.”

         

         

        *

         

         

         “다음.”

         

         

         이반은 안대를 낀 채로 고개를 숙이고 낮게 속삭였다.

         

         어둠에 물든 실내에서도, 초인의 감각은 작은 빛의 반향조차도 감지할 수 있으므로. 감각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곧, 다음 상대가 그의 거리 안에 진입해오는 것이 느껴졌다.

         

         사람이 움직일 때 나는 필연적인 소음, 관절의 마찰, 근육의 긴장, 심장박동, 뺨을 타고 흘러서 바닥에 떨어지는 땀방울과 같은 그런 소음들.

         

         긴장했군. 신장은 187cm, 디딤발을 내딛는 소리로 유추하자면 체중은 80~100kg 사이, 잘 단련된 체구다.

         

         오른발 디딤이 더 무겁다. 오른손잡이다. 그리고 중병기를 들고 있을 테고.

         

         병장기의 길이는? 종류는?

         

         알아봐야지.

         

         

        -츳.

         

         

         이반은 짧게 혀를 찼다.

         

         츳, 츳, 츳.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상대를 향해, 긴장감에 숨을 헐떡이는 상대에게.

         

         암흑 시야 주문을 걸고 들어왔을 텐데. 상대는 시야가 있는 상태에서도 감히 맹인이나 다름 없는 이반에게 접근하기를 꺼리고 있었다.

         

         혀 끝을 튕기는 작은 소음이 실내 공간에 메아리치며 주위 사물의 형태와 거리를 가늠하도록 한다.

         

         공간음이 가져오는 청각의 시각화. 천천히 머릿속으로 실내 공간의 상태를 연상하며.

         

         발 밑에 쓰러져 헐떡이는 십수 명의 사내들을 무시하고, 그들이 놓친 병장기와 그 공간들을 유의하며, 다시금, 눈 앞의 상대를 향해서.

         

         츳, 츳, 츳. 하고.

         

         독기를 감춘 뱀이 또아리를 틀고 속삭이듯이. 낮게.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좀 더 써서 2편으로 나눌까 하다가, 이거 애매하게 끊으면 좀 이상하게 짤릴 거 같아서 그냥 뭉탱이로 던집니다!

    꽉 눌러 담았어요! 뻑뻑해서 죄송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작년 한 해는 참 다사다난했는데, 올해는 정초부터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벌써 승승장구할 것만 같아요!

    여러분이 제 비타민이고 제 에너지이고 제 핫식스고 공장노동자의 점심시간이자 급여지급일입니다! 정확히는 매월 21일이죠!

    사랑해요!!!!

    *

    아국 : 우리 나라
    에델플라트 코엔울프 : 초반에 잠깐 언급했었던, ‘용사에게 검술을 가르쳐준 이는 엘프였다.’의 주인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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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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