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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이사장 유능해와 <패천검>이라는 별호를 가진 교수, 팽진아.

         

       결의를 다진 두 사람이, 앞으로 다가올 위협에 맞서 싸우기로 약조하는 그 시각.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로부터 멀리 떨어진 정체를 알 수 없는 도심가.

         

       그곳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 꼭대기.

         

       한 여성이 갖은 종류의 와인들이 넘실거리는 방 안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탁자 위 심플한 디자인의 유리잔 안으로, 고급스러운 향이 감도는 와인이 조르륵 따라진다.

         

       여성은 그 와인잔을 규칙적으로 두들기며, 손에 든 태블릿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흐음~”

         

       방 안으로 부드러운 재즈 음악이 들려오지만, 여성의 귓가는 전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지금 여성이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결국, 뉴스 기사는 안 나왔네.”

         

       약간 실망스러운 어투로 태블릿을 내려놓는 여성.

         

       그녀는 생각하였다.

       이번에 준비한 <트윈 헤드 트롤>은 꽤 좋은 소재였다고.

         

       “실패해서 아쉬워.”

         

       정식 클랜원은 아니지만, 나름 협회에서 오랫동안 일한 녀석을 희생시킨 결과물인데…

         

       들어간 자원과 완성품에 비해서, 영 결과가 마땅치 않았다.

         

       <4대 클랜> 중 하나이며, 순수하게 영향력만 보면 가장 강한 클랜.

         

       <용검미르>.

       그리고 용검미르 <클랜마스터>의 딸이자, 후계자인 주나용.

         

       그녀를 죽이거나, 하다못해 불구로만 만드는데 성공했다면, <아카데미>와 <클랜>의 관계에 불을 붙일 수 있었을 거다.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불화는, 다른 세력들도 끌어들일 테고.

         

       이는 결국, 손도 안 대고 코 푼 격으로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뭐, 설령 그게 안 되더라도…

         

       주나용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주제도 모르는 그 암컷의 입을 다물게 할 수도 있었을 테고 말이다.

         

       아무튼, 여러모로 참 아쉬울 따름이었다.

         

       “안 그렇게 생각해?”

         

       천연스러운 물음.

         

       하지만 물음에 답해줄 사람은 없었다.

       아니 없어졌다가 맞는 말일 거다.

         

       전방, 끔찍한 형태로 뒤틀려 죽은 남성의 시신이 보인다.

         

       양 눈동자가 충혈된 채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은 남성은, 가슴팍에 <고니스 아카데미의 교수>를 상징하는 메달을 달고 있었다.

         

       이사장 유능해가 말했던, 해외로 도주한 내부의 배신자였다.

         

       “…뭐야? 벌써 죽은 거야?”

         

       여성은 실망스럽다는 듯 입을 삐죽거렸다.

         

       그러자 그녀의 불만을 달래듯 작은 목소리가 뒤를 잇는다.

         

       “…다음에는 좀 더 튼튼한 장난감을 준비하겠습니다. 문하연님.”

         

       대체 언제부터 있었는지 방구석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한 소년.

         

       잘생기지도,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은 매우 평범한 얼굴을 한 소년의 말에 여성.

         

       아니, 대형 범죄 클랜.

       <타르타로스>의 수뇌부 중 하나.

       간부 문하연은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민수? 이번에 아카데미 입학 합격했다며?”

       “네, 분수에 넘치지만, ‘전사계’ 중위권으로 합격했습니다.”

       “음?”

         

       ‘중위권’이라는 김민수의 말에, 문하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아무리 우리 민수가 쓰레기여도 그렇지. 상위권은 될 텐데. 힘 조절이라도 했어?”

         

       “그럴 리가요. 저는 쓰레기라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이번에 너무 유능한 인재가 많이 들어와서 밀린 겁니다. 특히 수석, 차석으로 뽑힌 두 사람이 너무 강력합니다.”

         

       “수석은 주나용인가 하는 그 용박이 딸내미이고…차석은 누군데?”

         

       “유세하 생도입니다.”

         

       유세하…?

       어디서 들어본 적이…

         

       뒤늦게 ‘아~’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문하연.

       다시 태블릿을 들어 휙휙 손을 저었다.

         

       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나올 미남자의 용안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야, 잘생겼네. 민수 너랑은 차원이 다르다야.”

       “저는 버러지니까요.”

       “역시 우리 민수~ 제 주제를 알아서 좋아~”

         

       키득거리던 문하연은 작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디선가 봤다 했더니…

         

       이거, 표독주인가 하던 <클래스 헌터>가 말했던 그 남자잖아?

         

       “이, 미남 때문에 실패했다고 했지?”

         

       “보고로는 그렇습니다만…제가 보기엔 <염룡> 그리고 <패천검>의 실력이 상상 이상이라 그랬던 걸로 추측됩니다.”

         

       “어머, 지금 같은 남자라고 질투하는 거야?”

         

       “아닙니다. 그저 남자로서는 한계가 명확하니 그리 여길 뿐입니다.”

         

       “흠~”

         

       문하연은 생각하였다.

       과연, 이것도 인연인가 보다고.

         

       “한번 회유라도 해보지 그래? 우리 쪽으로 와주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힘들 것 같습니다. 그의 주변에 <설빙>과 <염룡>이 언제나 함께하기에…저 같은 버러지가 말을 붙이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습니다.”

         

       “음, 하긴 우리 민수는 여자한테 말도 못 붙이는 음침한 쓰레기긴 하지.”

         

       “포상 감사합니다.”

         

       흥얼거리며 좀 더 태블릿을 살펴본다.

       잠시 파일을 넘기던 문하연.

       곧, 화면에 드러난 사진에서 멈추었다.

         

       “민수야.”

       “네.”

       “<설빙>이 분명, 문보라를 말하는 거였지?”

       “그렇습니다. 과거 비인도적인 실험으로 몰락한 문가의 차녀입니다.”

       “……”

         

       사진에는 문보라가 한숨을 쉬며, 유세하의 옆에서 뭐라 뭐라 잔소리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것을 말없이 바라보는 문하연.

         

       “……”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문하연은 오랫동안 그저 아무 말 없이 문보라를 바라보았다.

         

         

       * * *

         

         

       <의무 병역 이행>.

       총 4주간의 길고도 긴 훈련.

       여러 사건 사고를 일으켰던 훈련은 조용히 끝을 맺었다.

         

       이는 이사장 유능해가 최대한 정보가 나오지 않도록 신신당부하였기 때문이다.

         

       ―유세하군. 알 거라고는 생각하지만…이번 일 분명 내부의 스파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그들을 잡을 절호의 기회를 노리고 있어.

       그리고 나의 직감상 그 기회는 머지 않았어.

       반드시 녀석들은 이곳으로 올거야.

       이유는 말해 줄 수 없지만, 그럴만한 미끼가 나한테 있거든.

       그때까지 부디 꾹 참고 기다려주겠어?

         

       나는 숨김없이 대답하는 유능해의 말에 조금 놀랐다.

         

       아무래도 이사장이라는 위치에 있으면서, 일개 생도에게 ‘스파이’가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일 텐데 말이야.

         

       ‘다행이네.’

         

       덕분에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

       사실, 내가 많은 걸 알고 있다고 하여도 혼자서 <빌런, 마인> 모두를 잡아들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저기, 그러면 이사장님. 혹시…제가 우연찮은 계기로 뭔가를 알게 되면 믿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만약 알게 된다면 가감 없이 연락해 줘.

         

       이거라면, 굵직한 사건 몇 개는 중간에 끊을 수 있을 거다.

         

       “와, 세하야! 저기 봐!”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선을 내린다.

         

       나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므냥이가 해맑은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 또한 고개를 들었고, 동시에 감탄하였다.

         

       “……와.”

         

       일자로 쭈욱 이어진 기숙사의 통로.

       여기저기 굉장히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

         

       단순히 돈만 많은 게 아닌.

       오랜 세월 유구한 전통과 역사를 간직해야 가능한 모습이었다.

         

       ‘여기가 바로 <고니스 헌터 아카데미>의 기숙사인가…’

         

       훈련 동안 제공해 주는 고급 숙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제부터 나와 므냥이는 이곳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딱히 룸메이트가 생기거나 그렇지는 않다.

       1인 1실을 지향한다고 하니까.

         

       또, 듣기로 규칙 또한 매우 널널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다 큰 성인들만 모여있으니, 뭔가 잡아두는 것도 애매하다고 여기는 거겠지.

         

       그래서 그런가.

       크흠…

       알게 모르게 좀 에찌찌한 일도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므아~ 나 조금 있다 세하 방에 들어가 볼래. 얼마 안 멀잖아.”

         

       그 이유는 므냥이가 말하는 것처럼 딱히 여자, 남자의 구별 없이 층만 나눠서 운영하기 때문.

         

       뭐, 나로서는 우리 귀여운 므냥이를 밤에도 볼 수 있으니 오히려 좋지만 말이다.

         

       “짐 다 풀면 천천히 와.”

       “므아~”

         

       그렇게 안으로 들어서려는 그때였다.

         

       우르르―!

         

       “…뭐, 뭐야?”

         

       통로 안으로 수십의 여자들이 앞을 가로막듯 나타났다.

         

       *

         

       ―제가 걔야? 그 유세하인가 하는 애…

       ―응, 이번에 팽진아 교수님. 검 놓치게 하였다는…

       ―와, 미친…정말로 얼굴로 꾀어서 이긴 건가?

       ―그게 뭐가 중요해. 오랜만에 눈 호강하잖아.

         

       여자들은 서로 속닥거리며 ‘꺅~, 꺅~’거렸다.

         

       이들 모두 <설빙>, <염룡>의 뒤를 이어서 유명세를 떨치는 유세하를 구경하기 위해서 온 이들이었다.

         

       특히나 그의 외모가 워낙 대단하다는 소문이 감돌았는데…

       확실히 명불허전이었다.

         

       결국, 참지(?) 못한 두 여성이, 스리슬쩍 유세하의 옆에 다가가 팔짱을 끼었다.

         

       서로 외견이 비슷한 게, 쌍둥이 자매로 보였다.

         

       “…저기…요?”

       “같은 입학생 남이경이라고 해~ 잘 부탁해. 꽃미남씨?”

       “마찬가지로 남민서! 혹시 오늘 밤에 일정 있어? 없으면 우리랑 같이 안 놀래?”

         

       두 여자의 치근거림에 당황하는 유세하.

         

       옆에서 지켜보던 마하나가 귀엽게 눈살을 찌푸린다.

         

       그대로 ‘므앗!’거리며 위풍당당하게 전진한다.

         

       ‘내가 세하를 지켜야 해!’

         

       마하나는 오래전부터 다짐하였다.

         

       은인이자 소중한 사람인 유세하를 위해 그의 방패가 되겠다고.

       그녀는 허리에 손을 올리며 힘차게 소리쳤다.

         

       “므아아! 세하 건드리지 마!”

       “…응?”

       “어머나 이게 뭐야? 귀여워.”

       “…므아?”

       “언니들이랑 같이 놀래?”

       “나, 나도 성인이야! 19살이라고!”

       “거짓말하면 못써~볼 한 번만 만져보자.”

       “나도 만질 거야!”

       “므, 므아아!?”

         

       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무력하게 잡히고 말았다.

         

       여기저기 다른 여자애들한테 강제 귀여움을 당하며 ‘므아, 므아아!’한 비명을 질러대는 마하나.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다짐과 별 상관없이 쓸모가 없었다.

         

       ‘…하, 곤란하네.’

         

       유세하는 짧게 혀를 찼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악의가 없이 그저 친해지려고 다가오는 거라 더더욱 껄끄러웠다.

         

       물론, 그냥 힘으로 윽박지르면 쉽게 해결은 되겠지만, 아무래도 1년 이상은 같이 얼굴 마주치고 지내야 할 동기생들이라 가능한 한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었다.

         

       성별이 다르다는 점도 영 껄끄러웠고 말이야.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

       귓가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멈춰!”

         

       “응?”

       “므, 므아?”

         

       뒤를 돌아본다.

       약 10명 정도 되는 남자 무리가 서 있었다.

         

       전원 동기생인지 1학년 메달을 단 그들은 우르르 달려와 두 쌍둥이를 밀어내고, 유세하와 마하나를 구해(?)주었다.

         

       “우리 영웅을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맞아! 비겁한 여자들아! 힘만 세며 장땡인 줄 알아!”

         

       양팔을 벌리며 호탕하게 소리치는 이들.

         

       전원, 3주 차 대련에서 유세하를 응원하였던 남성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유세하는 희망과도 같은 존재.

         

       지켜보던 도중 영웅의 위기(?)에 이렇게 긴급히 출동한 거다.

         

       “……”

       “……”

         

       여성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등장에 당황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곧 인상을 찌푸리더니, 우르르 몰려와 남자들을 밟기 시작했다.

         

       “악, 악! 폭력반대!”

       “비, 비겁한! 우리들의 각오를 모욕할 셈이냐!”

       “뭐래, 못생기고 힘도 없는 주제에!”

       “꽃미남 꼬시고 있는데 왜 끼어들어서 방해야!”

       “악…! 악! 포, 포상 감사합니다!”

       “으윽! 기분 나빠!”

         

       “……허.”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얼을 빼는 유세하.

         

       누군가 신발에 손을 올렸다.

         

       시선을 내리자, 리더로 추측되는 남자가 ‘척’하고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있었다.

         

       “…야, 너 얼굴 괜찮아? 멍든…-”

       “-거, 걱정하지 마…”

       “뭐?”

       “지원군은…이미 불렀으니까.”

         

       조금도 알아 들을 수 없어 당황하던 찰나.

       익숙한 마력의 파장에 유세하는 지원군이라고 말한 이가 누군지 바로 알아챘다.

         

       쩌적-!

         

       복도 통로를 가득 메꾸는 마력의 파장.

       이는 곧 시리도록 차가운 냉기로 변하며, 모두의 열기를 차갑게 식혔다.

         

       화륵-!

         

       동시에 퍼져나가는 냉기와 완전히 상반되는 뜨거운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힘의 중심에는 두 명의 여성이, 위풍당당한 태도로 서 있었다.

         

       마치 구세주처럼 서 있는 두 여성.

         

       문보라, 그리고 주나용이었다.

         

       “…미친 <설빙>이 왜 이곳에…”

       “<염룡>도? 두, 두 사람 모두 꼭대기층에 배정받은 거 아니었어?”

       “야, 야! 둘 절대 안 올 거라며! 지금 유세하 꼬셔야 한다고 말했던 놈 누구야!”

         

       누구나 인정하는 1학년 기숙사, 서열 공동 1위의 두 사람.

         

       그중 문보라가 먼저 앞으로 나섰다.

         

       “…여기 유세하씨는 저희 팀입니다.”

         

       주나용이 말을 받는다.

         

       “너희들, 우리 애한테 볼일 있으면 먼저 나한테 말해.”

         

       마지막으로 서로의 말이 하나로 뭉쳐진다.

         

       “불만 있으면 나오십시오.”

       “불만 있으면 나오던가.”

         

         

       * * *

         

         

       잠시 뒤.

       두 사람의 기세에 기가 죽은 여성들은 빠르게 흩어졌다.

         

       그 모습에 ‘흥…’거리는 주나용.

         

       힐끗…?

         

       고개를 돌리자, 유세하가 바보 같이 멍때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주나용은 입을 우물거리며 은근슬쩍…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야, 유세하, 마하나 가자.”

       “어? 어어…고맙다.”

       “뭘~치, 친구끼리 돕고 사는 거지.”

         

       유독 친구라는 말에 힘을 주는 주나용.

       자신도 부끄러운지 휙 하고 시선을 돌려버렸다.

         

       “므아아…보라야 고마워.”

       “아닙니다.”

         

       마하나의 감사 인사에 옅게 미소 지은 문보라는 그녀의 머리를 조심히 쓰다듬었다.

         

       “원래 1학년 신입생들의 경우, 텃세나 서열 정리 같은 데에 혈안이라고 합니다. 물론 두 사람의 경우는…조금 질이 다르지만요.”

         

       “므아…그랬구나.”

         

       문보라는 아기 새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마하나의 손을 잡고 천천히 뒤를 이었다.

         

       전방, 유세하와 주나용.

         

       두 사람은 조잘조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주나용쪽이 일방적으로 떠들 뿐이고.

       유세하는 적절히 답변해 주는 거였다.

         

       “……?”

         

       대충 그렇구나 하는 느낌으로 바라보던 문보라는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새삼스러운 거긴 하다.

       처음부터 계속 보였던 거니까.

         

       “그래서,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팽진아 언니…아니 교수님 공통 과목이…-”

         

       유세하의 옆에 착 달라붙어 종알종알하는 주나용.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별생각 없이 멍청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세하.

         

       문보라가 주목하는 건 바로 주나용이었다.

         

       정확하게는……

         

       ‘…저거 언제까지 유지할 생각인 거죠?’

         

       그녀가 그의 목에 팔을 두른 행위였다.

       사실, 행위 자체는 별 대단한 건 아니다.

       친근한 사이라면, 누구나 자주 하는 그런 거니까.

         

       ‘…하지만.’

         

       문보라가 신경 쓰이는 건, 알게 모르게 주나용의 얼굴에 감도는 홍조였다.

         

       자신이 보기엔 그저 부끄러워하는걸, 애써 감추려는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문보라는 약간 뿌루퉁한 얼굴로 바라보다 곧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그럴 수 있죠.’

         

       만약 제가 주나용이었다면…

       유세하를 대하는 태도가 여러모로 복잡할 테니까요.

         

       ‘팽진아 교수님의 수제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라이벌.’

         

       여기에 목숨을 걸고 도와준 은인이기도 하다.

         

       주나용으로서는, 유세하에 대한 감정이 여러모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거리감도 조절하기 어려울 테고 말이다.

         

       ‘…뭐, 둔감한 유세하씨는 별 생각이 없겠지만 말이죠.’

         

       상황을 대충 이해한 문보라.

       원래라면 여기서 끝났을 거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문보라는 아주 실낱같은 생각을 하였다.

         

       정말 너무나도 찰나 같지만, 틀림없는 한 생각.

       지금, 이 모습이…

       주나용이 저리 재잘거리며 팔을 두르는 행위가…

         

       ―보기 싫다고.

         

       멈칫.

         

       문보라는 자리에서 멈춰 섰다.

       지금…

       자신이 뭐라고 생각한 거지?

         

       “므아아? 뭐 떨어졌어?”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손을 저은 문보라는 서둘러 뒤를 따랐다.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대체 저는…’

         

       왜 방금 같은 무례한 생각을 한 거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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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I Became a Cheat-Level Munchkin 5★ Character

사기급 먼치킨 5★ 캐릭터가 되었다
Score 6.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Gonis Archive Life》 ‘GAL’ for short. I found myself possessed into the world of this game. Not only that, but I became a 5★ character from the very start, The only male character with ridiculously OP abil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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