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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오호, 키가 컸나?”

    그동안 도통 키가 클 생각을 하지 않아서 설마, ‘불로’라는것이 성장마저 멈춰버리는것인가 하고 고민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정상적으로 크긴 하는 모양이다. 

    아마 드래곤하트가 뭔가 성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던걸지도 모르겠다.

    4cm나 크다니, 이제 140cm로군.

    이 급격한 성장의 원인이 서클의 증가인지, 수인화(라고할지 용화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만약 1서클이 오를수록 4cm씩 자라는 거라면, 168cm까지 자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보다 더 커질수 있다면 크는게 좋겠지만.

    ‘그래, 언제까지고 꼬맹이인 몸으로 있을 수는 없지.’

    레니에가 죽은 지금, 이제와서 ‘불사’따위에 큰 의미는 없으니까.

    파이가 벽에 펜으로 표시를하는 루크에게 키가 컸냐고 묻는듯 하여, 루크는 허밍으로 답한다.

    ‘그래,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자랐구나.’하고.

    벽에 키를 재면서 콧노래를 부르는 루크를 물끄럼히 바라보던 예르나는 외출준비를 하면서 생각했다.

    ‘저모습이 어떻게 5000년 전의 대마법사야.’

    그리 생각한 예르나가 나가기전 루크에게 말했다.

    “루크, 언니는 잠깐 어디좀 갔다올테니까, 일 생기면 전화해. 혹시 또 변신하면 절대 숙소 밖으로 나오지 말고.”

    “알겠다, 그리하지. 헌데 어딜 가는겐가?”

    “응, 네 속옷이랑 잠옷좀 사러. 그리고, 교복도 수선해야되고.”

    이게 다 수인족 아이들이 꼬리가 난 후에 해야하는 작업들중 하나.

    수인들은 꼬리에 많은 감각을 내포하고있기 때문에, 감싸두면 큰 답답함을 느낀다.

    움직임을 저해시키면 균형을 못 잡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로 수인에게 꼬리는 눈이나 귀만큼이나 중요한 신체적 감각기관이다.

    그래서인지, 과거에도 수인들은 약점임에도 불구하고 꼬리만은 내놓고 다니고는 했다.

    때문에 수인공학적으로 설계된 의상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이었다.

    “아, 그렇군. 그럼 부탁하겠네.”

    꼬리구멍이 따로없는 속옷은 역시 불편했으니까.

    ——

    어느 한적한 칵테일 바.

    대낮임에도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가 꽤 인상적이지만, 손님은 단 한명밖에 없었다.

    그것은 단지 이 시간에 술집에 죽치고 있을만한 사람이 없기에 그런거라고 보기엔 조금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애초에, 대낮에 장사가 안되면 닫는게 시장원리이지 않은가?

    그탓인지, 이 술집에는 다른 술집과는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짤랑.

    문 끝에 매달린 방울이 소음을 냈다.

    그러자 들어오는 사람의 인상을 확인한 바텐더가 아는척을 했다. 

    마치 단골인것처럼.

    “카리나, 정말 오랜만이로군. 20년 만인가?”

    “대장님, 전 이제 카리나가 아닙니다만.”

    “그렇게치면 나도 지금은 네 대장이 아니지, 안그런가?”

    “하긴, 그렇군요.”

    “자아, 일단 앉자고.”

    한차례 대화를 주고받은 후 예르나가 적당히 바텐터의 앞에 앉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오랜만에 본 부하에게 뭐라도 대접하고싶지만…….”

    “바로 용건으로 넘어가지요.”

    한껏 날카로워진 예르나의 눈빛을 능청스럽게 받아넘긴 남자는 어깨를 한차례 으쓱하고는 말했다.

    “그래, ‘드래곤하트’라……. 그런걸 찾는 이유가 뭔지 알려주겠나?”

    “비밀입니다.”

    “그래, 꽤나 중요한 일인가보지? 정보, 정보라. 그래, 드래곤하트라는게 워낙 희귀하고 비싼 거다보니까…….”

    “최근 거래내역이나 단서도 없나요?”

    “글쎄. 드래곤하트가 워낙 희귀한 물질이어야 말이지. 작은 단서라도 찾는건 쉽지않다고.”

    남자가 여전히도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휘파람까지 불어대자, 예르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어렵게 찾았단 말이군요.”

    “맞아. 좀 어려웠어.”

    하하하! 하고 웃어보인 남자가 아래쪽으로 고개를 숙이더니 미리 준비해둔 서류들을 꺼내 내밀었다.

    “기밀 데이터베이스 검색기록에도 안 올라와있는 옛날 자료들을 하루꼬박 뒤졌다니까.”

    “정말 수고하셨어요.”

    그가 서류를 받아든 예르나는 그것을 탁탁 치면서 가지런히 정리했다.

    드래곤하트, 현재는 남아있지 않은 용의 잔유물이다.

    이 극도로 희귀한 자원의 정체는 바로 압도적인 마나감응력을 토대로 경악할 수준의 마력압축률을 보여주는 마력 매개체.

    아마 루크의 심장은 이걸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겠지, 그러면 루크의 그 말도안된다는 마나감응력도 설명이 되고도 남는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그것을 가슴에 박아넣으려면 일단 드래곤하트를 손에 넣어야 했을 터…….

    그 과정을 밟아올라가면 언젠가 루크를 ‘제작’한 녀석들에게도 닿을 수 있겠지.

    그렇게 정리한 서류를 확인하는 예르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것은 ‘프로이튼’가문이라는 글자였다.

    “그쪽이 가장 최근에 드래곤하트를 거래한 가문이야.”

    “그렇군요. 상대는 모르는건가요?”

    “몰라. 정보가 전혀 없더군.”

    “그거, 아주 수상하네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대런.”

    “천만에. 필요한 지원이 있으면 부르라고.”

    “이제 폭력이랑은 완전히 손 터신줄 알았는데.”

    그는 손을 휘휘 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부업을 해야겠더라고. 요즘 술집 하나만으론 먹고 살 수가 없거든. 그래서 어떻게, 쓸만한 녀석들 많아.”

    “음, 나중에요. 이제는 제 경력도 경력이라.”

    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긴, 신입때도 넌 혼자서 잘 해먹었었지. 그때 생각하면, 어후……. 그때 어떻게 그랬나 싶지않더냐?”

    “이제와서 보면 부끄러운 과거네요.”

    예르나는 씁쓸하게 웃어버리고는 서류를 챙겨 술집을 떠났다.

    ———-

    예르나는 미리 루크에게 예고했던대로, 잠옷종류와 속옷류를 구매해서 돌아왔다.

    잠옷은 평소에 입던것과 같은 평범한 잠옷과, 일전에 메리의 숙소에서 빌려입었던 것과 조금 닮은, 원피스 느낌이 나는 잠옷이 있었다. 그리고 참 요상해보이는 잠옷도 하나.

    “대체 무엇하러 잠옷을 3종류나 샀는가. 두개만 있어도 충분히 돌려입을텐데. 이건 조금 낭비로군.”

    루크는 옛날 300만길의 사건이후 예르나의 돈 지출에 깐깐해지고 말았다.

    더이상 금전적으로 예르나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예르나는 그런 루크를 향해 하하,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다 귀여울 것 같아서.’라는 말은 그냥 삼켰다. 

    귀엽다는 말은 별로 안좋아하는걸 아니까.

    “뭐, 아무튼 고맙군.”

    “일단 속옷부터 입어봐. 혼자서 입을 수 있어?”

    “그야 당연하지않은가.”

    뭐, 속옷이야 과거엔 그다지 세분화되어있지 않았던게 사실이고 처음 받았을때는 꽤 신기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옛날엔 그래, ‘속옷’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안쪽에 면을 덧대어 입기는 했지만, 그게 옷이냐 물으면 아닌 수준의 천조각이었고.

    하지만 익숙해진 지금은 옷을 입기 전 속옷을 입는것이 너무도 당연한 행위임을 안다.

    라고 생각하며 예르나가 사온 속옷세트를 꺼낸 루크는 그것을 보면서 조금 당황했다.

    꼬리부분에 난 구멍이 왠지 파렴치해서.

    꼬리없는 사람들이 입으면 그냥 엉덩이골이 그대로 드러나게 생겼다.

    하지만 이번에 있을 속옷의 변화는 루크에게 또 한번 새롭게 다가왔다.

    루크가 받은것은 어린이 수인용 드로워즈.

    꼬리뼈 부분에 중형 사이즈의 구멍이 뚫려있다는 점이 일반용과의 차이점이었다.

    수인에게 꼬리란 보통 2차성징의 상징과 마찬가지였기에, 예르나는 직원의 권유로 상하 두 피스로 구성된 세트의 물건을 구매했다.

    덕분에 디자인이 따로 논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흠…….”

    어찌되었든 입기는 해야겠지.

    이 시대에서는 옷을 입기전에 속옷을 입는것은 그야말로 상식이니까.

    사실 상의쪽은 기존의 옷들과 별로 다를 것도 없이 입으면 되었기에 별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하의는 조금 달랐다.

    애초에 신체에 없던 기관이 새로 생겨난 곳이므로.

    입는 과정은 다리 하나가 더 있는 사람이 바지를 입는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뭐, 꼬리제어는 이제 쉬웠기에 입는데 문제라고 할 것은 없었지만, 속옷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털들을 밖으로 빼내는것에서 루크는 조금 오묘한 감각을 느꼈다.

    ‘으음, 내가 살아서 속옷에 말려들어간 꼬리털 정리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군…….’

    실로 그랬다.

    그것이 별로 오래 걸릴만한 작업은 아니라서 금방 끝나기는 했지만, 그런 과정이 생기고야 말았다는 점이 루크에게는 이제 자신이 완전히 ‘인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키메라……. 인가.’

    루크는 자조하듯 웃었다.

    용, 마수, 그리고 아직 알 수 없는 희미한 존재감 하나. 그중에 자신이 루크 이루시임을 증명할 특징이라곤 겨우 왼눈에 간신히 구색만 갖춘 마력시 하나.

    그마저도 5000년 후의 사람들에겐 증거조차 되지 못할 자그마한 흔적.

    어째서 ‘루크 이루시’ 그대는 내가 ‘루크 이루시’라고 생각할 정도의 자아를 남겨두었는가? 반드시 그럴 필요가 있었나? 글쎄, 지금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키메라에게 기억을 담을 필요는 없었다.

    기억을 담는다해도, ‘루크 이루시’로서의 자아를 집어넣기보다는 새로운 하나의 자아를 탄생시키는게 훨씬 효율적이었을 터다.

    ‘나는 그토록 효율을 따지지 않았던가.’

    내가 루크 이루시이기에 알 수 있다. 그것이 훨씬 이치에도 맞고, 리스크도 없는 행위임을.

    하지만……. 그래, 고민해봤자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다.

    맞춰야할 퍼즐조각이 없는데 어찌 퍼즐을 완성시키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몸을 돌리자, 예르나가 인자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어때? 혼자서도 입을만 해?”

    루크는 조금 곤란하다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그래. 휴우. 이거, 역시 조금은 불편하구나. 구멍 밖으로 빠지지 않은 털이 자꾸 신경쓰여서…….”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렇겠지.”

    예르나는 그 외에도 수인용 스타킹이라던가, 수인용 바지나 치마 같은것들을 스윽스윽 꺼냈다. 

    스타킹은 평소에도 루크가 자주 입고다니고는 했기 때문이었을까, 이번에도 빠지질 않았다.

    그리고 모두 꼬리부분에 구멍을 낸 수인체공학적 설계를 여실히 따르는 중인 의상들이었다.

    “자, 여기 넣어둘테니까, 나중에 편한대로 입어.”

    예르나가 루크가 입을 잠옷 하나를 제외하고 옷서랍에 루크가 선택하지 않은 옷가지들을 잘 개어서 집어넣었다.

    루크는 잠옷의 단추를 여미며 고개를 끄덕임으로 답한다.

    “알겠네. 정말 고맙군, 예르나.”

    “그나저나, 오늘 아침에 키 재보는 것 같던데, 어때? 얼마나 큰 것 같아?”

    “으음, 4cm정도다. 이제 나의 키는 약 140cm라고 말할 수 있겠구나.”

    “그, 그러니?”

    예르나는 루크의 해맑은 표정과 들뜬듯한 목소리에 살짝 당황했다.

    4cm가 그리 극적인 성장인가. 물론 일반적으로 4cm의 성장은 괄목할만한 성장이 맞다.

    그 미묘한 생김새의 용으로 변했을때는 거의 3m수준이던 아이가, 고작 4cm 컸다고 좋아하는것이 조금……. 

    ‘귀엽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예르나가 사온것중엔 물론 삼각팬티도 있지만….

    그건 여러분들의 상상으로 남겨두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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