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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 * *

       

       

       

       콘스탄티노플은 일단 위치로만 보면 수도로서 최악이다.

       

       지금은 뭐 여차할 때, 이탈리아 해군이 포격할 수도 있지 않은가.

       

       만일에 영국과 다시 마찰이 일어나면 그때도 마찬가지고.

       

       당장 오스만도 콘스탄티노플이 독일 전함의 위협에 노출된 적이 있으니까.

       

       해군이 재건되지 않은 러시아 함대로는 이탈리아도 상대하기 버거울 거다.

       

       

       “그건 좀 무리겠죠. 아나톨리아와 그리스를 완전히 우리가 얻지 않는 한 그건 안 되오.”

       

       

       지금 상황에서 비잔티움 재건을 명분으로 튀르키예와 그리스 정벌을 외치는 건 절대 안 될 일이고.

       

       로마 국민당도 그걸 모르지는 않는지 헛기침을 했다.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다들 현실적으로 반응했다.

       

       

       “하긴 뭐. 모스크바도 근본이긴 하죠.”

       “차리나께서 모스크바에 의미를 두셨으면 그렇게 하지요.”

       

       

       애초에 차리나가 모스크바를 바라는데 굳이 제3의 후보를 둘 필요가 없다.

       

       오히려 차리나께서 콘스탄티노플로 옮기고 싶다고 한다면 진지하게 논의를 했겠지만, 모스크바에 뜻이 있으면 콘스탄티노플로 갈 이유가 없다.

       

       

       “그럼, 모스크바로 결정합시다.”

       “공식적으로 모스크바로 결정이군요.”

       “선대 차르의 유해도 대천사 성당으로 옮겨야 하니. 정교회에도 연락을 해야겠죠.”

       

       

       모스크바로 결정된 상황에서, 로마 국민당의 한 사람은 영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찌하여 전지전능한 아나스타샤 차리나께서 직접 나오시지 않고, 저 진보당 나부랭이들이 수도와 유해 이야기를 꺼내는가?

       

       아무리 나라를 망쳤어도 한때 차르였던 자의 시체를 국가 두마에서 해결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물론, 결론은 모스크바 대천사 성당으로 옮겨지는 것이긴 하지만. 어째서 차르께서 직접 의제를 해결하지 않으시나?

       

       로만 폰 운게른슈텐베르크.

       

       저 아시아에 나가 있는 그리고리 세묘노프 대신 이 자리에 사실상 로마 국민당 당수로 있는 그는 그게 너무나 불만이었다.

       

       하여 그는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말입니다.”

       “운게른 대장,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겁니까?”

       “폐하께서는 굳이 왜 진보당 당수에게?”

       “음.”

       

       

       게오르기 리보프는 잠시 말을 아꼈다.

       

       그야 이건 정말 두마에서 좀 제대로 해보라고 차리나가 기회를 준 것이니까.

       

       국가 두마에 권력을 이양했음에도 차르의 권력이 여전히 대단했다.

       

       인간적으로 지금 시대에 직접 총알과 포탄이 떨어지는 전장에 직접 나타나 전투를 치른 차르인 만큼 그 권위는 당연하긴 하지만.

       

       차르께서는 진지하게 두마에서 해결하기를 원했고, 두마에서 제대로 해보라고 숙제를 내린 거다.

       

       하지만, 저 운게른은 지독한 군주주의자다.

       

       아니, 로마노프 황실의 충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뭔 일이 터졌다고 여기고 있겠지.

       

       

       “폐하께 무슨 변고라도 생기신 것입니까?”

       

       

       아, 저것 봐라.

       

       벌써 하루 안 보인다고 저러고 있다.

       

       게오르기 리보프는 한숨을 푹 쉬었다.

       

       차르 본인이 싫다고 해도 이제는 모두가 차리나에게 의지하는 형편이다.

       

       간판은 갈았지만, 여전히 이 나라는 전제정이나 다름없었다.

       

       게오르기 리보프도 봐온 것이 있으니, 그래. 뭐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이렇게 차르의 권한을 두마에서 인정해 버리면, 게오르기 리보프 본인이 차리나인 아나스타샤에게 혼난다는 것이 문제다.

       

       당장 혼인 문제가 두마에서 거론되었을 때는 특히 더 많이 혼났었지.

       

       

       “아니, 그냥 두마의 의견을 존중하니 두마에서 해결하라 하시더군요.”

       “아, 그래. 두마에서 해결할 일이지요. 참. 크흠흠.”

       “그리고 폐하께서는 학자들에게 좀 투자하고 싶은 모양이오.”

       “나쁘지 않겠죠. 그 아인슈타인 박사가 상당한 인물로 알고 있습니다.”

       

       

       학자들에 대한 지원도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이 자리에 있는 의원들은 볼셰비키와는 다르게 러시아를 제대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 찬 인물들이었으니까.

       

       

       “그 학자만 말고, 백군부에도 예산을 좀 할당하면 좋겠습니다만.”

       

       

       로마 국민당에 소속된 백군부의 장성들도 이때가 기회라고 나섰다.

       

       지금 백군은 한명 한명이 정예화되어있으나, 여전히 무기의 질은 떨어진다.

       

       이제야 표도로프 자동소총을 제대로 쓰는 단계고. 뭐 그나마도 구제국시절에 외국에 의탁해서 생산하던 총을 자국에서 생산한 거니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지만, 전차나 항공기는 많이 부족했다.

       

       

       “폐하께서 독일의 카이저와 협상하여 전차와 전함, 항공기에 대한 기술자들을 넘겨주기로 했으니. 그때 예산을 책정합시다.”

       

       

       카이저와 아나스타샤의 회담은 전차와 전함 관련 기술 협력만 있었지만, 외교부에서는 독일제국(동프로이센) 외무성과 협상해서 전투기 기술까지 협력하게 되었다.

       

       여기에 시코르스키의 비행장에서 열심히 공군 전력 강화에 힘쓰고 있으니, 미래에 러시아의 공군은 백군부에서도 기대중이었다.

       

       

       “알겠습니다.”

       “유대인 문제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유대인 문제도 거론되었다.

       

       폴란드에서 넘어온 상당수의 유대인은 지금은 비록 말을 바꿔서 친유대 정책을 펼친다고 하지만, 오랫동안 반유대국가였던 러시아에도 골칫거리였으니까.

       

       적백내전 때는 최소한 같이 총을 들거나, 뒤에서 자본으로 돕기나 했지. 폴란드에서 넘어온 이들은 아니었으니까.

       

       

       “처음에는 좀 소란이 있었으나, 정착을 지원해 준다고 하니, 대부분은 북만주행을 결정했습니다.”

       “그건 다행이군요. 북만주가 아직 만주족이나 한족이 남아있어 유대인들을 보내 인구를 섞어놔야 합니다.”

       “조선인 이주 관련해서는 알아보셨습니까?”

       

       

       북만주로 유입되는 조선인들.

       

       두마에서는 최근에 극동의 문제도 주시하면서 유입되는 조선인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본래는 차르에게 올릴 안건이기도 했지만. 이 정도는 두마에서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두마 자체에서 알아보았다.

       

       특히 이번 일이 아시아 기마사단에 깊게 관련된 일인만큼. 일단 알아봤는데.

       

       

       “알아본 바로는, 일본 본국에서 만철로 이주한 조선인들이 일본에 불만을 품고 북만주로 이주한 거 같습니다만. 백군부에서도 아시아 기마사단을 통해 알아보셨겠지요?”

       “그런 자도 있고, 우리 아시아 기마사단의 조선인 부대를 지휘하는 홍범도란 자에게 의탁해오는 조선인들이 있다고 합니다.”

       “흠, 나쁘지 않군요.”

       

       

       북양 정부에서 만주 일대의 만주족과 한족들에게 화북 일대로 이주할 것을 장려하면서 많이 빠지긴 했으나, 여전히 남은 수는 많았다.

       

       여기에 유대인과 조선인들까지 들어오면다면야 뭐.

       

       그것도 갑작스러운 이주로 치안이 안 좋은 상황에서 아시아 기마사단의 규모가 늘어 치안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았다.

       

       

       “중국 북양정부와 호법정부의 내전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여전히 서로 진흙탕 싸움인 듯합니다.”

       “아직도요? 호법 측에는 우리 군사고문단이 가지 않았습니까?”

       

       

       대러시아의 군사 고문이 가 있는데, 이렇게 미적거린다는 말인가?

       

       물론 느릴 거라곤 예상했지만, 백군부는 그래도 러시아 군사고문까지 받은 작자들의 수준이 너무 처참했다.

       

       

       “반대로 북양정부 측은 일본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차리나께서는 천중밍이란 자를 후일 중국의 지도자로 찍고 계시는데, 이대로 둬도 되겠습니까?”

       

       

       차리나께서 천중밍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곧 다음 중국의 지도자를 지원한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을 끌어서 괜찮을까.

       

       

       “군벌들이 통합되지 않아 진흙탕 같기는 해도 호법 쪽이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양정부는 물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다행이긴 합니다만.”

       

       

       그건 다행이지만, 문제는 다른 것도 있었다.

       

       이런 식으로 겨우겨우 승리하면, 차리나께서 미는 천중밍이라는 자가 과연 중국의 지도자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그래도 이대로 가면 천중밍이 제대로 중국의 지도자가 되기는 힘들지 않겠습니까. 우리와 직접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해도 군벌들이 너무 많으니 말입니다.”

       

       

       북양정부 측에서 반발하는 군벌들이 있어 호법에 밀리고 있지만.

       

       반대로 호법도 쑨원이란 이름 아래에 겨우 묶인 형태고, 북양정부가 밀려나고 나면 내부 분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군벌들이 많으면 문제가 있습니까?”

       “군벌들이 많다는 건 곧, 천중밍 이 자가 나중에 중국의 지도자가 될 때, 무력을 믿고 반발한 자들이 늘어난다는 뜻이오.”

       

       

       특히 중국 같은 경우에는 당장 지금 해도 호법 정부도 군벌집합체나 다름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호법정부가 북양정부를 이기고, 천중밍이 쑨원을 축출한다 해도. 과연 제대로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그럼 천중밍 그자가 운 좋게 지도자가 되어도. 금방 다시 내전에 빠져들게 되어있습니다.”

       “어차피 다른 자들도 전쟁에서 피해가 클 텐데요?”

       “완벽하게 그자가 앞서서 승리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내전을 길게 끌다 보면 후일 그자의 자리를 노릴 경쟁자들이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천중밍이 앞서고 있다고는 해도 오히려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쟁이 오래갈수록 누군가는 천중밍과 비슷한 공을 세울 수도 있고, 누군가는 천중밍의 뒤에서 힘을 키워 뒤를 노릴 수도 있는 일.

       

       그렇게 되면 완벽하게 천중밍이 정국을 휘어잡기는 힘들다.

       

       

       “그럼 개입을 해야 합니까?”

       “외교부에서는 그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여기서 개입하게 되면 십중팔구 일본과 부딪칠 게 뻔했다.

       

       

       “더 많은 개입은 아무래도 힘듭니다. 괜히 일본과의 관계도 현재로서는 약화시킬 이유가 없고요.”

       

       

       러시아는 이제 많이 발전해왔지만, 그렇다고 아직 극동에서 일본과 마찰을 해서는 안 되었다.

       

       애초에 지금 너무 개입을 하면, 영국이나 프랑스 쪽에서도 러시아 요새 너무 까분다며, 시비를 걸어올지도 모를 일이고.

       

       딱 지금 수준에서만 호법이 이기고 천중밍이 이기길 바라야 한다.

       

       

       “참나. 지켜볼 수밖에 없다니.”

       

       

       연성자치론자. 천중밍.

       

       알아보니 중국의 연성자치란 러시아의 합중국 체제의 바로 이전 단계라고 한다.

       

       한 번에 뒤집힌 러시아와 다르게 중국은 인구와 군벌이 너무 많아, 바로 합중국 단계로는 가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 걸 생각해 보면 군주제가 있는 것이 낫기는 하다.

       

       이쪽은 적어도 로마노프를 구심점으로 모인 백군이 모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차리나께서는 이 모자라 보이는 천중밍을 다음 중국의 지도자로 선택하셨다.

       

       이건 분명히 천중밍과 직접 회담을 한 차리나께서 더 잘 알 것이다.

       

       

       “흠. 이건 폐하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아나스타샤의 의도와는 다르게.

       

       새롭게 채점할 것이 늘어만 갔다.

       

       

       * * *

       

       

       역시 나는 놀 팔자는 아닌가.

       

       벨카와 좀 뛰어 놀고 있는데. 총리 크리보셰인이 찾아왔다.

       

       

       “중국에서요?”

       “네. 너무 진흙탕 싸움입니다.”

       

       

       호법정부와 북양정부의 전쟁이 오래가고 있다라.

       

       

       “그들이 머릿수를 줄여주면 우리에게는 좋은 일 아닙니까?”

       

       

       그래. 호법 정부가 완전히 교착상태면, 그건 분명 좀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명색이 도와줬는데 제대로 이기지 못하면 러시아의 체면이 좀 그렇지 않은가?

       

       

       “그래도 명색이 백군부가 직접 보낸 군사고문들인데. 음, 너무 내전이 지지부진하면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흠. 그런데, 그건 뭐. 감안해야지.

       

       애초에 그런 체면을 차릴 이유가 없다.

       

       호법 정부도 상황을 보니 실제 역사보다 더 처참한 상태에서 시작한 거 같은데.

       

       군사력 꼬라지 만들어준 것도 업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괜찮습니다. 애초에 질 뻔한 걸 멱살 잡고 대등하게 끌어올리지 않았습니까? 더군다나 그렇게 힘이 줄어들면, 북만주 일로 우리에게 감히 뭐라 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게 그렇긴 합니다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그런데요?”

       “내전이 지지부진하면 천중밍이란 자의 세력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천중밍이?

       

       아, 그렇겠군. 내전이 오래 걸릴수록, 천중밍에 필적할 군벌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흐음. 그렇군요. 내전이 호법정부가 승리한다 해도 그 과정에서 성장할 다른 군벌들도 있을 테니.”

       “예. 하여 폐하께 조언을 듣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나한테 조언을 듣겠다고.

       

       흠, 그래. 조언이라.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나.

       

       난 애초에 현상유지를 바라고 있으니까.

       

       연성자치까지 중국은 피를 최대한 흘려줬으면 하거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 벨카 나온다고 이상한 상상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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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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