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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당연하겠지만 시엔은 처음부터 나의 말을 신용하지 않았다.

        마탑이 멸망하기까지는 단 4일밖에 남지 않았고, 누가 봐도 수상쩍은 나의 이야기를 믿고 따르기엔 위험이 큰 탓이었다.

       

        그러나 시공간이 쉽게 뒤틀리는 마탑의 특성상 세계선은 일반적인 산맥의 몇 십배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그 안에서 사람의 흔적을 뒤쫓는 건 치안대의 추격조라 해도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번개 마법을 다루는 클락 데스몬드는 신출귀몰하고 용의주도하기까지 해서 철저히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다녔다

        대략 하루 반나절의 시간을 낭비한 그녀는 십자가에 묶여있던 나를 다시 찾아왔다.

       

        “멸망을 가져올 마법사의 위치를 알 수 있다고 했지.”

        “클락이요?”

        “그래, 감히 정보부장인 나를 성희롱한 것에 대한 처벌은 면하게 해줄테니 지금부터 빠르게 이쪽에 협조하도록 해.”

        “분부대로 합죠.”

       

        혹여 도망갈 것을 염려했던 것일까.

        구속은 풀지 않은 그대로였지만 추격조에 합류하게 되었다.

        기감 덕에 메릴린의 위치 뿐 아니라 그녀가 찾고자 하는 사탕의 방향과 거리까지 실시간으로 머릿속에 들어오는 상태.

        덕분에 한 발 늦게 치안대가 메릴린을 뒤쫓으며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

        흑발미소녀팬클럽회장

        [저희 모두 시엔쟝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아봐요~]

       

        서로이웃 분들께만 공개되는 게시물입니다

        사진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개추와 함께 댓글을 남겨주세요

       

        [추천 6978 / 비추천 211]

       

        — 와 제가 찾던 시엔쟝 셀카 여기 있었네요~

        — 이 자식 방금 개추라고……!

        — 비밀 댓글입니다

        — 비밀 댓글입니다

         ㄴ 흑발미소녀팬클럽회장 : 비밀 댓글입니다

        — 아 또 낚시임? 개열받네 ㅋㅋㅋㅋ

        — 갤러리는 니들 팬클럽 놀이터가 아니에요

         ㄴ 대문 보니까 맞는 거 같던데? ㅋㅋ

        — 역시 1군 호감고닉

        ====

        ====

        흑발미소녀팬클럽회장

        [100%확률로 시엔쟝이 악의의층에서 드레스 입고 찍은 셀카]

       

        ([58.32MB(마력바이트)] 동물 친구들의 성기 모음집.jpg+gif)

       

        0%의 확률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

       

        — 크아아악!!!

        — 이 개새끼야!!!!

        — 내 살다살다 방구석에서 갤질하면서 이딴 끔찍한 사진들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 세계 멸망이 하루 남았는데도 착실히 분탕치는 모습이 인상적인 거에요~

         ㄴ 뭐야, 오늘 마탑 서비스 종료임?

        ====

        ====

        흑발미소녀팬클럽회장

        [개추 1만개 받으면 시엔쟝 복사뼈 핥는 사진 인증함]

       

        제곧내

       

        [추천 9912 / 비추천 461]

       

        — 캬

        — 제발 인증좀

        — 또 구라 아냐?

         ㄴ 진짜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사진들도 잔뜩 있어서 안믿을 수가 있어야지 ㅋㅋㅋㅋ

        — 이 새끼가 진짜로 인증하면 난 마탑에서 뛰어내림

        — 요즘 념글은 개추 주작밭이냐? 아주 한 새끼가 독식하고 있네

         ㄴ 빠와 까를 미치게 만드는…….

        ====

       

        물론 이동 중엔 틈틈히 갤질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차피 십자가를 나르는 건 내가 아니라 다른 치안대의 대원들이니 산을 탈 때보다 훨씬 편했다.

        마치 토템처럼 추격조 한 가운데 떡하니 서 있으니 메릴린도 이들을 보고 피하기 쉽겠지.

       

        쿠르르릉!!

       

        셋, 아니 앞으로 둘.

        또 하나의 표적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며 속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그녀가 얼마 남지 않은 사탕들을 수집할 때까지 시간만 벌면 시련도 자동으로 통과였다.

        아직까지 의문으로 남아있는 것은 세계선에 입장한지 6일이 되는 시점에 마탑이 멸망하는 이유 뿐.

        이것만큼은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였다.

       

        ‘내가 사라진 거랑 마탑이 망하는 게 대체 무슨 상관이지?’

       

        물론 생각보다 많은 게 바뀌긴 했다.

        프리나는 살살이 대신 44층에 수장되어 버렸고, 시엔은 정보부장으로 승진했다.

        비나는 얼음마법이 메테오가 아니라는 나의 가벼운 도발에 넘어가 니플헤이르의 이름으로 다른 모든 학파에게 전쟁을 선포하긴 했으나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었다.

       

        뭐, 의문인 채로 남겨두는 것도 가끔은 필요한 일이겠지.

        걱정을 내려놓은 나와 반대로 시엔은 조급한 기색이었다.

        그녀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십자가에 묶인 내게 다가와 중간에 박힌 창대를 툭툭 건드렸다.

        손을 쓰지 못해서인지 신발끈의 매듭이 헐거워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또 한발 늦었잖아……! 너 위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맞는 거야?”

        “으음,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저 산등성이 쪽이었나?”

        “이번에도 실패하면 우리까지 모조리 죽을지도 모르는데 집중 안 할래!?”

        “시엔 님 복사뼈가 너무 예뻐서 다른 건 눈에 안 들어와요.”

        “뭐어!?”

       

        쿠르르릉!!

       

        앞으로 단 하나.

        나는 조금 전 갤러리에 썼던 글을 떠올리며 시엔에게 밧줄을 풀어달라고 말했다.

        개추 1만개를 넘겼으니 약속대로 인증도 할 겸 시간을 조금 더 끌어 보기 위해서였다.

       

        “신발끈을 다시 묶기 어려우실 것 같은데 제가 도와드릴게요.”

        “됐어 너한텐 안 맡겨. 그리고 왜 하도 많은 부위 중에 복사뼈인데!? 나, 남자한텐 좀 더 본능적으로 끌리는 부위가 있잖아? 그, 그런 곳이나 저런 곳 같은…….”

       

        뭘 모르는군.

        세상에 얼굴 예쁘고 가슴 큰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남들이 신경쓰지 않는 은밀한 부위까지도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갖기란 쉽지 않다.

        특히 골반에서부터 이어지는 여성스런 곡선의 완성을 담당하는 발목 부근은 그야말로 타고나야 하는 것이었다.

        눌린 자국이 언뜻 비치는 복사뼈가 얼마나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가.

        내가 만약 시엔이 신은 검은 단화라면 이래저래 산을 타며 발목이 꺾일 때마다 맞닿는 부분에 키스하는 셈이었다.

       

        “너허는 지, 진짜…… 벼, 변태 같은……!”

        “생각해보니 메리리린은 반대 방향이었던 것 같기도…… 아, 내가 메리리린이었나?”

       

        장래 시엔의 신발이 되는 것이야말로 나의 소원.

        과학 시간에 배운 태양 복사 이론보다 더욱 열심히 공부한 시엔 복사뼈 이론을 제창하자 그녀는 부끄러움에 목이 매여 어쩔 줄 몰라했다.

        이런 마법사가 존재하는 세상이라면 멸망하는 게 낫다고 여길 법도 하건만, 착한 시엔은 결국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마음먹었다.

        몸을 조여오던 밧줄이 풀리자 실로 오랜만에 땅을 밟는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으득, 딱 한 번만이야. 끈만 매면 다시 출발할 거야.”

        “정말요!?”

        “냄새 맡거나 신발 가져가는 것도 금지. 그, 그리고 당연히 깨무는 것도 안 돼……!”

        “네네네네넵.”

       

        이렇게 쉽게 허락해 주다니.

        이건 다음에 본래 세계선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제안해볼 필요가 있겠군.

        나는 기쁜 마음으로 꼼지락거리는 시엔의 발을 향해 달려들었다.

        앙증맞은 발가락과 새하얀 피부가 인상적이었다.

        망설이던 나는 말랑한 발바닥을 가지고 놀다 슬쩍 발목에 입을 가져다댔다.

       

        “꺅!? 아, 안 된다고 했잖아!!!”

       

        퍽!

       

        핥지 말라는 말은 없었는데.

        곧장 힘이 실린 발길질이 날아왔다.

        나와 안면을 트지 않은 이곳의 시엔은 호감도가 바닥이나 다름없었다. 

        한참 씩씩대던 그녀는 서슬퍼런 눈빛으로 내게 경고했다.

       

        “멀쩡하게 생겨서 하는 행동이라고는…… 너는 여기서 나가면 요주 감시 대상에 올릴 거야.”

        “요주 감시 대상이라면…….”

        “마탑에 위협이 되는 세력을 정보부에서 따로 체크하고 있지. 지금 제일 급한 건 은익 기사단 놈들이지만 너도 명단에 넣어야겠어.”

        “은익 기사단이요?”

       

        정수리를 꾹꾹 눌리던 내가 움찔하자 시엔이 기겁하며 발을 치웠다.

        예쁘게 묶인 신발끈을 바라보던 그녀는 오묘한 표정을 짓더니 그들이 얼마나 무서운 단체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들어본 모양이네. 지금 마탑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세력이지. 테러, 방화, 학파간의 갈등이나 전쟁 유도 등…… 얼마 전 니플헤이르의 심기를 건드린 것도 녀석들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정 중이야.”

        “그들의 리더에 대해서도 알고 계신가요?”

        “아니, 무슨 마법을 쓰는 건지 너무 베일에 쌓여 있어서 정보가 없어. 사실 여기에 내가 직접 온 것도 그것 때문이지. 마탑을 멸망시킬 마법사가 은익기사단의 리더가 아닌가 의심됐거든.”

       

        알아들었어? 그러니까 자꾸 이상한 작업걸지 말란 말이야-.

        그 녀석들이랑 같은 선상에 올려버리기 전에-.

       

        경고하기 위한 의도가 명확한 말투였기에 벌벌 떨거나 하진 않았다.

        시엔이 되돌아가고 추격조가 출발하자 나는 얌전히 십자가에 몸을 실었다.

       

        은익 기사단의 리더라면 분명 마리엘을 말하는 거겠지.

        본래 4황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마탑을 오른 그녀인데다 마법실력 역시 꽤 뛰어난 편이었다.

        일찍이 파딱의 온갖 잡무를 던져줬음에도 꾸역꾸역 나와 비슷한 층까지 등반하곤 했으니까.

        조건부로 시간을 되돌리는 ‘원칙의 시계탑’을 잘만 활용한다면 정보부의 감시에서 벗어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잠깐, 그럼 마탑이 멸망하는 건 내 탓이 아니잖아?’

       

        내가 새벽마다 방문을 두드리지 않은 탓에 마리엘의 성장을 억제하지 못했다 한들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이유였다.

        다행이군, 6일 뒤 마탑이 멸망한다는 죄책감에 밤새 한숨도 잠들지 못했는데.

        자기합리화를 마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창 끝에 걸린 위치노트를 입으로 열었다.

        조금 전 시엔에게 발길질을 당하면서도 기어코 찍었던 인증샷을 갤러리에 올리기 위해서였다.

       

        “응?”

       

        그런데, 사진을 올리기 직전 한 게시글이 내 눈에 들어왔다.

       

        ====

        천문대종말론자

        [드디어 눌렀다!!!]

       

        (버튼) – 1,000,000,000P

       

        초천재금발미소녀?

        누군지 몰라도 고마워!!!

        이걸로 24시간 안에 마탑은 끝장날 거야!!!!!

       

        — ??

        — 저걸 진짜 눌렀다고!?

        — 10억 포인트 대체 어떻게 모음

        — 정보부가 날고 기면 뭐함 ㅋㅋㅋ

         ㄴ 아 버튼 딸깍 누르면 마탑이 무너진다고 ㅋㅋㅋㅋ

        — 버튼 만든 새끼 누구임?

        ====

       

        쿠르르르릉——!!!

       

        지금껏 들려오던 천둥소리와는 결이 다른, 진짜로 탑이 무너지는 소리.

        마지막 댓글을 확인하자 ‘너 때문 맞는데?’라는 살살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식은땀을 하루종일 흘리고 있습니다.
    하고싶은 게 참 많은데, 몸이 잘 따라주지 않네요.

    독자분들 모두 건강 조심하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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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I Became the Master of the Magic Tower in Another World

이세계 마탑의 갤주가 되었다
Score 3.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10 years since transfer to another world

What I do inside the Ivory Tower of Truth isn’t much different from what I did on Earth.

====

[If you missed today’s attendance for the ‘Principles and Understanding of Dimensional Glass’ course, you’ll get a penalty] If you want to kill the professor who suddenly changed the classroom with a phase transition 2 minutes before the start of class, go ahead. Hah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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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why does everyone think I’m the Tower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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