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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모르겠네요!”

       

       

       아르테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한참 동안 이것저것 실험해보기에 조금 기대하고 있었는데.

       

       

       “···꽤 시원스럽게 대답하네, 아르테.”

       

       “그야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는걸요.”

       

       

       아르테가 끈적해진 손을 물로 닦으며 말했다.

       

       

       “감각을 전부 차단하셨을 때, 무언가 느껴지셨나요?”

       

       “아니, 느껴진 건 없지.”

       

       “그런데 제 공격을 피하셨고요?”

       

       “응.”

       

       “···.”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보는 아르테의 눈길을 슬쩍 피했다.

       

       말이 되지 않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느껴지는 걸 어떡해.

       

       감각이 느껴지지는 않아도 어디가 위험한지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그때, 도로시의 강화로 인해 느꼈던 무언가.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하나.

       

       내 능력은 더 성장할 구석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당황스러웠지만 우선 아르테의 말에 따랐는데···.

       

       모르겠다니.

       

       조금 기대했단 말이야.

       

       

       “그래요. 뭐, 어쩔 수 없죠. 대충 끝났으니 옷은 다시 입으셔도 괜찮아요.”

       

       “아, 응. 잠깐 샤워 좀 하고 올게.”

       

       “다녀오세요.”

       

       

       어느샌가 온몸에 치덕치덕 발린 이상한 약을 씻어내기 위해 화장실로 향했다.

       

       아르테가 이상하다고 느낀 이유는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지금도 온몸에 감각이 없다. 하늘을 붕 뜨고 있는 것 같은 기분.

       

       그런데도 나는 제대로 걷고 있었다.

       

       

       “후우···.”

       

       

       온몸에 물이 쏟아지는 감각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내 능력이라고 하면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 아르테는 모르고 있겠지만···.

       

       도로시의 강화를 받았을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걸 느꼈으니까.

       

       아르테와 시합할 때 느꼈던 그 소름 끼치는 존재.

       

       그건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직도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착각했다거나, 능력이 고장 났다고 생각했었다.

       

       도로시의 강화는 워낙 강력하다 보니 부작용이 꽤 심했으니까.

       

       아르테에게 가진 복잡한 감정이 강화되어 이상하게 느낀 게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습격 날에 다시 받았던 그 강화를 받으며 느꼈다.

       

       나와 도로시에게는 문제가 없었다는걸.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르테에게 어째서 그런 감각을 느낀 걸까.

       

       

       “···아르테에게 유령 같은 게 들러붙어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 그럴 리가 없나.

       

       시우는 도저히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르테에게 물어보기도 그랬다.

       

       네게 유령이 붙어있는 것 같아?

       

       그랬다가는 미친 사람 취급받기 딱 좋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심성은 착한 아르테니까 그런 말은 안 하겠지만.

       

       

       “그 기분 나쁜 무언가는 둘째 치더라도···.”

       

       

       두 번째의 강화. 그때는 더 이상했다.

       

       더 이상 직감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래, 도로시의 첫 번째 강화에 느낀 무언가는 직감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무언가를 느낀 거니까.

       

       하지만 두 번째, 습격 사건 때의 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미래의 내 모습이 보인 것 같은 그 이상한 감각.

       

       그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모르겠다.”

       

       

       시우도 인정했다. 그때의 그건 직감이라고 부를 수 없었다.

       

       여섯 번째 감각은커녕, 그건 마치···.

       

       

       “마음만 먹는다면···.”

       

       

       그래.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알아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전능감이 온몸을 휘감았었다.

       

       갈림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걸어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두서없는 설명이었지만, 시우는 그것보다 더 나은 설명을 할 자신이 없었다.

       

       본능적으로 행했던 일이라 떠올리는 것마저 머리가 아파져 왔다.

       

       

       “···한번 더 강화해달라고 해볼까.”

       

       

       그때는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억지로 했던 거라 들어줄지는 의문이었지만, 시우는 도로시에게 한 번 더 강화를 부탁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내 능력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강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득히 위에 있던 존재에게마저 닿을 수 있던 능력.

       

       그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으앗, 차가?!”

       

       

       시우는 갑작스럽게 돌아온 촉감에 깜짝 놀라 황급히 물을 껐다.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 어느샌가 감각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으, 추워···.”

       

       

       감각이 돌아오지 않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차가운 물을 맞고 있었기 때문일까.

       

       시우는 벌벌 떨며 화장실을 나왔다.

       

       

       “···?”

       

       

       뭘까, 이 냄새는.

       

       어느새 집 안에 후각을 자극하는 기분 좋은 냄새가 퍼져있었다.

       

       

       “아, 샤워 끝났나요?”

       

       “흐악?! 아, 아르테! 여긴 왜 왔어?!”

       

       “아니, 샤워 끝난 것 같아서요···.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시나요?”

       

       

       갑자기 네가 튀어나오니까 놀랐지!

       

       다행히 옷은 다 입은 상태였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끔찍한 상상을 뒤로하고 아르테에게 질문했다.

       

       

       “깜짝 놀랐네···. 그래서, 아르테. 무슨 일이야?”

       

       “아뇨, 식사는 하셨나 싶어서요.”

       

       “안 했는데?”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보는 걸까.

       

       애초에 아르테는 굳이 내게 그런 걸 물어볼 필요가 없을 텐데.

       

       내가 뭐 하는지 다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런 내 추측이 맞다는 듯, 아르테는 내게 곧장 제안했다.

       

       물어본 것은 그저 예의상 그랬다는 듯이.

       

       

       “그럼 식사라도 하지 않으실래요?”

       

       “···어?”

       

       “빈손으로 오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요. 요리를 좀 했거든요.”

       

       

       부엌을 쓰는 건 실례였을까요? 하면서 배시시 웃는 아르테의 모습에 그제야 깨달았다.

       

       요리를 하고 있었구나.

       

       그런데 집에 요리할 재료 같은 건 딱히 없었는데?

       

       ···모르겠다. 어디서 가져왔겠지.

       

       그나저나 내 부엌 위치는 어떻게 알았지? 조미료라던가 재료는 어디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든 알아냈겠지. 아르테라면 그럴 수 있었다.

       

       

       “응. 좋아.”

       

       “다행이네요!”

       

       

       설마 오늘도 스테이크는 아니겠지.

       

       아르테는 어째 요리할 때면 항상 스테이크를 내오더라고.

       

       비싸기도 하고, 맛도 좋은 요리기는 하지만···.

       

       뭔가 만날 때마다 스테이크를 만드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게다가 하필이면 큐브 스테이크.

       

       

       “아침이기도 하고, 먹기 편하게 스크램블 에그와 토스트를 만들어봤어요.”

       

       “그렇구나. 맛있겠네.”

       

       “기대하셔도 좋아요.”

       

       

       맨날 스테이크만 먹는 건 아니었구나.

       

       요리할 때마다 스테이크를 만들기에 혹시 그것만 할 줄 아는 건가 싶었는데.

       

       또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멜리아를 무시하며 시우는 거실로 향했다.

       

       남이 해주는 식사라니,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

       

       

       

       “···오, 맛있네.”

       

       

       시우가 감탄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눈앞의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식감의 계란과 바삭한 토스트.

       

       음, 잘됐네.

       

       시우가 토스터 쓰는 모습은 본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했는데.

       

       다행히 별문제 없이 잘 된 모양이었다.

       

       

       “요리, 잘하는구나.”

       

       “네? 뭐, 그렇죠. 어렸을 때 조금···.”

       

       

       그렇구나.

       

       그렇게 말하며 시우는 내게 더 캐묻지 않고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역시 주인공이라고 해야 할까.

       

       굳이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지 않는 점이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예전의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껄끄러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피하네.

       

       이곳에 넘어오기 전의 생활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마당에, 생각할수록 우울해지기만 하니까.

       

       

       [결국 능력이 뭔지는 찾지 못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작가님이 어떻게 해서든 시우의 능력에 대해 알고 싶다기에 집까지 급습했는데 말이야.

       

       작가님의 눈으로도 도무지 무슨 능력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모양이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멍청한 작가님 같으니라고.

       

       그래도 뭐, 작가님 덕분에 수확이 없던 건 아니었다.

       

       합법적으로 시우의 집 안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취향을 알아내지 못한 건 조금 아쉬웠지만···.

       

       창문으로 내부를 알아내는 것도 한계가 있었는데.

       

       방은 거의 항상 창문으로 가려지기도 하고.

       

       이걸로 만약 집에 무슨 문제가 생겨도 더 빨리 구출할 수 있겠네.

       

       

       “그러면 이걸로 끝이야?”

       

       “···으음, 글쎄요. 더 하고 싶은 게 있긴 한데요.”

       

       “하고 싶은 거?”

       

       “대련이요.”

       

       

       시우가 처음에 비해 상당히 강해졌다고는 해도,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아직 모른다.

       

       직접 체험해보고 싶기도 하고. 한 번쯤은 싸워보고 싶은데.

       

       

       “나는 상관없어.”

       

       “좋아요. 그럼 조금 쉬었다가···.”

       

       

       대련을 해보도록 할까요.

       

       그렇게 말하려던 순간, 켜두었던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 속보입니다. 최근 활동이 잠잠해진 아라크네가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는 모양입니다. 빌런이 아닌 민간인을 노려 급속도로 여론이 나빠진 가운데···.

       

       “···?”

       

       

       이게 무슨 소리야.

       

       순간 뉴스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할 뻔 했다.

       

       아라크네가 활동했다고?

       

       나한테 말도 없이? 그럴 리가 없잖아.

       

       민간인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그걸 어긴 놈이 있을 리가.

       

       라이라? 스피라? 아니면 이하율?

       

       누구지? 누가 범인이지?

       

       

       “···슬슬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싶었는데.”

       

       “나올 때가 되다니요?”

       

       

       뉴스를 보던 시우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그야, 유명하잖아. 슬슬 사칭범이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사칭범.”

       

       “벽에 그림 그려놓고 범죄를 저지르면 아라크네의 짓이라고 덮어씌울 수 있잖아? 요즘 아라크네의 활동이 뜸해지기도 했고.”

       

       

       흐응.

       

       그렇구나. 사칭범.

       

       그 가능성을 잊고 있었네.

       

       

       “죄송해요. 잠깐 볼일이 있어서. 대련은 다음 기회에 하는 게 어떨까요?”

       

       “그래. 잘 다녀와.”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생겨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좋은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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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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