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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85화. 앞으로, 한 걸음 ( 3 )

       

       

       

       

       

       한스 이 새끼, 설마…?

       

       천하페도의 길을 걷고 있는 건가? 내가 한스에게 용기의 룬을 주기는 했지만, 이런 쪽으로 용기를 내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한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약간 차갑게 식은 것이 느껴진다. 잘 쳐봐야 중학생인 아이와 깊은 관계…?

       

       

       “에휴, 사탕으로 키운 캐릭터가 페도의 길을 걷는 새끼라니.”

       

       

       내가 한스를 잘못 키운 탓이 크다. 앞으로 한스 너는 ‘세계탐험’ 모드에서 만나면 벼락 찜질 예약이다.

       

       

       – “후, 후우,”

       

       

       어느새 화면이 동굴로 바뀌고, 잔뜩 긴장한 한스의 심호흡 소리가 들려왔다.

       남정네의 호흡소리를 들으니 살짝 기분이 나빠졌지만, 동굴의 분위기가 너무나 오싹해서 금세 잊어버렸다.

       

       조용하게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자박자박하고 울리는 발걸음 소리만이 들려온다. 

       분위기만 보면 공포영화의 일부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오싹하고 소름 끼치는 모습.

       당장이라도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ㅡ 삥뽕!

       

       《! 보스 몬스터 출현! 보스 몬스터 출현! 》

       

       《부패와 역병의 악마, 너글 출현!》

       

       《보스 몬스터가 출현했습니다! 보스 토벌에 실패할 경우, 모든 영웅급 모험가들이 사망하게 됩니다!》

       

       《행운을 빕니다!》

       

       

       “어?”

       

       

       위험을 알리는 경고등처럼 화면이 빨간색으로 점멸하다가 나타난 경고문.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잠시 뇌가 정지했다. 지금 뭐라고?

       

       

       보스 잡는 데 실패하면, 전부 죽는다고?

       

       

       “아니,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아까 스테이지 설명할 때는 이런 말 없었잖아! 보스 토벌 실패한다고 전부 죽이는 게 어딨어!”

       

       

       나도 모르게 화면을 향해 큰소리쳐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돌이킬 수는 없다.

       

       

       《넌… 그냥 인간이구나. 》

       

       

       현실을 부정하는 내 심정이 무색하게, 한스는 혼자서 보스와 마주하고 있었다.

       너글은 온몸이 벌레로 이루어져 있었다. 끊임없이 바스락거리고, 찌르륵거리면서 우는 벌레들의 소리가 들려온다.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벌레도 끔찍한데, 벌레로 이루어진 보스라고?

       

       

       《그렇다면, 버러지처럼 죽어라.》

       

       

       거대하고 끔찍한 보스 앞에 홀로 서 있는 한스.

       

       순간 1 스테이지의 좋지 못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것도 모르고 맨땅에 머리 박으며 케니스 혼자 ‘서리고룡’ 레이드를 뛰었던 순간들.

       그때는 정말 운 좋게 프리가가 영웅급 모험가로 나오면서 아슬아슬하게 잡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도 그런 요행을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제발 한스야, 제발!”

       

       

       간절하게 온 힘을 다해 기도한다. 그리고 손은 언제든지 상점을 열 수 있도록 준비했다.

       여차 싶은 상황에는 상점으로 가서 스킬을 사야 한다.

       

       

       ㅡ 삥뽕!

       

       《한스가 상태 이상 ‘극심한 공포’에 빠집니다! 한스의 행동이 매우 둔해집니다!》

       

       《한스가 상태 이상 ‘움츠러들기’에 빠집니다! 한스의 시야가 매우 좁아집니다!》

       

       《한스가 상태 이상 ‘심각한 광기’에 빠집니다! 한스의 공격이 상당히 높은 확률로 빗나갑니다!》

       

       

       “이런 씨…”

       

       

       두 손 모으고 기도하기 무섭게 주르륵 떠오르는 디버프 메시지. 

       공포가 걸리고, 광기에 빠지고 기세가 움츠러든 한스가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 화면에 보인다.

       제대로 싸워도 이길까 말까인데, 디버프를 주렁주렁 달고서는 이길리가 없다.

       

       

       “하, 미치겠네 진짜.”

       

       

       상점에 가서 상태 이상 해제 스킬을 사야되나 싶을 때ㅡ

       

       

       ㅡ 빠밤!

       

       《’용기의 룬’ 발동! 한스가 상태 이상 ‘극심한 공포’를 극복합니다!》

       

       《’용기의 룬’ 발동! 한스가 상태 이상 ‘움츠러들기’를 극복합니다!》

       

       《’용기의 룬’ 발동! 한스가 상태 이상 ‘심각한 공포’를 극복합니다!》

       

       《’용기의 룬’ 발동!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습니다! 공격력, 민첩이 상당히 높게 상승합니다!》

       

       《’용기의 룬’ 발동! 한스가 빈사 상태에서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어…?”

       

       

       한스에게 줬던 용기의 룬이 빛을 내뿜었다.

       

       

       

       

       

              *       *       *       *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횃불에 의지해서 천천히 나아간다. 어디선가 떨어지는 물소리가 작게 들려왔고, 천천히 옮기는 발소리는 너무나 크게 들리는 듯했다.

       

       한스는 숨소리도 참아가며 걸음을 옮겼다. 이 동굴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일지 아무도 몰랐다.

       

       악마에게 영혼을 바친 악마 숭배자가 나올 수도 있고, 사악한 마귀가 나올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악마가 있을 수도 있다. 

       

       무엇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한스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횃불의 불꽃이 허공에서 춤췄고, 동굴 벽면에는 그림자가 불꽃을 따라 꿈틀거렸다. 한스는 그 모습이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괴수와 같다고 느꼈다.

       

       

       “후ㅡ 후우ㅡ”

       

       

       지나친 긴장으로 온몸이 딱딱하게 굳은 것을 자각하고는 천천히 심호흡했다.

       

       그러다가ㅡ

       

       

       ㅡ 후욱!

       

       

       동굴 안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오며 횃불이 꺼졌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한스를 덮쳤고, 온몸이 얼어붙은 듯 차갑게 식으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시야가 사라지자, 감각이 사라진다.

       

       자신이 검을 잡고 있기는 한 것인지, 눈을 떴는지, 서 있는 것인지. 모든 것이 사라져간다. 

       감각도, 한스 그 자신도.

       

       한스는 자신의 몸이 어둠에 먹힌다고 느꼈다.

       

       벌레들이 사각거리며 그의 몸을 갉아 먹는듯한 기분이 들었고, 귓구멍을 파고드는 모독적인 속삭임이 들렸다.

       손끝이 차갑게 얼어붙어 가며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았고, 몸속은 불이 붙은 것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듯했다.

       

       

       “으, 으아아!! 아아아악!!”

       

       

       한스는 무작정 두 손을 휘둘렀다. 휘두른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손이 검을 잡고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오라는 용사는 안 오고, 웬 버러지가 기어들어 왔구나.》

       

       

       귓구멍을 통해 뇌를 주무르는 듯한 음색이 들려온다. 

       달콤하게 속삭이는 듯, 모독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듯 오묘하기 짝이 없다.

       

       한스는 눈에서 뜨거운 물이 흐른다고 느꼈다. 눈물이 흘러나오는 걸까?

       

       그의 앞에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인간은 벌레처럼 짓이길 수 있는 존재가 한스의 앞에 서 있다.

       

       

       《그게 신의 무기인가? 끔찍하기 짝이 없군.》

       

       “흐으, 흐으으ㅡ!! 아아아악!!”

       

       

       아아, 저 목소리! 

       저 모독적이고 끔찍하도록 불경한 목소리가 한스의 뇌를 반죽하며 주무르는 듯했다.

       

       도망쳐야 한다. 

       어디로?

       살아남아야 한다. 

       어떻게?

       

       한스의 본능이 미친 듯이 경종을 울렸다. 

       도망쳐라, 당장 뒤돌아서 달려라, 무릎을 꿇고 자비를 빌어라.

       

       

       “흐, 흐흐ㅡ”

       

       

       입가에서 침이 줄줄 흘러내린다. 실성한 듯 실실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두 눈에서는 눈물샘이 고장이라도 났는지, 뜨거운 것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린다.

       

       그의 본능과 이성이 계속해서 외친다. 눈앞에 있는 존재는 너와는 격이 다르다고, 도망치라고.

       

       

       ‘도망치라고?’

       

       

       모른 척하고 도망치는 것은 쉽다. 눈 감고 모른척하면, 귀를 막고 못 들은 척 달리면 된다.

       

       그러면.

       

       그러면 데이지는?

       

       마을에서 싸우는 그의 동료들은?

       

       

       ㅡ 두근

       

       

       몸과 바깥의 경계는 여전히 희미하지만, 어디선가 강하게 울리는 고동소리가 느껴진다.

       

       

       ㅡ 두근

       

       

       점차 강하게 울린다. 조금씩, 더 크게. 

       온몸으로.

       

       그 파동을 따라 점차 감각이 돌아온다. 

       가슴과 팔, 다리 그리고 얼굴.

       

       

       《음? 정신을 차리고 있나. 인간치고는 제법 쓸만한 정신을 가지고 있구나.》

       

       

       눈을 가린 어둠이 점차 사라진다. 아니, 어둠이 가신 걸까? 어쩐지 온 세상이 붉게 보였다. 손으로 눈가를 슥 닦으니 새빨간 피가 묻어났다.

       한참 동안 눈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내고 나서야 앞에 있는 것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흐, 흐으ㅡ 악마… 악마구나.”

       

       

       한스는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끔찍하고 모독적인 것을 바라봤다.

       잠시 바라봤을 뿐인데, 눈이 시큰거리고 다시금 피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무저갱처럼 까만 액체가 부글거리고, 그 액체에서 솟아난 온갖 벌레들이 우글거리더니 점차 솟아오른다.

       사각거리는 벌레들이 끊임없이 기어 다니며 저들끼리 몸을 꼬고, 비틀고 뭉친다. 이윽고 인간의 얼굴을 흉내 낸 것처럼, 벌레로 만들어진 얼굴이 나타났다. 

       

       

       《그러는 넌… 그냥 인간이구나. 용사가 아니라, 그냥 버러지 같은 인간이야.》

       

       

       바스락거리며 벌레들의 날개가 부딫치는 소리, 날카로운 턱이 딱딱거리는 소리, 찌르륵거리며 우는 소리가 기묘하게 화음을 만들며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 낸다. 

       

       한스는 그 존재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간사하고 간악한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려 애썼다.

       

       

       ㅡ 두근

       

       

       한스의 오른손에서 무언가 맥박치며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내려다본 시야에 보이는 것은 그의 롱소드.

       

       언제나처럼 황금빛으로 빛나는 검에 새겨진 신의 글자, 용기의 룬이 태양처럼 밝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ㅡ 두근

       

       

       그리고 글자가 맥박친다. 롱소드가 점차 뜨거워지며 그의 손에 열기를 가한다. 

       손에 쥔 롱소드가 심장처럼 두근거리며 한스를 재촉했다.

       

       무엇을 재촉하는 걸까.

       

       한스는 애덤의 말을 떠올렸다. 

       노련한 대장장장이인 애덤은 한스에게 검사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해줬다.

       자신은 과연 무엇을 위해 검을 들었나?

       

       

       ‘지키기 위해서.’

       

       

       한스는 케니스의 말을 떠올렸다.

       용기란 무엇인가. 용사이자 뛰어난 전사인 그녀는 한스에게 용기에 관해 이야기해줬다.

       

       용기란 무엇인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가슴을 가득 채울 기세로 숨을 들이마신다.

       

       

       ‘앞으로.’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똑바로 앞을 바라본다. 

       그리고 한 걸음 앞으로.

       

       가장 무섭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또 한 걸음.

       또다시 앞으로, 한 걸음.

       

       중요한 것은ㅡ

       

       

       ‘앞으로, 다시 앞으로.’

       

       

       한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느릴지언정, 뒤로 물러섬 없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1일 1연재분을 맞추기 위한 혼신의 연참쇼…!!

    작가는 하얗게 불태웠읍니다….

    ㄴㅇ0ㅇㄱ!!! 아닛!!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신선우’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연참…?? 아아, ‘이것’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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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nstall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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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형 무기 만들기 게
Status: Ongoing Author:
Out of boredom, I downloaded an idle weapon crafting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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