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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내가 팀 선정에서 서유진을 고른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서.’

         

       서유진은 우리 나아아 참가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어린 축에 속하고 제작진들과 트레이너 같은 어른들을 포함하면 거의 아가나 다름없다.

         

       그런 어린 애가 몸부림치면서 울고 있는데…, 모두가 모른 척하고…, 또 누구는 좋다며 카메라에 담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짜증났다.

         

       ‘얼마든지 기다려주마. 그리고…,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존중하마.’

         

       때마침 강형만이 내게 해줬던 말이 떠오르기도하고…, 그래서 나는 질러 버렸다.

         

       “아, 다시 한번 말씀드릴까요? 서유진 참가자를 지명하겠습니다.”

         

       “…….”

         

       이런 상황이 한시우에게도 당황했는지 그가 표정을 수습하지 못한 채 당혹스럽다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아, 아니…, 서유진 참가자는 예린 양이랑 같은 리더 계급인데 뽑을 수 없지 않을까요?”

         

       “…….”

         

       한시우의 말은 정론이었다.

         

       제대로 된 게임이라면 리더가 다른 팀의 리더를 뽑는 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지.

         

       하지만 나는 예전에 보았던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리며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리더가 리더 뽑지 말라는 규칙은 없었잖아요? 저는 유진이가 아직 누구한테도 선택당하지 않았기에 선택했을 뿐인데요?”

         

       “…….”

         

       내 대답에 당황하여 한시우가 말을 잇지 못하자 그 사이에 나한나가 손을 들고 말했다.

         

       “어, 저 그러면 예린 언니 뽑을래요.”

         

       “…푸흣.”

         

       갑작스런 나한나의 애드립에 누군가가 작게 웃음을 터트리고 분위기가 유해졌다.

         

       그 틈을 타 한시우가 제작진 쪽을 바라보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해결 방법을 요구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제작진도 아직 제대로 된 방법을 강구한 게 아닌지 신PD가 평소와 달리 다급한 표정으로….

         

       “컷, 컷! 잠시 쉬었다가 하겠습니다!”

         

       손을 휘저으며 촬영 중단을 선언했다.

         

       스윽-, 슥.

         

       신PD의 오더에 카메라맨들이 들고 있던 카메라를 내리고….

         

       “흐에에에에엥…!”

         

       그제서야 주변의 참가자들이 서럽게 우는 서유진을 보며 위로해주기 위해 슬금슬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중 제일 먼저 서유진에게 다가가….

         

       턱.

         

       “울지 마.”

         

       …저번에 강형만이 내게 해줬던 것처럼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려 쓰다듬어 주었다.

         

       “우으으으…! 흐으…! 언니……! 으에에엥…!”

         

       서유진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을 잡아끌어다 볼에 대고는 그대로 얼굴을 부볐다.

         

       웃을 타이밍이 아니긴 하지만…, 그런 서유진의 모습이 애완동물 같아서 나는 피식 웃어 버렸다.

         

       “후에에엥…!”

         

       그렇게 서유진은 내 손을 붙잡은 채 또다시 한참 동안 눈물을 쏟아 내렸다.

         

         

         

         

       **

         

         

         

         

       “다들 잠시 모여 봐!”

         

       잠시 촬영이 중단되고 신PD는 제작진들을 소환하여 임시 회의를 열었다.

         

       그 중 가장 먼저 신PD에게 달려온 후배 작가가 그에게 물었다.

         

       “…선배님. 이거 돌발 상황인데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요?”

         

       “글쎄…, 나도 당황스러워서 머리가 안 돌아가네.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서 일단 너희 불렀어. 각자 생각 자유롭게 말해 봐.”

         

       하예린의 돌발 행동은 신PD가 그린 그림과는 다른 경로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에 제작진들은 하예린의 돌발 행동을 묵살하고 없던 일로 할지 아니면 이걸 기회 삼아 새로운 그림을 그릴지 결정해야 했다.

         

       그때 자유롭게 생각을 말해 보라는 신PD의 말을 듣고 막내 작가가 용기 있게 손을 들었다.

         

       “저…, 그냥 서유진을 하예린 팀으로 넣는 거 어떨까요? 리더가 다른 팀 리더를 뽑는다는 발상이나 상황이 재미가 있고…, 또….”

         

       말을 잇는 막내 작가의 표정이 무척 어두웠다.

         

       “…이번 일이 서유진한테 동아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희가 편집으로 어린애를 너무 마녀로 몬 것 같아서 이렇게라도 도움을 줬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양심이 찔려서….”

         

       신PD의 직접 디렉팅이 있었다고 해도 결국 막내 작가 또한 편집을 통해 서유진을 마녀사냥하는데 일조했다.

         

       막내 작가는 그 죄책감에…, 요즘 마음이 너무 불편했기에 이렇게라도 서유진을 도울 수 있으면 도우고 싶었다.

         

       하지만….

         

       “뭐? 양심? 친구야, 너 뭐라고 했니?”

         

       …막내 작가의 말은 신PD의 심기를 상당히 거슬리게 했다.

         

       양심.

         

       그것은 신PD가 몹시도 싫어하는 단어였기 때문이었다.

         

       “우리 지금 일하는 중이잖아. 근데 양심이 왜 필요해? 어?”

         

       “그, 그게….”

         

       “우리랑 출연자들은 단순히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야. 우리가 저들한테 원하는 걸 주면 저들은 우리한테 우리가 원하는 걸 주는 그런 관계라고. 근데 뭐, 양심? 허, 출연자들한테 호구 잡힐 일 있니?”

         

       “…죄, 죄송합니다.”

         

       “어쩌다 이런 게 우리 팀에 들어온 거야, 쯧.”

         

       신PD가 독설을 퍼붓자 막내 작가가 의기소침해져서 고개를 더욱 숙였다.

         

       이에 짬이 좀 되는 작가가 나서서 상황을 진정시켰다.

         

       “하하, 선배님. 저희 막내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요. 양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근데 막내가 한 말이 다 틀린 건 아닌 것 같은데요? 지금 상황을 이어가서 서유진한테 세탁의 기회를 주는 것도 그림이 괜찮을 것 같지 않습니까?”

         

       “…….”

         

       후배의 말에 신PD가 잠시 눈을 감고 이성적으로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금방 그의 머리에서 이번 화 새로운 그림이 그려졌다.

         

       “그래…, 얘들아. 우리 이번 주 촬영 컨셉 좀 바꾸자.”

         

       “어떻게…, 바꿀까요?”

         

       “…돌아온 탕아.”

         

       돌아온 탕아라는 말을 듣자마자 다른 제작진들은 신PD가 서유진에게 동아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선 이번 경연…, 기존 6팀에서 5팀으로 줄이고 서유진은 그냥 하예린 팀에 넣어버려. 그리고 우리 뒤에 곡 선정 게임 준비한 거 있지?”

         

       “…네, 있습니다.”

         

       본래 제작진들은 팀 선정 다음에 곡 선정 게임을 준비해 놨었다.

         

       물론…, 제작진들의 입맛에 따른 곡을 참가자들이 선택하게 되는 구조의 게임을 말이다.

         

       “그것도 그냥 팀별 자유 선정으로 바꿔 버려. 알아서 좋은 곡들 고르게.”

         

       “…예? 아, 예, 알겠습니다.”

         

       “카메라는 하예린 팀 최대한 예의주시해서 따뜻한 그림 많이 따고…, 그래 후우…, 이번 화에서 서유진 세탁기 좀 돌려주자고. 아, 맞다 그리고….”

         

       신PD가 후배를 향해 눈을 번뜩이며 명했다.

         

       “SAV 정 실장한테 바로 전화해. 그쪽 연습생 구제해줄 테니까 시발 광고주 좀 그만 흔들라고. 나 오늘 아침에 국장님한테만 전화 10통 받았다.”

         

       “…아, 넵. 바로 전화하겠습니다.”

         

       신PD가 입에 욕을 담는 것은 무척 화가 나 있다는 것을 뜻했다.

         

       SAV는 나아아 광고주들한테 전화를 돌리고 광고주는 국장한테 우려를 표하고 국장은 신PD를 까고.

         

       그 내리갈굼의 연속에 신PD는 진절머리가 난 상태였다.

         

       원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PD는 더욱 자극적인 소재로 나아아 6화에서 또다시 최고 시쳥률을 찍고 국장과 광고주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건 더욱 높은 시청률이니까.

         

       ‘그래도 뭐…, 이 방법도 괜찮겠네….’

         

       화해의 의미로 방송에서 서유진을 챙겨 주면 면이 선 SAV도 압박 넣는 걸 그만둘 거라 생각한 신PD는 하예린의 돌발 행동에 맞춰 주기로 결심했다.

         

       뭐…, 원래 그림보다 시청률은 적게 나오겠지만 그것은 하예린의 천사 행보로 덮으면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었다.

         

       많은 나아아 시청자들이 하예린에게 환장을 하니까.

         

       “자, 우리 막내 작가님께서 양심이 찔리신다니까 비인간적인 우리도 이번 주는 출연자 친화적으로 가보자고.”

         

       “…….”

         

       신PD는 그렇게 화풀이 삼아 막내 작가에게 한 번 더 꼽을 주는 것도 잊지 않은 채로 회의를 종결냈다.

         

       “회의는 이걸로 끝. 시우 씨랑 다른 트레이너들한테도 우리가 회의에서 결정한 사실 다 전해주고. 5분 뒤 촬영 재개한다. 이상이고 각자 자리로 돌아가자.”

         

       “예…!”

         

       그렇게 제작진들의 임시 회의는 끝이 나고 나아아는 다시 촬영에 들어갔다.

         

       갑작스런 상황에 갑작스레 이뤄진 회의이지만 나름 괜찮은 결과를 냈다고 신PD는 생각했다.

         

       하지만….

         

       “…….”

         

       …막내 작가는 생각이 달랐다.

         

       ‘이건 뭐 병 주고 약 주고도 아니고….’

         

       애초에 서유진을 마녀사낭으로 몬 것도 제작진인데 이제 와서 조금 잘해준다고 어떻게 그게 출연자 친화적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만…, 둘까….’

         

       막내 작가는 진심으로 방송국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다.

         

       연예인과 친해지고 싶다는 단순한 열망 때문에 방송국에 들어왔는데 프로그램 제작진은 구조상 연예인들과 친해지기 힘들었다.

         

       그뿐이랴?

         

       오늘처럼 선배나 상사한테 비인간적으로 혼나는 일도 잦은데다 야근도 많다.

         

       심지어 포괄임금제고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언젠간 나아진다 으쌰으쌰 화이팅!’ 분위기라 야근수당도 제대로 없다.

         

       멘탈은 멘탈대로 털리고 몸은 몸대로 안 좋아지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양심이…,’

         

       악의적인 편집이 주요 업무 중 하나이기에 너무 양심이 찔린다는 것이었다.

         

       ‘이번 서유진 건도…, 원래는 이렇게 욕먹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고개를 숙이니 또다시 머릿속에서 처량하게 울던 서유진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이에 그녀는 또다시 가슴 한구석이 찔리는 걸 느끼고 한숨을 한 번 길게 내쉰 후….

         

       “일단은…, 일단은 버텨 봐야지….”

         

       품속에 사표를 간직한 채 다시 세트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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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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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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