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5

        인간 손님들이 통통한 배를 끌어안으며 축 늘어진다.

       

        “어…… 배 터지지 않겠지?”

       

        “뱃속에서 계속 육즙이 터져 나오는 것 같아.”

       

        “그런데 맛있었어.”

       

        “왜 맛있지?”

       

        얼굴과 옷에 육즙을 잔뜩 묻힌 채 인간 손님들이 중얼거린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배가 왜 터지지?”

       

        푸슈슉!

       

        지금처럼 고기를 꼭꼭 씹어먹으면 되지 않는가?

        내 몫의 스테이크를 한 조각 입 안에 넣고, 그대로 환상도화목의 꽃으로 빚은 술을 입에 머금는다.

        그대로 고기를 씹자 펑펑 터져 나오는 육즙과 술이 섞이며 오묘한 맛이 느껴진다.

       

        꿀꺽!

       

        “이것은 나도 맛있게 느껴지는구나.”

       

        역시 요리는 조화와 혼합이지.

        입안을 강타하는 육즙의 압력도 좋고, 고기의 맛도 좋고, 식감도 좋다.

        그야말로 만족스러운 한 끼다.

       

        “…….”

       

        “……할 말이라도 있느냐?”

       

        “아뇨.”

       

        아닌데?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인데?

        나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쏘아 보는? 쳐다보는 황조령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고로 그녀는 이미 육즙으로 더럽혀진 옷과 몸을 주술로 씻어낸 상태였다.

       

        “맛이 생소하여서 그런가? 칠칠치 못하게 다들 흘리면서 먹는구나.”

       

        “아니, 인간의 턱은 육즙이 터져 나오는 압력을 이길 정도로 치악력이 강하지 않습니다.”

       

        “그러냐?”

       

        황조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이 음식을 먹은 모든 인간이 전부 육즙을 뱉어내더라니…….

       

        ‘육즙을 더 압축한 요리는 취소해야겠구나.’

       

        아니, 오히려 육즙을 줄여야 하나?

        마지막 고기까지 다 먹은 후 혀로 입술을 핥았다.

        아! 잘 먹었다.

       

        “그럼 계속해서 구경을…….”

       

        말을 하다 말고 손님들을 살폈다.

        그리고 하나 같이 부풀어 오른 배를 부여잡고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상태론 구경을 계속할 수 없겠구나.

       

        ‘어쩔 수 없지.’

       

        “소화가 될 때까지 자유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모두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된단다.”

       

        “네에에…….”

       

        “알겠습…… 우욱!”

       

        “뱃속이 부글거려…….”

       

        마지막 아이는 고기를 제대로 씹지 않고 삼켰구나.

        저러면 뱃속에서 압축되어 있던 육즙이 계속 나올 텐데?

       

        ‘뭐, 위가 파열되지는 않겠구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치유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요괴 시녀를 불렀다.

        다른 시녀들과 구별할 수 있도록, 이 세계에서 ‘간호사 복’이라고 부르는 복장을 입은 천사족의 시녀가 날아온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들은 이 아이에게 가거라.”

       

        “아픈 사람은 저에게 맡겨 주세요~♡”

       

        – 눈…… 나?

        – 천사 눈나?

        – 헤으응!

        – 눈나. 나 갑자기 거기가 아포.

        – 와씨. 저건 안 아파도 아파야겠는데?

        – 안 아픈 이들도 아프게 만드는 간호사님!

        – 헤응! 눈나!

       

        음…… 이쪽 차원의 인간들 기준으로 미인인 아이라서 그런가? 수컷들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저 아이에게 구애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왜냐하면 저 아이는 색욕을 탐한 죄로 타천해 버린 한 초월자의 권속이었던 아이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는 감당 못 할 텐데…….’

       

        저 아이와 관계를 가지고 하룻밤 만에 빼빼 마른 채 죽어 나간 인간들이 몇 명인지 말해줘야 하나?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리 수컷에 환장하는 아이라고 하더라도 설마 손님에게 손을 대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다른 손님도 아니고 내 손님인데.

       

        “후훗~♥”

       

        “…….”

       

        ……맞지? 믿는다?

       

        잠시 천사족 시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손님들이 어느 정도 운신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자유시간을 주었으니, 나 역시 할 일을 해야 하는 법.

        그리고 내 일은 지금 내 방송을 보고 있을 시청자들에게 적절한 재미를 주는 일이다.

       

        “흠. 무엇을 해야 너희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 놀아줘요~!

        – 근처 구경시켜 주세요!

        – 같이 잡담!

        – 옛날이야기 들려주세요!

        – 와! 논다!

        – 라나님이 날 바라보셨어!

        – 헉! 헉! 헉!

        – ㄹㅇㅋㅋ

       

        시청자들의 요구사항을 하나씩 바라보며 고민해 본다.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시청자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저…… 라나님?”

       

        “음?”

       

        뽈록 튀어나온 배를 부여잡은 인간 수컷… 아니지. 수컷이라고 하면 안 되지?

        인간 남자가 조심스럽게 나를 불렀다.

       

        덥수룩한 머리와 면도를 했으나 조금 흔적이 남아 있는 얼굴.

        동북 아시아인의 특징을 가진 남자가 익숙한 목소리로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아. 최강물소로구나.”

       

        – 형!

        – 형도 왔구나!

        – 소하!

        – 소하

        – 여기서 형 보니까 개 웃기넼ㅋㅋㅋ

        – 소하

        – 소하

       

        시청자들 중 그를 아는 이들도 반갑게 인사한다.

        나와 시청자들의 인사에, 최강물소가 활짝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기억하셨군요?”

       

        “그럼.”

       

        함께 합방을 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잊을 리가 있나?

        나는 내 옆으로 다가온 최강물소의 앞에 의자를 만들어 주었다.

        의자의 형상으로 출렁거리는 금속을 바라보던 최강물소가 조심스럽게 그 위로 앉았다.

       

        출렁~!

       

        “오오…….”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 낸 의자가 신기한 듯 최강물소가 감탄사를 터뜨렸다.

        저게 그렇게 신기한가? 인간들도 비슷한 것을 만들어 냈던 것 같은데?

       

        – 엌ㅋㅋㅋㅋ

        – 형 개 신나 보임.

        – 솔직히 나라도 T-2000 깔고 앉으면 신날듯?

        – T-2000이 뭐임?

        – 틀니틀니야…….

        – 아. 이게 세대 차이인가?

       

        잠시 신나 하는 최강물소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금세 정신을 차린 듯 그가 헛기침을 한다.

        그러고는 뒤늦게나마 진지한 얼굴이 되어서는 나에게 말했다.

       

        “저…… 라나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그래. 난 잘 지냈단다.”

       

        “그렇군요.”

       

        – 절망적인 대화스킬을 가지신 라나님.

        – 엌ㅋㅋㅋㅋ

        – 형 당황한 표정 봨ㅋㅋㅋㅋㅋ

        – 단답! (악의 없음)

        – 물소형 크게 한 방 먹었넼ㅋㅋㅋ

        – ㅋㅋㅋㅋ

       

        채팅창이 갑자기 웃음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왜 이러나 싶은 마음으로 채팅창을 바라보고 있자니, 잠시 어버버거리던 최강물소가 재차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저희가 같이 합방한 지도 시간이 제법 지났죠?”

       

        “그래.”

       

        대략 일주일쯤 지났나?

        그때 합방을 한 후로는 따로 연락하지 않았지만, 가끔 방송이 끝난 후 심심풀이로 최강물소의 방송을 구경하고는 했다.

       

        – 헉?!

        – 라나님이 물소형 방송을 도방했다고?!

        – 도방은 아니지 않음?

        – 라하 외쳐볼걸.

        – ㄹㅇㅋㅋ

        – 어디에서도 라나님이 지켜보고 있음.

        – ㅋㅋㅋㅋㅋㅋ

       

        “아, 말이라도 걸어 주시면 제가 답해드렸을 텐데요.”

       

        “잘 방송하는데, 괜히 말을 걸 이유가 있겠느냐?”

       

        그리고 내가 다른 이들의 방송을 시청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내 방송을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분명히 내 방송은 상당한 시청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을 인간들은 ‘대기업’이라고 하던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이쪽 차원 인간들의 역사상 처음으로 인터넷 방송을 한 보스 몬스터라는 이유로 만들어진 시청자 수다.

        내가 생각해 봤을 때, 내 방송의 재미만으로 이 정도의 시청자 수를 보유하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 아닌데? 라나님 썰풀이 개 재미있는데요?

        – 게임 방송도 나름 재미있었음.

        – 썰풀이 하나만으로도 엄청 재미있어요.

        – ㄹㅇㅋㅋ

        – 자기 비하 하지 마세요 ㅠㅠ

        – ㅠㅠㅠㅠㅜㅜㅜㅜ

       

        “내 방송이 재미없다는 소리가 아니란다. 그저, 내 방송에서 보여주는 콘텐츠만으로는 이 정도의 시청자 수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지.”

       

        실제로 내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모르는 방송 첫날에는 기껏해야 40~100명 정도의 시청자들만이 내 방송을 시청했다.

       

        “무슨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하세요?”

       

        그 순간 최강물소와 마찬가지로 뽈록 튀어나온 배를 부여잡은 황조령이 우리의 옆으로 다가왔다.

       

        – 황하!

        – 형이다!

        – 인사 씨게 박습니다 형님!

        – 이것은 물소형의 양손의 꽃인가? 아니면 라나님의 양손의 꽃인가?

        – 꽃은 꽃이긴 햌ㅋㅋㅋ

        – 밤꽃도 꽃이긴 하지.

        – 어허! 섹드립 안 돼!

        – 벌칙 받고 싶지 않으면 키보드에서 손 떼!

        – 이 글은 고양이가 썼습니다.

       

        “형님은 무슨 형님이야! 끄윽!”

       

        속이 더부룩한 듯 배를 슬슬 문지르는 황조령.

        나는 내 옆에 액체 금속으로 의자를 만들어 주었다.

        그녀가 내 옆에 앉자마자 최강물소를 소개해 주었다.

       

        “아마 소용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쪽은 최강물소라고 한단다. 내 방송계의 선배이자 나와 합방을 같이 했었던 방송인이지.”

       

        “어…… 안녕하십니까! 최강물소라고 합니다! 꺼윽!”

       

        – 와! 라나님에게 선배소리 듣는 물소형!

        – 이것이 바로 대황물소?!

        – 물소! 물소! 물소!

        – 형이 행복하기를 바랬지만, 이렇게까지 행복하기를 바라지는 않았어.

       

        “그리고 이쪽은 황조령이라고 한단다. 대한민국의 S랭크 헌터지.”

       

        “아하하! 익숙하시죠? 반갑습니다. 황조령이라고 합니다. 끄윽!”

       

        – 솔직히 한국 사람 중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긴 함.

        – ㄹㅇㅋㅋ

        – TS능력자!

        – 형인지 눈나인지 매번 헷갈림.

        – ㅋㅋㅋㅋㅋ

        – 그 와중에 둘 다 트림하는 거 개 웃기넼ㅋㅋㅋ

       

        어색한 얼굴로 서로에게 인사를 하는 둘.

        나는 그런 둘을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이거, 이 둘과 함께라면…… 자연스럽게 다른 손님들이 소화될 때까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 아닐까?

       

        ‘운이 좋구나.’

       

        콘텐츠 거리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다가올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붙잡은 내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 뭐임?

        – 라나님 눈 갑자기 빛나는데?

        – 뭐지? 갑자기 등골이 싸함.

        – 야 너도? 야 나도.

       

        이런. 이래서 눈치 빠른 아이들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연스럽게 인터뷰 방송을 시작하는 라나님.

    하지만 그녀는 결국…….

    다음화는 월요일에 계속!

    요즘 날씨가 많이 덮군요. 주말동안 더위 조심 하시길!

    그럼 전 이만!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