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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고등학교 시절은 비교적 좋은 추억으로 가지고 있다.

        

       눈이 뻑뻑하고 허리가 뻐근해질 때까지 달린 직후에도 컵라면 한 그릇에 원기가 회복되는 시기.

        

       그 넘쳐나는 체력과 열정을 이 게임 저 게임에 쏟아붓는 건 제법 파멸적인 재미가 있었다. 여럿이서 우르르 몰려다니며 함께 했기에 더더욱.

        

       친구랑 하면 가위바위보도 원래 재밌는 거라지만, 나는 팀게임을 원체 좋아했었다. 하고많은 게임 중에 나오나에 그토록 반해서 프로까지 지망하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때 게임이 그렇게까지 재밌었고, 이토록 기억에 남는 건 분명……그 시절에 그 친구들이랑 팀을 꾸렸었기 때문이겠지.

        

       누군가가 ‘사실 통속의 뇌는 없고, 우리는 인생을 진짜로 조지고 있는 거 아닐까?’라며 현실을 지적할 때, ‘친구가 남았으니 된 거 아닐까?’라는 말로 받아 치며 낄낄거려도 되던……그런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재미도 있는 법이니까.

        

       물론, 지금에 와서는 부질없는 이야기다.

        

       어떤 SNS를 뒤져봐도, 그 친구들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기에.

        

       더 이상 SNS를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이방인이 된 기분을 굳이 찾아가며 느끼는 취미는 없으니.

        

       전생에 비하여 인터넷방송을 시청하는 시간이 급증한 것도 그 탓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모두가 이방인에 가까운 공간을 더 편안하게 느끼는 것 아닐까.

        

       요약하면, 친구가 없어서 SNS는 안 하고 인터넷방송만 보는 게 되려나.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조금 그렇네.

       

       쓸데없는 생각. 예전같으면 당황했겠지만, 이제는 괜찮다. 나름의 루틴이 구비되어 있으니.

       

       총총걸음으로 냉장고로 이동해 문을 열어젖히자, 과거의 내가 현명하게도 구비해둔 기분이 좋아지는 물약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제, 핸드폰을 조작해 볼 방송만 물색하면…….

       

       아.

       

       볼게 없네, 볼게 없어.

       

       아크는 다이아 2까지 추락한 날 빡종을 하고, 공지로 사흘 간의 폐관수련을 선언했다.

        

       오늘이 사흘 짼데, 슬슬 안 오려나. 어차피 다이아1~2가 고향이던데……굳이 화를 내가며 벗어나려 들 필요 있을까. 집 떠나면 고생인 법이다.

        

       그리고 도댓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도댓의 팬카페에 접속했으나- 몇 번을 읽어봐도 비정한 공지는 여전했다.

        

       향후 사흘 간 도적 방송은 없었다.  

        

       영구차단이 해제된 기념으로 우는 이모티콘을 댓글로 서너개 달아 두고…… 옅은 한숨을 내쉬며 브라우저를 종료했다.

        

       지난 협상의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제법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도적 컨텐츠의 사전 고지만큼은 확실히 해주기로 했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같이 도적 강의방송 합방도 하기로 했고.

        

       방송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얻어낼 수 있는 최대한이라고 생각했는데……그냥 무력으로라도 도적할당제를 얻어냈어야 했나.

        

       이렇게나 볼 방송이 없는 상황에 처할 줄 알았더라면……아니, 그래도 그러면 안 되겠지.

        

       도덕적으로 사는 건 무척 힘든 일이구나.

        

       이런 저런 생각을 곱씹으며, 팔로우 목록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자니- 가장 최근에 팔로우한 스트리머가 눈에 들어왔다.

        

       레반.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그래도 광전사 방송치고는 제법 볼만 하니까……잠깐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썸네일을 보니 나오나를 하는 건 아닌 것 같고……방제가-

        

       [트위트 언터처블스- 팀 멤버 공개]

        

       아.

        

       결과 나왔구나?

        

       * * * *

        

       [앜튜브: 사장님]

       [앜튜브: 사장님~~~~!!!]

       [앜튜브: 대회 명단 보셨나요??]

        

       [아크: ㅎㅎㅎㅎ 왜케 신나셨어요]

       [아크: 아 아니요 아직]

       [아크: 저 들어갔어요?]

        

       [앜튜브: 제가 아무리 그래도 안 되셨는데 이렇게 신낼리가요……]

        

       [아크: 와!!!]

       [아크: 다행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크: 진짜 다2빙해서 탈락일 줄 알았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앜튜브: 그러게요 최신 근황을 몰랐나봐요ㅎㅎ 다행!]

        

       [아크: ……뉘앙스가 좀 불순하네요]

       [아크: 이 얘기 하려고 연락한 건 아니죠?]

        

       [앜튜브: 네네 그럴리가요]

       [앜튜브: ㅎ]

       [앜튜브: 아무튼……사장님은 C조신데, 팀원이…….]

        

       [아크: 제발 웃음후보만 아니라고 해줘요]

        

       [앜튜브: 챌린저가 무려 두 명!]

        

       [아크: 오!!!]

       [아크: 잠깐만요 근데 그러면 밸런스가 맞나?]

       [아크: 하긴 어차피 다른 팀도 다 챌린저 있겠네요]

        

       [앜튜브: 다른 팀도 한 명씩은 챌린저가 있긴 해요]

       [앜튜브: 근데 중요한 건……어차피 4캐리가 2구멍 못 막는 게임이잖아요]

        

       [아크: 맞아요]

       [아크: 진짜 도저히 트롤들을 끌고 갈 수가없어]

        

       [앜튜브: ……네 아무튼]

       [앜튜브: 티어 제일 낮은 멘티부터 들어갈 팀 정하는 시스템이라]

       [앜튜브: 멘토 전력이 높아 보이는게 좋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크: 그래서 우리 팀 누구누군데요?]

        

       [앜튜브: 아]

       [앜튜브: 보내드릴게요! 잠시만요]

       [앜튜브:

       A조: 도댓 | 장군_ | 참치삼김11

       B조: 라켈 | 벳붐 | 에스마키

       C조: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 레반 | 아크

       D조: 모구링 | 바다바다 | 트루드]

        

       [아크: 아]

       [아크: 왜 신나셨는지 알겠네]

        

       * * * *

        

       『양손의 꽃 지렸다』

       『그저 부 럽 다!』

       『남캠쉑 좋으면서 심란한 척하는 거 보소』

       『흠……그 정돈가?』

       『2 female can’t win』

       『대회는 조진거같은데 뒷풀이 계획이나 짜죠』

       『아 뒤풀이 회식 벌써 침 고이네』

       『요즘 채팅 왜케 빻았지 진짜;;』

        

       레반은 대회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서 쟁취하는 승리의 달콤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으니.

        

       중학생 때부터 VR방 대회를 찾아다니며 출전하던 그가, 첫 공식 나오나 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전업 스트리머로서 방송의 성장이나 어그로도 고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승리와 명예를 원했다. 설령 반쯤은 예능이 섞인 대회라고 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었다.

        

       호기롭게 방제를 정하고 방송을 켤 때까지만 해도, 누구를 상대하게 되더라도 자신있다는 생각뿐이었는데.

        

       “바다님은……아, 이제 코치시죠.”

        

       총체적 난국이었다. 모든 참가자를 아는 것이 아님에도, 벌써 곳곳에 암초가 보였으니.

        

       일단, A조의 도댓.

        

       도적 같은 트롤픽을 상대팀에 떠넘기는 전략이 가능한 대회 룰에서, 도적과 성기사를 모두 챌린저급으로 다루는 선수는 그 자체로 A+급 카드였다.

        

       나머지 2명은 잘 모르지만……검색해보니 마스터 중상위권에서 안정적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이었고.

        

       B조는 그나마 상대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챌린저에서 종종 만나는 광전사 유저인 에스마키는, 변수 대응 능력이 부족한 편이었으니까.

        

       토너먼트식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낼 타입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D조……인데.’

        

       나오나 이전에 유행했던 VR 중세전투 게임인 포아글(For Honor and Glory) 프로 출신에, 나오나 베타 때부터 이름을 날리고, 시즌 초에 산발적으로 열린 대회들에서는 프로로도 활동했던, 바다바다. 속칭, 빠따.

        

       현역으로 뛰기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코치로 물러났지만, 지금도 챌린저에 여유롭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실력자였다.

        

       아무리 전프로 출전 금지 규정 따위는 없었다고 해도……스트리머 대회에 출전할 이름값은 아니었다.

        

       하위티어와 함께 플레이하는 대회의 특성을 고려하면, 프로 출신 코치가 오히려 현역 프로보다도 큰 전력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해져왔지만- 일단, 팀을 확인한 이상 립서비스라도 조금 할 타이밍이었다.

        

       “바다님이 좀 부담스럽긴 한데, 팀 구성은 좋네요. 제가 지하 가고, 아따먹님 기사 서고, 아크님 후열 담당하시면……멘티님들 캐릭폭 어떻게 잡혀도 해 볼만 할 것 같아요.”

        

       레반은 길게 숨을 내뱉으며 C조에 적힌 닉네임들을 다시 눈에 담았다.

        

       아크. 아크는, 마법사 원툴인게 조금 걸렸지만- 여차하면 사제로 돌리면 그만이었다. 팀플레이를 잘 하고 시야가 넓은 사람이니 믿을 수 있겠지.

        

       그리고……아따먹.

        

       ‘도적과 성기사를 모두 챌린저급으로 다룬다는 건 그 자체로 A+급 카드……인 건, 맞는데…….’

        

       평범한 대회였다면 든든하기 그지없는 동료였을 것이다.

        

       하지만, 호칭이 ‘멘토’와 ‘멘티’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레반이 보기에, 이 대회의 핵심은 얼마나 신속하게 하위티어의 실력을 끌어올리고, 경기 중 오더로 잘 조종하는가에 달려있었다.

        

       그리고 장담컨대, 그녀는 내버려두면 멘티에게 준비기간 내내 도적 연습만 시킬 위인이었다.

        

       멘티 3명을 붙여주면 3명 모두 도적 연습만 시키겠지.

        

       그러니 마법사 유저가 없다면, 실질적으로 레반 혼자서 3명의 교육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었다.

        

       그 경우에는 디테일을 봐주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 가지 빌드라도 숙달시킬 수 있다면 대성공이리라.

        

       ‘멘티들을 퓨어탱 3명으로 구성해서 고기방패를 시키고, 셋이서 화력전을 하는 것도 생각해봐야겠는데.’

        

       “이거 멘티 선정은 언제였죠?”

        

       『내일일걸요』

       『내일 7시에요』

       『7시』

        

       아직 멘티로 참가하는 스트리머들이 누구인지도 나오지 않은 시점. 전략은 팀원들이 모두 확정되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 터였다.

        

       ‘그래도, 조금 준비는 하고 싶은데.’

        

       멘티들에게 전수할 빌드나 조금 깎아 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단기결전 대회에선 필살기 한 방이 먹히는 경우도 제법 있었으니.

        

       전프로 겸 현역 코치가 이끄는 팀이라고 하더라도, 이기고 싶었다. 아니, 그렇기에 더더욱 이기고 싶다고 해야할지도.

       

       의외의 한 방을 갖추어 두면, 분명……기회가 오지 않을까.

        

       아니면, 확정된 멘토끼리라도 호흡을 맞춰보자고 할까. 분명, 그것도 큰 도움이-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님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나무레반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3인큐 ㄱ?]

        

       [아크: 죄송해요 레반님]

       [아크: 방송중이신데ㅠㅠㅠㅠ]

       [아크: 듀오로 호흡 한 번 맞춰보자고 하셔서 그러자고 했는데]

       [아크: ㅠㅠ]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ㅅㅇㅋ ㄱ?]

        

       ……바라던 바기는 했다. 응당, 그러자고 해야겠으나-

        

       ‘어디서 술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월계관이라는 사케는 이름은 일본어지만 원산지가 미국 캘리포니아고, 수입업체는 ‘젠니혼주류’인데 경기도에 소재해있으며, 라벨에는 KOREA라고 써있다는 걸 아시나요. 저는 오늘 마시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혼란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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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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