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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

       한서우가 화령이 말하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고?

       아니 그 전에.

       

       “야! 그런 걸 알고 있었으면 미리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화령이랑 한서우가 똑같은 말을 했다는 건 이치니 뭐니 하는 걸 배우는 거야말로 실력을 늘리는 길이란 소리잖아!

       

       그걸 알면서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냐? 어?!

       

       “아니. 그게 서우 형이 말을 더럽게 못해서 그땐 못 알아들었단 말이에요. 지금 화령님이 풀어서 설명을 하니까 그나마 이해를 한 거지.”

       

       한서우가 그렇게 말을 못 하나? 인터뷰 할 때는 나름 멀쩡하게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직접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예준은 일단 현진의 말을 믿어주기로 했다.

       

       “어쨌건 현진아. 너 여기 설명하는 거 듣고 해볼 수 있겠냐?”

       “될 것 같긴 해요. 이건 기초 과정이니까.”

       “그럼 나중에 이거 해보고 어땠는지 이야기 좀 해줘.”

       

       만일 화령이 말하는 걸 적용시킴으로써 실력에 증진이 생긴다면 즉시 팀 내부 선수들에게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

       

       XLG는 다른 상위팀처럼 압도적인 선수풀이나 자본력같은 게 없다. 그래서 이런 정보의 선점과 적용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해보고 내일 말씀을 드릴 게요.”

       “그래. 부탁한다.”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현진은 자리를 뜨지 않고 방송 화면을 지켜봤다.

       

       말로 하는 강의가 끝난 후 화령은 냥냥권법과 당소일 두 사람을 상대로 대련을 진행했다.

       

       충분히 실력 있는 유저인 두 사람을 압도하는 건 현직 1군 프로인 이현진으로써도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화령은 너무도 가볍게 둘을 상대했다.

       

       “근데 화령님 진짜 더럽게 잘하네요.”

       “그러게. 저 둘도 어디가면 괴물 소리 들을 사람들인데.”

       “저 분 프로 안했으면 좋겠어요. 저런 사람이랑 대회에서 만나야 한다니 끔찍하잖아요.”

       “나도. 저 사람이 적에 있어봐라.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 지도 모르겠다.”

       

       둘은 제발 화령이 방송이 흥하기를 기도한 후에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

       

       화령이 한창 냥냥과 당소일을 굴리고 있을 무렵 엔리도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오늘도 그녀의 컨텐츠는 또피스였다.

       

       최근 계급을 올리는 맛에 방송을 키는 엔리가 다이아를 찍을 때까진 아피스 강점기가 올 것이라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반발은 크지 않았다.

       

       아피스가 엔리를 성공시켜준 근본이기도 하고, 최근 엔리의 아피스 방송은 재밌었으니까.

       

       화령을 만나기 전에도 엔리는 종종 아피스를 하며 방송을 진행했다.

       

       아피스 자체가 워낙 인기가 좋기도 하고, 엔리부터가 아피스의 계급 욕심이 큰 편이었기에 그녀가 아피스 방송을 키는 빈도수는 꽤 높았다.

       

       나름 방송적인 재미도 있었다. 엔리부터가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하는 방송인인데다가 아피스가 관계되면 과몰입을 하는 그녀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온 것이다.

       

       문제는 연패 구간이 시작될 때였다.

       

       몇 판을 내리 지고 엔리의 표정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 방송의 분위기가 바닥을 쳤다.

       

       시청자들이 엔리를 비꼬고, 그 때문에 기분이 더 나빠진 엔리의 투덜거림이 심해지고, 거기에 못 견딘 시청자들이 빠져나가고, 남은 악귀들이 엔리를 비꼬는 빈도가 늘고.

       

       이런 악순환 때문에 엔리의 아피스 방송은 호불호가 심한 방송으로 유명했다. 정말 엔리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선 엔리가 아피스를 하지 않길 바라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그렇지만 요즘엔, 엔리가 화령에게 아피스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많은 게 바뀌었다.

       

       엔리는 이전처럼 생각 없이 게임을 하지 않았다.

       

       보정을 풀로 당기는 건 이전과 같았지만 그래도 모든 동작에 나름의 근거를 담았다.

       

       유리함은 굳히고, 불리함에서 역전하는 법을 알게 된 엔리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이전처럼 무력하게 패배하지 않았다.

       

       설령 패배하더라도 자신이 왜 졌는지 대충 짐작하기에 시청자들이 깎아내림에도 이전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엔리는 이기건 지건 간에 자신의 매력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다이아라는 명확한 목표가 생겼기 때문인지 몰라도 요즘 엔리의 아피스 방송을 보는 시청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다.

       

       “승급전 만들었다! 이번엔 꼭 다이아 가고 만다!”

       

       물론 엔리의 방송 시청자가 늘어난 것은 그녀의 티어와는 하등 관계가 없었다.

       

       이전보다 실력이 좋아졌고, 비약적으로 승률이 높아진 것도 맞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다이아의 벽은 높았다.

       

       아피스 1:1 모드에서 다이아란 일종의 마경이었다.

       

       수천 판을 박고서도 다이아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악귀들. 마스터 권에서 놀다 다른 캐릭을 키우러 온 트럭들. 가끔 나오는 몇 십 연승을 거두며 저 위로 올라가는 의문의 부계정들.

       

       이 모든 고난을 뚫고서야 올라갈 수 있는 곳이 바로 다이아라는 장소다.

       

       보통 다이아에 올라가는 이들이 몇 번이나 승급에 실패한 끝에 실력을 키우고 또 키워 간신히 올라간단 걸 생각해보면 엔리가 이 곳에서 막힌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대체 이번이 몇 번째 승급전이지?”

       

       – 이번이 5회차임.

       – 이제 좀 올라가. 슬슬 지겹다.

       – 난 딱 열 번만 채웠으면 좋겠는데.

       – 눈치 있으면 저격러 큐 돌려라.

       

       “저격러 뭐하냐는 너! 너 10분간 벽보고 서 있어!”

       

       쓸데없는 말을 꺼낸 시청자에게 10분 임시차단을 먹인 엔리는 투덜거리면서 방송의 제목을 바꿨다.

       

       ‘다이아 승급전 5회차. 이번에는 꼭 올라간다. / _____’

       

       “다들 눈치 챙겨요. 오늘 승급전 떨어지면 죽는 게 나만은 아닐 테니까.”

       

       – ㄷㄷㄷ

       – 계엄령 선포.

       – 다들 키보드에서 손 떼고 메모장 켜!

       

       경고를 끝마친 엔리는 창대를 두 손으로 잡고 길게 심호흡을 했다.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날 가르쳐준 게 누구냐! 화령이다! 그런 내가 다이아 지박령한테 질 리가 없잖아!

       

       천천히 자기 암시를 걸던 엔리는 큐가 잡히는 소리가 들린 후 1초가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상대는 붉은 오크였다.

       

       “나이스!”

       

       붉은 오크는 거대한 덩치를 지닌 박투 계열의 마나 캐릭터다.

       

       움직임이 다른 권사에 비해 느린 대신 높은 데미지와 회복력을 지녔다.

       

       성능만 따지면 강캐 축에 속하는 캐릭터지만 사거리가 짧고 움직임이 굼뜨기 때문에 용사냥꾼에게 상성적으로 불리한 픽이었다.

       

       – ㄴㅈ

       – 노오오잼

       – 눈치 없네. 진짜.

       

       “여러분?”

       

       – 너무 쉽게 이기면 재미없잖아요.

       – 전 아무 채팅도 치지 않았습니다.

       – 고양이가 키보드를 눌러서.

       

       한마디로 시청자들을 진압한 후 엔리가 매칭을 수락했다.

       

       게임 안에 들어오자마자 장소를 확인한 엔리는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호수였다.

       

       질척한 흙과 물 때문에 움직임이 느려질 수밖에 없는 장소이자 창을 휘두를 넓은 공간이 언제나 확보되는 곳.

       

       완벽했다.

       

       이 정도면 하늘이 엔리에게 승리를 선물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더미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엔리. 상대 전적 보셈.]

       

       “뭔데요?”

       

       엔리는 시청자의 말을 듣고 맞은편에 과묵하게 서 있는 붉은 오크의 전적을 확인했다.

       

       그는 다른 캐릭터를 마스터 티어에 올려놓고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러 온 사람이었다.

       

       망연하게 전적창을 확인하던 그녀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올리더니 비명을 내질렀다.

       

       “왜 나만! 왜 나만 또 부캐를 만나는 건데?!”

       

       아피스는 한 캐릭터를 어느 티어까지 올린다고 해서 다른 캐릭터들까지 그 티어가 되지 않는다.

       

       워낙에 캐릭터 숙련도가 중요한 게임이다보니 새로운 캐릭터를 하면 기존보다 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단 걸 배려해주는 것이다.

       

       물론 마스터유저를 아예 실골 유저와 만나게 하진 않는다.

       

       마스터는 다이아 4부터. 다이아는 플레 4부터 같은 식으로 시작을 하게 만든다.

       

       허나 아피스 제작진 측에서 크게 착각을 한 것이 설령 캐릭터 숙련도가 모자란다한들 고티어에 있는 사람에겐 나름의 가닥이 존재한단 것이다.

       

       특히 마스터까지 올라간 사람은 어지간한 이들과 격을 달리한다.

       

       저들은 플레 다이아 구간의 현지인을 치고 지나가는 트럭이었다.

       

       그리고 엔리는 트럭에 치이게 생긴 불쌍한 희생자였고.

       

       – 알라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라? 승급전 원래 0승 1패부터 시작하는 거였음?]

       

       “조용히 하세요!”

       

       아직 괜찮아.

       

       저 사람 아직 붉은 오크를 열 판도 안 해본 사람이잖아.

       

       아직 저 캐릭터를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도 모를 거야.

       

       캐릭터 상성의 우위만 유지하면 이길 수 있을 거야.

       

       할 수 있어. 이기면 되잖아.

       

       이기면 아무 문제없어. 이건 해프닝으로 끝나는 거야.

       

       [3]

       [2]

       [1]

       [게임 시작]

       

       엔리는 게임 시작과 동시에 거리를 좁히려는 붉은 오크의 허벅지를 후려쳤다.

       

       작은 데미지와 함께 가해진 일순의 경직.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뒤로 물러선 엔리는 창의 거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아라에게 다소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거리에 관한 걸 주입 당했던 엔리다.

       

       이제 그녀는 거리를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창의 거리를 만들 줄 알게 됐다.

       

       유리한 고지를 만들어 낸 엔리는 조급하게 공격을 하지 않았다. 멀리서 집요하고도 지독하게 갉아먹기만 할 뿐.

       

       지난 여러 번의 실패 동안 엔리가 제자리에 안주하고 있던 건 아니다.

       

       여러 번 실패하고, 아라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배운 것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급해져선 안된다는 것이다.

       

       급해져 봐야 실수만 많아질 뿐 이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침착하자.

       

       이대로만 가면 이겨.

       

       게임을 끝낼 생각 하지마. 시간을 다 써서 체력차로 이긴다고 생각 하란 말이야.

       

       다행스럽게도 상대인 붉은 오크는 권사를 잘 다루지 못했다.

       

       그는 시종 창을 얻어맞으면서 거리를 좁히려 노력했지만 붉은 오크가 지닌 기술을 잘 모르는 듯 엔리가 내미는 창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중간 중간 번뜩이는 무언가를 했지만 그건 불리를 극복할 정도의 무언가는 아니었다.

       

       다소 치졸하다 싶을 정도로 안정적인 승리를 추구한 엔리는 그 끝에 결국 바라던 글자를 보는 데 성공했다.

       

       [승리.]

       

       “아자아아! 1승!”

       

       – 트럭인 줄 알았는데 장난감 트럭이었네.

       – 아. 이걸 이렇게 이긴다고?

       – 솔직히 억빠 판이긴 했어.

       – 더럽고 치졸한 승리였다.

       

       “더럽고 추하면 어때. 이기면 그만이야!”

       

       이 기세를 놓치지 말자.

       

       어쩌면 방금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지도 모르잖아.

       

       바로 게임에서 나와 큐를 돌리려던 엔리는 갑자기 불어난 시청자의 숫자를 보고 멈칫했다.

       

       수백 명 정도가 늘어난 게 아니었다. 갑자기 이천에 달하는 시청자가 늘어나 있었다.

       

       아무리 다이아 승급전이라지만 이 정도로 늘 건 아닌데?

       

       엔리가 처음 다이아 승급전을 했을 때는 그, 엔리가 다이아에 간다고?! 같은 느낌으로 시청자들이 몰려 들었지만 이제는 5번째 승급전이다.

       

       이젠 이렇게 사람이 몰릴 이유가 없다.

       

       “뭐에요. 뷰봇이라도 들어온 건가요?”

       

       – 화령이 방송 꺼서 여기로 옴.

       – 난민들입니다.

       – 화령이 호스팅 하려다가 포기해서 이 쪽으로 걸어서 왔어요.

       

       “아. 화령 씨 방송 끄셨구나.”

       

       오늘 방송키기 전에 냥냥님이랑 당소일님 괴롭히는 거까진 보고 왔는데 이제 강의가 끝났나 보네.

       

       “어떡하지. 화령 씨 방송 보다가 내 방송 보면 눈이 썩을 텐데.”

       

       – ㄱㅊㄱㅊ

       – 우리가 엔리한테 그런 걸 기대하겠어?

       

       – 금색머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못하는 거 보러 온 거야.]

       

       “예의상이라도 좋은 말 좀 해주시죠?!”

       

       화령에 비하면 벌레만도 못한 실력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노골적이면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가.

       

       “저도 많이 늘었어요! 실골의 엔리는 이제 없다고요!”

       

       – 아. 네. 그러시군요.

       – 잘 알겠습니다.

       

       – 갓리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이. 엔씨. 큐나 돌려.]

       

       “넵. 큐 돌릴게요.”

       

       나름 규모있는 스트리머인 엔리도 자본의 앞에선 무력했다.

       

       시키는 대로 얌전히 큐를 누르기 무섭게 매칭이 잡혔다.

       

       이번 상대는 전투 마법사였다.

       

       아피스에서 몇 안 되는 원거리 캐릭터 중 하나로, 유저들 사이에선 마법 모기라는 멸칭으로 불리는 녀석이었다.

       

       접근수단이 한정적인 용사냥꾼으로썬 상대하기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엔리가 신경 쓴 부분은 거기가 아니었다.

       

       상대 유저의 이름이었다.

       

       [화령]

       

       “어라?”

       

       그 이름은 엔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꽁승이 있으면 꽁패도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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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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