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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1

    <851 – 억울한 아이(6)>

     

    역심의 로켓배송!

    당일배송으로 날아간 신을 향한 불경함에 수녀장의 얼굴이 아주 새파래졌다.

    포기할 법도 한데 이걸 정신이 안 무너지고 꿋꿋이 버티더니 불길한 기운을 한껏 방출했다.

    납치당한 신호가 신에게 도달하기 전에 먼저 기도술로 메시지를 보내기라도 할 작정이다.

    포기가 느린 수녀장이다.

     

    [신님, 방금 보낸 문자는 제가 보낸 문자가 아니에요!]

    [받는 즉시 삭제하고 열지 마세요!]

     

    방금 하늘로 올라간 기운.

    해석하면 대충 이런 느낌이겠지?

    이미 늦은 줄도 모르고 절박하게 매달리는 모습은 어쩐지 사람의 가학심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마치 뉴비를 바라보는 고인물의 감정과도 같은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이 장난감, 가지고 놀고 싶다.

    정말 격하게!

    이런 가학심, 평상시에는 참 오래 참았단 말이지.

    다들 쉽게 부러지거나 망가질 것 같았으니까.

    요즘은 나보다 강한 교수들한테 괴롭힘도 당했고.

    해소되지 못한 갈망.

    욕구불만에 가깝게 쌓이던 장난기가 폭주했다.

    저토록 절박한 수녀장의 앞에서 이런 장난을 치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잘도.]

     

    그래서 저질렀다.

    천상과 지상의 연결이 이어지지 않은 틈에.

    시간 배율을 무너뜨리고.

    다른 학생들과의 공간연결을 어지럽히고.

    오직 단둘이.

    나와 수녀장만의 시공간이 외따로 떨어진 이곳에.

    신성술식의 밀도를 급격히, 격렬하게, 인간은 상상할 수도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려 저 높은 하늘에서부터 지상으로 수직으로 내리꽂는다.

    마치 신의 의지가 이 자리에 강림한 것처럼.

     

    [잘도 저의 눈과 귀를 더럽혔군요!]

     

    내 기억 속 신의 목소리.

    신의 분위기.

    그 모두에 분노를 담아내어 <흉내>를 <연기>로 발전시켜 펼쳐내자, 상급 기능이 개방되었다는 소리와 함께 표현력이 더욱 강해진다.

    이제 이곳은 끔찍한 처형장이 되었다.

    학원을 째고 피시방에 놀러 간 자식을 찾아 PC방에 도착한 엄마처럼.

    교과서를 산다고 거짓말하고 게임기를 사다가 먼저 집에 도착한 택배를 뜯어버린 엄마처럼.

    등짝스매쉬를 날리기 직전의 엄마의 무시무시한 분노를 기백에 담아내자, 수녀장이 졸지에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죄인으로 전락했다.

     

    [신이 그리도 편하게 느껴졌나요? 함부로 눈과 귀를 더럽히고 농락하여도 될 것처럼.]

    [그, 그게 아니라…]

    [어느 안전에서 감히 또 그 더러운 심언을 보내려 드는 건가요!]

     

    우득.

    영혼의 뼈마디와도 비슷한 감각 하나가 뻐근하게 울릴 정도로 출력을 올렸다.

    인간은 흉내도 낼 수 없는 기세의 규모에 수녀장은 단단히 속아 넘어왔는지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사제 빌드의 강함이 어디서 나오는가.

    모시는 신에게서 나온다.

    그 신이 노하여 자신의 앞에 강림했으니.

    아무리 큰 힘을 쌓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무력하고 초라한 어린 양이 될 따름이다.

    이것이 사도 빌드를 고르지 않고 마검사의 길을 걷는 이유의 하나였다.

     

    “불민한 기도는 적의 속임수에 당한 결과이니, 결코 저의 본의가 아니었습니다.”

    [그 어떤 불민함도 말로는 되돌릴 수 없어요. 오직 행동만이 그 진의를 증명할 뿐이죠.]

    “그렇다면 지금껏 제가 바친 과거의 행동을 저를 비추는 거울로 삼아주십시오. 저의 과거마저 당신을 실망하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인형놀이 이벤트는 고인물이 된 뒤로는 고점이 높다 싶은 회차마다 꽤 높은 빈도로 클리어했으니까 알고 있다.

    수녀장 디사스트에르가 모시는 신은 매번 달라져도 그 신에게 바치는 정성은 거짓이 아님을.

    여기서는 분노를 한번 가라앉혀야 상대도 속아주고 배신감을 느껴 괜한 반발을 하지 않겠지.

     

    [그것이 당신이 아직 숨을 붙이고 있는 이유랍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변치 않는 신실함을 증명할 기회를 드리겠어요.]

    “어떤 시련이든 주어지는 기회를 감사히 받아들이고 응하겠습니다!”

    [당신의 앞에 있는 새로운 수녀장 후보와의 대결을 벌이세요.]

    “?!”

    [가장 깊은 사랑은 적의 눈과 귀조차도 멀게 만드니, 둘 중 먼저 이를 실현한 자만이 자신의 신실함을 증명할 거예요.]

     

    이에 독심 가득한 수녀장이 나를 향하여 재빠르게 기습을 날렸다.

     

    “신께서 저의 죄를 사하여 주셨나니, 제가 멀쩡한 이유랍니다. 당신은 감히 저를 이용하여 그분을 욕보인 죄로 눈과 귀가 멀 것입니다!”

     

    언변으로 마음을 흔들고 정신력의 빈틈에 신성력을 밀어 넣어서 사랑과 연관된 권능의 효과를 발현하겠다는 발칙한 수작이다.

    물론 내가 꾸민 대결에 내가 당할 리가 없지.

    내 마음은 철옹성과도 같아서 조금의 흔들림조차도 일어나지 않았다.

    반대로 나는 긴말도 안했다.

     

    “그분이 정말로 당신을 용서했다고 여겼어요?”

     

    그 말과 동시에 암흑마나를 펼쳐 수녀장의 눈과 귀를 덮어버렸다.

    졸지에 눈과 귀의 감각이 닫히니, 이에 수녀장은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대결에서 지다니.

    이렇게 어린 신입수녀한테.

    실력으로 진 것은 말이 되지 않아.

    그분이신 거야.

    그분의 마음이 내게서 떠났으니 차기 수녀장에게 힘을 베풀어주셨어.

    내 패배는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야!

     

    그런 뿌리 깊은 절망감에 좌절하며 신앙의 힘이 흐려질수록 암흑마나의 영향력은 점점 더 강해지고 오래되니, 암흑마나의 침식이 신성력이 빠져나간 몸을 빠르게 좀먹는다.

    수녀장은 특유의 강력한 신성력을 제대로 펼쳐보기도 전에 자신의 말로 타인의 신체를 범하였던 방식마냥 암흑마나에 신체를 빼앗겼다.

    암흑마나에 완전히 피폭된 그녀는 이제 내 명령을 벗어날 수 없다.

    사랑이 말하는 맹목.

    그 강제적인 지배의 말로를 다른 방식으로나마 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종족값 개변>

    <구조설계>

     

    여기에 종족변환의 재주를 더해 수녀장의 육체를 수녀원의 괴물들과 마찬가지로 변환하니, 신성력 기관은 암흑기관으로 전락하고 아름다운 외모마저도 상실한 그저 비참하게 전락한 딱한 괴물이 한 마리 남게 되었다.

    그리하여 시공의 결계를 해제하고 모두의 인지속도로 되돌아가니, 짜잔.

     

    “하, 한순간에 괴물로 전락했어!!”

    “맙소사. 신이 수녀장을 벌했어!”

    “신벌이다!”

     

    정말로 노한 신이 수녀장을 벌한 것처럼 모두가 감쪽같이 속을 결과가 발현되었다.

    신앙이 흩어지며 일개 흉측한 괴물로 전락한 디사스트에르는 자신의 처지에 절망했지만, 수녀장의 불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금 전, 하늘로 쏘아올린 기도술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단지 조금 도착까지의 시간이 지연되었을 뿐.

    지금 막 진짜 신계에 도달한 기도가 사랑의 신에게 전해졌다.

     

    !!!!!

     

    밀집한다.

    동방에서는 천지영기라 불리는 세상의 모든 자연마나가, 나의 연기가 아닌 진짜 신의 개입으로 밀도를 끌어올린다.

    눈이 멀고.

    귀가 멀고.

    피부의 감각마저 소실되는.

    알현의 순간을 체감하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는 신의 강림.

    그 무자비한 신성의 폭거가 이루어지는 한복판에서 나는 궁금해졌다.

    신성모독을 저지른 괘씸한 수녀장을 혼내러 내려왔더니 이미 벌을 받았으면 신은 무슨 생각이 들까?

     

     

    * * *

     

     

    지상에 강림한 사랑의 신 아타락시아.

    세상의 모든 상식을 부정하고 개변하는 상식개변의 권능은 현장에 머무르는 모든 인간의 감각을 박탈한 채, 그녀만이 고고히 중간계를 거닐게 해주었다.

     

    <차원 마비>

    <일시적 무효화>

     

    살인적인 수준의 기능 총량이 세계에 가하는 충격과 차원순력의 저항감조차도 차원에 가해지는 부담마저 권능으로 속여 감춘 지금은 작동되지 않았다.

    오직 그녀만의 시간.

    아타락시아만의 고독한 무음지대 속에서 고고한 신의 시선이 수녀장을 내려다보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지만, 진정으로 역심이 없지는 않았군요.”

     

    지상에 강림한 그녀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괴물화의 현상과 왜곡된 수녀원의 실체가 보였다.

    그 이면에는 이름없는 옛신들의 권능이 함께 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이것은 분명한 음모였다.

    신의 힘을 이름 없는 신들의 권능과 혼용하며 신의 관장영역과 권능의 범위를 비트는 행위.

    오랜 시간에 걸쳐 착실하게 신의 힘을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서 규명된 이름 없는 신들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는 변질의 시도.

    그 끝에 기다리는 백년지계의 끝을 신의 지혜는 단숨에 꿰뚫어 보았다.

     

    강제사도지정.

    아타락시아이되 아타락시아의 것이 아닌 영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합된 <중복영역>의 공동소유자인 옛 신들의 총애를 받는 디사스트에르.

    그녀의 지위가 사도의 지위까지 격상되며, 사랑의 교단 전체에 아타락시아의 수녀원에서 벌어진 일을 재현할 수 있게 된다.

    참상의 끝에 기다리는 것은 선신의 지위도, 사랑의 영역도 상실한 채 권능만을 잡아먹혀 이름을 잃어버리는 아타락시아의 최후.

    신격의 소실이다.

     

    “대담하군요. 감히 대신들을 상대로 일개 인간 따위가 옛신의 힘을 빌려 신의 위계를 뒤집는 역천을 꾀하다니.”

     

    더욱 놀라운 것은 디사스트에르의 뒤에 그녀에게 옛신과의 연결을 주관하고 은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 존재는 디사스트에르를 돕는 세 명의 옛신이 우스울 정도로 너무나도 많은 옛신들을 자신의 등에 업고 있었다.

    지난 시대의 패배자들.

    주류24신격은커녕 백신전의 말석에도 들어오지 못한 존재들.

    이제는 그 이름마저 잃고 소실되었을, 그래야 마땅했던 만신전이 그 형체를 유지하고 있다.

    한 명의.

    오직 단 한 명의 인간의 광기에 의지해서.

     

    <만신의 대리인>

     

    인간으로서의 원형만을 간신히 유지하는 낡은 그릇이 디사스트에르와 이어진 자신의 단말을 꿰뚫어 보는 아타락시아의 직관을 알아차렸다.

     

    “당신의 추함은 이미 드러났습니다. 숨을 수 있다 생각하지 마세요.”

     

    일견.

    한번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만신의 대리인을 휘감은 옛신들이 연달아 터져나간다.

    인지마비.

    최후의 각인자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던 망령과도 같은 존재들이, 그 중요도가 낮은 신들부터 하나씩 만신의 대리인의 기억에서 사라지며 진정한 소멸을 맞이하였다.

    할 수만 있다면 이 기세 그대로 만신의 대리인에게 존재를 걸친 옛신을 모조리 전멸시킬 기세로 펼쳐지는 멈출 줄 모르는 패도와도 같은 망각의 연속!

     

    “…!”

     

    이에 만신의 대리인은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며 자신을 번잡하게 만들던 옛신들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인지하였다.

    그로 인해 수복된 만신의 대리인의 자아가, 항상 자신의 목표를 잊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던 정신력에 여유가 생긴 그가, 그 자신의 온전한 의지를 아타락시아에게 내비쳤다.

     

    [만신전에는 예언의 신이 있었다. 한 가지, 당신만을 위한 예언을 내려주지.]

    […!]

    [종말의 순간에만 피어나는 꽃은 모든 잎을 개화하였으니, 더 이상 피어나지 못한다.]

     

    아타락시아의 시선이 멈춰선 인지감각 속에서 멍하니 선 오크노디에게 향했을 때, 디사스트에르와 연결되었던 만신의 대리인의 단말이 파괴되었다.

    만신의 권능이 추한 짐승으로 전락한 수녀장을 원격으로 사살한 것이다.

    예언의 충격에 아타락시아가 망설이는 찰나에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연결통로를 자신의 손으로 없애 옛신들의 소멸과 자신의 피해를 차단했다.

    눈앞에서 놓친 흉수.

    흑막의 존재에도 아타락시아의 마음은 이미 만신의 대리인을 잡을 마음조차도 없었다.

     

    [그와의 결말이, 재회의 기쁨이, 둘만의 낙원이. 더는 찾아오지 않아…?]

     

    신은 고고하다.

    고고함을 잃은 신은 천상에 올라설 수 없다.

    옛신은 강림할 수 없을지언정 그 고고함마저 잃지는 않은 존재들.

    예언은 거짓이 아니다.

    언젠가 반드시 이루어질 미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더욱 뼈아픈 예언이었다.

     

    “”

     

    소리가 되지 않는 목소리를 감각박탈의 영역 속에서 홀로 내어보며 뻐끔거리는 바보같은 아이.

    몇 번의 생을 반복하여도 그 천진함을 잃을 줄 모르는 아이.

    그 아이를 이토록 가까운 곳에서 마주하니, 자신도 모르게 내뻗던 그녀의 손이 멈칫했다.

     

    츠즈즈즈즛!

     

    마비되었던 차원순력이 점차 가파르게 떨린다.

    강림의 한계 시간이다.

    아타락시아는 기로에 섰다.

    추락하여 머무를 것인가.

    올라서며 군림할 것인가.

     

    짹짹!

     

    “와! 시야복구!”

     

    놀란 새들이 지저귀며 파닥파닥 날아오르고 돌아온 감각을 만끽하며 오크노디가 디사스트에르의 핏물을 참방참방 밟고 뛰놀았다.

    그 광경을 보고 아연실색한 싱과 스노우빌이 그녀를 피 웅덩이 밖으로 끌어내니, 그 자리에 아타락시아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계약의 각인>

     

    그저, 손등에 새겨진 불길한 각인을 쓰다듬으며 혼란스러워하는 올로스트 교관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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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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