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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3

    <853 – 억울한 아이(8)>

     

    옛신의 권능 일부를 하사받은 시종들을 이용해 주류24신격의 힘을 옛신의 영역으로 오염, 주류24신격 전체의 힘을 만신의 곁으로 끌어들인다.

    만신의 대리인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는 옛신과 현신 모두의 힘을 지닌 채, 감히 유일신에게도 대적할 수 있는 최강의 사도가 될 수 있었다.

    현존하는 모든 신계의 힘의 1순위 계승자로서 하사받는 힘의 총량과 고점은 사실상 여타의 삼대거악을 웃돈다.

     

    제국의 혁명가.

    재단의 이사장.

    심지어는 그보다도 윗줄의 제국의 선황.

     

    지난 시대의 강자들이 모두 추락해도 홀로 고고히 천상의 저편까지 올라설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과거개변과 함께 만신의 대리인이 주류24신격을 오염시키는 작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사랑의 신 아타락시아를 모시는 만애교단은 만신의 대리인의 음모를 깨닫고,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박멸에 돌입했으니.

     

    ━━━

    만신의 대리인의 영향력이 55% 감소합니다.

    만신의 대리인의 영체의 23.7%가 소실됩니다.

    ━━━

     

    강력한 적수는 변화한 과거의 흐름과 함께 쇠락하여 시대의 저편으로 밀려났다.

     

    ━━━

    만신의 대리인의 악명이 실추되어 삼대거악의 지위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한 시대에 악명을 떨치는 삼대거악의 순위가 모두 재편되었습니다.

    신세대 삼대거악의 선정이 완료되었습니다.

    ━━━

     

    삼대거악조차 되지 못하는 만신의 대리인.

    그는 이제 시대의 흐름에서 완전히 낙오되었다.

     

    ━━━

    [신세대 삼대거악]

    황금의 마법소녀 아발론

    암흑여제 매스각키

    다크프린세스 오크노디

    ━━━

     

    만애교단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이끈 주역.

    만신의 대리인을 끌어내린 장본인이다.

    기특한 일을 해준 이들에게 고인물로서 고마운 마음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

     

    “우호의 징표는 잘 받았어요! 새로 사귄 친구들에게 답례로 저도 뭐라도 해드릴까요?”

    “저는 돈이면…”

    “멍청한 소리는 무시하고 교단 운영을 도와줬으면 한다. 교황도 성녀도 과거 기억이 없어서는 만애교단이 하루아침에 망할지도 모르니까.”

     

    올로스트 교관은 돈에 눈이 먼 스노우빌과 달리, 냉정하게 현 상황을 분석했다.

    분에 넘치는 지위와 영광을 누리지만 그것을 유지할 자격이 없다면 성녀도 교황도 모두 신기루처럼 사라질 지위이기도 했다.

     

    “기특해!”

     

    오크노디는 책임감 있는 뉴비의 자세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면 도와드리지 않을 수가 없죠. 먼저 재단의 일 년 치 수익내역서와 지출내역서를 보여주세요!”

     

    과거개변으로 교단의 세도 크게 넓어지고 엄청나게 많은 수익을 올릴 줄 알았던 교단은 뜻밖에도 막상 그 규모가 개변 전과 다를 바 없었다.

    주류24신격 치고는 영세한, 거의 말석에 가까운 규모의 순수익을 낸 것이다.

     

    “우리 교단 왜 이렇게 허접해요?! 설마 제가 성녀로 있어서 그런 건가요?”

    “그것도 그렇고요!”

    “일단 부정은 안 하는 건가요!”

    “만신의 대리인의 추적 및 하수인들의 제거에 공을 들인 탓에 장비수급이나 기술연마, 주문개발로 번 돈을 다 쏟아붓고 계셨네요!”

    “그런 비밀이?!”

     

    장부만 봐도 알 수 있다.

    아타락시아의 수녀원에서 겪은 부당한 기억이 살아남은 수녀들에게 얼마나 큰 분노를 선사하였는지.

    수녀들은 같은 굴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같은 운명에 처한 이들을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강해져야만 했다.

    여타의 교단처럼 교세확장에 치중하는 대신, 만애교단의 목표는 만신의 대리인 추적섬멸 및 하부조직의 궤멸을 업으로 삼은 만애교단은 포교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만애교단의 활동에 구원받은 수녀들이나 사제들.

    그들의 부모나 지인, 주변인들.

    그 선한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사람들.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면 만애교단의 활약을 제대로 아는 이도 없고, 감사해하며 신앙을 따르는 이들도 없었다.

    행한 일에 비해 교단이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이거, 암살방어술식개발을 보면 알 수 있죠! 암살자들한테 엄청 당하고 계셔서 기존의 사람들을 지키기도 급급하다는 걸요!”

     

    만신의 대리인도 호구는 아니다.

    자신의 계획을 방해한 이가 누구인지.

    어떻게 해야 그들을 저지할 수 있는지 알았다.

    암살.

    만애교단과 관련된 이들을 닥치는 대로 죽인다.

    직접 나서서.

    수하들을 동원해서.

    돈 주고 암살자를 고용해서.

    만애교단 입장에서도 이를 의식해서 어중간한 각오로 만애교단에 가입하는 자들을 받아들일 수 없으니, 세력이 커질 수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멸망시키기 전까지 확장할 수 없는 조직이 만애교단과 만신의 대리인 하부조직이 되어버린 형국이다.

    그런 흐름을 수익지출 내역서만을 보고 알아차린 오크노디를 보며 올로스트 교관은 뒷세계 1인자의 후계자는 과연 대단하구나, 이제는 사실상 1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물답구나, 하는 감상을 느꼈다.

     

    “만신의 대리인도 여러 신의 권능이 있어서 한번 죽인다고 끝나는 존재가 아니니까 고생 좀 하겠네요! 작정하고 본체를 유인하지 않으면 몇 세기는 고생하실 듯?”

    “하아. 그럼 저와 스노우빌도 평생 만신의 대리인에게 노려지는 겁니까?”

    “그렇겠죠? 그래도 성녀랑 교황 됐잖아요. 두 분한테는 개이득인 듯!”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돈도 들어오고 감사와 존경도 받으니, 스노우빌이 바란 것처럼 포인트 갑부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랑은 받을 수 있다.

     

    “어쩔 수 없군. 도와줄 필요가 없지만 순수한 호의로 상황을 짚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 고맙다, 다크프린세스.”

    “같이 놀아서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만나요!”

    “또 어울려주시는 건가요?!”

    “성녀도 되셨으니까 저희 성녀연합회도 들어오셔야죠! 언제든지 환영할게요!”

    “고마워요!”

     

    훈훈하게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올로스트는 느꼈다.

    이 아가씨, 갑부가 되겠다는 꿈은 어느새 새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성녀라는 신분에 취했다고.

    하기야 본인도 교황지위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 종교의 성녀니 교황이니 하는 신분을 지니면 어떤 특혜를 누릴까.

    기대에 부응하듯, 아카데미에 함께 입학한 동년배 수녀나 사제, 성기사들이 보였다.

     

    “교황님, 만신의 대리인을 해치우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정진합시다!”

    “이건 다크프린세스와 함께 짠 성녀님이 이수할 예정인 강의목록입니다! 교황님께서 오늘부터 성녀님께 예습시킬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응?”

     

    그런데 부하들이 건넨 서류를 읽어보니 당황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프린세스메이커도 아니고 성녀메이커 계획서에는 매시간, 매일, 매주, 매달, 심지어는 연간계획까지 발을 뻗는 성녀관리계획이 세워졌다.

    심지어 그 교육을 시키는 주체가 올로스트 교관 본인이었다.

     

    “성녀님이 기품을 갈고 닦고 다른 후원자들에게서 두둑한 지원을 받아낼수록 저희 교단의 활동이 편해지며 인명피해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지사. 성녀님의 훈련과 교육이 곧 교단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중대사가 아니겠습니까.”

    “과연. 과거개변은 그런 구조로 나와 스노우빌의 관계를 재정립한 건가.”

     

    서류만 봐도 느껴졌다.

    이거 진짜 개빡세다.

    스노우빌에게는 미안하지만 981기의 괴물로 불리는 오크노디나 이슈타르만큼 고생길이 열렸다.

     

    “뭐, 구르는 건 내가 아니라 성녀지.”

     

    교황이 되어서 다행이군.

    올로스트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장을 찍고 계획을 추진했다.

     

    “이, 이게 다 뭐죠?”

    “네가 오늘 풀어야 할 것.”

    “내 갑부플랜은 어디 가고 과제만 쌓이냐고요!”

    “과제 갑부도 일단은 갑부다.”

    “싫어어어어!”

     

    제한적이나마 소원을 이룬 스노우빌의 좋아 죽는 소리에 올로스트 교관은 남 일처럼 개운하게 웃었다.

     

    “그럼 이건 교황님이 공부할 자료입니다.”

    “뭐?”

     

    그의 책상 앞에도 수북히 자료가 쌓이기 전까진.

    양을 보면 스노우빌보다 작다고 할 수도 없다.

     

    “난 교황이기 이전에 교관이다. 교관의 업무를 해야 한다.”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교관업무라면 저희 만애교단의 일원들이 대신 해드리고 있습니다. 교황님도 성녀님의 교육에 필요한 지식이나 연구개발기능의 연마에 힘쓸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오니 면학과 교육에만 전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올로스트는 떠올렸다.

    스노우빌의 부의 일정 비율, 10%를 나누어 받는 계약을 했다는 사실을.

    개변된 시간에서 스노우빌은 기특하게도 10%의 과업을 나누어주었고, 그것이 지금의 영문 모를 과제 지옥이 되었다.

    심지어 가르치는 이에게 요구되는 지식은 배우는 이의 지식보다 높으니, 열심히 하기는 스노우빌 이상으로 해야 한다.

    만신의 대리인이 존재하는 한, 이 미친 일정은 스노우빌이 졸업하는 최소 2년 반 뒤까지 계속된다.

     

    “…죽여버리겠다, 만신의 대리인!!!”

    “오오, 역시 만애교단의 교황님! 만신의 대리인을 향한 원한만큼은 우리 중 누구보다도 뛰어나셔.”

    “저분이라면 믿고 교황으로 추대할 수 있지!”

     

    일상을 모조리 잃어버리고 성녀교육에 매진하게 된 한 교관의 분노는 만애교단 관계자들을 무척이나 흡족하게 만들었다.

     

     

    * * *

     

     

    “…!”

     

    옛 신의 터를 부활시키고자 암약하던 만신의 대리인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힘이 줄어듬을 느꼈다.

    본인의 힘뿐만 아니라 모시던 신들의 숫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영체의 23.7%.

    만신의 11.5%.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피해가 아니다.

    심지어 은밀하게 퍼뜨린 옛신의 숭배자들이나 관련 세력, 특히나 주류24신격과 관련된 연결망은 대부분이 쓸려나갔다.

    만신의대리인이 중간계의 중심, 영맥의 바다 한복판에 자리한 영맥의 보고, 기프트 아카데미가 있는 곳을 노려보았다.

     

    “…다크, 프린세스.”

     

    언젠가 자신의 계획에 커다란 방해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받아 선황 퇴위를 틈타 제거하려고 하였던 아이.

    그때는 선황의 비호로 습격에 실패했으나, 이제 선황은 사라졌다.

    그녀를 돌보는 음지의 수장,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도 사라졌다.

    든든한 뒷배를 둘이나 잃어버린 지금.

    지금의 다크프린세스라면 충분히 노릴 수 있다.

     

    “보복, 개시.”

     

    만신의 대리인의 그림자가 여덟 갈래로 흩어지며 어둠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과제갑부가 되어버린 스노우빌과 일상을 잃어버린 올로스트

    동시연재작 서바이벌 예능 참가자가 되었다가 오늘 완결되었습니다.
    챌린지 신작 ‘세뇌술사가 너무 착함’은 오늘 12시 10분 무렵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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