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55

    <855 – 만신의 자객(2)>

     

    부르테 글라스는 세상이 자신을 억까하는 억울함을 느꼈다.

    호문쿨루스들의 머릿수 빨로 밀어붙이는 복지우선혜택에 맞서서 비 호문쿨루스들의 권리를 주장하고자 보급마차 하나를 털고 분배권을 가지고 협상에 나서려고 했을 뿐인데.

    어째서 그의 순수한 마음을 몰라주고 마차 안에서 살인마법을 펼치는 자객이 튀어나온단 말인가!

     

    ‘반년 전에 엉겁결에 마왕군 사천왕을 토벌하면서 소모했던 마력을 겨우 복구한 참이었는데…!’

     

    이건 사기야.

    복구한 마력을 다시 고스란히 털어넣어야 토벌을 장담할 수 있는 마왕군 사천왕급 강적이 보급마차에서 불쑥 튀어나오다니!

    하지만 억울함을 주장할 새도 없이 상대는 이미 공격을 개시했으니.

     

    <결합의 권능>

    <폐>+<토사>

     

    저항할 새도 없이 시작되는 질식 공격에 반 호문쿨루스, 친 부르테 글라스 성향의 아카데미의 이단아들은 빠르게 그 실력을 시험받았다.

     

    <영역화>

    <마나저항>

    <공간내성>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들의 주적이 공간마법을 주로 다루는 벨벳이라는 것.

    평소 거대화 짓밟기, 거대화 딱밤 때리기, 거대화 걷어차이기 등에 시달렸던 부르테 글라스 파벌은 공간마법에 대한 저항력을 알게 모르게 키웠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기습도 공간저항능력을 갖추면 거대화의 시작점이 조금이라도 자신으로부터 먼 곳에서 시작된다.

    그만큼 반응할 시간이 생기고 최초의 일격, 기습에 입는 피해가 줄어드는 것도 당연지사.

    본의 아닌 선행학습은 폐를 향해 발현한 공간마법을 강제로 밀어냈다.

     

    “미친.”

    “지금 우리 몸에 흙을 넣으려고 했어?”

    “으윽, 심장에 압박감이…!”

     

    직격은 피했지만, 몸에 억지로 파고들려는 마나를 밀어낸 것만으로도 신체장기에 가해지는 부담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하급반 지지자들이 급히 몸을 추스르는 사이, 부르테 글라스가 몸소 안경에서 역광을 뿜어내며 검집에 손을 얹었다.

     

    ━━━

    5위계 사출마법

    <하이퍼 크로니클>

    연계기술

    <섬전, 발도>

    ━━━

     

    발검과 참격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즉발형 돌진기술 섬전, 발도.

    만신의 대리인의 몸통이 반으로 갈라졌다.

     

    ‘됐어. 이 부상은 깊다.’

     

    치명타를 넣었다고 안도하는 부르테 글라스.

    그런 확신이 눈앞에서 봉합되는 상처와 함께 뒤집힌다.

     

    <결합의 권능>

    <대지>+<피해>

     

    신체에 일어난 파손을 매 순간 주변 지형에 흘려보내며 갈라진 신체를 결합해 복구하는 롬멜.

    이어지는 몇 번의 참격이 더욱 잘게 육체를 나누었지만, 고스란히 새카만 어둠에 휘감겨 원래의 형상을 되찾는 모습을 보고 부르테 글라스는 깨달았다.

     

    ‘이 녀석, 영역화로 세계의 법칙을 속일 수준의 경지에 올라섰는가…!’

     

    정말로 마왕군 사천왕이 떠오르는 수준의 강함이다.

    대체 오크노디는 어디서 이런 괴물을 또 구하고 함정에 빠진 그를 해치울 자객으로 파견했단 말인가.

    이것이 정녕 재단의 숨은 저력인가?

    긴장감이 경계의 상한선을 뚫고 솟구쳤다.

    물론 오크노디와 벨벳이라도 이 정도는 한다.

    다만,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자신의 두 명뿐인 숙적.

    오크노디와 벨벳 수준의 강함으로.

     

    ‘언젠가 넘고자 했던 녀석들이다.’

     

    부르테 글라스의 강함이 부담되기는 피차 마찬가지였던 걸까.

    만신의 대리인의 분신, 롬멜의 형상이 수십 개로 분화되었다.

     

    ━━━

    5위계 추적마법

    <오라클로케이션Oracleocation>

    연계기술

    <신얼위치神諭位置>

    ━━━

     

    목표의 위치를 감지하는 감시술식.

    미래의 위치를 예측하는 예측술식.

    마법사에게 타깃의 경로를 그리는 투영술식.

    집중력을 강화하여 추적성공률을 높이는 집중술식.

    목표의 이동을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고립술식.

     

    이상의 다섯 개의 술식을 합하여, 신의 뜻oracle으로 길을 인도하는location 신성주문, 오라클로케이션이 구현된다.

     

    신성을 담은 검식이라 하여 신神.

    가르침을 모방하는 검식이라 하여 얼諭.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자리하는 검식이라 하여 위치位置.

     

    이상의 네 개의 검식을 합하여 신성검술, 신얼위치의 초식이 성립되니.

    섬전처럼 이어지는 강습연계기술이 분신 하나의 목을 치는 순간, 압축되었던 마나구조가 급속도로 붕괴되며 대폭발이 일어났다.

     

    쾅!

     

    “크악!”

    “아악!”

    “막아라, 분신 하나라도 더 붙들어야 부르테 글라스 님이 편해진다!”

     

    부르테 글라스는 모두의 희생을 목격했다.

     

    ‘저 녀석들…’

     

    그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부르테 글라스의 머릿속을 스쳤다.

     

    -빌어먹을 호문쿨루스 녀석들이 교내의 저렴한 일거리는 모조리 독차지하겠지. 인간 시대는 끝났어.

    -호문쿨루스가 살아있는 한, 우리는 아카데미 최악의 호구세대가 되어 희생만 하다가 졸업할 거야.

    -당하고만 있을 바에야 먼저 족치자. 호문쿨루스의 인권을 짓밟고 인간의 인권을 되찾는 거다!

     

    권리를 지키기 위해 타인을 짓밟는 행위가 익숙한 소악당들.

    작고 추레한 권력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기에 발악하는, 더는 물러설 곳도 없는 녀석들.

    동료애가 쥐뿔도 생기지 않는 이기적인 녀석들이지만 폭발에 휩쓸리고 피해를 입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오기만큼은 진짜였다.

     

    ‘그래, 나는 이런 녀석들을 좋아한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자.

    욕망을 위해 충실히 살아가는 자.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울 줄 아는 자.

     

    <마나흡수>

    <붕괴마나>

     

    폭발하고 붕괴하며 폭발범위를 소멸시키는 잔혹한 연계속성을 지닌 마나를 과감하게 자신의 체내로 끌어들인다.

    불규칙적인 폭발의 제어에 실패하며 몸이 들썩거리고 입에서 피가 흘러내려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나 자신의 천재성을 믿는다. 나 또한 오크노디와 벨벳과 같은 높이에 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럴 수 없는 삶이라면 이 자리에서 죽어도 상관없다!’

     

    죽음을 담보로 한 폭주기.

    소멸의 영향에 내장 전체가 증발하며 즉사해도 할 말이 없는 위험을 무릅쓰는 광기.

     

    ━━━

    7위계급 연격기 <폭결공>

    ━━━

     

    불규칙적인 폭발에 몸을 맞추어 급가속을 거듭하며 분신들을 베어 넘긴다.

    인체감각이 다른 이와 <결합>되고 시야가 암흑과 <결합>되어도 이미 감각을 아득히 초월한 육감의 영역에서 신체를 관조하는 부르테 글라스는 저지할 수 없었다.

    방해되는 모든 감각을 매 순간 끊어버리고 오라클로케이션과 신얼위치의 묘리를 따라 몸과 검이 향해야 할 정확한 길을 준수하는 그에게는 어떠한 방해도 통하지 않았다.

     

    ‘녀석을 막을 수는 없다. 공략난이도를 오크노디와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한다.’

     

    롬멜은 패턴을 바꾸었다.

     

    “으아악!”

    “제발 우리 좀 막아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

     

    이미 몸과 정신의 지배가 끝난 전력으로 싸움의 한복판을 향해 달려오는 상단관계자들.

    무고한 이의 죽음의 위기를 통해 인명구조를 강제하며, 벌어진 틈에 그대로 칼을 꽂는다.

    약자를 가엽게 여기고 뉴비라는 자신만의 애착 이름으로 부르며 친구나 제자로 삼는 오크노디라면 틀림없이 구해주겠지.

    그런 면에서, 롬멜은 운이 나빴다.

    부르테 글라스는 결코 선인은 아니었으니까.

     

    “꼭두각시다. 모조리 베어버려!!”

     

    부르테 글라스를 따르는 수하들도 선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욕망에 충실할 뿐.

    아카데미 제일 가는 독종집단에게 걸린 인간폭탄들은 거리를 허락하기도 전에 모조리 폭사했다.

    롬멜은 깨달았다.

    인간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약점이 통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적을 앞에 두고 있음을.

    과연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습격한 이들답다.

    분명 다크프린세스가 아끼고 아끼는 비장의 정예전력이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하나같이 이렇게 비인간적인 독심을 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소멸의 권능>

    <자연마나>

     

    <결합의 권능>

    <자연마나>

     

    오크노디 암습은 실패했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그녀의 왼팔은 될 수 있는 눈앞의 상대와 그 부하들이라도 전멸시키자.

    롬멜은 일정반경 내의 대기 중의 자연마나를 급속도로 소멸시키는 한편, 외부에서 유입되는 자연마나는 모조리 자신에게 끌어들였다.

     

    자연마나의 불균형적 분포.

    차원장벽과 세계순력에 가해지는 인공적인 부하.

    이는 마력재해로 이어지는 전조현상이다.

     

    “!!”

     

    부르테 글라스도 그 변화를 알아차렸다.

    아카데미 4학년이 되면 마력재해에 대한 강의는 필수적으로 수강하게 되기에.

    저것의 지속적인 발현을 허용하는 순간, 기프트 아카데미 한복판에 마력재해가 열린다.

    교수들이 재해를 없애더라도 지근거리에 있는 자신들은 몰살을 피할 수 없다.

    오크노디의 자객다운 비인간적인 술수다.

     

    서로가 상대를 오크노디의 자객이라고 여기는 둘이었지만, 부르테 글라스의 각오가 롬멜을 아주 약간 더 앞서나갔다.

     

    파앗!

     

    마나소멸의 범위 안으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부르테 글라스.

    실시간으로 그가 지닌 마나 또한 소실되기 시작했지만, 그에게는 이미 차고도 넘치는 마나가 있었다.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의, 운용하려 시도해서도 안 될 붕괴마나들이.

     

    쾅! 쾅! 쾅!

     

    그런 마나를 체내에서 연속적으로 터뜨리며 피투성이가 되어서까지 전진한다.

     

    ━━━

    부르테 글라스 비전오의

    7위계급 필살기 <역광>

    ━━━

     

    전방으로 방출되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원에 저절로 안경이 빛이 나는 일격필살의 특공.

    반사적으로 소멸의 권능을 날렸던 롬멜의 눈이 처음으로 커졌다.

    저것은 너무 컸다.

    일격에 소멸시키지 못하고 자신이 먼저 베여버린다는 확신이 설 정도로.

     

    <결합의 권능>

    <대지>

     

    발이 닿은 대지 전체를 피해분산의 영역으로 삼고 버티는 롬멜.

    소멸에 필요한 시간을 억지로라도 벌겠다는 그 방어태세 앞에서 부르테 글라스는 또 한번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다.

     

    ━━━

    부르테 글라스 이중극의 한계돌파

    8위계급 폭주기 <흑광>

    ━━━

     

    안경이 빛날 정도로 거칠게 방출되던 에너지원이 한계를 초월하여 온 세상을 빛무리로 집어삼키되, 그 에너지원을 능가하는 마나와 마나의 폭발을 통해 순간적으로 솟구치는 마나량으로 체급을 더욱 늘려 자신만이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는 암흑의 영역에 진입한다.

    빛의 영역에서 홀로 새카만 암흑에 휩싸인 안경이 흑광을 발산하니, 데드캣도 목숨이 수십 개는 되는 줄 아냐며 기겁할 폭주기가 대지의 피해분산이 무색하게 일격에 롬멜을 증발시켰다.

     

    털썩.

     

    한 번의 검격으로 모든 힘과 잠력을 소진하고 탈진해버린 부르테 글라스.

    그의 귓가에 어디선가 앳된 목소리와 열심히 치는 박수 소리가 들렸다.

    힘겹게 향한 시선에, 흐릿해진 상태에서 조금씩 돌아오는 초점 너머에 잊을 수 없는 형상이 보였다.

     

    “와! 공갈젖꼭지를 시켰더니 개쩌는 액션쇼가 보너스로 왔어요! 굉장해!”

     

    가히 티배깅이나 다름없는 오크노디의 감탄!

    부르테 글라스는 치밀어오르는 울화를 참지 못하고 각혈하고는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서비스가 좋은 배달업체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