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856

       

       우드득-!! 무언가의 머리를 짓밟으며 구양천이 눈을 찌푸렸다. 

       일단 패고 봤는데 뭔가 이상했다.

       

       “이건 또 뭐야.”

       

       대체 뭘까. 미묘한 느낌이 든다. 속이 더부룩하달까? 이상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힘을 더 줬다.

       

       콰드드득—!!!

       

       뼈가 분질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끄으으으아아아–!!]

       

       비명 소리가 귓가에 맺혔다. 그걸 보며 구양천이 고개를 까딱였다.

       

       “내구성 좋네.”

       

       머리를 터트릴 생각 하고 힘을 줬는데 잘 버틴다. 그래서 힘을 더 줬다.

       

       쿠웅-!! 풍압이 터진다. 

       마기가 요동치듯 몸을 휘감았다. 아까보다 배는 강한 힘이 놈의 머리를 짓눌렀다.

       

       [크으으으으으—!!!]

       

       고통에 놈이 몸부림친다. 그것도 신기했다. 여기까지 버틸 줄 몰랐으니까. 한데.

       

       쉬이익-!

       

       날아든 팔이 구양천을 노리고 달려든다. 그걸 보고 낮게 도약했다.

       거리가 벌리고 눈을 좁혔다.

       

       ‘저 각도에서 팔을 움직였다고?’

       

       공격을 피하기는 했는데, 공격 방식이 괴상했다. 

       팔을 꺾지 말아야 할 각도로 꺾어왔다.

       

       그 증거로.

       

       [크으으…이놈….]

       

       놈은 몸을 일으키는데 왼팔이 괴상한 모습으로 뒤틀려 있었다.

       

       [역시…역시 네놈이었나?]

       

       “음?”

       

       괴물의 반응에 구양천이 살짝 눈을 키웠다. 몰랐는데 얼굴을 보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계천문주?”

       

       놈의 정체는 계천문주였다. 

       비록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질되고 신체 여러 곳이 변했어도 알 수 있었다.

       

       다만.

       

       “뭐냐 너.”

       

       그 달라진 모습이 유달리도 거슬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떠나 구양천의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너….”

       

       지금 계천문주를 보며 느껴지는 감정. 그걸 느낀 구양천의 눈이 더 없이 좁아진다.

       이건 적의였다. 천천히 몸에 들러붙는 것은 무엇보다 선명하다.

       

       그리고. 이런 적의가 뜻하는 바는 하나뿐이다.

       

       ‘용이다.’

       

       지금 계천문주는 용이었다. 백급 마물을 앞에 두고 전해지던 그 감정과 닮아있다. 이런 적의는 동족에게 밖에 못 느꼈다.

       

       그렇다는 말은.

       

       ‘계천문주가 용이라는 건가?’

       

       저놈은 본디 나와 같은 용이라는 걸까. 그걸 떠올리지만, 구양천은 즉시 부정을 내뱉는다.

       

       ‘아니, 놈은 용이 아니었다.’

       

       정녕 용이었다면 진즉 느꼈어야 했다. 

       하지만, 구양천은 계천문주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렇다는 건, 이런 감각을 숨길 능력이 따로 있었다는 걸까? 아니다. 그 또한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느낌이 아니다.

       

       ‘거기에. 마냥 용 같다고 하면 그건 또 아니야.’

       

       미묘하다. 느낌을 예시로 들자면, 순전히 백급마물과는 다르고. 구태여 따지자면….

       

       ‘북해의 공녀. 그게 아니면 암왕.’

       

       이제는 이름도 안 떠오르는 망의 사도. 그녀를 봤을 때나 암왕을 볼 때 느껴지는 감각과 흡사했다.

       

       이 말인즉슨.

       

       ‘반용이라는 뜻.’

       

       놈은 완전한 용이라고 보기엔 부족했고. 아니라고 하기에는 애매했으니, 암왕이 말하던 반용이라 칭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흐으으으….]

       

       놈이 구양천을 노려본다.

       피부에 돋은 비늘과 다소 탁한 금안 속 세로로 갈라진 동공. 거기에 느껴지는 특유의 기운.

       

       저건 분명 용의 형태가 맞다.

       그리고.

       

       [네놈…네놈이 어째서.]

       

       다른 이들과의 차이를 계천문주 또한 구양천에게서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반응으로 구양천은 확신했다.

       

       ‘전까진 몰랐다.’

       

       놈은 예전까지 알지 못했고. 지금에 이르러 파악했다는 것을 말이다.

       

       이 또한, 용이 되고서야 느꼈다는 것이니, 직전까진 인간이었다는 의미다.

       

       여기까지 오면 더욱 의문이다.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용이 된 걸까. 그 부분이 이해가 안 갔다. 그 탓에 묘한 눈동자로 계천문주를 바라보지만.

       

       ‘아니, 상관없다.’

       

       부질없다. 지금 와서 떠올릴 의문은 아니다.

       

       구양천이 계천문주를 보던 고개를 틀어 옆을 봤다. 그곳엔 구양천을 보는 남궁비아와 위설아가 있었다.

       

       한껏 좁혀진 눈으로 둘을 자세히 쳐다본다.

       

       ‘다쳤네.’

       

       남궁비아의 몸상태는 영 좋지 않아 보인다. 피를 어지간히 흘렸는지 인상이 새파랗다.

       반대로 위설아는 그만큼 다치지 않았지만, 피해가 없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걸 보다가 구양천이 말한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지?”

       

       “…!”

       

       “…!”

       

       서늘한 어투에 두 사람의 어깨가 흠칫한다. 저렇게 차가운 목소리는 처음 들어봤다.

       

       “왜 말을 자꾸 귓등으로 들어.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그…게….”

       

       “입 다물어.”

       

       구양천이 인상을 쓰며 말하자 남궁비아가 입술을 깨물며 입을 다문다.

       

       “…”

       

       “구석에 빠져있어.”

       

       “하, 하지만….”

       

       “입 다물고 구석에 빠지라고. 쟤 지혈 좀 하고 있어. 너희는 나중에 보자.”

       

       뭐라 언급하려던 위설아도 말 한마디로 침몰했다. 

       

       짜증이 올라온다. 구양천이 애써 무시하며 한 걸음을 내디딘다.

       배경이 변했다. 

       

       [큭…!]

       

       구양천은 어느덧 계천문주의 코앞에 다가가 있었고.

       

       콰득-!

       

       놈의 무릎을 발로 후려쳤다. 큰 소리가 나며 계천문주의 한쪽 다리가 무너진다.

       

       [커헉!]

       

       계천문주의 눈이 고통에 커졌다. 방금 공격에 반응도 하지 못했다.

       몸이 휘청인다. 어떻게든 자세를 지켜보려 하지만.

       

       “고개가 높아.”

       

       말과 함께 다른 쪽 다리에도 충격이 터진다. 그대로 무릎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뭣도 없는 새끼가.”

       

       콰직-! 턱이 흔들린다.

       

       “감히 누구를 건드려.”

       

       우드득-! 고개가 돌아간다. 얼굴 뼈가 그대로 부서진 것 같았다. 그것만이 아니다.

       

       이미 부서진 곳에 연속으로 충격이 들어온다. 

       한 번씩 충격을 준 곳을 공격하고 있었다.

       

       고통이 배가 된다. 의도적인 행동임이 엿보였다. 더한 고통 주기 위해 택한 것이리라.

       

       [끄…끄억.]

       

       계속되는 충격에 계천문주가 정신을 못 차린다.

       어떻게든 반항하려 해도 조금의 움직임도 취할 수 없다.

       

       그렇게 일방적인 폭력이 시작됐다.

       

       우득-! 무언가가 부서지고. 콰지지직-! 알 수 없는 게 찢겼다.

       온몸이 고통이라 어디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할 수 있는 건 고통을 참아내는 것뿐.

       

       [끄으으으!!]

       

       한참을 그렇게 몸부림치던 계천문주는.

       

       [이노오오옴—!!!]

       

       고통속에서 참던 노호를 터트리며 기운을 발산했다.

       

       기이이잉—!! 검들이 떠올라 구양천을 향해 파고든다. 

       숨을 고르고 있던 남궁비아는 놀란 듯 눈을 키운다.

       

       자신과 싸울 때는 전혀 다른 속도다. 하물며 검에 담긴 힘도 곱절은 늘어 있었다.

       

       눈으로도 쫓기 힘든 속도. 그런 검들이 구양천에게 파고든다.

       구양천은 그런 검을 힐끔 쳐다보더니, 상체를 뒤로 돌려 허리의 힘을 이용해 주먹을 휘둘렀다.

       

       투우웅–!!! 공기가 찢기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폭발한다.

       

       심권(心拳)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 

       

       검이 충격에 휩쓸려 경로를 이탈했다. 팅-! 팅-! 맑은 소리를 내며 벽에 박고 떨어지는 검들.

       

       그걸 본 계천문주가 침음을 흘렸다. 그때.

       

       천장 높게 바람에 휩쓸리지 않은 검 한 자루가 보인다. 충격 때문인지 높게 올라가긴 했지만, 떨어지지는 않았다.

       눈치채지 못한 걸까? 그걸 보자마자 계천문주가 즉시 검에 힘을 줬다.

       

       쉬이이이이이익—!!!

       

       검이 빠르게 파고든다. 그때도 여전히 구양천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정수리부터 그대로 관통시킬 수 있었다.

       

       힘이 담긴 검은 이내 구양천의 정수리까지 금방 다가가지만.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그 순간 구양천이 속삭였다.

       

       “너희는 항상 하는 짓이 너무 뻔해.”

       

       말을 뱉으며 움직인다. 그대로 손을 허공으로 내뻗더니.

       

       쉬이익–!!

       

       […뭐!?]

       

       구양천을 향해 떨어지던 검이 일순 흔들리더니 빙글! 검 끝을 돌린다.

       검 끝이 아니라 손잡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계천문주가 개탄하듯 소리쳤다. 자신의 독문무공이 붙잡고 있던 검이다.

       단순히 허공섭물로 검을 움직이는 것과 다른 것이건만, 구양천은 계천문주의 어검을 아무렇지 않게 뺏어왔다.

       

       제어권을 아예 가져왔다는 뜻이다.

       

       툭.

       

       계천문주의 검이 구양천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촤악—!!!

       구양천이 그걸 잡아 그대로 계천문주를 베었다.

       

       [꺽….]

       

       짙게 검상이 나며 계천문주의 몸이 뒤로 밀려난다.

        

       쓰러지려는 것 같았다. 그대로 둬도 쓰러질 일인데, 구양천은 그런 계천문주에게 발을 내뻗는다.

       

       쾅-!! 강한 발차기에 계천문주의 몸이 밀려나 벽에 맞고 스르륵 쓰러진다.

       

       [쿠…억….]

       

       바닥을 짚고서 핏물을 한 움큼 뱉어냈다.

       그의 눈에는 고통은 물론 의심이 그득하다.

       

       [대체…어떻게.]

       

       여전히 이해 못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검을 빼앗아 왔을까.

       자신의 고통보다 그것이 더 궁금했다.

       

       “음?”

       

       그런 물음을 들어서일까. 구양천이 낮게 뜬 눈으로 계천문주에게 말한다.

       

       “그냥 하면 되지 뭘 이상하게 봐.”

       

       [그냥…하면 된다고?]

       

       충격이라도 받은 듯 계천문주가 몸을 떨었다.

       

       믿을 수 없다는 눈치는 그대로다. 

       그리고 그런 눈은 관심도 없다는 듯 구양천은 계천문주를 살필 뿐이었다.

       

       “재생은 빠른 것 같네.”

       

       반쯤 아작을 내놓은 몸이 점점 회복하고 있다.

       속도만 보자면 자신의 육체보다 회복력이 빠른 것 같고. 망과 비교하기엔 한참 부족하다.

       

       “완력은 원래 이 정도였나? 음, 싸워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어떻게 생각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게지?]

       

       “모르겠어? 괜찮아 그러면.”

       

       직접 알아보면 되니까.

       뱉은 말을 끝으로 구양천이 또다시 움직였다.

       

       

       

       

       ***

       

       

       

       눈에 열을 내며 다가오는 구양천.

       

       계천문주가 그걸 보며 급히 몸을 일으켰다.

       

       손을 뻗어 검을 한 자루 끌어당긴다. 빠르게 날아와 손에 잡혔다.

       돌풍처럼 육체가 움직인다.

       

       높아진 완력은 검에 예전과 다른 힘을 담을 수 있었다.

       

       [큭!]

       

       계진령비성검. 계천문의 독문 검법이 검로를 만들어 낸다.

       확실히 맨몸일 때보다 훨씬 강력했다.

       

       콰각-! 검이 지면을 스치며 불씨가 흩날린다. 지면은 계천문주의 검에 흠집도 나지 않았다.

       구양천이 달려들기 위해 지면을 밟는다. 쿠웅—!!! 그 충격에 지면에 금이 갔다.

       

       그걸 본 계천문주가 표정을 구겼다.

       

       저것 또한 이해가 가질 않았다. 

       절대 부서지지 않을 공간을 저놈은 아무렇지 않게 부수고 있었다.

       

       게다가.

       

       깡-! 

       

       계천문주의 검이 구양천의 주먹에 튕겨 나갔다.

       정확히 검면을 맞았다. 

       

       이어진 반동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

       

       [이 어린놈이 어찌….]

       

       이제 고작 약관을 넘은 나이. 놈이 강하다는 건 몇 번 마주한 것으로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실제로 붙어보니 예상을 뛰어넘는다.

       

       [존자(尊子) 뜻을 받아들였음에도 밀린단 말인가…?]

       

       자신은 그분의 뜻을 받아 몸에 담아냈다. 하면, 이미 인간 따윈 초탈하고도 남아야 하거늘.

       

       [이노오옴…!!]

       

       그런 자신이 저 어린놈에게 밀리고 있다.

       믿을 수 없었다.

       

       아니지.

       

       좌절을 떠올리던 계천문주는 찰나에 생각을 바꾼다.

       

       [저놈도….]

       

       자신뿐이 아니라 저놈도 같다. 이 달라진 육체는 많은 걸 알게 해주었고, 저놈도 자신과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지고하고 또한 높은. 위대한 존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어째서….]

       

       비슷하다고 해도 같지는 않다는 듯. 계천문주의 본능은 한가지를 더 말하고 있었다.

       

       고개를 조아려라.

       저건 자신이 감히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런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경외감이 깃들었다. 

       옆에 계집 중 검존의 후인. 그년을 보고도 살짝 들던 생각이었거늘, 구양천을 보니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네놈은 무엇이-!]

       

       빠악-! 무릎이 안면에 박혔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핏물이 허공에 쏟아졌다.

       

       수없이 들어본 말은 이제 대답하기도 귀찮다. 

       질리고 또 질렸다는 듯 구양천이 말했다.

       

       “알아서 뭐 하게.”

       

       조금 있으면 뒤질 새끼가 말이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편도 있습니다.

    다음화 보기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