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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56

    <856 – 만신의 자객(3)>

     

    부르테 글라스 선배의 눈물겨운 액션쇼 덕분에 만신의 대리인이 자객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당장 조져버리자.”

    “이사장이 쓰다 남은 핵이 있을 겁니다.”

    “에이, 그렇게까지는 안 하셔도 돼요!”

     

    이사벨과 지젤의 호들갑에 괜히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다들 날 걱정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이제는 날 가짜노디라고 생각하지 않는구나, 진짜의 자리를 되찾았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어서.

    꼭 상사에게 혼났어… 하고 근처를 알짱거릴 때 딱 듣기 좋은 상사욕을 대신 해줘서 기분 좋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기분도 들고.

    지젤과 이사벨의 상담소 이용 소감은 매우 만족!

    고객만족도 만점이다!

     

    “만신의 대리인은 이미 선빵 맞고 화풀이를 하는 것뿐이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자객을 보내고 아카데미까지 침투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보통 사안이 아닙니다. 호문쿨루스들이 대거 자객에게 당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도가 더 큽니다.”

    “안 그래도 그래서 교수님에게 부탁을 드렸거든요! 요즘 아카데미 보안이 뻥뻥 뚫렸다고요. 그래서 대신 봐주시기로 했어요!”

     

    지젤은 교수급이 나서면 안심이라며 한시름 놓은 기색이었지만 이사벨은 불안이 더 커 보였다.

     

    “교수도 교수 나름이잖아. 오크노디는 어느 교수님한테 부탁했어?”

    “심심해 보이는 교수님 전부 다요!”

    “?”

     

    사람은 충격적인 말을 들으면 뇌가 인지를 거부한다.

    말도 안 돼.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잖아?

    환청이겠지.

    뇌내 자동검열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쿠구궁…

     

    때마침 먼발치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부리나케 달려간 이사벨은 대폭발의 분화구 속에서 회복과 소멸을 반복하는 분신체를 보았다.

    그 광경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아파지는 밝기에 티토소가가 어디서 티토빔이라도 쏘았나 의심이 들었지만, 때마침 조명대를 끌고 도착한 티토소가가 따로 있었다.

     

    “우리 아카데미에 티토소가 너만큼의 빛을 쏘아대는 교수님도 계셨어?”

    “저도 몰라요! 저분은 대체 누구시죠?!”

    “아크투루스 교수님이야!”

     

    내가 슬쩍 내민 마나보드 속 프로필을 티토소가와 이사벨이 열심히 열람했다.

     

    ━━━

    [아크트루스 교수]

    전체 이름: 아크트루스 드 솔리스

    <주요 직위 및 역할>

    -4학년 전담교수 : 학생들의 마지막 학년을 책임지며, 그들의 마법 실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음.

    -폭발학 교수 : 폭발 마법의 최고 권위자로, 폭발 마법의 이론과 실전을 교육.

    -융합마도학 창시자 : 여러 마법의 힘을 하나로 융합하는 혁신적인 학문을 창시.

    -제국마도학 최강자 : 제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마도학자로 인정받음.

    -제국 최강의 마법사 : 제국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뛰어난 마법사로 추앙받음.

    -전 제국 마법부 장관 : 제국 마법부의 수장으로서 제국의 마법 정책을 총괄.

    -전 제국 마법부 대원로 : 마법부의 최고 결정기구인 대원로 회의의 일원으로서 활동.

    -마법결투의 전설 : 30번의 마법 결투에서 모두 승리, 그중 13번은 상대를 살해함으로써 압도적인 실력을 증명.

    -올 화이트맨 : 어떠한 법적 처벌도 받지 않는 면책특권을 가진 인물.

    -태양 교단의 교황 : 유일신 태양의 소페미아를 숭배하는 태양 교단의 최고 지도자.

    ━━━

     

    가히 제국 최강의 마법사라는 이명에 걸맞은 패도적인 행보를 보인 절대강자.

    그 이력만 봐도 그가 선황의 억지에 의해 제국교수 할당제로 내정된 인물이 아닌, 순수 실력 하나로 교수직에 올라선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뭐야…? 사람 맞아…?”

    “세상에. 제국에 아직도 이런 강자가 있었다니.”

    “저기 오크노디. 나 4학년 되면 이 사람한테 배우는 거야?”

    “아니야!”

     

    내 말에 티토소가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휴. 정말이지? 부담되어서 죽는 줄 알았어!”

    “특별히 부탁해서 티토소가는 개인과외로 올해부터 가르쳐주기로 하셨거든!”

    “…실화?”

    “응. 실화!”

    “오크노디 미워!”

     

    조명대를 들고 마구 휘두르려던 티토소가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놀란 티토소가가 허공에서 허우적거렸지만 그녀를 불러들인 아크투루스 교수님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엄격한 눈으로 티토소가를 노려봤다.

    힝잉잉 거리며 새어 나오려던 울음기가 쏙 그치는 모습에 이사벨이 경악했다.

     

    “눈빛만으로 티토소가의 울음 공격을 봉쇄했어!”

    “티토소가도 울기만 하면 뭐든지 해결된다고 믿는 버릇을 고칠 때가 되긴 했죠!”

     

    티토소가의 얼굴에 배신감이 보였다.

     

    “오크노디.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티토소가 2년생. 내 가르침을 받는 것에 불만 있나?”

    “히끅! 교, 교수님… 그게 그러니까… 2학년인 제가 4학년 가르치는 교수님한테 가르침을 받는 건 너무 빠르지 않나 하는 의문을 체크해 주시는 것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무례하지는 않은지에 대해 인지할 자격이 있는지 여쭤봐도 되는지에…”

    “시끄럽다.”

    “우우읏.”

     

    말도 제대로 못 하고 허둥거리던 티토소가는 그대로 아크투루스 교수님에게 납치당한 채로 허공에 둥둥 뜬 채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게 맞나?”

    “이사벨을 위한 교수님은 따로 있으니 그렇게 부러워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사벨이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나? 난 왜?!”

    “마계요리학 교수님의 마계전문요리 전수 시간!”

    “!!”

    “원정대 출신 가문의 비전 요리 무단 취득 가능!”

    “크읏. 그런 개꿀 기회로 날 꼬시다니. 이건 들을 수밖에 없잖아…”

     

    무럭무럭 자라려는 동기들을 보니 뿌듯해진다.

    내 성장속도가 빠른 만큼 낙오되지 않으려면 이렇게 열심히 성장해야 하는걸.

     

    “내년이면 졸업할지도 모르는데 혼자만 졸업하면 섭섭하잖아요. 부지런히 따라와 주세요!”

    “졸업… 그러네. 우리도 언젠간 졸업을 하겠지. 오크노디는 졸업하면 뭘 할 거야?”

     

    이사벨은 졸업 이후를 물었다.

    그러게.

    졸업 이후라.

    그런 걸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나.

    아직은 1년 반이나 먼 이야기지만.

    그래도 조금은 상상하게 된다.

     

    “재단을 다시 지을 거야?”

    “그건 아니고요!”

    “그럼?”

    “아마도 무너진 세계를 재건하고 다니지 않을까요?”

    “…무너진 세계?”

    “그야 교장님이 계시는 한, 진엔딩에서는 졸업하지 못하는걸요!”

     

    플레이어가 졸업한 시점에서 오모시로이 교장의 흥미는 빠르게 떨어진다.

    세계에는 교장이 일으킨 재난이 거듭 덮치고, 어떻게든 졸업생들이 아카데미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 생겨버리고 만다.

    그런 건 진정한 졸업이라고 할 수 없다.

    교장을 보내버리면 다음은 일백차원.

    고인물인 나도 긴장될 정도로 치열한 싸움이 이어지겠지.

    세계가 개박살이 나고 재건에 나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재건할 세계와 인류라도 남아있다면 다행이지.

     

    ‘그래도 역대 모든 회차를 통틀어서 클리어 각은 가장 뚜렷하게 보여!’

     

    특히나 이번 회차의 나는 숨은 필살기가 참 많다.

    그중 가장 기대치가 높은 것이 바로 이것.

    반지를 슬쩍 어루만지면 소환되는 인형처럼 고운 형상을 지닌 특급 유령.

    가짜 린이다.

    싱의 여동생의 형상을 본딴 괴물.

    자신의 정체성을 싱의 여동생 린으로 규정하는 동안, 집약된 가능성이 더욱 큰 힘을 선사하는 존재.

    그간 내가 해치운 온갖 유령들을 넙죽넙죽 받아먹으며 자란 가짜 린도 기능이 쑥쑥 자랐다.

    그 결과.

    아주 별난 재주도 하나 생겼다.

     

    “린. 이거 걸어봐!”

     

    만신의 대리인의 이름과 외형을 바닥에 그렸다.

    린은 물끄러미 낙서를 내려다보더니 손가락 끝에서 불길한 재액의 음차원 마나를 방출했다.

     

    <저주술>

     

    저주는 발동에 실패하면 시전자에게 그 효과가 고스란히 돌아간다.

    저주발동지속기간 도중에 해주를 당해도 그 효과는 시전자에게 돌아간다.

    강한 저주.

    지속 시간이 긴 저주.

    큰 피해를 주는 저주일수록 반동 역시 강력하다.

    상대를 확실하게 죽일 수 없는 저주는 언제든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

     

    <반동>

    <돌아오는 저주>

     

    아니나 다를까, 만신의 방어에 힘입어 만신의 대리인에게 걸었던 저주가 되돌아왔다.

    그런데 가짜 린은 이미 죽은 자.

    저주 효과를 90% 경감받는 종족 상성 보너스를 받고 있다.

    거기에 더해 관련 기능도 하나 있다.

     

    <떠넘기기>

     

    온갖 귀찮고 성가시고 피곤하고 위험한 일은 주변인에게 슬쩍슬쩍 떠넘기는 내 모습을 보고 자라며 습득한 가짜 린의 고유기능!

    그 기능이 키워준 은혜도 모르고 괘씸하게 저주반동의 효과를 나한테 떠넘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내가 바라는 바였다.

     

    [당신은 저주에 걸렸습니다.]

    [저주에 강력하게 저항합니다.]

    [저주 지속시간이 급속도로 줄어듭니다.]

    [저주 위력이 가시적으로 감소합니다.]

     

    막대한 정신력과 플레이어 지식에 기반한 저주반감 기능의 발현, 마법진의 보조 등으로 저주의 효과에 신속하게 저항하는 나!

     

    [저주를 이겨내었습니다.]

    [저주내성 경험치+15]

     

    그간 사다코 교수님의 애완나무를 제외하면 함부로 저주를 날릴 대상이 없어서 저주내성을 올리기가 참 힘들었는데, 이제는 기능연습 상대가 생겼다.

     

    가짜 린이 저주를 날린다.

    만신의 대리인이 저주를 이겨내고 반동을 날린다.

    가짜 린이 떠넘기기로 저주를 나한테 준다.

    이겨내고 저주내성을 올린다.

     

    이 과정을 반복하기만 하면 앉은 자리에서 편안하게 저주내성을 쑥쑥 올릴 수 있는 것!

    이는 추후 있을 일백차원의 침공에서도 톡톡하게 활약할 기능인 저주내성 수련에 큰 도움이 된다.

    애초에 신들이 내리는 신벌이 다 뭐겠어?

    그것도 다 저주다.

    즉, 저주내성을 쑥쑥 올리면 신벌의 효과도 줄어들고 다양한 페널티도 크게 경감되거나 아예 없어지기도 한다는 말씀!

     

    “오늘은 가볍게 장님이 되는 저주까지만 걸어보자!”

     

    하나라도 수비에 실패하면 인생 종치는 만신의 대리인이야 이 악물고 받아쳐야겠지만, 어차피 적대관계 NPC니까 상관없는걸.

    덕분에 오늘도 나는 기능경험치를 무럭무럭 올리고 강의를 들으러 강의실로 향했다.

     

    “오크노디. 같이 갈…”

    “아얏.”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돌아서다가 장님이 되는 저주가 아직 해주중이라 계단 턱에 걸려서 넘어졌다.

    눈이 아니라 마나로 감지를 해야 했지?

    재빨리 자세를 고치고 일어나서 평소처럼 인사를 건넸는데, 모브가 충격받은 얼굴로 말을 잃었다.

     

    “바, 방금 그거.”

    “쉿! 이건 비밀이에요!”

     

    모브가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역으로 만신의 대리인 킬각을 재는 오크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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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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