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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인류 역사에 남아있는 모험담 중, 가장 오래된 모험담이라고 한다면 수많은 학자들이 입을 모아 이름 없는 용사의 모험담을 거론할 것이다.

       

       먼 옛날. 세상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몬스터들에 의해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생명의 여신에게 선택을 받아 용사의 검을 뽑아든 이름 없는 용사.

       

       인간의 군대로도 물리칠 수 없는 강한 몬스터, 훗날 엘리트 몬스터라고 불리우는 괴물들을 거침없이 베어가르는 용사는 많은 이들의 희망이었으니.

       

       가진 것이 없는 고아였지만, 끝없는 노력 끝에 용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점 또한 그의 인기를 더욱 높이는 요인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여신의 선택이라는 외부적인 요소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을 비판하는 이 또한 존재했었으니.

       

       그런 개인의 호오는 접어두고, 최초의 용사인 이름 없는 용사의 모험담은 수많은 사람들의 입을 거쳐 지금까지도 남아 있었다.

       

       그런 용사의 첫 모험은, 재미있게도 그를 키워준 가족이라 할 수 있는 여신의 대리자와의 다툼에 의한 가출이었다고 전해진다.

        – 이름 없는 용사에 대하여.

       

       

       – – – – – – – – – – – – – – – – – – – –

       

       

       용사는 모험을 떠났다!

       

       마킹을 해둔 용사의 좌표를 이용해 용사의 모험을 지켜보며, 나는 간단한 간식거리를 꺼내들었다.

       

       음. 자신의 모험을 오락거리마냥 보고 있다는 사실을 용사가 알게 된다면, 화를 내려나?

       

       하지만 안볼 순 없는걸. 혹시라도 용사에게 이상한 놈이 꼬이거나 한다면 즉각 천벌! 돌멩이라도 떨어지게 해야지.

       

       뭐, 어지간한 유혹 따위는 용사에게는 먹히지 않을테지만. 내가 얼마나 노력하며 키운 용사인데.

       

       나름 자신할 정도로 훌륭하게 키워놨다고. 지금의 용사는 영웅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테니까.

       

       그런 용사는 드래곤의 묘지에서 벗어나 길을 나아갔다.

       

       세계를 순례하고 신전으로 돌아오는 순례자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기에 몬스터의 출몰이 거의 없는 길. 그런 길을 용사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나아갔다.

       

       흐음. 내가 쫓아간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은건가? 조금도 바쁘지 않은 걸음걸이로구나.

       

       뭐, 쫓아갈 생각은 안했지만. 그냥 멀리서 지켜보면서 도움이 필요할때만 간접적으로 도와줘야지.

       

       

       ………

       

       

       용사의 모험은 꽤나 심심한 편이었다.

       

       뭐, 문제가 나오기 힘든 곳이긴 하지. 생명신전의 순례자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곳이고, 그들 대다수가 몬스터에게서 몸을 지킬 수 있는 이들이거나, 드래곤이 변장하고 있는 이들이니까.

       

       그런고로, 생명신전의 순례자들이 순례하는 길은 어지간하면 안전하다는 이야기.

       

       그런고로, 용사의 첫 모험은 느긋한 여행으로 시작되었다.

       

       뭐, 이제 막 시작한 모험이니까. 한동안 지켜보고 있어야지.

       

       

       “엄마. 여기서 뭐하세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금발의 미소녀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서있었다.

       

       샤마쉬의 화신이었다.

       

       

       “음? 샤마쉬니?”

       

       “네. 빛과 정의와 법의 신. 샤마쉬랍니다!”

       

       

       이 아이는 언제나 밝아서 좋구나. 하긴, 빛의 신이 어두우면 말이 안되겠지.

       

       

       “요 몇년간 인간 아이와 같이 지내시다가, 갑자기 혼자 계시기에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와보았어요. 인간 아이 키우기에는 질리셨나요?”

       

       “그럴리가. 그냥 그 아이가 잠시 가출을 나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모양인지라 여기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란다.”

       

       

       나중에 용사가 돌아왔을때 내가 여기에 없다면 당황할테고 말이지.

       

       

       “흐음…. 인간 아이에게 그렇게 정을 쏟으시다니, 엄마 답다고 할까요.”

       

       “뭐가 나 다운거니?”

       

       “그야, 엄마는 피도 안섞이고 전혀 연관이 없었던 저희 일곱을 자식처럼 키우셨잖아요. 아마 이 세상에서 가장 상냥한 존재가 있으면 엄마일테죠.”

       

       

       가장 상냥한 존재라.

       

       

       “드래곤을 모두 그 꼴로 만들었는데도?”

       

       “그야, 저희들과 그 아이들이 잘못 한 것이니까요. 엄마가 화가 많이 나신게 이제는 이해가 가니까요.”

       

       

       흐음. 법과 정의의 신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되다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구만.

       

       

       “그건 그렇고, 그 인간 아이는 갑자기 왜 가출한건가요?”

       

       “글쎄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던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무작정 다그치지 말고 좀 더 이야기를 해볼껄 그랬나….

       

       

       “그것 참. 복에 겨운 아이네요. 자기가 얼마나 좋은 기회를 잡은건지도 모르고.”

       

       “그런 말 하지 말거라. 고작해야 인간의 아이 아니더냐. 고작해야 100년도 살지 못하는 짧은 삶이니, 너희처럼 긴 세월을 살아가며 지혜를 쌓을 수 없는 존재가 아니더냐.”

       

       “그건 그렇지만….”

       

       “그리고, 너희들도 한때 실수를 저질렀었는데, 저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니.”

       

       

       내 말에 샤마쉬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아무튼, 그 아이를 나쁘게 말하지 말거라. 그 아이는 그저 길을 좀 헤메이고 있는 것 뿐이니.”

       

       “후우. 네. 알겠어요.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길을 잃고 헤메이는 아이들을 이끌어주거나, 상냥한 시선으로 지켜봐주진 못할 망정, 험담을 해서야 되겠나.

       

       

       “그런데 그 아이를 키워서 무엇을 하려고 하신건가요?”

       

       “음…. 몬스터 사냥?”

       

       

       일단 대외적으로는 그렇지.

       

       그 몬스터 중 특출난 놈들의 안에 작은 어둠의 조각이 있다는 것만 빼면 말이지.

       

       

       “몬스터 사냥이라…. 비합리적이네요. 솔직히 그런 목적이라면 엄마가 직접 나서서 죄다 도륙낼 수 있잖아요.”

       

       

       뭐, 그렇긴 하지.

       

       

       “하지만 내가 직접 나서기에는 귀찮아서 말이다.”

       

       “그러면 저승을 지키는 골렘과 같은 것을 만들면 되지 않나요?”

       

       

       탈로스와 같은 것을?

       

       

       “그건…. 그렇긴 한데….”

       

       “왜 이렇게 귀찮은 일을 하신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게 그렇게 의미가 있는 일인가요?”

       

       

       샤마쉬의 일침! 치명타! 나는 눈 앞이 깜깜해졌다!

       

       솔직히 그렇긴 한데! 한 명의 인간에게 힘을 주는 것보다 그쪽이 효율적이긴 한데!!!

       

       

       “하, 하지만….”

       

       “하지만?”

       

       “용사는 로망인걸….”

       

       

       로망.

       

       솔직히 내가 마음을 먹으면 손쉽게 뒤엎을 수 있는 이 모형정원 같은 세상에서…. 로망을 이룰 수 있는게 얼마나 중요한데!

       

       효율성만 생각했었다면, 내가 이런 세계의 관리 같은 짓을 했었을까? 안했지! 귀찮은데 왜 했겠어!

       

       아무튼, 로망은 중요하다고. 로망은.

       

       

       “로망…? 그게 뭔가요?”

       

       “합리적이고 최적의 길을 포기하고, 비합리적인 길이라도 우직하게 나아가는 것?”

       

       “뭔가요 그게.”

       

       

       나는 작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 너는 로망을 이해하기에는 어리구나.”

       

       “아니, 그런 비합리적인 것에 이해하고 자시고 할게 있는건가요? 영문을 모르겠는데요!”

       

       “로망은 머리로 생각하는게 아니란다. 그저 가슴이 시키는 것이니.”

       

       

       그러니 용사를 만든다는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을 한 것이지!

       

       물론, 샤마쉬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 쉽게 이해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단다. 로망이란 이해받기 힘든 것이니.”

       

       “끄응…. 잘은 모르겠지만, 엄마가 그렇게 중요시 한다면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요! 알겠어요! 저도 그 로망이라는 것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할게요!”

       

       “아니, 거기까지 하라고는 안했는데….”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로망이 아닐테니까! 라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저렇게 기합을 넣으려는 아이에게 어찌 그런 말을 하겠는가.

       

       

       “아, 참! 실피드에게 들었는데, 인간 하나를 괴롭히고 있다면서요?”

       

       “음? 아, 괴롭히고 있긴 했지.”

       

       

       참고로, 지금도 틈만 나면 괴롭히고 있으니까 말이지!

       

       창조신급의 쪼잔함을 맛봐라! 라는 느낌으로 말이야.

       

       

       “엄마가 그런 일을 쉽게 할 리 없는데, 뭔가 사정이 있는건가요?”

       

       “사정이라. 그냥 뭐, 그 놈이 내 신전에서 나를 모욕하고, 인간의 모습을 한 나를 탐했을 뿐이란다.”

       

       “네? 엄마를요?”

       

       

       그 순간, 샤마쉬의 얼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다. 눈부셔라.

       

       

       “뭔가요 그 얼간이는!!! 어찌 감히 엄마에게 그런 짓을!!! 살려둘 수 없어요!! 당장 빛으로 불태워 죽여버리겠어요!!”

       

       “어허, 참거라. 그렇지 않아도 괴롭히고 있는 중이니. 눈부시니 얼굴의 빛은 좀 끄고.”

       

       “하지만! 감히 엄마에게! 엄마를! 감히!!!”

       

       

       얼마나 화가 났는지 언어능력이 좀 마비된 샤마쉬였다.

       

       

       “크흠. 조금 못 볼 꼴을 보여드렸네요. 죄송해요.”

       

       “그러게나 말이다. 네가 그렇게 화를 내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저도 화 정도는 낸다고요.”

       

       

       그제서야 얼굴에서 뿜어내는 빛을 꺼트리는 샤마쉬. 이 아이가 화를 낼때 얼굴에서 빛을 뿜어내는건 처음 알았네.

       

       

       “그래서, 엄마에게 그렇게 수작부린 놈은 어디에 누구인가요?”

       

       “아카드 왕국의 2왕자였던 놈인데, 지금은 쫓겨나서 방황중이란다.”

       

       “방황중이라면, 지금의 위치는 어디쯤인가요?”

       

       “음…. 말로 알려주기는 곤란한데.”

       

       

       나는 샤마쉬의 이마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짚었고, 아카드 왕국의 제 2왕자였던 자, 오르커스의 위치를 보여주었다.

       

       

       “참고로, 죽지 않는 저주를 걸어놓았으니 죽여도 죽지 않는단다.”

       

       “그런가요? 음…. 그럼 뭐, 태양빛을 받으면 몸이 불타는 저주라도 겹쳐서 걸죠 뭐.”

       

       

       무시무시한 저주를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구나.

       

       뭐, 그것도 딱히 나쁘진 않지만.

       

       

       그렇게 샤마쉬와 이야기 하는 사이에, 용사는 인간의 마을에 들어서고 있었다.

       

       오랫동안 나랑 단 둘이서 지낸 저 아이가,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지…. 조금 궁금하긴 하구만.

       

       그리고 그런 용사는.

       

       

       “안녕하세요! 이 마을은 처음 오신건가요?! 와! 몸이 굉장하시네요!! 사냥꾼? 아니, 커다란 대검을 짊어지고 계시니까 병사나 전사시려나요?”

       

       “어, 저기…. 그게…. 그러니까….”

       

       

       마을 입구에서 마주친 활발한 소녀에게 격침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TLAS1359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약 먹고 뜨끈한 이불 속에서 땀 흠뻑 흘린 덕분에 조금은 컨디션이 좋아졌네요!
    문제는 그 좋아진 컨디션으로 글 쓴다고 끼에에엒! 하다가 다시 컨디션이 조져지고 있지만요!!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약 잘 먹고! 몸 따뜻하게 하시고!
    저는 이미 늦은 것 같지만요. 좀 상태 좋아졌다고 글쓰겠다고 바둥거리지 말껄 그랬어…

    (반응이 없다. 평범한 시체인듯 하다.)

    (감기 걸렸을땐 얌전히 쉽시다. 상태 좀 좋아졌다고 무리하지 말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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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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