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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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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류, 측정할 수 없음 ]
    [ 상세 오류 내용 ]
    [ 0291 오류 ]
    [ 98821 오류 ]
    [ 0031 오류 ]
    [ 7876 오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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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가 들고 있는 종이에 적힌 건 측정할 수 없다는 내용과 끝없이 적힌 오류 내용이었다. 릴리는 떨리는 시선을 감추지 못한 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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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조직의 보스들이 사용하던 최상급 마도구가 측정을 못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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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같은 경우는 두 가지 경우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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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마도구가 고장 나 제대로 된 값을 측정하지 못하고 있거나.
    두 번째, 어떠한 이유로 인해 최상급 마도구로도 리안의 몸 상태를 측정할 수 없는 경우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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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와 후자 중 더 말이 되는 건 당연히 전자였다. 릴리는 곧바로 밴드를 리안의 몸에서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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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서 함께 결과지를 확인한 네로는 기민하게 상황을 알아차리곤 상의를 훅 들어 명치 부근을 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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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제일 최근에 측정했으니까 내가 측정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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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히 고장 난 거라면 얼마 전에 뽑은 결과와 완전히 다른 결과가 뽑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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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가 네로의 몸에 밴드를 붙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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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장나지 않았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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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은 곧, 마도구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이다. 숨죽이고 있던 노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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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좋은 마도구를 찾아야겠네. 아니면 능력 있는 치료사를 찾거나.”
    “응, 제대로 측정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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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급보다 더 좋은 마도구는 왕국 보물 창고 정도는 털어야 찾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니 더 좋은 마도구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거나, 매우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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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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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상급 마도구로 측정이 안 된다는 건…상태가 얼마나 안 좋다는 말이지? 아니, 아니야. 상태가 안 좋은 게 아니라 부작용일지도 몰라. 실험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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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리안이 당했던 잔혹한 실험을 떠올리며 주먹을 꽉 말아쥔 채 몸을 파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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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나 배고파서 그런데 이만 식사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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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의 말에 시간이 멈춘 듯한 방의 분위기가 환기되었다. 당장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리안이 원하는 대로 준비해 온 식사를 차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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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갑작스럽게 쓰러져 일주일 내내 깨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 사실이 리안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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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리안이 눈앞에서 웃고, 말하고 있음에도 언제든지 바스러져 사라질 것만 같았다.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리안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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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휴, 이제야 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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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은 온몸에 활력이 도는 걸 느끼며 이 상황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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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부터 반쯤 감금당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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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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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 내가 도와줄 거 없을까?”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누워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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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꿈을 꾼 날을 기점으로 나는 더 이상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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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하게 말해서 방 안에 있든 방 밖을 돌아다니든, 꼭 누구 한명은 내 곁에 붙어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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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아무도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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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에서 나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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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감금…아니겠지? 에이, 아니겠지.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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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생각에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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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해진 게 눈에 보이면 다들 자기 할 일 하러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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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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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전히 혼자선 어디도 갈 수 없는 신세였다. 이쯤부터 나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인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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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시간 나는 사람 없을까?”
    “음…네로가 최대한 빨리 돌아온다고 하니까. 네로랑 바꾸면 될 것 같아.”
    “저, 이제 나 건강해서 혼자 있어도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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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조직이 응당 그렇듯, 네스트 조직은 굉장히 바쁜 조직이다. 그렇다 보니 내 곁에 간부가 붙어있기 힘든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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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때면 최대한 덜 바쁜 사람이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돌아오길 기다리거나, 아예 하려던 일을 미뤄두고 달려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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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 때마다 “나는 건강하다.”라고 말해보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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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인님! 쭈인님! 이거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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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적해 하고 있는데 제스가 뭔가를 들고 우다다다 달려와 보여주었다. 종이에다가 색종이를 붙여 만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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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잘했어.”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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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칭찬을 해주자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귀를 축 늘어뜨린다. 슬쩍 손을 올리자 귀가 더욱 축 늘어지고 꼬리가 마구 살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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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기가 솟아 안 쓰다듬고 손을 치울까 했지만, 워낙 귀여운 모습이라 폭하고 손을 올려 쓰다듬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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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바바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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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리가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처럼 마구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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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제스는 누구한테 수업을 듣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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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내 질문에 네로가 올 때까지 곁을 지키고 있던 릴리가 대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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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 나이대 아이들은 본관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별관에서 수업을 듣고 있어.”
    “그래? 왜 나는 한 번도 애들을 못 봤지?”
    “본관 건물이랑 아이들이 생활하는 별관 건물 사이에 인식 장해 마법진이 작동하고 있어서, 아이들은 본관으로 넘어올 수 없어. 제스나 아이리스는 통행증이 있어서 넘어올 수 있는 거야.”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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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탄하는 사이 제스가 턱을 치켜들며 초롱초롱하게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턱을 쓰다듬어주자 그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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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꼬리를 보면 고양잇과가 아닌 것 같은데, 턱을 쓰다듬어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곤했다.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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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번 보러 가도 돼?”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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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는 잠시 고민하는 듯 눈을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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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히 위험한 것도 없으니까 원하면 한 번 방문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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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네로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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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어서 미안!”
    “아냐, 안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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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로가 도착하자 릴리는 곧바로 인사를 나눈 후 떠났다. 워낙 바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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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형, 그래서 오늘은 뭘 할 거야? 나랑 체스라도 할래?”
    “그것보단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 별관에 가보고 싶어.”
    “별관을?”
    “응, 릴리가 가도 괜찮다고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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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절 당할까 봐 허락받았다는 사실을 열심히 피력하자 네로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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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리가 허락했다면 뭐,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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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로는 씩 웃어 보이곤 제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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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탈출한 못된 학생도 데려다줘야 하고.”
    “엥? 탈출?”
    “응, 지금 한창 수업 중일 시간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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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제스를 바라보자, 제스가 옆 눈으로 사고 친 강아지처럼 날 바라보았다. 뭔가 어이가 없으면서도 밉지 않은 모습에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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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 수업을 몰래 탈출하면 어떡해?”
    “히히힛, 쭈인님한테 이거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어여!”
    “그래도 다음부터는 수업 끝나고 달려와. 알겠지?”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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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제스의 손을 잡고 네로와 함께 별관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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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본관 밖으로 나와보는 건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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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라스에서 내다봤던 것처럼 본관은 숲에 둘러싸여 있었다. 네로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는 숲속 길을 따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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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뒤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주변이 희뿌연 안개로 가득차, 한 치 앞도 보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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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맞다. 형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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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로는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나에게 동그랗고 납작한 것을 내밀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패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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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있어야 통과가 자유롭거든. 나는 여분이 있으니까 그건 형이 사용해.”
    “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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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를 주머니에 넣은 후 계속 이동했다. 한 20분 정도 걸었을까? 안개가 걷히면서 확 트인 공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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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널찍한 공터에는 단층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생각보다 제법 건물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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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들이 워낙 어려서 다칠까 봐 건물을 단층으로 지었어.”
    “아무래도 그게 좋긴 하지. 2층에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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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선생님의 말을 따라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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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이럴 땐 뭐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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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드러운 질문에 속으로 흐뭇해하고 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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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가락 부러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입을 제대로 터는 게 좋을 거다! 라고 해야 해요!”
    “맞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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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이런 상황에서는?”
    “30초 쳐다보고 검 손잡이 잡기! 그래도 별 반응 없으면 돌아가기! 등을 보이면서 걸어갈 땐 공격을 대비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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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기찬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교실 밖으로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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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디샨이 워낙 위험한 곳이라 이런 교육이 필요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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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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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받았던 교육은 안전했던 세계에서나 가능한 교육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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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잠깐 ‘안전한 게 맞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크 판타지 세계에 비하면 안전한 세계가 맞을 터라 가볍게 생각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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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은 하나밖에 없어. 아이리스도 제스도 이 반에서 수업을 들어. 제스가 수업에 들어가야 하니까 노크 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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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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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로가 노크를 하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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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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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다닥 누군가가 달려와 문을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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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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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머리를 높게 묶은 중년의 여성은 눈을 반달로 접으며 웃다가 이내 표정을 단호하게 굳히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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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대로 뛰쳐나가면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다음에는 안 그럴 거죠?”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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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가 시무룩한 얼굴로 선생님을 올려다보자, 선생님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만큼 제스의 모습은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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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제스는 갑작스럽게 얼굴을 팍 들더니 반짝거리는 시선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제스의 손 끝이 나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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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제 쭈인님! 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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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3

리안 : 아,아앗 그게 아니라…!

휴….내용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 여러번 엎다가 겨우 가져왔습니다.

오후 10시 30분에 다음화가 하나 더 업로드 예정입니다.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 오류, 측정할 수 없음 ]

[ 상세 오류 내용 ]

[ 0291 오류 ]

[ 98821 오류 ]

[ 0031 오류 ]

[ 7876 오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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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가 들고 있는 종이에 적힌 건 측정할 수 없다는 내용과 끝없이 적힌 오류 내용이었다. 릴리는 떨리는 시선을 감추지 못한 채 생각했다.

‘다른 조직의 보스들이 사용하던 최상급 마도구가 측정을 못 한다고?’

이 같은 경우는 두 가지 경우밖에 없다.

첫 번째, 마도구가 고장 나 제대로 된 값을 측정하지 못하고 있거나.

두 번째, 어떠한 이유로 인해 최상급 마도구로도 리안의 몸 상태를 측정할 수 없는 경우 밖에 없었다.

전자와 후자 중 더 말이 되는 건 당연히 전자였다. 릴리는 곧바로 밴드를 리안의 몸에서 떼어냈다.

옆에서 함께 결과지를 확인한 네로는 기민하게 상황을 알아차리곤 상의를 훅 들어 명치 부근을 보이며 말했다.

“내가 제일 최근에 측정했으니까 내가 측정해볼게.”

완전히 고장 난 거라면 얼마 전에 뽑은 결과와 완전히 다른 결과가 뽑힐 것이다.

릴리가 네로의 몸에 밴드를 붙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지가 나왔다.

“…고장나지 않았어.”

“아.”

그 말은 곧, 마도구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이다. 숨죽이고 있던 노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더 좋은 마도구를 찾아야겠네. 아니면 능력 있는 치료사를 찾거나.”

“응, 제대로 측정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아.”

최상급보다 더 좋은 마도구는 왕국 보물 창고 정도는 털어야 찾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러니 더 좋은 마도구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거나, 매우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노아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했다.

‘최상급 마도구로 측정이 안 된다는 건…상태가 얼마나 안 좋다는 말이지? 아니, 아니야. 상태가 안 좋은 게 아니라 부작용일지도 몰라. 실험의 부작용.’

노아는 리안이 당했던 잔혹한 실험을 떠올리며 주먹을 꽉 말아쥔 채 몸을 파르르 떨었다.

“저기, 나 배고파서 그런데 이만 식사하면 안 될까?”

리안의 말에 시간이 멈춘 듯한 방의 분위기가 환기되었다. 당장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기에 리안이 원하는 대로 준비해 온 식사를 차려주었다.

리안은 갑작스럽게 쓰러져 일주일 내내 깨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 사실이 리안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분명 리안이 눈앞에서 웃고, 말하고 있음에도 언제든지 바스러져 사라질 것만 같았다.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리안은 생각했다.

‘어휴, 이제야 살겠네.’

리안은 온몸에 활력이 도는 걸 느끼며 이 상황을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부터 반쯤 감금당하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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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내가 도와줄 거 없을까?”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누워있어.”

개꿈을 꾼 날을 기점으로 나는 더 이상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데…

간단하게 말해서 방 안에 있든 방 밖을 돌아다니든, 꼭 누구 한명은 내 곁에 붙어있어야 했다.

만약 아무도 없다면?

..방에서 나갈 수 없었다.

‘이거 감금…아니겠지? 에이, 아니겠지. 하하하하!’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생각에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건강해진 게 눈에 보이면 다들 자기 할 일 하러 가겠지!’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혼자선 어디도 갈 수 없는 신세였다. 이쯤부터 나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인지했다.

“어떻게 시간 나는 사람 없을까?”

“음…네로가 최대한 빨리 돌아온다고 하니까. 네로랑 바꾸면 될 것 같아.”

“저, 이제 나 건강해서 혼자 있어도 되는데.”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조직이 응당 그렇듯, 네스트 조직은 굉장히 바쁜 조직이다. 그렇다 보니 내 곁에 간부가 붙어있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최대한 덜 바쁜 사람이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돌아오길 기다리거나, 아예 하려던 일을 미뤄두고 달려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건강하다.”라고 말해보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흑흑..

“쭈인님! 쭈인님! 이거 만들었어요!”

울적해 하고 있는데 제스가 뭔가를 들고 우다다다 달려와 보여주었다. 종이에다가 색종이를 붙여 만든 작품이었다.

“오, 잘했어.”

“헤헤..”

칭찬을 해주자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귀를 축 늘어뜨린다. 슬쩍 손을 올리자 귀가 더욱 축 늘어지고 꼬리가 마구 살랑거린다.

장난기가 솟아 안 쓰다듬고 손을 치울까 했지만, 워낙 귀여운 모습이라 폭하고 손을 올려 쓰다듬어 주었다.

파바바밧!

꼬리가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처럼 마구 흔들렸다.

“그러고 보니… 제스는 누구한테 수업을 듣는 거야?”

그런 내 질문에 네로가 올 때까지 곁을 지키고 있던 릴리가 대답해주었다.

“제스 나이대 아이들은 본관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별관에서 수업을 듣고 있어.”

“그래? 왜 나는 한 번도 애들을 못 봤지?”

“본관 건물이랑 아이들이 생활하는 별관 건물 사이에 인식 장해 마법진이 작동하고 있어서, 아이들은 본관으로 넘어올 수 없어. 제스나 아이리스는 통행증이 있어서 넘어올 수 있는 거야.”

“아아..”

감탄하는 사이 제스가 턱을 치켜들며 초롱초롱하게 리안을 올려다보았다. 턱을 쓰다듬어주자 그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스는 꼬리를 보면 고양잇과가 아닌 것 같은데, 턱을 쓰다듬어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고양이 같은 소리를 내곤했다. 귀여웠다.

“한번 보러 가도 돼?”

“으음..”

릴리는 잠시 고민하는 듯 눈을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위험한 것도 없으니까 원하면 한 번 방문해봐.”

그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네로가 도착했다.

“늦어서 미안!”

“아냐, 안 늦었어.”

네로가 도착하자 릴리는 곧바로 인사를 나눈 후 떠났다. 워낙 바빴기 때문이다.

“휴…형, 그래서 오늘은 뭘 할 거야? 나랑 체스라도 할래?”

“그것보단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 별관에 가보고 싶어.”

“별관을?”

“응, 릴리가 가도 괜찮다고 했거든.”

거절 당할까 봐 허락받았다는 사실을 열심히 피력하자 네로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릴리가 허락했다면 뭐, 괜찮겠지!”

네로는 씩 웃어 보이곤 제스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침 탈출한 못된 학생도 데려다줘야 하고.”

“엥? 탈출?”

“응, 지금 한창 수업 중일 시간이거든.”

내가 제스를 바라보자, 제스가 옆 눈으로 사고 친 강아지처럼 날 바라보았다. 뭔가 어이가 없으면서도 밉지 않은 모습에 머리를 마구마구 쓰다듬어주었다.

“이 녀석, 수업을 몰래 탈출하면 어떡해?”

“히히힛, 쭈인님한테 이거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어여!”

“그래도 다음부터는 수업 끝나고 달려와. 알겠지?”

“네에!”

나는 제스의 손을 잡고 네로와 함께 별관 쪽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본관 밖으로 나와보는 건 처음이네.’

테라스에서 내다봤던 것처럼 본관은 숲에 둘러싸여 있었다. 네로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는 숲속 길을 따라 걸어갔다.

그의 뒤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주변이 희뿌연 안개로 가득차, 한 치 앞도 보기 힘들어졌다.

“아, 맞다. 형 이거.”

네로는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나에게 동그랗고 납작한 것을 내밀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패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있어야 통과가 자유롭거든. 나는 여분이 있으니까 그건 형이 사용해.”

“아, 고마워.”

패를 주머니에 넣은 후 계속 이동했다. 한 20분 정도 걸었을까? 안개가 걷히면서 확 트인 공터가 나왔다.

널찍한 공터에는 단층 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생각보다 제법 건물이 컸다.

“애들이 워낙 어려서 다칠까 봐 건물을 단층으로 지었어.”

“아무래도 그게 좋긴 하지. 2층에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선생님의 말을 따라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그럼, 이럴 땐 뭐라고 할까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드러운 질문에 속으로 흐뭇해하고 있는데 -…

“손가락 부러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입을 제대로 터는 게 좋을 거다! 라고 해야 해요!”

“맞아요!”

“….?”

“그럼 이런 상황에서는?”

“30초 쳐다보고 검 손잡이 잡기! 그래도 별 반응 없으면 돌아가기! 등을 보이면서 걸어갈 땐 공격을 대비하기!”

“….??”

활기찬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 교실 밖으로 새어 나왔다.

“카르디샨이 워낙 위험한 곳이라 이런 교육이 필요하더라고.”

네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받았던 교육은 안전했던 세계에서나 가능한 교육이니까.’

아주 잠깐 ‘안전한 게 맞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크 판타지 세계에 비하면 안전한 세계가 맞을 터라 가볍게 생각을 털어냈다.

“반은 하나밖에 없어. 아이리스도 제스도 이 반에서 수업을 들어. 제스가 수업에 들어가야 하니까 노크 좀 할게.”

똑똑.

네로가 노크를 하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잠시만요!”

후다닥 누군가가 달려와 문을 열어주었다.

“어머! 제스!”

긴 머리를 높게 묶은 중년의 여성은 눈을 반달로 접으며 웃다가 이내 표정을 단호하게 굳히며 말했다.

“마음대로 뛰쳐나가면 돼요 안 돼요?”

“안 돼요…”

“다음에는 안 그럴 거죠?”

“네에…”

제스가 시무룩한 얼굴로 선생님을 올려다보자, 선생님의 얼굴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만큼 제스의 모습은 귀여웠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제스는 갑작스럽게 얼굴을 팍 들더니 반짝거리는 시선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제스의 손 끝이 나를 향했다.

“선생님 제 쭈인님! 이에요!”

“….!?”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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