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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86 – 교장의 가르침>

     

    3일처럼 길게 느껴졌던 깃발쟁탈전.

    그 채점의 시간이 다가왔다.

     

    ===

    □이슈타르 용사팀(B) – 합계 65개

    □오크노디 수석팀(A) – 합계 62개

    □지젤 팀(A) – 합계 15개

    □안데르센 팀(A) – 합계 11개

    □매스각키 2황녀팀(B) – 합계 9개

    □아카디아 공녀팀(A) – 합계 7개

    □카시아 팀(C) – 합계 5개

    □후라이드 공자팀(B) – 합계 4개

    □야요이 3황녀팀(B) – 합계 3개

    ===

     

    이슈타르 용사팀의 의외로 높은 스코어에 학생들은 깜짝 놀랐다.

     

    “용사님은 언제 저렇게 깃발을 많이 모았어?”

    “역시 수석이라 그런가봐.”

    “아깝다… 오크노디 팀도 조금만 더 압박했으면 깃발을 못 모으게 만들 수 있었는데.”

    “대신에 좋은 구경을 했잖아.”

    “그렇지.”

    “오늘 본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세계문화유산이라도 본 것처럼 감동에 휩싸인 남학생들의 발언에 여학생들이 쓰레기를 보듯이 차가운 눈으로 남자들을 흘겨봤다.

     

    “저 사람들 왜 저래요?”

    “몰라.”

    “날 보는 시선도 이상해. 2등 팀에 속한 나를 왜 다들 동정하는 눈으로 바라보지?”

     

    롯토도 어리둥절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아무렴 어떤가.

     

    “신경 쓰지 마요. 어차피 우리가 1등인데!”

     

    헤스티아와 롯토의 표정이 착잡해졌다.

     

    “오크노디… 미안해. 우리 실력이 부족해서 1등을 지키지 못했어. 내가 싱을 막았다면 마지막까지 깃발을 더 모을 수 있었을 텐데.”

    “깃발 개수를 잘못 봤어, 오크노디. 우리가 모은 건 62개이고 용사팀이 모은 건 65개야.”

     

    우울한 분위기의 두 사람과 달리, 지고쿠는 심드렁한 얼굴로 총알이 없는 리볼버로 제 옆구리를 효자손 다루듯이 벅벅 긁었다.

     

    ‘깃발이야 아무래도 상관없고 신나게 총질해서 즐거웠으니 슬슬 총질 했던 여운을 느끼면서 술이나 한잔 땡기고 담배 피면서 농땡이 치고 싶네.’

     

    대충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표정이다.

    총질, 술담배, 농땡이.

    해적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지.

     

    -그럼 점수를 발표하겠다.

     

    용사팀에 속한 스콜라가 당황한 나머지 손을 들고 이의를 제기했다.

    “점수요? 순위는 이미 보여주셨잖아요. 저희가 1등 아닌가요?”

     

    -열등생답게 주의력도 참 모자라구나. 네놈 눈에 색깔이 다른 깃발들은 심심해서 이색 저색 골라 담은 것으로 보였냐?

     

    “…….”

     

    대신 안 나서서 다행이네.

    손오천과 안데르센, 각 팀의 몇몇 학생들이 안도하며 반쯤 들었던 손을 내렸다.

     

    -깃발의 색깔은 빨주노초파남보. 각각 깃발의 습득난이도에 따라 점수배점이 다르다.

     

    “깃발 중에서 색깔이 제일 많은 깃발은 빨간색이 아니라 주황색이었는데요?”

    “아. 그건 깃발에 쓸 천이 주황색밖에 없어서 제가 주황색으로 만들어서 그럽니다.”

    “…….”

     

    아카디아가 지젤을 원망스레 흘겨봤다.

     

    “다음엔 보라색으로 만들어드릴까요?”

    “됐거든요!”

     

    용사 이슈다르의 얼굴에 뒤늦은 깨달음이 스쳤다.

    그녀의 팀의 바구니에 담긴 깃발들은 색을 고려하지 않았다.

    자연히 모인 깃발은 입수난이도가 낮고 점수배점도 낮은 빨간색과 주황색 깃발이었다.

    그에 비해 내 팀의 바구니는?

    알록달록하게 온갖 색상의 깃발들이 잔뜩 모였다.

    기존에 점수배점이 낮은 깃발들은 전부 다른 학생들에게 떠넘기고 리셋을 핑계로 점수배점이 더 높은 깃발들을 모은 것은 덤!

     

    “뭐야. 그럼 애초에 주황색 깃발만 피해서 모으면 되었던 거야??”

    “스타킹은 왜 벗은 건데?”

    “아무튼 덕분에 좋은 추억이 생겼잖아.”

     

    남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깃발 색깔이 중요한가?

    여학생들이 다급히 단체로 스타킹을 벗는 진귀한 광경을 목격했는데!

     

    “얘들은 수영까지 같이 해놓고 왜 스타킹 가지고 이러는 거야?”

    “몰라. 변태여서 그런 거 아니야?”

     

    질색을 하는 여학생들 사이로 채찍을 든 악성향 여자 한 명이 후후, 하고 소리 내어 웃었다.

     

    “남자는 원래 전부 개에요. 여자는 주인님이죠. 여러분도 이 기회에 애완남이나 골라보세요. 의외로 진짜 개를 키우는 것보다 즐겁답니다?”

    “어머머. 망측해라.”

    “어떻게 사람을 애완동물로 삼을 수가 있어요? 그런 반인륜적인 발상을 떠올리다니. 너무, 너무 대단하세요! 저도 꼭 키워보고 싶어요!”

    “아버지 말이 옳았어요. 남자는 다 짐승이고 변태였어요. 그러니 야생의 들개남을 길들여서 애완견으로 만드는 행위도 나쁜 건 아닐지도 몰라요.”

     

    귀족영애들이 무언가 잘못된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지만 몇몇 남학생들은 뜨악하면서도 내심 은근히 여학생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흥. 하남자 녀석들. 남자는 모름지기 근육을 키우고 강해져서 자기 여자는 힘으로 쟁취해야지, 저렇게 애완동물이 되고 싶어 하면 어떡해?’

     

    같은 상급반 남학생들도 저럴 지경인데 실력과 경제력에서도 크게 뒤처지는 하급반 남학생들이 상급반 여학생들에게 제안을 받으면 얼마나 혹하겠나.

    2학년 1학기부터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릴 내년 챕터보스가 벌써부터 싹을 틔우고 있다.

     

    ‘아직은 나서기엔 너무 이르지. 이렇게 보니 굳이 말려야 하나 싶기도 하고.’

     

    미래에 도S녀가 일으킬 사건과 그 영향을 아는 입장에서는 참 미친놈들이구나 싶지만.

    저렇게라도 예쁜 여학생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사춘기 남학생들의 마음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뭐, 지젤이나 손오천이 저런 꼴을 당하지만 않으면 내 알바도 아니고.

     

    -그럼 깃발 색상에 따른 점수측정이 끝났다. 이상이 각 팀별 점수결과다.

     

    ===

    □오크노디 수석팀(A) – 총점 101점, 깃발 62개

    □이슈타르 용사팀(B) – 총점 82점, 깃발 65개

    □카시아 팀(C) – 총점 30점, 깃발 5개

    □지젤 팀(A) – 총점 28점, 깃발 15개

    □안데르센 팀(A) – 총점 17점, 깃발 11개

    □매스각키 2황녀팀(B) – 총점 11점, 깃발 9개

    □아카디아 공녀팀(A) – 총점 8점, 깃발 7개

    □후라이드 공자팀(B) – 총점 4점, 깃발 4개

    □야요이 3황녀팀(B) – 총점 3점, 깃발 3개

    ===

     

    점수측정결과, 두 개 팀의 순위가 올랐다.

    2위였던 우리 팀이 1위가 되었고, 바닥권 경쟁을 하던 카시아 팀도 3위까지 떡상했다.

     

    “C그룹 놈들의 점수가 저렇게 높았어?!”

    “쟤넨 깃발도 5개밖에 없었잖아. 그럼 깃발 하나하나가 전부 6점짜리였다고?”

     

    A그룹과 B그룹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C그룹 학생들은 싸움이 일어나는 내내 구석에서 얌전히 구경만 했다.

    깃발리셋에도 자신들의 깃발을 내놓지 않는 대신, 참여도 방해도 하지 않았다.

    순위도 최하위권.

    참여의사도 없음.

    그런 이들이 불쌍해서 그냥 내버려둔 학생들이었지만 정작 결과는 손 놓고 구경만 하던 이들이 3위로 급부상하는 꼴이 되었다.

     

    -슬슬 느끼는 바가 생겼나? 아카데미에서 조를 짜고 단합한다는 말의 의미를.

    -단합 따윈 약해빠진 약자들이나 하는 것이다!

    -진정한 강자들은 약자들의 단합마저도 이용하고 먹잇감으로 삼지.

    -이 과제는 교활한 깃발장사꾼과 순진한 얼굴로 모두를 속여먹은 괘씸한 어린아이, 먹잇감의 가치를 깨닫고 조용히 즐기던 관음증 환자들의 승리다!

     

    “교장선생님. 2등은 용사파티인데요.”

     

    -용사 이름 달고 2등하면 안 쪽팔리냐? 나 같으면 일주일은 이불 걷어차겠는데.

     

    “…….”

     

    교장의 잔혹한 조롱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에 순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 *

     

     

    [<교장의 가르침>강의 첫 번째 과제에서 1등을 달성했습니다.]

    [관찰 경험치+30]

    [속임수 경험치+20]

    [색적 경험치+10]

    [따돌리기 경험치+10]

    [시각 경험치+10]

    [1등 달성 보너스로 팀장 오크노디에게 3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각 팀의 포인트는 팀장이 팀원들에게 임의로 분배할 수 있습니다.]

     

    깃발의 가성비가 바로 여기서 나온다.

    순위가 하나 밀릴 때마다 100포인트씩 줄어든 채로 각 팀의 팀장에게 지급되는 포인트!

    보통은 깃발 1개로 팀 순위가 갈리기에 깃발 1개당 최대 100포인트라는 시세가 매겨진다.

     

    ‘이번 회차는 나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용사도 평소보다 깃발을 엄청 많이 모았지.’

     

    다소 인플레이션?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튼 팀장들은 대량의 포인트를 공급받았다.

    여기서부터 교장의 사악함을 엿볼 수 있다.

    팀원이 아닌 팀장에게만 안내문구가 마법시계로 날아온 이유.

    바로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팀을 짜지 마라.

    단체생활은 야랄맞은 것이다.

    중간관리자와 리더가 너희의 보수를 떼어먹는다.

    잔혹한 현실을 알려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방만한 분배체계!

     

    ‘처음 이 시험 치렀을 때는 보수가 한 사람당 10포인트인 줄 알고 엄청 좋아했었지.’

     

    강의를 들으면 학식으로 두 끼를 먹을 수 있다니!

    현실은 명당 500포인트씩 돌려먹을 수 있던 것을 팀장이 꿀꺽 삼키고 10포인트씩만 선심 써서 뿌려줬음을 알았을 때, 그놈 머리통을 대검으로 찍었다.

    시원하게 살인 한 번 저지르고 다음 회차로 갔던 건 다시 생각해도 정말 잘한 짓이었다.

     

    ‘그래도 우리 애들은 착하고 열심히 하기도 했으니까 공평하게 줘야지.’

     

    [헤스티아 님에게 750포인트를 전송했습니다.]

    [롯토 님에게 750포인트를 전송했습니다.]

    [지고쿠 님에게 750포인트를 전송했습니다.]

     

    쿨하게 그 자리에서 전송을 마치고는 모두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3000포인트 들어온 거 n분의 1로 나눠서 드렸어요! 다들 확인하셨죠?”

     

    다른 팀의 팀장들이 원망스럽게 이쪽을 째려봤다.

    흥. 그런다고 무서울 줄 알아?

     

    “오크노디. 넌 역시 용사파티의 동료가 되어야해.”

    “엑. 싫어요. 제가 왜요.”

    “훗. 아직은 네 눈에는 부족해 보인다 이거냐. 좋다. 똑똑히 지켜보아라. 이 용사 이슈타르가 아카데미의 학업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언젠가 네게 꼭 인정을 받고 말테니.”

     

    저 혼자 다짐하며 멀어지는 이슈타르의 모습이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었다.

    디스트로이어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도 용사가 하고 싶은 멍청이가 있으면 능지를 의심해야지.

     

    “오크노디. 강의도 끝났는데 이제 뭐 할거야?”

    “강의는 다 들었으니까 당분간은 동아리를 돌아다니려구요.”

     

    말을 걸었던 이사벨이 질린다는 얼굴로 돌아갔다.

     

    “용케도 체력이 남아도네. 난 지쳐서 먼저 돌아갈래. 남학생들이 자꾸 다리 쳐다보는 것도 짜증나고.”

     

    용사의 동료가 되어서 2학년부터 온갖 괴상한 모험을 다니겠다고 삽질이나 할 시간에 아카데미에 숨은 폭탄이나 제거하고 안락한 교내생활을 누릴 준비를 하는 게 맞다.

    이 골 때리는 아카데미에는 미친 교수들만큼 미친 선배들도 많은데, 이번에 제거할 폭탄도 그런 선배들 중 한 명이 동아리에 만들어둔 폭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니안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리갈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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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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