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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아르윈을 배웅하고, 아담 형과 대화하러 그의 집을 찾았다.

     

     

    형은 언제나처럼 여러 서류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저런 형의 모습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내게 검을 가르쳐준 그가 이토록 얌전하게 살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언제나 느낀다.

     

     

    “왔냐.”

     

    직후 아담 형이 내게 부탁한다.

     

    “술 한잔만 가져다주라.”

     

    익숙한 그의 부탁에, 나도 익숙하게 움직인다.

     

     

    나는 그의 집에 쌓여있던 여러 술병들을 바라보다, 바르디 술을 꺼내와 잔에 따랐다.

     

     

    술을 건네받는 아담 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별로던데, 이 술.”

     

    “…”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형의 그런 푸념도 금방 잦아들었다.

     

    술로 입을 적시며 서류를 살폈다.

     

     

    “다음 의뢰나 줘. 다시 나가려고.”

     

    내가 형에게 부탁했다. 네르의 발바닥도 나았고, 쉬기도 오래 쉬었다.

     

    다음 일정이나 잡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하지만 형은 고개를 저었다.

     

    “안돼, 지금은.”

     

     

    그런 그의 단호한 거절에 나는 의문을 품었다.

     

    “왜?”

     

    “용병 회담.”

     

    “…아.”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답변에 모든 의문이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속으로 혀를 찼다. 그 귀찮은 회담이 또다시 벌어지게 되는 걸까.

     

     

    용병 회담이란 여러 용병단이 한 장소에 모여, 각자의 규율을 정립하는 회담을 뜻한다.

     

     

    용병단을 찾는 의뢰자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가끔은 밥그릇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임무에 후한 보상이 곁들여지면 전장이 만들어진다.

     

    서로 의뢰를 받겠다고 실랑이를 하다, 자존심 싸움으로 번져 용병단 둘이 전쟁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렇게 사라지거나 몰락해버린 용병단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리도 그런 전투가 벌어진적이 있었다.

     

    물론 수 년 전이었고, 홍염단의 규모도 이렇게 크지 않았을 때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러니 그런 소모적인 전장을 줄이고자 용병 회담이 이따금씩 열리게 되었다.

     

    소규모 용병단들 끼리도 이런 자리를 갖는지는 모르겠다만, 우리처럼 마을을 하나 점거할만큼 규모가 크다면, 당연히 있어야만 하는 자리였다.

     

    서로의 선과 구역을 확인하고 적절한 규칙들을 정립해야한다.

     

     

    문제는 이 회담이 벌어지는 장소에 지독한 기싸움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단장들끼리는 서로서로 선을 지키며 미소를 짓는다지만…그 밑에 있는 단원들은 얕보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뻣뻣히 세워야했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지치고 불편해지는 공간도 없다.

     

    나는 웬만해서는 피하고 싶었어도, 부단장으로서 빠질수도 없다.

     

    물론 유령처럼 조용히 회담에 참석하는 내게 시비를 건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지금은 좀 귀찮은 일도 벌어지지 않을까.

     

     

    “…하.”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문득 피어난 의문을 그에게 묻는다.

     

     

    “…우리는 이제 귀족을 등에 업었잖아. 아직도 그런 회담에 가야해? 다들 우리 눈치 보고 있는거 아니야?”

     

    형은 내 말에 피식 웃었다.

     

    넌 아직 모른다는 듯이.

     

     

    “…”

     

    애초에 나도 반쯤은 빈말이었다.

     

    귀족을 등에 업어 달라지는 건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다른 거대 용병단들의 밥그릇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걸.

     

     

    결국 나는 긴 한숨을 내쉬며 그 귀찮은 일정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언젠데?”

     

    “10일 뒤.”

     

    “…”

     

     

    침묵하는 나에게 형이 말한다.

     

    “네 아내들도 데려갈거야. 당연한거지만.”

     

    “…뭐? 거길?”

     

    “영지에 꽁꽁 숨겨둘 생각으로 데려온건 아니었잖아. 네가 뎀스 마을로 가서 귀족들과의 연을 알린거랑 크게 다른게 없는거지.”

     

     

    그의 말이 옳다라는건 나도 알았다.

     

    하지만 장소가 장소인지라..못내 껄끄러웠다.

     

     

    그들이 던질 장난에 상처받을 아내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보이는 것 같다.

     

    어느정도 귀족이라는 걸 아는만큼 입조심은 하겠지만…선을 넘지 않고도 불쾌감을 느끼게 할 방법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애초에 모든 용병들이 귀족들에게 설설 기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까지 목숨을 중요하시는 족속들이었으면 애초에 용병부터 되지 않았을거다.

     

     

    형이 한 동안 술을 축이다, 잔을 내려놓았다.

     

    그도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본다.

     

     

    “…”

     

    최근들어 나를 대하는 형의 태도가 바뀌었다.

     

    아마 시엔에 대한 이야기 이후부터 이러지 않았을까 싶다.

     

    뭔가 미안해하는 듯한 자세.

     

    나는 외려 그게 불편했다.

     

     

    “베르그.”

     

    하지만 형도 그런 내 마음을 이해했는지 금장 표정을 고쳤다.

     

    “…말해.”

     

    “나는 이번 회담으로 우리의 위상을 크게 높여놓을 생각이야.”

     

     

    나는 눈동자를 굴려 형을 바라보았다.

     

    그가 한두번 내게 일러준 말이 있다.

     

    용병단 사이에서의 위치가 높아야 우리도 궁극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세간의 평가만이 중요한건 아니었다.

     

    같은 용병들 사이에서도 우리의 이름은 유명해야 했다.

     

     

    “…그래서?”

     

    “…그래서, 이번에는 굳이 싸움을 피할 필요가 없다고.”

     

    “무슨 말이야?”

     

    “상대가 도발해오면 밟아도 괜찮아.”

     

    “…아.”

     

    뒤늦게 그의 말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말인즉슨, 용병 회담에서 기싸움이 펼쳐졌을 때 참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같았다.

     

    이전까지 성격 좀 죽이고 살라던 그의 조언과는 상반되는 부탁.

     

    어쩌면 몇몇 콧대 높은 상대들을 밟아줬으면 좋겠다는 말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몇 명 밟아놓으라는 소리야?”

     

     

    형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것까지는 없고.”

     

     

    나는 뺨을 긁적였다.

     

    혹시 화난게 있다면 그렇게라도 해소하라는 형만의 배려일까.

     

    사실 이래줄 것 까지는 없었는데 말이다.

     

     

    나는 애초에 다음 여행지만을 생각중이었다.

     

    아내들과 함께하며 헤아 교단에 관한 일은 이미 흘려보냈다.

     

    또 형에게나 시엔 이야기가 처음이지, 나는 언제나 지니고 있었던 이야기였고.

     

    오히려 용병 회담이 걱정될 판이었다.

     

    아내들은 이 사실에 어떻게 반응할까.

     

    뭐가 됐든 적당히 대비할 수 있도록 말을 잘 해둬야 할 듯 했다.

     

     

     

    ****

     

     

     

    네르는 몸을 씻었다.

     

    저녁식사를 하려면, 그리고 그 이후 밤산책을 나가 베르그를 기다리려면, 지금이 씻기에 가장 적기였다.

     

     

    그녀가 최근들어 깨달은게 있다.

     

    베르그의 몸에 체취를 묻히는 게 어째서인지 습관처럼 자리를 잡아가는 지금.

     

    자신의 몸에서도 언젠가부터 베르그의 향이 났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향을 묻히면, 향이 묻는다.

     

    그리고 제 몸에서 나는 베르그의 냄새에 단전이 묘하게 무거워진다.

     

    숨소리도 살짝은 거칠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몸을 씻느라 맨몸 상태가 된 지금, 그 향이 나니 더욱 이상한 기분이 드는걸지도 몰랐다.

     

     

    네르는 머리를 좌우로 붕붕 저으며 잡 생각을 털어냈다.

     

    물기가 흩뿌려진다.

     

    이제 곧 베르그가 돌아올테니 옷을 입고 밖으로 나설 준비를 하는게 나아보였다.

     

     

     

    네르는 마른 천으로 몸을 말리고 준비해두었던 옷을 걸쳐입는다.

     

    귀족이던 시절 입던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도 초라해진 옷이었지만…최근들어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옷을 다 입은 그녀가 자연스레 손을 뻗는다.

     

    마지막으로 챙겨야할 걸 더듬었다.

     

     

    “…………..어?”

     

    손이 허공만을 잡자, 네르가 고개를 돌렸다.

     

     

    그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이 불신에 깜빡인다.

     

     

    “…내 반지.”

     

    잠시 멍하게 굳어있던 그녀의 몸이 급히 움직인다.

     

    욕실 근처 이곳저곳을 뒤적인다.

     

     

    그럼에도 반지는 보이지 않았다.

     

    “…어?”

     

    설마 잃어버린걸까.

     

    최근에 익숙해졌던 그 반지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내…내 반지…”

     

    그리고 그 사실에, 네르의 가슴에 무거운 돌이 얹힌것만 같았다.

     

    바닥에 바짝 붙어 이곳저곳을 훑어보았지만 끝내 반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초라했던 그 장신구를 이렇게 찾게 되는 날이 올거라 생각이나 했을까.

     

     

    한참을 뒤져도 반지가 보이지 않자 네르는 급히 욕실 밖으로 향했다.

     

    혹여라도 방에 두었을지도 모른다.

     

    씻을 때를 제외하고는 벗어둔적이 없었기에 가능성은 적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머리의 물기를 말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급히 안방으로 향하던 그녀는 어느새 집에 돌아온 베르그의 모습을 발견했다.

     

     

    “네르. 나 왔어.”

     

     

    그리고 그가 지어보이는 미소에, 죄지은 듯 고개를 들수가 없다.

     

    그런 그녀의 기분 변화를 베르그는 금방 포착할 수 있었다.

     

     

    “…왜 그래?”

     

    그 질문에 네르는 흠칫 놀라 베르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천천히 제 쪽으로 걸어왔다.

     

    탁자에 앉아있는 아르윈만이 가만히 멈춰서 그녀를 응시했다.

    네르는 잠시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

    “…” 

    그 묘한 시선을 떼어내고, 네르가 말했다.

    “아…아니야, 잠시만.”

     

    그리고는 베르그를 지나쳐 안방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이곳에 없을게 분명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욕실에서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던 반지였으니.

     

     

    탁자. 침대 밑. 이불 아래.

     

    어디에서도 반지는 찾을 수 없었다.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 당연함이 그녀가 놀랄만큼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안겨주었다.

     

     

     

    “….반지 잃어버렸어?”

     

    그러고 있자니 베르그가 뒤에서 조용히 물었다.

     

     

    네르는 그 질문에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쫑긋한 귀가 힘없이 쳐졌다.

     

    꼬리가 제멋대로 말리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베르그의 짧은 한숨.

     

    그 한숨에 놀라 네르가 고개를 돌린 순간 베르그가 말했다.

     

    “괜찮아. 난 또 뭐라고.”

     

    “………”

     

    “그럴수도 있지. 밖에서 잃어버린건 아니잖아?”

     

    “베,베르그. 내가 씻으려고 잠시 벗어뒀는데, 그게…그러니까…”

     

    그녀가 급히 변명을 해보았지만 베르그는 부드러운 표정 그대로였다.

     

    “괜찮다니까.”

     

    그리고는 외려 미소까지 지어보였다.

     

    “찾다보면 나올거야. 지금은 배고프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

     

    “…………”

     

    네르는 이런 상황속에서도 미소를 지어보이는 베르그를 보며 모순적인 따스함을 느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해줄수 있을까.

     

    모든 인족에게는 혼인반지가 꽤나 중요하다 했다.

     

     

    하지만 그런 따스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네르는 지금 밥 생각이 없었다.

     

    베르그가 이럴수록 반지를 빨리 찾아내고 싶었다.

     

    그렇게 그녀가 표정을 풀지 않자, 베르그가 농담을 건넸다.

     

     

    “어차피 불편했다며. 하루이틀 이렇게 벗고 사는 거지.”

     

    “………”

     

    네르는 그 농담에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마음이 배로 무거워지기만 할 뿐이었다.

     

     

    -슥슥.

     

    끝내 멈춰있는 네르의 머리를 쓰다듬은 베르그가 그녀의 손을 억지로 잡았다.

     

     

    네르는 그 손길에 하염없이 이끌렸다.

     

    베르그는 무심히 탁자에 앉아있던 아르윈에게 말한다.

     

    “아르윈. 가자. 밥 먹으러.”

     

    “네.”

     

     

    네르는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동시에, 네르는 맞잡은 베르그의 손을 통해 한 감촉이 느꼈다.

     

    베르그의 오른손을 잡은 그녀가 느끼는 것은…아르윈의 반지.

     

     

    그 사실에 또 네르는 심장이 내려앉았다.

     

    네르의 눈동자가 조심스레 베르그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어서는 아르윈의 손까지도 바라본다.

     

     

    둘의 손에는 같은 모양의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단명종이라 베르그를 사랑하지 못한다고 말한 아르윈이 외려 베르그와 더 친해보인다.

     

     

    앞으로도 반지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런 상황이 쭉 이어지는 걸까.

     

    “…”

     

    네르의 손에 제멋대로 힘이 들어갔다.

     

    베르그의 손을 더 꽉 잡았다.

     

     

    그 힘에 베르그가 네르를 내려다보았다.

     

    네르가 속삭였다.

     

     

    “…미안해.”

     

    “괜찮다니까.”

     

    “…꼭 찾을게.”

     

     

    베르그는 괜찮다했지만..이건 오롯이 그녀의 잘못이었다.

     

    반지를 계속해서 벗다 낀 그녀의 잘못.

     

     

    또, 그녀는 놀라고 있었다.

     

    이런 감정을 느낄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인족의 문화였지만, 어느새 그녀도 익숙해졌었나보다.

     

     

    한때 베르그의 구속처럼 느껴지던 그 반지가 사라지니… 너무나도 싫은 감정이 든다.

     

     

    이 감정은 베르그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까, 아니면 또 무언가가 있는걸까.

     

    그녀는 알 수 없었다.

     

    어차피, 다른 생각 따위는 하지 못했다.

     

     

    반지를 찾아야겠다는 생각만이 그녀를 지배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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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이렇게 큰 후원을…연참을 가져오라니…저를 돈으로 사시려는 겁니까…! 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ㅋㅋㅋㅋ 노력은 하겠습니다 좌커님ㅋㅋㅋㅠㅠ. 매번 글을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합니다. 저를 종이뭉치로 때리는 이모티콘도 잘 보고 있습니다…ㅎ 후원을 바탕으로 더 노력해 재밌게 글을 이끌어가보도록 할게요!

    minmin98님! 5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ㅋㅋㅋㅋ감사합니다. 어제 연참에 대한 후원일까요ㅋㅋㅋㅋ 이렇게 애정을 주시니 저도 보람차네요. 더 자주 연참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볼게요.

    노벨대순애학교수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순애라면 혹시 하램순애? ㅋㅋㅋ

    코코미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하, 저도 아쉽네요. 그런 메시지 저도 참 좋아하는데 말이죠. 가끔은 제 원동력이 아닐까 싶을때도 있습니다. ㅋㅋ그래도 마음만으로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말씀하신대로 감동받지 않았을까요. ㅋㅋㅋ앞으로도 재밌게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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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ncompatible Interspecies Wives

IIW 섞일 수 없는 이종족 아내들
Score 4.3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lygamy is abolished.

We don’t have to force ourselves to live together any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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