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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

         

         

         엘리자베타는 기분이 좋았다. 사실 이 며칠간 그녀는 유례 없이 높은 텐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따금씩 콧노래를 흥얼거릴 정도로.

         

         

         “참가 신청이 오늘까지였지?”

         “예, 전하.”

         “후후, 우후후… 그래, 어디 얼마나 대단한 귀족들께서 본인을 탐내는지 확인이나 해보지. 가져오게.”

         

         

         엘리자베타는 시위무관이 건네준 명단을 펼치고 한참 읽었다.

         

         음, 셰레티프 공작가라. 재밌군.

         

         골로비녜 백작은 심지어 직접 참가를? 본인과 나이차이가 거의 30살 가까이 나지 않던가? 음흉하기도 하지.

         

         예르모코프 백작도? 이 작자는 분명 우리 쪽에 붙었다고 여겼거늘, 이 박쥐 같은 인간 같으니.

         

         그리고, 어….

         

         어.

         

         

         “이게 뭐지? 명단 인쇄가 잘못되어 있는 것 같은데?”

         “예?”

         “이상한 이름이 있네만.”

         

         

         엘리자베타는 명단을 펼쳐 한 귀퉁이를 가리켰다.

         

         

         “에델플라트 코엔울프. 이 작자는 엘프가 아닌가?”

         “예, 전하.”

         “아니, ‘예 전하’가 아니라. 귀관은 이게 이상하지도 않던가?”

         “제가 확인해본 결과 코엔울프 경이 직접 참가 신청을 넣은 것이 맞습니다.”

         “…뭐?”

         

         

         시종무관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엘피헤라 그리켄코스 양과, 베올그린 그리켄코스 경의 보증 하에 공식적인 라인으로 참가 신청을 했습니다.”

         “엘프가…? 본인의 혼례에…? 아니 대체 어떻게 알고…?”

         “그야, 엘프가 아닙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연합 왕국 내에서 엘프는 지방 귀족가의 치정관계까지 파악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 음흉한 귀쟁이들이 하는 짓이라고 해봐야 까마귀처럼 소문을 수집하는 일뿐이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소문을 듣고, 기록하고, 지들 멋대로 이용하기 일쑤다.

         

         그러므로, 사실 엘프 몰래 어떤 종류의 음모를 진행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크라실로프 방첩사령부가 대내첩보의 전문가인 것처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칼리온 군도의 엘프들은 대외첩보의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멍청하긴. 외국인 참가 금지 조항은 몰랐던 모양이지? 하여간 낯짝들 두꺼워서, 대체 왜 내정간섭을 이렇게 당당하게 하느냔 말이다.”

         “그… 음. 전하, 그것이….”

         “뭔가?”

         “외국인 금지 조항이란 것이… 없습니다.”

         “뭐…?”

         

         

         애초에 외국인이 이 정보를 알 거라고, 또는 알고 이용하리라곤 생각한 적도 없을뿐더러.

         

         엄밀히 따지자면 이 시기 귀족들은 외국과 내국의 구분이 희미하기 마련이었다. 적성국이 아닌 이상 우방국 귀족간의 통혼은 대단히 흔한 일이었으니.

         

         그러므로 외국인을 대뜸 금지하자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외국인으로 구분하느냐는 것부터 따져야 한다.

         

         자국에 영지를 두고 있을 것을 규정으로 한다면 영지가 없는 법복귀족이나 일대귀족들은 참가할 수 없고.

         

         군주에게 충성을 맹세했을 것을 규정으로 한다면 혈통상 절반 이상이 타국의 귀족이라 할지라도 그 범위가 확 늘어나기 마련.

         

         이 복잡한 전근대 혈연 관계 사이에서, 외국인 참가 금지 조항이란 참 유명무실하다 하겠다.

         

         

         “으…그…으…윽… 에, 엘프 금지를 명시하면…!”

         “그럼 이제 외교 문제가 터집니다.”

         

         

         연합 왕국의 외국인들은 허가하되 엘프만 딱 집어 거부한다? 엘프들은 인간을 차별할 수 있지만 인간이 엘프를 차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저 족속들이 단체로 기함할 것이다.

         

         대부분의 마법공학 제품, 국내 생산이 불가능하며 대체 또한 불가능한 종류의 무역품들이 일제히 끊겨나갈 가능성이 높다.

         

         엘리자베타는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아니, 애초에 이 작자는… 여자가 아닌가.”

         “베올그린 경이 말한 바에 따르자면, 선례가 있다 합니다.”

         “선례.”

         “예, 여성 참가자를 대리인으로 세워 결투에 참가한 사례가 있었다고….”

         “아국에 말인가.”

         “예. 136년 전 결투 재판의 법령이라 했습니다.”

         “대체 본인도 모르는 아국 역사와 아국의 법조항을 왜 그리 또렷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인지도 묻지 말아야 하나?”

         

         “엘프들이 아닙니까, 전하.”

         “아….”

         

         

         엘리자베타는 얼굴을 감싸쥐며 흐느꼈다.

         

         

         “코엔울프 경을… 반카가 꺾을 가능성이 있나…?”

         “코엔울프 경은 과거 이반 페트로비치 경과 같은 전역에 투입된 전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코엔울프 경은 페트로비치 경의 전술을 이미 습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가능성은?”

         “…개활지에서 기습과 철수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절반은 넘는다 하겠습니다….”

         

         

         엘리자베타는 코엔울프의 별명을 떠올리며 이를 악 물었다.

         

         엘프의 단죄자. 여왕의 대전사. 전승자. 상승기사. 그 이외의 무수한 별명들은 의미가 없다. 엘프 추밀원에서 ‘결투’로 누군가를 꺾어야 할 때 보내는 인물이란 의미였으니까.

         

         즉, 저 오만한 엘프들의 기준으로도 ‘절대 패배해선 안 된다.’라는 결투가 이루어질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전력.

         

         정정당당히 서로의 무장상태를 확인한 채로 맞붙는 링 위의 싸움에서, 코엔울프는 패배한 전적이 없다.

         

         

         “왜, 왜애애…. 이 귀쟁이들아.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결혼 한 번 하기 진짜 더럽게 힘드네!

         

         이제 혼기도 슬슬 위험한데!!

         

         엘리자베타는 주위의 이목에도 아랑곳없이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집어 던지며 울먹였다.

         

         시위무관들은 ‘감히 들을 수 없는 옥음’을 애써 무시하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토너먼트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가량.

         

         이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이반의 승리를 믿으며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선망하는 기사가 마상시합에서 승리하길 기원하는 여느 귀족가의 여식처럼.

         

         

        *

         

         

         이반은 낮게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체내의 마력을 관조했다.

         

         혈관과 근육의 결을 타고 흐르는 마력이 점점 더 또렷하게 느껴지는 감각. 전투 중엔 사용할 수 없는, 일종의 ‘명상’이다.

         

         마력의 운용이 막힘이 없다. 즉 모든 신체 기관이 정상적으로… 정확히 표현하자면 ‘기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몇몇 멍청한 무인들은 명상을 통해 돈오를 한다거나, 참선을 한다거나 하는 뜻 모를 소리로 시간낭비를 해대지만, 훈련 받은 요원이라면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이들의 명상은 곧 기능 점검이다. 신체의 각부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종류의, 굳이 따지자면 병장기를 손질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정확한 마인드셋을 가지도록 충분히 훈련된 요원이라면 자신의 신체 또한 하나의 병장기로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대령님.”

         “음.”

         

         

         천천히 다음 훈련 스케줄을 준비하고 있자니, 수행원이 문을 열고 말을 걸어왔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예, 이자벨 양과 에시디스 양이 찾아왔습니다. 대령님을 면회하고 싶다고 합니다. 어찌할까요?”

         “민간인이 어떻게 사령부 정문을 넘었지?”

         “그… 음. 올로브 중령님이 직접 데려왔습니다.”

         “응접실로 안내해라. 곧 가지.”

         

         

         이반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안대를 벗었다. 틱, 틱 하는 소리와 함께 백색 마력등이 쨍하니 켜졌다.

         

         그는 주위를 한차례 살피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언제까지 누워 있을 참이냐.”

         “끄으으….”

         “우욱… 으윽….”

         “훈련 상태가 내 예상보다 더 한심하군. 드미트리에게 훈련 계획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해야겠어.”

         

         

         이 악마…. 라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린 것만 같았지만 무시했다.

         

         제대로 훈련된 요원이 없어진, 평화에 찌들어버린 이 시대가 참으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기초적인 실내교전 상황의 암적응 훈련을 단 한 싸이클 돌렸을 뿐인데도 제대로 따라와 주는 녀석이 없었다.

         

         이래서야 꼬마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는 편이 낫겠다. 이반은 혀를 차며 자리를 빠져나갔다.

         

         

        *

         

         

         “아저씨!!”

         

         

         이반은 시끄럽게 소리지르는 이자벨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흘 만에 보는 것치고는 너무 격한 환대가 아닌가?

         

         

         “왜 우리집 안 와요!”

         “아.”

         

         

         생각해보니 그런 약속도 있었지. 이반은 그제야 이자벨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로서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군인이 취미를 의무보다 더 무겁게 여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부분을 설명하니, 이자벨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무슨 결투요?”

         “왕녀 전하께서 주관하시는 토너먼트다.”

         “아니 그거 말고, 뭐요? 우승 상품이 결혼이라고?”

         “음.”

         

         

         엘리자베타는 단지 귀족 내 반대 세력들을 억제하고 왕권을 증명하려는 것뿐이란 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운 걸까?

         

         어린 꼬마들이라 아직 복잡한 정치 이야기를 단번에 납득하긴 힘들 수도 있다.

         

         이들은 물론 외국 귀족들이지만, 어쨌건 당장 이틀 뒤에 있을 대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들은 아니었으므로, 이반은 부연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애초에 이번 작전의 목표는 국내 고위 귀족들이었으므로, 외국 왕족인 에시디스와 외국의 귀족인 이자벨이 이번 일을 악용할 여지가 없기도 했다.

         

         

         “아니 그딴 거 말고! 결혼이라면서요!”

         “음.”

         “우승 상품이!”

         “그걸 상품이라고 말하는 건 품위가 없군.”

         “품위는 무슨 놈의 품위야! 제정신이야? 아저씨, 정신 차려요. 결혼을 한다니까? 아저씨가 지금 훈련하는 이유가 결혼해보겠다고 이 악물고 노력한다 그런 거 아냐!”

         

         

         대단히 과감한 생략이 포함된 논리 전개로군.

         

         기사학부 수업에 논술 과목이 없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반이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자, 파벨이 히죽거리며 말을 거들었다.

         

         

         “우리 대장, 이건 선배로서 하는 말인데. 결혼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네.”

         “무슨 개소리지.”

         “아니, 아니다. 신중하게도 하지 마. 그냥 즐기기에도 짧은 인생 아닌가.”

         “맞아! 신중하게 해야죠! 양가 부모님한테도 허락을 받고!”

         

         

         마지막은 에시디스의 외침이었다.

         

         그녀는 이 중에서 유일하게 부모의 허락을 받았다는 사실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이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 나이에 결혼이나 토너먼트 같은 이야기는 낭만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 싶어서.

         

         민감한 정치적 상황과 냉혹한 정적 숙청의 과정을 이런 낭만적인 포장지로 덮어뒀으니, 민중 또한 아름다운 행사로 여길 것이 분명했다.

         

         여기에서 또 다시, 엘리자베타의 섬세한 정치 기술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반은 다시 한번 뿌듯해졌다.

         

         

         “그리고 아저씨가 대체 왜 훈련을 해요? 누가 나와도 도저히 질 것 같지가 않은데!”

         “귀족은 강하다. 이자벨.”

         

         

         이런 단순한 것도 모르는 건가?

         

         귀족이 강한 것은 ‘상식’이건만.

         

         이반은 내심 혀를 찼다. 이 전근대 판타지 세상의 사람들은 가끔 이렇게 상식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익숙해지기 어려운 노릇이다.

         

         당연히 귀족은 강하다. 애초에 이곳은 마력과 초인이 실존하는 세상이 아닌가.

         

         지구에서 귀족이 실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천부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실질적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군벌에서 시작했다. 그보다 작은 단위라면, ‘동네 힘 센 사람’에서부터.

         

         무력이 부족한 백성들을 ‘보호’해주며 그 대가로 지배적인 권리를 얻어낸 군벌들을, 그런 이들이 발전된 사회를 봉건 사회라 부른다.

         

         지구엔 마력이 없는 탓에 봉건제의 붕괴가 사회 시스템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질 수 있었지만, 이 세상은 그렇지 않다.

         

         무력을 지녔다는 것은 곧 초인이란 뜻이며, 마력을 다루는 초인이 대물림하며 이어진 귀족의 권리는 일종의 우성 교배를 통한 무력의 편중을 야기하기 마련.

         

         따라서 귀족은 강하다. 고위 귀족일수록 일반인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 혈통의 역사가 곧 쌓아올린 승전의 역사를 의미하며, 그 승전을 통해 축적한 유산은 그들의 권리를 더욱 공고히 하므로.

         

         

         라는 설명을, 지구의 역사를 제외하고 늘어놓자니, 주위 사람들의 표정이 점점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아저씨가 그런 말을 할 입장이에요?”

         “뭐?”

         “아저씨가 출전한다는 걸 미리 알면 참가를 포기할 그 ‘고위 귀족’들을 상대하겠다고, 만전을 기해야 된답시고 이런… 이런….”

         

         

         이자벨은 붕대를 감고 다니는 주위 병사들을 향해 마구 손짓했다.

         

         참 품위 없는 행동이었다. 저 병사들은 모두 크라실로프에 헌신하는 용맹한 요원들이었으므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었다.

         

         이자벨은 아랑곳없이 소리쳤다.

         

         

         “여기 사람들을 다 박살 내 가면서 그렇게 열심히 준비하는 이유가, 그러니까, 귀족이 강해서라고요?”

         “음.”

         “그 강한 귀족들을 무찔러서 얻는 건 이 나라 왕녀의 남편 자리고?”

         “요약하자면 그렇지.”

         “으아아아아—!! 에시!! 아빠한테 일러!”

         “알겠어! 지금 바로 편지 쓸게!”

         

         

         에시디스와 이자벨이 버럭버럭 소리치며 일어설 때, 문 너머에서 드미트리가 나타나 그녀들의 어깨를 부드럽게 밀었다.

         

         

         “자, 아가씨들은 그런 걱정 하지 마세요. 우리 대장님 이제 큰일 났으니까.”

         “드미트리.”

         “네, 선배님. 아휴, 제가 아주 엄청난 정보를 입수해 왔지 뭡니까?”

         

         

         드미트리는 품 속에서 돌돌 말린 종이 한 장을 꺼내 건넸다.

         

         이반이 종이를 펼치자, 이자벨과 에시디스가 쪼르르 달려와 그의 곁에서 함께 종이를 확인했다.

         

         명단이었다. 아마도 참가 귀족들의.

         

         그리고, 그 끝에 붉은 밑줄이 미친 듯이 그어져 있는 이름 하나가 보였다.

         

         

        -에델플라트 코엔울프. 칼리온, 추밀원.

         

         

         “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훈련받은 요원의 기준 : 킹스맨
    안타까운 요즘 훈련 상태 : MI6
    정도입니다.

    마력과 초인이 있는 세상에서 킹스맨 정도면 훈련 받은 요원의 기준이 될 만도 하잖아…?

    타당성, 인정.

    *

    QNA)

    피의 독수리를 받고 살아돌아올 수 있나요…?

    마력과 초인과 힐링 포션과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제가 있는 세상에선 드물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분노한 에이나르의 도끼 앞에선 살아나온 사례가 아직까진 없습니다.

    그런 의미의 묘사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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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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