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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요르문간드.

       

       

       종말의 때가 오면 그 거대한 몸을 드리워 세계를 휘감는 뱀. 그러나 실상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어란아이였던 것이다. 실제 나이가 얼마나 되든지 말이다.

       

       

       이는 인간의 나이와 개념이 통용되는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르문간드는 태어나는 것과 동시에 바다에 버려졌으니, 뭔가를 배울 틈조차 없었다.

       

       

       그렇기에 정신이 아직 어렸고. 그것이 자신의 육체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괜찮다. 자신의 누나에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테니까.

       

       

       “요르?”

       

       

       “누나!”

       

       

       이제 처음으로 만나는 것일텐데. 요르문간드는 단번에 자신의 가족인 펜리르를 알아보았다. 똑같이 동생 요르문간드를 알아본 펜리르는 버선발로 뛰어나왔다.

       

       

       감동적인 가족의 재회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이작은 그걸 계속 구경할 수는 없었다. 부길드 마스터인 카인이 아이작을 부른 것이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지?

       

       

       아이작은 기꺼이 카인의 부름에 응했다. 실질적으로 길드의 일을 양분해서 하는 것이 바로 카인이었기 때문이다. 카인은 한숨을 내뱉으며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마스터, 지금 제정신이오?”

       

       

       길드의 집무실, 마스터와 부마스터가 함께 작업하는 곳에서. 카인은 차 한 잔이 나오기도 전에 직설적으로 질문했다. 지금 마스터의 행위는 도발이나 다름 없었다.

       

       

       “아예 작정하고 법국에게 선전포고 할 생각이오? 그렇다면 미리 언질이라도 했어야지.”

       

       

       한 번도 아니고 무려 두 번이나 법국에서 깽판을 쳤다. 심지어 백기사 상위 전력에게 막대한 피해까지 입혔으니. 당장 법국이 선전포고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만약 그럴 의도가 있었다면. 하다못해 미리 말이라도 하면 준비라도 할 수 있지. 그럴 의도가 전혀 없다고 하면서도, 정작 하는 짓은 그럴 의도가 가득하지 않나?

       

       

       “그 점에 대해서는 면목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선전포고는 하지 않을 생각이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하지만 걸어오는 싸움은 피하지 않지.”

       

       

       “그렇군, 알겠소. 그렇다면 미리 준비를 해둬야겠군.”

       

       

       “믿고 있다. 카인.”

       

       

       카인은 아이작의 의중을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었다. 굳이 먼저 법국에 선전포고까지는 할 생각이 없지만, 만에 하나 시비를 걸어온다면. 그때는 받아치겠다.

       

       

       ‘즉, 전쟁까지 불사한다는 뜻이군.’

       

       

       그러나 의외로 카인은 담담하게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아이작은 그런 카인을 굳게 신뢰하고 있었지만. 아이작의 바로 옆에 달라붙어있는 지크는 절대 아니었다.

       

       

       ‘저 양반, 뭔가 꾸미고 있는 거 아니야?’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마스터의 뒷통수를 쳐서 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대부분이다. 물론 지크 또한 카인의 헌신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다.

       

       

       ‘딱 봐도 저 녀석, 의심하고 있구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대놓고 눈앞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 다 눈치채지 않을까. 카인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애석하게도 이번에는 틀렸다.

       

       

       애초에 카인은 그런 마음조차 먹지 않았다.

       

       

       5년 전, 그러니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구해준 그 다음부터 지금까지. 카인은 한 번도 마스터가 하는 행동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야 그렇겠지.

       

       

       자신 또한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구원을 받았으니. 마스터의 판단에는 전부 다 이유가 존재하는 법. 자신은 그저 그 뒤를 칼같이 지키며 따라갈 뿐이다.

       

       

       ‘방랑자인 내가 길드의 부마스터가 되다니. 인생 참 모를 일이군.’

       

       

       누군가에게 구속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그냥 길을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살렌이라는 곳에 들렀고. 거기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여자와 가족들이라고 생각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는 것은 의외로 지루하지 않고. 하루하루가 즐겁고 보람찬 일이었다. 처음부터 이런 것을 원했던 건가.

       

       

       그렇기에, 이런 행복을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마스터의 적은 우리의 적. 마스터와 함께 한다면, 그 어떤 적도 우리들의 앞에서는 패배할 수 밖에 없을 터.

       

       

       ‘하지만 상대는 법국. 절대로 얕봐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지.’

       

       

       다년간의 방랑자의 경험으로 카인은 잘 알고 있었다. 법국의 전력은 기드온에 못지 않다. 오히려 전체적인 전력만 따진다면 기드온을 웃도는 수준일 것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철저한 통제와 검열을 통해서 키워지는 강력한 전사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성장하기 힘든 방법을 신의 이름으로 아무렇지 않게 실행하고 있는 그들이기 때문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절대로 방심할 수는 없다.

       

       

       * * *

       

       

       요르문간드는 호기심이 넘치는 눈빛으로 여기저기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하긴, 평생을 바닷속에만 있다가 겨우 나왔으니. 한창 호기심이 왕성할 때일 것이다.

       

       

       그 점을 이해하고 있는 아이작이었기에. 펜리르에게 말해 하룻동안 함께 기드온을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원래는 가족끼리에게만 시간을 주려고 했으나.

       

       

       카인을 비롯한 길드원들의 반대로 하는 수없이 아이작과 지크가 그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의외로 펜리르는 그런 결정에 군말없이 순순히 따라주었다.

       

       

       “미안하군,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주고 싶었는데.”

       

       

       “괜찮다. 오히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부탁했을 것이다.”

       

       

       세상에는 절차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펜리르는 그 절차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럴 의도가 없다고 한들, 아직까지는 신용이 존재하지 않으니.

       

       

       그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문제가 일어난다? 그렇다면 책임을 질 수 밖에 없고, 겨우 얻은 보금자리를 빼앗기게 될 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것만은 피하고 싶었기에.

       

       

       “누나, 정말로 누나 맞아?”

       

       

       “그래. 누나다, 요르.”

       

       

       “보고 싶었어. 누나는?”

       

       

       “나도 많이 보고 싶었다.”

       

       

       아예 누나의 품에 안겨서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요르문간드를 바라보며 아이작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어린애들은 저게 맞지. 저렇게 행복하게 자라줘야지.

       

       

       “마스터, 마스터는 아이를 좋아하시나요?”

       

       

       “싫어하지는 않지.”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뭐가 말이냐?”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주 잠깐이지만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은 아이작이었지만. 그럴 이유가 전혀 없었기에 그냥 기분탓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덕분에 아이작은 보지 못했다.

       

       

       뒤에서 혀로 입술을 닦는 지크의 모습을 말이다. 그건 마치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 군침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카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마스터는 그나마 체력 걱정이 없어서 좋겠군.”

       

       

       “체력은 자신 있다.”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아니, 됐다.”

       

       

       카인은 말을 아꼈다. 굳이 남의 사랑에 왈가왈부할 정도로 멋진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었기에. 대신 카인은 펜리르와 요르문간드에게 주의할 점을 당부해주었다.

       

       

       “당연하겠지만, 본모습을 드러내지는 마라. 안 그래도 기드온에는 적이 많거든.”

       

       

       “기드온에 적이 많아? 왜?”

       

       

       “우리를 반겨주지 않는 자들을 말하는 건가?”

       

       

       “그것도 그런데. 그것보다 그냥 마스터를 고깝게 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

       

       

       카인은 사실대로 말했다. 기드온에서 아이작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피의 시대를 끝낸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긴 했지만.

       

       

       반대로 지금의 기드온을 약해졌다고 비난하며 그 잘못을 마스터에게 돌리는 자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하데스 길드를 전신으로 다시 부활한 게리온이 그랬다.

       

       

       물론 이미 무력으로 따지면 크레타 길드와 아마조네스가 동맹으로 있는 철의 방패가 압도적이라서 차마 싸움은 걸지 못하고. 뒤에서 시비만 걸고 있을 뿐이었지만.

       

       

       ‘망할 녀석들. 궁시렁거리는 주제에, 법은 또 칼같이 지키고 있으니.’

       

       

       아주 영악한 녀석들이다. 대놓고 뒤에서 뭔가를 꾸미고는 있지만, 일단 앞에서는 순종하는 척이라도 하면서. 길드에서 마련한 제제나 법을 전부 준수하고 있으니.

       

       

       심지어 마스터의 성격도 완벽하게 파악해서 가족에 관련된 것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 일례로 전에 게리온을 감사하려고 했었던 필레스와 충돌할 뻔했지만.

       

       

       하데스 길드의 새로운 마스터가 해당 사업에서 전면 철수 및 벌금, 책임자 처벌까지 알아서 다 하는 바람에. 정작 뒤를 쫓던 필레스가 닭 쫓던 개 꼴이 되어버렸다.

       

       

       결과적으로 상대는 만만치 않다. 법국이나, 게리온이나. 전부 다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에게 여지를 준다면. 자칫 잘못하면 큰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었다.

       

       

       “상책은 저 둘을 길드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건데.”

       

       

       “그렇게 하면 우리가 법국과 다를 게 뭐냐.”

       

       

       “역시 우리 마스터는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사적인 자리라서 그런 걸까. 아까보다 훨씬 편하게 말하는 카인이었다. 그래, 이게 내가 알고 우리가 아는 마스터지. 그 무엇보다도 가족을 우선하는 바보 멍청이.

       

       

       하지만 그렇기에.

       

       

       절대로 남의 밑에서 일하지 않는 우리가.

       

       

       그를 마스터라고 인정하고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히 이상주의자라고 하기에는.

       

       

       그는 모두가 경외하고 인정하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자신의 이상을 끝까지 관철할 수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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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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