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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주인공의 집, 더 보고 싶었는데···.]

       

       

       작가님이 잔뜩 풀 죽은 채로 불평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공의 집을 더 관찰하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해요, 작가님.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러니 이해해 주실 수 있나요?”

       

       [히잉···.]

       

       “다음에 더 들를 수 있을 거예요. 그때 느긋하게 확인해보죠.”

       

       [···네!]

       

       

       작가님을 달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다음에 다시 방문하면 되잖아?

       

       나도 다시 한번 제대로 구조를 알아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시우가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나도 관심 있었으니까.

       

       다행히 작가님도 내가 급하게 자리를 벗어난 걸 이해해주었다.

       

       

       [그런데 사칭이라니···. 용서할 수 없어요!]

       

       “그런가요?”

       

       

       작가님이 사칭범을 향해 잔뜩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도 작가님이 나를 생각해주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잠깐 기분이 나아지려던 찰나, 곧이어 들린 작가님의 말에 순식간에 기분이 가라앉았다.

       

       

       [당연하죠! 멋있는 비밀 조직인데! 사칭범이라니···!]

       

       “···아, 네.”

       

       

       그럼 그렇지.

       

       ···작가님이 어린 아이 같은 성향이라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를 생각해서 화를 낸 게 아니라, 그냥 멋있는 조직을 사칭해서 화가 난 거였어.

       

       뭐, 됐어.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시간이 아니니까.

       

       충동적으로 만든 조직이라고 해도, 아라크네는 내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이다.

       

       조직의 관리는 내 몫이기도 하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손뼉을 쳐 부하들을 불러 모았다.

       

       

       “어라, 주인님. 그 사랑하는 애이···.”

       

       “어서 와, 아르테. 조금 빨랐네?”

       

       “네, 뭐. 그렇게 됐네요.”

       

       

       조금 오래 보아왔다고 저 녀석들도 꽤 친해진 모양이었다.

       

       무언가 말하려던 스피라의 입을 틀어막은 라이라가 웃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 그렇지.

       

       이 녀석들도 알고 있으려나?

       

       

       “뉴스 보셨나요?”

       

       “뉴스? ···그게 뭔데?”

       

       “보지 못하셨나 보네요. 좋아요. 그럼 다 같이 보도록 하죠.”

       

       

       나를 따라 들어온 하율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뉴스를 바라보았다.

       

       

       “이건···.”

       

       “아라크네가 민간인을 죽였다?”

       

       “혹시 무언가 행동을 하신 적이 있나요?”

       

       “아뇨! 아뇨! 없어요! 저는 무죄예요!”

       

       “추궁하는 게 아닌데.”

       

       

       스피라는 언제나 한결같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처세술.

       

       그게 그녀의 성격이라는 건 지금껏 보아와서 잘 알고 있었지만···.

       

       

       “···나도 아냐. 이 녀석 감시하는 것도 바빠.”

       

       “이 녀석이라니?! 내, 내가 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이 쓸모없는 뱀년아. 아르테, 뱀술은 아직이야?”

       

       “챙겨드릴까요?”

       

       “응. 부탁해.”

       

       “?!”

       

       

       어쩐지 저번에 협박성으로 뱀술을 먹이겠다고 했을 때 잔뜩 당황하던 걸 라이라가 계속 보고 있더라니.

       

       라이라가 스피라를 다루기 위해서는 협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방정맞은 스피라를 다루기 힘들어하는 라이라에게는 그녀를 억제할 수 있는 뱀술이 있어야 하는 거겠지.

       

       ···아니, 잠깐. 이게 아니라.

       

       

       “하율 수사관님은 어떠신가요?”

       

       “···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용서못해!”

       

       “?”

       

       

       깜짝이야.

       

       빠른 속도로 무언가 중얼거리는 하율의 모습에 티격태격하던 두 명과 나는 슬그머니 거리를 벌렸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감히 아라크네의 이름을 달고 민간인을 해치다니!”

       

       “···어, 응. 그렇구나.”

       

       “라이라, 당신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이렇게 우리의 이름이 저들에게 사용된다는 것이!”

       

       “그, 그래. 화나네.”

       

       

       하율 수사관이 절대 민간인을 죽일법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야 정의감에 넘치던 수사관을 조직에 끌어들인 게 나인걸.

       

       작가님에게 부탁해 과거의 불행한 사고를 만들어 내서 끌어들였다.

       

       그 정도가 아니고서야 끌어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까.

       

       협회, 유능하더라···.

       

       

       “찾아서 그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합니다! 우리의 이름을 빌려 쓴 죗값은 죽음으로 갚아야 합니다!”

       

       “···어, 그래. 알았으니까 조금 진정해볼래?”

       

       

       그런데 사용했던 방식이 너무 효과적이었던 걸까?

       

       정의감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리더니, 맹목적으로 아라크네를 따르기 시작했다.

       

       아니, 내 입장에서야 좋은 일이지만···.

       

       그, 뭐랄까···. 내가 너무 쓰레기 같잖아···.

       

       사이비 교주도 아니고 말이야.

       

       

       “그럼 아무도 행동한 게 없다는 뜻으로 알고 있을게요.”

       

       “···뭐, 그렇지.”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당연합니다!”

       

       

       만사가 귀찮아 보이는 라이라.

       

       자꾸만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스피라.

       

       그리고 내가 명령을 내려주었으면 하는 눈치의 하율.

       

       세 명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들은 모두 내가 죽일 예정이었는데.

       

       어쩌다가 같은 조직 아래에서, 같은 지붕 아래에서 생활하게 된 걸까.

       

       한순간의 변덕, 안쓰러움.

       

       느껴서는 안 될 감정에 휘말려 살려둔 존재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기 힘들었다.

       

       무대 뒤에서 움직이는 인형들의 일상생활을 바라보는 것 같아서.

       

       몰라도 되었을 그들의 성격. 취미. 여러 가지 사소한 정보들.

       

       내가 죽였던 인형들도 모두 무대 뒤에서는 이런 생활을 하고 있었을까?

       

       ···아니, 아니다. 생각하지 말자.

       

       내가 인형들의 속사정까지 알 필요는 없었다.

       

       

       “좋아요, 여러분들. 그러면 우리의 이름을 더럽힌 녀석들을 조금 혼내주는 게 좋겠죠.”

       

       “마음대로 해.”

       

       “우선 정보수집부터 시작할까요?”

       

       

       최대한 작가님의 손은 빌리지 않을 거다.

       

       작가님이 행동할 때마다, 이 세계가 거짓된 세계라는 것을 싫어도 알게 되니까.

       

       나와 시우를 제외한 나머지가 사실은 작가님의 손짓 한 번에 인생이 뒤바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까.

       

       

       [혼내주세요, 독자님!]

       

       “자, 사칭범을 혼내줍시다.”

       

       

       사실 작가님이 말하지 않아도 혼내줄 생각은 가득했다.

       

       감히 시우에 대해 더 알아낼 기회를 방해하다니.

       

       그리고 본의 아니게 만든 조직이라고는 하지만 아라크네를 사칭하다니.

       

       어떻게 괴롭혀줄까.

       

       

       “아하, 아하하···.”

       

       “우와, 웃음 무섭다···.”

       

       “닥쳐, 스피라.”

       

       

       

       ***

       

       

       

       “어때?”

       

       “아무도 의심 못하고 있어. 멍청한 것들.”

       

       

       어두운 골목길에 모인 건장한 남성들 몇 명이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세운 공훈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자랑하기 바빴다.

       

       

       “사람 몇 명 죽여도 그림 좀 잘 그리면 아무도 의심을 못 한다니까!”

       

       “가게를 털고 귀중품을 훔쳐도 욕은 그 녀석들이 먹어. 범죄자의 도우미 아니냐면서.”

       

       

       사람을 죽인 이야기. 물건을 훔치고 달아난 이야기.

       

       사기를 치고 도망친 이야기.

       

       제각각의 무용담을 뽐내며 그들은 사람들을 비웃었다.

       

       

       “아라크네가 저지른 짓이라면 덮어놓고 빌런을 상대로 벌인 범죄라고 착각한다니까!”

       

       “수사기관도 대충 그런 느낌이던데. 멍청한 놈들.”

       

       “아라크네 덕분에 이게 무슨 횡재냐?”

       

       

       그들은 떨거지다.

       

       빌런이지만, 약하디약한 빌런들.

       

       범죄조직의 말단쯤이나 겨우 될법한 그들이 대놓고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요즘은 수입도 짭짤해서 좋다.”

       

       “다 우리가 나누어 가지니까 그렇지.”

       

       

       일대를 주름잡던 조직.

       

       아니, 어쩌면 나라의 절반 이상을 휘어잡고 있었을지도 모를 조직이 말 그대로 공중분해 되어버렸다.

       

       그들에게 억눌려있던 나머지 빌런들이 고개를 치켜들기 시작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시체를 하이에나가 놓칠 리 없었으니까.

       

       

       “굳이 왜 범죄를 저지르냐? 아라크네가 혼내줄 텐데.”

       

       “그치? 큭큭. 바보들.”

       

       

       빌런들이 저지르는 범죄의 수는 급락했다. 아라크네가 등장한 이후부터.

       

       그건 어느 통계로 보나 확실했고, 그렇기에 아라크네는 시민들에게 칭송받았다.

       

       시민들에게 있어서 아라크네는 나쁜 놈들을 처치하는 조직이었으니까.

       

       ···하지만 통계가 항상 정확하지는 않은 법.

       

       아라크네의 활동이 점점 뜸해지기 시작하자 머리를 굴린 놈들이 나타났다.

       

       아라크네가 빌런들을 처단하는 놈들이라면, 우리가 아라크네가 되면 되잖아.

       

       그런 단순한 생각에서 시도한 사칭.

       

       그 행동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검붉은 거미 문양만 그려주고 도망친다면 피해자가 오히려 빌런으로 의심받는 상황이 되어버리니까.

       

       

       “아, 진짜 웃긴다. 그렇지?”

       

       “그러게. 너희들 봤냐, 그 얼굴?”

       

       “봤지! 그 억울하다는 표정! 크흐···!”

       

       

       아라크네가 노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피해자가 의심받는다.

       

       사실 예전에 빌런이었던 게 아니냐.

       

       혹은 빌런과 모종의 거래를 하던 사람 아니냐.

       

       그런 의혹이 퍼져나가, 피해자들은 한참 동안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거나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피해자가 무죄라는 것을 깨닫고 진범을 찾기 위해 다시 수사를 재개해도 한참 늦는다.

       

       이미 도망친 지 오래니까.

       

       아라크네의 활동이 뜸해졌기에 진짜 아라크네에게 들킬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아라크네, 만세!”

       

       “으하하! 너 뭐하냐?”

       

       “뭘? 이런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우리 팔자를 피게 만들어 준 사람들인데.”

       

       “그런가? 큭큭. 나도 해볼까? 아라크네 만세!”

       

       

       여우들이 웃었다.

       

       호랑이가 없는 세상에서는 여우가 득세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바야흐로 지금은 여우들의 세상 아니겠는가.

       

       그들은 호랑이 굴에 들어가 행복하게 웃었다.

       

       자리를 비운 호랑이가 돌아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바람소리 무셔···.

    독자님들은 다치시믄 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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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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