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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신을 모시는 신당이란 무당에게 가장 중요한 장소다.

        ​

        항상 정성을 다해 가꾸어야 하며, 삿된 마음이 아닌 바른 마음을 가져야 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

        하지만 한 바탕 신당을 청소하고 나온 나는 끓어오르는 혈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

        와글 와글 –

        ​

        웅성웅성 –

        ​

        “확실하오, 이것은 마법이 잘못되어 일어난 현상이 아니오.”

        ​

        “역시!”

        ​

        “이곳에 보시면 교지의 겉면에 있는 룬어들이 멀쩡한 것이 보일 것이오.”

        ​

        자작이 서 있던 곳.

        ​

        그곳의 주변으로 긴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었다.

        ​

        울타리 밖으로 마법사들이 줄을 서 있었고 말이다.

        ​

        무려 열 명씩이나.

        ​

        “이번의 사건 또한 마법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임을 밝히는 바요.”

        ​

        “놀랍군.”

        ​

        “이곳엔 저런 일들이 가득하단 말일세.”

        ​

        웅성웅성 –

        ​

        무슨 성지순례라도 온것처럼 어디선가 마법사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

        죄다 가슴의 큰 마나를 가진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

        “저게 그 말로만 듣던 목상인가 보군.”

        ​

        “장군이들이라고 하네. 운디네의 물만 먹지.”

        ​

        “이번에는 저것을 조사해보도록 하지.”

        ​

        우르르 –

        ​

        “….”

        ​

        진지하게 다 쫓아내 버리고 싶었다.

        ​

        좀 쉬려나 했더니 마당이 이렇게 북적거려서야 뭘 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

        마법사들 뿐이면 그나마 나을 것이다.

        ​

        – …..

        ​

        – ….. 

        ​

        “야 대가리.”

        ​

        – …?

        ​

        “얘네 다 뭐냐?”

        ​

        잡귀들이 우글우글 거리고 있었다.

        ​

        마당이 마치 잡귀들의 시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여기를 봐도 잡귀, 저기를 봐도 잡귀.

        ​

        “저기는 또 왜 저래? 기사출신 잡귀야?”

        ​

        한쪽에서 일렬로 머리를 박고 있는 잡귀들.

        ​

        그 앞에 묘지의 어르신들이 쪼그려 앉아서 팔을 휘적거리고 있었다.

        ​

        “한번기사는 죽어서도 기사. 뭐 그런 거야?”

        ​

        웅성웅성 –

        ​

        스으으윽 –

        ​

        장난이 아니라 영혼의 수가 너무 많아져서 신당 근처에 음기가 잔뜩 끼어 있었다.

        ​

        이렇게 음기가 잔뜩 낀 곳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는 한다.

        ​

        멀쩡한 사람이 헛것을 본다던가.

        ​

        흔히 말하는 귀신이 나오는 폐가 같은 느낌이 바로 이곳일 것이다.

        ​

        순간, 허공으로 파이어볼이 떠올랐다.

        ​

        “아까부터 어깨를 건드린 마법사가 누구요?”

        ​

        “….?”

        ​

        “중요한 연구중에 마법사를 건드리다니, 상도덕도 없소?”

        ​

        “이런 중요한 현장에서 마법이라니, 현장이 훼손되기라도 하면 어쩐단 말인가?”

        ​

        절로 한숨이 우러나오는 광경이다.

        ​

        개판이 이런 개판이 있을까.

        ​

        클로셀 영감에게 부탁해서 다 쫓아버릴까도 생각했지만….

        ​

        당사자 부터가 저기 끼어 있는데 가능할 리가 없었다.

        ​

        “저번에 물 주던 그 친구들도 데려오시게.”

        ​

        “마탑으로 통신을 걸겠습니다.”

        ​

        “어디까지 크는지 보고 싶군.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때까지 쥐어짜게.”

        ​

        정령사가 무슨 걸레도 아니고 쥐어짜긴 뭘 쥐어짠다는 말인가.

        ​

        영감님의 말에 의하면 내가 받기로 한 작위는 자작이라고 했다.

        ​

        무려 자작.

        ​

        수여되기로 한 영지는 없지만, 아마 전투가 있었던 북부의 마을 중 하나를 받을 거라 했던가.

        ​

        이제는 의미가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

        “남의 영업장에서 뭘 하는 거야 도대체.”

        ​

        “크리스님! 긴히 드릴 말이 있습니다.”

        ​

        “넌 또 뭔데?”

        ​

        알루어드의 차림새가 요상해졌다.

        ​

        항상 자랑스럽게 입고 다니던 은빛의 갑옷을 벗어 던지고 허름한 사제복을 입고 있는 알루어드.

        ​

        조금 더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기 위함이라나?

        ​

        “루나님의 교육을 위해 근처에 신전을 건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

        “….?”

        ​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걸까?

        ​

        무당집 옆에 신전을 짓는다고?

        ​

        “절대 안 돼.”

        ​

        “…예?”

        ​

        “남의 장사 다 망칠 일 있어?”

        ​

        안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 또 다시 피가 끓어 올랐다.

        ​

        신당 옆에 신전이라니?

        ​

        “짓기만 해 봐. 아주 그냥 불 질러 버리려니까.”

        ​

        “크리스님…?”

        ​

        “아주 눈부시고, 춥고 난리네 난리야.”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라나고 했던가.

        ​

        도저히 이 시장바닥을 보기가 싫었던 나는 마을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

        볼일도 있었고.

        ​

        “루나야? 이제 방울 줄래?”

        ​

        츄읍 –

        ​

        “아우…?”

        ​

        사탕이라도 되는 듯이 방울을 먹고 있는 루나.

        ​

        귀여운 와중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

        까득 –

        ​

        츄읍 –

        ​

        까드득 –

        ​

        “….?”

        ​

        무언가가 긁히는 소리.

        ​

        “설마?”

        ​

        루나에게서 방울을 빼앗아 든 나는 포데기를 풀어서 루나를 앞으로 돌렸다.

        ​

        “아우우! 아우! 바우!”

        ​

        작은 입술을 손으로 살짝 벌린 나는 놀라운 걸 목격하고 말았다.

        ​

        “벌써 이가 난다고?”

        ​

        “이, 이럴 수가! 루나님께 이빨이…! 당장 교단에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

        “꺄르륵!”

        ​

        작은 잇몸 밖으로 조그만 이빨이 자라고 있었다.

        ​

        “…성녀라서 성장이 빠른가?”

        ​

        “저기 업혀 있는 아이가 성녀시라는군. 벌써 이가 난다는 말인가?”

        ​

        “지금 성녀가 문제인가? 이 목상이 자란다니까 그러네. 아기는 원래 자라는게 맞네.”

        ​

        아무래도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는 게 루나의 교육에 더 좋지 싶었다.

        ​

        “루나야, 저런 사람들은 보고 배우면 안 돼. 이상한 사람들이야.”

        ​

        “꺄륵.”

        ​

        다시 포데기를 두른 나는 길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

        간만에 걸어보는 집 앞이랄까.

        ​

        세레나도 꽃을 심겠다며 어디론가 가 버렸으니, 정말로 오랜만에 찾아온 한적한 시간이었다.

        ​

        “아우우!”

        ​

        “신당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러 갈 거야.”

        ​

        슬슬 제대로 된 물건들을 좀 마련해야 했다.

        ​

        지금 신당에 있는 물건이라고 해 봐야 싸구려 그릇과 초.

        ​

        그리고 작두로 쓰던 롱 소드 하나와 성검이 고작이었으니까 말이다.

        ​

        “백작 저택 근처라고 했는데…”

        ​

        제사용 그릇을 만들기 위해 클로셀 영감님에게 부탁을 드렸다.

        ​

        실력 좋은 대장장이를 소개해 달라고.

        ​

        그런데 덜컥 소개해준 대장장이가 상상 이상의 인물이었다.

        ​

        “드워프가 만든 제기들이라…”

        ​

        아스테르 영지는 마법으로 이름을 날리는 곳.

        ​

        아티팩트 제작을 위해 데리고 온 드워프라고 했던가.

        ​

        영감님들과 친한 사이라고도 했으니, 훌륭한 물건이 만들어질 것이다.

        ​

        “그릇들이랑, 촛대랑, 쓰읍…”

        ​

        “자우!”

        ​

        “작두는 이미 좋은 게 있어서 필요 없어.”

        ​

        “바우!”

        ​

        “방울도 똑같아.”

        ​

        아무래도 그냥 아는 단어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

        “루나 먹을 까까도 구해 보자.”

        ​

        “까?”

        ​

        스멀스멀 걸음을 옮기니 어느새 북적거리는 마을이 보였다.

        ​

        여기도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

        “조만간 돗자리 한번 펴야겠네.”

        ​

        음기가 강한 곳에 있다가 사람이 많은 곳에 오니 따듯했다.

        ​

        밝은 기운들이 넘실거리는 것이다.

        ​

        신당이 묘지에서 내려오는 음기를 막아준 덕분에 아주 편안한 광경이었다.

        ​

        “아니? 자네는!”

        ​

        “음?”

        ​

        “저번에 그 점쟁이 아닌가? 요즘에 통 안 보인다 했더니.”

        ​

        나무꾼 아저씨 였던가?

        ​

        점을 두어 번 정도 봐줬었던 것 같다.

        ​

        “안보였던 이유가 있었구만! 축하하네!”

        ​

        “예?”

        ​

        “아빠가 된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

        ​

        힘을 내라는 듯이 어깨를 두드려 주는 아저씨.

        ​

        루나가 웃으며 대답했다.

        ​

        “빠!”

        ​

        “아기가 아주 똑똑하군. 부럽네, 부러워. 나도 딸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군.”

        ​

        “저기…”

        ​

        “나는 아들밖에 없단 말이지.”

        ​

        “그게 아니라…”

        ​

        아까부터 뚜렷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

        강한 직감.

        ​

        공수는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

        원하던 딸이 곧 생길것이라는 걸.

        ​

        “아저씨한테 딸이 찾아온 것 같은데요?”

        ​

        아저씨에게서 얼빠진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

        “허어?”

        ​

        “빨리 가서 확인해 보세요. 딸 맞는 거 같은데?”

        ​

        시시각각 변하는 아저씨의 표정.

        ​

        찌푸려졌다가 펴졌다 하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

        “자네 말이니, 믿지 않을 수도 없겠군! 당장 가 봐야겠어.”

        ​

        달려가려던 아저씨가 멈춰 섰다.

        ​

        “참, 복채라는 것을 줘야 하지 않는가?”

        ​

        “필요 없을 것 같아요.”

        ​

        점을 봐준 것도 아니고, 몸주신의 공수도 아니었다.

        ​

        애초에 느낌이 받지 않아도 되는 복채다.

        ​

        아이와 관련된 일이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경사네 경사야. 우리도 저분 처럼 딸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우리도 곧 찾아오지 않겠소?”

        ​

        옆을 지나가던 부부.

        ​

        여관을 운영하던 부부였던 것 같다.

        ​

        그런데.

        ​

        “…어라?”

        ​

        아주머니의 뱃속에 희끄무레한 것이 보였다.

        ​

        힘차게 뛰는 생명력.

        ​

        강인한 기질.

        ​

        “아들이네?”

        ​

        “음?”

        ​

        “저를 보고 그러신 건가요?”

        ​

        보아하니, 생명이 자리 잡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다.

        ​

        충분히 모를 만한 시기라는 것.

        ​

        “혹시, 아는 신관 있나요?”

        ​

        “네?”

        ​

        “얼른 찾아가 보세요. 아드님이 찾아오신 것 같은데…?”

        ​

        “….네?”

        ​

        곧 부부의 표정 역시 나무꾼 아저씨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

        요상한 표정을 짓다가 세상을 다 얻은 듯 밝게 웃는 얼굴로.

        ​

        신관들 보다 더 눈부신 미소였다.

        ​

        “원하시던데로 딸은 아니고, 아들인 것 같아요. 기운이 강직한 게 튼튼하게 자라겠어요.”

        ​

        “허억…!”

        ​

        “딸이면 어떻고 아들이면 어떻겠어요!”

        ​

        신이 난 부부가 어디론가 달려갔다.

        ​

        아마, 내 말이 진짜인지 확인하러 가는 것이리라.

        ​

        “근처에 신관이 있으려나 모르겠네.”

        ​

        얼마 안 가 아기를 가진 징후들이 나타나겠지만, 그전에 확인하려면 신관이 확실한 방법이었으니까.

        ​

        “신기한 일이네.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두 번이나…”

        ​

        고개를 든 나는 그대로 굳고 말았다.

        ​

        “….?”

        ​

        눈앞을 지나가는 젊은 여자의 배에도 생명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

        그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

        사람이 많은 곳에 들어가니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

        금술 좋게 붙어 다니는 부부들.

        ​

        함께 일하고 있는 부부들.

        ​

        함께 미소를 짓고 있는 부부들에게서 생명력이 느껴졌다.

        ​

        “…이게 무슨 일이야.?”

        ​

        전부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지난번 보다 눈에 띄게 많아졌다.

        ​

        “…설마?”

        ​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

        내가 그걸 모를리도 없는 사람이고 말이다.

        ​

        “신명이 무거운 이유가 있었네.”

        ​

        입에 다 담기도 전에 피를 토했다.

        ​

        확실히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상황을 보면 그럴 만 한 일이었다.

        ​

        “할머니가 제일 필요한 세상이라는 건가…”

        ​

        전쟁으로 대륙의 반이 황폐화 되었던 곳.

        ​

        많은 생명이 사그라진 세상.

        ​

        “크게 삼신상을 차려야겠네.”

        ​

        “꺄르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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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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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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