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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여럿이 모여 한 마음 한 뜻으로 무언가를 이뤄내는 모습에는 그 자체로 감동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이루어낸 것이 처음엔 불가능해보이는 목표였다면, 그 감동은 더욱 배가되는 법이다.

        

       레반이 뻔한 스토리와 뻔한 갈등, 그리고 뻔한 감동이라는 3박자를 갖춘 클리셰투성이 B급 스포츠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였다.

        

       드리블은 개같이 못하는데 달리기 하나는 일품인 놈,

       인성이 개차반이지만 상대 에이스를 일대일로 제낄 실력이 있는 놈 (촉망받는 유망주였으나, 부상으로 좌절을 겪으며 막 나가게 된 배경을 보여주는 회상씬 포함),

       슈팅만 했다 하면 빗나가는데 헤딩은 백발백중인 놈…….

        

       그런 쓰레기들이 모여서 처음엔 자기들끼리 싸워대고, 5:0, 6:0으로 처참하게 패배하다가……무능력해보이지만 사람은 좋은 감독님(알고보면 엄청난 커리어와 슬픈 과거가 있음)의 헌신과 멋진 연설, 그리고 ‘우리 팀’을 무시한 상대에 대한 분노 등등으로 각성해서 승리하는…….

        

       현대 축구에서 그런 ‘ㅇㅇ원툴’ 선수들로 이긴다는 게 말이 되냐는 소리 따위는 가뿐히 무시하게 할 정도의 감동이 있는, 그런 영화.

        

       레반은 분명 그런 영화를 몹시 좋아했다.

        

       하지만…….

        

       ‘내가 찍고 싶단 뜻은 아니었는데.’

        

       “템 뭐 떴어요?”

        

       《아. 이번 판은 상자 안 여는 도적이에요.》

        

       “아니 그게 대체 무슨-”

        

       《……실험용 빌드 해보자고 했잖아요. 의외의 한방. 일격필살. 레반님도 좋아하셨으면서.》

        

       “아니, 아군 멘탈을 일격필살 내란 뜻이 아니잖아……!”

        

       《진정하세요, 레반님. 거대한 나무를 쓰러트릴 도끼를 만들기 위해서는 천 번의 담금질이 필요한 법이에요.》

        

       “……근데 아까부터 왜 비유가 계속-”

        

       《아! 아! 봇 샛길에 광전사요! 도움! 도움! 빨리 와줘요!》

        

       《좀만 더 버텨봐요. 긴급회피 있잖아요.》

        

       《아…… 이제 괜찮아요.》

        

       [아크(마법사)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크따먹아따먹(광전사) → 아크(마법사)]

        

       급작스러운 3인큐가 시작된지, 약 한 시간.

        

       레반은 3류 스포츠 영화의 도입부에 빙의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방 송 켜 방 송 켜 방 송 켜 방 송 켜 방 송 켜 방 송 켜 방 송 켜 방 송 켜』

       『왜 여기서 난리야』

       『개판이네』

       『광전사 보고 싶어요ㅠㅠ』

       『방송 켜 텐련아!!!』

       『아 왜 여기서 도배질이야』

       『지옥의 호흡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반아 대회 좆된거같아』

       『챌린저가 둘인데 다딱이들 상대로 노말에서 죽쑤는 3인큐가 있다?』

        

       굳이 꼽자면, 지금은……관중들도 야유하며 맥주캔 따위를 경기장으로 던지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리고 방송은 대체 왜 아직도 안 켜요. 지금 님 시청자들이 얼마나 찾고 있는데…….”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스트리머 잘못 골라서 남의 방송에서 눈치보며 셋방살이를 해야 되네ㅠㅠ 서러워서 살겠나】

        

       벌써 이런 도네가 한 두개가 아니었다. 그 스트리머에 그 시청자라더니. 저게 어디가 눈치를 보는 모습이란 말인가.

        

       아마도 이예나가 듣기를 바라고 보내는 도네이션이겠지만- 어림도 없었다. 이예나는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당연하다는 듯이 레반의 방송을 종료한 상태였으니.

        

       그 덕분일까. 이예나의 목소리는 한없이 태연했다.

        

       《아. 앞으로 공지는 꼭 하기로 시청자들과 약속을 했는데……오늘은 방송 공지를 못해서요. 공지도 안 하고 방송을 켜기는 조금.》

        

       “그게 대체 무슨……당장 방송 켜서 아따먹님 시청자들 데려가요. 지금 제 방송 채팅창에서 난리가 났어요.”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맞아 당장 방송 켜서 우리 데려가!!! 여기 너무 추워……】

        

       《위안이 되진 않겠지만 제 방송도 지금 비슷한 상황이에요…….》

        

       “진짜 위안이 되진 않네요. 아, 아크님한테 뭐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아. 이걸 지키고 있네.》

        

       [따먹아(도적)님이 처치되었습니다!]

       [그릉그릉(성기사) → 따먹아(도적)]

        

       산뜻한 목소리에 이어서 절망적인 메시지가 따라왔다.

        

       흘긋, 미니맵을 바라보았다. 회색빛으로 물든 도적의 초상화는 상대진영 깊숙한 곳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기사가 거기까지 빠져있었다고요?”

        

       《네. 궁수랑 법사만 있을 타이밍이었는데. 방플인 것 같네요.》

        

       머리가 지끈거렸다.

        

       대체 기사가 언제 어떻게 저기까지 빠졌단 말인가. 그리고 애초에, 우리 탑기사는 상대 기사가 저기까지 빠지는 동안 왜 상대가 사라졌다는 오더 한 번을 안했는가.

        

       아군의 실력은 절망적이었고, 세 명의 호흡은 최악이었으며, 상대는 명백히 방플 중이었다.

        

       첫 판이니 질 수도 있다. 가벼운 노말 게임, 한 판 이기든 지든 큰 문제는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대회였다. 그리고 바로 그 대회의 전망이, 한없이 어두컴컴했다.

        

       “뭐 암살특화 죽창 빌드라면서요.”

        

       《네. 근데 죽창으로 풀플레이트 판금 아머는 안 뚫려요. 기사는 안 마주쳐야 되는 빌든데.》

        

       말인 즉슨 맞는 말이었다. 움직이는 활동량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데미지가 부족한 도적의 공격 특성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기동력과 은밀기동에 올인한 빌드.

        

       기사나 광전사처럼 단단한 전열은 애초에 만나지를 말아야 하는 빌드겠지.

        

       맞는 말이어서 더 울컥했지만- 레반은 작은 한숨과 함께 마음을 숨기고, 제안을 던졌다.

        

       “……서렌 칠까요?”

        

       《네, 다음 판 가요 우리. 제가 너무 못했네요. 죄송합니다.》

        

       《흠……그 정돈가? 해 볼만 하지 않아요?》

        

       “아따먹님, 혹시나 해서 여쭙는 건데요.”

        

       《억울하네요.》

        

       “뭐가 벌써 억울……하. 다음 판에 제가 지하 가기로 해서 서렌치기 싫으시다는 건……아니죠?”

        

       《네, 아니에요. 봐요, 억울한 얘기였잖아요.》

        

       “대답이 너무 빠르셔서 더 이상한데-”

        

       《아. 이걸 아직도 지키고 있네.》

        

       [따먹아(도적)님이 처치되었습니다!]

       [그릉그릉(성기사) → 따먹아(도적)]

       [그릉그릉(성기사)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제발 서렌 치고, 잠깐 작전 상의나 합시다. 아따먹님은……부탁이니까, 방송 좀 키시고요.”

        

       * * * *

        

       “아아. 잘 들리나요?”

        

       『왜 이제 와!!!』

       『고맙다…….』

       『우리 너무 서러웠어ㅠㅠㅠㅠ』

       『눈나 우리 버리지마…너무 추웠어…』

       『30분동안 레반 방에서 아이디 5개 아크 방에서 아이디 3개 밴당했는데 ㅁㅌㅊ?』

       『캠 켜 캠 켜 캠 켜』

       『대회는 어차피 좆된거같은데 술이나 먹죠』

       『이 분 원래 이러는 분인가요?』

       『왜우리가방송키라고할땐무시하다가레반이키라고하니까바로켜?레반이랑무슨사이야?레반이시키면무엇이든하는거야?아따먹이제아가아니야……』

        

       급하게 짧은 공지를 올린 직후에 켠 방송임에도, 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듯이 몰려왔다.

        

       역시, 대기업들과의 합방이 가지는 힘인 걸까. 

       

       인파로 가득한 파도풀장마냥 어지러이 출렁이는 채팅창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움직였다. 각종 이모티콘을 도배하는 이들이 날뛰고 있는 덕이려나.

        

       쏟아지는 채팅과 함께 온갖 이모티콘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제법 볼만했다. 눈에 익은 이모티콘이 흘러가는가 하면, 처음 보는 이모티콘이 출렁이는 모습.

       

        트위트의 이모티콘은 보통 방송을 구독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얻는 경우가 많다보니, 어떤 이모티콘을 쓰는지로 어느 방송 출신 시청자인지 알 수 있는 편이다.

        

       이모티콘만 쓸 수 있게 제한해볼까.

       

       어디 출신이 많은지 한 번 보고 싶은데.

        

       -아따먹따아먹먹아따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유입새끼들 너무 많은데 오카리나로 기강 한 번 잡죠 】

        

       오.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역시 집단 지성의 힘이란.

        

       “오카리나……네. 좋은 생각이네요. 이따가 쉬는 시간 있을 때 연주해드릴게요. 지금은 합방 중이니까. 아, 두 분도 혹시 들어보고 싶으시려나.”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선생님 진짜 부탁이니까 제발 지랄하지 마십쇼,,,,저희가 이렇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잖아.

        

       내 마음 속 어딘가의 청개구리가, 오카리나로 손을 뻗으라고 유혹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데.

        

       《그러면, 일단 우리 캐릭 폭부터 조율해보는게 어떨까요? 룰 생각하면 최소 2명은 주캐 못잡는다고 봐야할 것 같아서요.》

        

       그래도……참아야지.

        

       음악적 소양은 시청자들과 나중에 오붓하게 나누는 편이 더 즐거울 터였다. 레반과 아크야 그렇다쳐도 그 시청자들까지 오카리나 연주를 듣고 싶을지는 모르는 거고.

        

       무엇보다, 중요한 토의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네. 아, 룰이 조금 바뀌긴 했던데, 아크님도 보셨나요? 첫 랜덤은 6개 중 굴리는데, 두 번째 랜덤은 남은 5개 중 굴리고, 상대방 지정은 남은 4개 중 지정으로 변경되었어요. 운 나쁘게 도적만 세 개 걸리거나 하는 일은-》

        

       “……운 나쁘게요?”

        

       《아! 네, 레반님. 그……아무튼, 저는 마법사가 제일 자신있긴 한데, 사제도 가능해요. 근접은 쉽지는 않을 텐데……레반님은 어떠세요?》

        

       《네. 저는 광전사 주캐에 성기사도 가능하고, 궁수도 커버는 할 수 있습니다. 챌린저 궁수 상대하긴 버겁긴 할 거라서 상대 봐야하긴 할 거예요.》

       

       “도적.”

       

       《네?》

       

       “이, 주 포지션이긴 한데……어느 정도로는 다 가능해요. 마법사는 취향이 아니지만, 아크님이 맡아주실 테니까.”

       

       《아, 네. 아따먹님 도적이랑 기사 둘 다 엄청 잘 하시니까. 그러면 지금 궁수랑 사제만 약간 공백이고, 나머진 다 괜찮네요!》

       

       “그러면……궁수가 나오면 누가 할지 정해두는 건 어떨까요.”

       

       《아, 두 분 다 가능하시니까요? 좋은 생각이네요! 어떻게 정할-》

       

       “강한 자가 옳다- 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레반님은 어떠세요? 토론으로 정할까요?”

       

       《네?》

       

       아크의 멍한 반문을 마지막으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안 오세요? 아까부터 파고 기다리고 있는데.》

       

       반가운 제안이 들려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행복회로불타요옷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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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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