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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다시 의식을 차렸을 땐, 역시나 아득한 고통이 밀려왔다.

       다만 이전 것들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강제 종료’는 기껏해야 5시간 짜리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커흑.”

         

       예상했던 대로 목구멍에서 피가 올라왔다. 그것이 너무나도 역하고 비려, 뱉어내지 않고서는 버텨낼 수 없었다.

         

       “……우웨엑.”

       

       검게 죽은 핏물에 내장조각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다행히라고 여겨야 하는지, 올리비아는 진심으로 고민했다.

         

       ‘흐으, 흐으…….’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고통이었다. 흐릿해진 시야 너머, 소동을 눈치채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리브가가 보였다. 올리비아는 두 손으로 바닥을 기어 리브가에게 다가갔다.

         

       “…….”

         

       색색거리는 리브가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이번에는 그럴 일 없을거야. 내가 바꿀테니까…….”

         

       자고 있는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올리비아에게 이것은 다짐이었다. 다시는 ‘올리비아’를 안일하게 여기지 않겠다는 다짐.

         

       후욱, 숨을 들이키며 올리비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순간 현기증이 밀려왔지만 온몸에 힘을 주어 버텨냈다.

         

       올리비아는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내 마셨다. 수축했던 근육이 제자리를 찾고, 진탕되었던 신체가 원상태로 수복된다.

         

       ‘……좀 낫네.’

         

       올리비아는 힐끔 리브가를 돌아본 다음, 흘러나온 핏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참회동 바깥으로 나왔다.

         

       ‘이대로 에스티한테 간다.’

         

       올리비아의 눈 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

         

       [메인 퀘스트]

       – 단서 #1 – 획득

       – 단서 #2 – 획득

       – 단서 #3 – 획득

       – 단서 #4 – 미획득

        .

        .

        .

       – 단서 #15 – 미획득

         

       [단서는 반드시 순서대로만 획득할 수 있습니다.]

         

       +

         

       그래, 저기에는 분명 단서는 순서대로만 획득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전 단서를 끝마쳐야 된다는 말은 없어.’

         

       리브가의 단서는 이미 획득했다고 나와 있다. 그렇다면 에스티의 단서를 획득하는 데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이전에도 이렇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위험성이 너무 커서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오늘로 리브가의 참회동 사용 시간은 만료돼. 그러면 납치할 수도 없어.’

         

       에일린이든 대주교든 책임자 중 1인이 참회동으로 올라올텐데, 그 자리에 성녀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면 상황이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었다.

         

       ‘어차피 리브가는 내 존재를 말하지 못해.’

         

       사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고해 성사의 내용을 발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로, 자신의 존재를 아는 것은 일단 리브가 한 명으로 한정된다.

         

       ‘……이게 최선이야.’

         

       어떻게든 에스티의 단서 #4로 ‘올리비아’의 패악질을 없던 일로 만들어야 했다.

         

       [스킬, ‘텔레포트’를 사용합니다.]

         

       올리비아의 신형이 참회동이 있는 절벽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

         

         

       창문 너머에서 흘러들어오는 비린내에 갈두르가 눈살을 찌푸렸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텁텁한 소금기도, 해안가 특유의 타는 듯한 태양도 그의 취향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오?”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이 다름아닌 카니스의 국왕이었기 때문이다.

         

       “협상을 위해 왔습니다.”

       “내가 알기로 협상 장소는 여기가 아니라 로엘 왕국이다만.”

       “그건 동부 연합과의 협상 장소지요. 카니스 왕국과의 협상은, 아무래도 카니스 국왕 전하와 따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갈두르의 말에 국왕의 얼굴에 이채가 돌았다.

         

       “소문과는 다르게 꽤나 겸손하군? 제국의 적탑주여.”

       “하하…….”

         

       겸손은 본래 갈두르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지만, 가끔씩은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는 법이었다.

         

       – 갈두르 님. 이대로라면 저희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게 될 겁니다.

         

       동부 연합과의 협상은 망했다. 무왕과 키엘 공작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로엘 왕국을 포함한 자유도시의 맹주들은 제국에서 제시한 합리적인 협상안을 마지막까지 거부했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 야만인 놈이 문제가 된다면, 이카일의 파도잡이에게 이렇게 말해보라더군. 동부 연합보다 좋은 조건으로 이카일의 해역을 보호해주겠다고.

         

       그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잡기 위해, 이카일까지 온 것이었다.

         

       국왕이 손바닥을 앞으로 펼치며 말했다.

         

       “먼저 제시해보시오.”

       “그 전에, 이것부터 받으시지요.”

       

       갈두르가 품에서 양피지를 꺼냈다. 한가운데는 황제의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황제 폐하께서 전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앞으로 저희 제국은 카니스 왕국을 제국과 대등하게 대우할 생각입니다. 또한…….”

       

       미사여구가 많았지만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었다.

         

       [카니스 왕국의 정통성을 인정한다.]

         

       국왕은 애써 무표정을 유지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 빌어먹을 정통성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던가?

         

       사실, 작금의 카니스 왕족들은 전부 방계 출신이었다. 

       모반(謀反) 때문은 아니었다. 150년 전까지만 해도, 카니스 왕국은 동부의 패권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했던 왕국이었다.

         

       ‘그 때 이름은 카니스가 아니라 아쿠아르였지만.’

         

       아무튼, 대륙 동부의 지배자였던 아쿠아르는 하루아침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왕국의 모든 직계 혈통들이 수장되었고, 국가 중요 시설들 대부분이 무너져내렸다.

         

       살아남은 대신들은 운좋게 살아남은 방계 혈통 하나를 국왕으로 추대했고, 아쿠아르를 계승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카니스 왕국을 건국했다.

         

       하지만 방계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고, 그 때문에 주변국의 무시를 받는 일도 잦았다.

         

       ‘하지만 제국에서 이렇게 나와준다면…….’

         

       오명을 벗어던지고 과거의 찬란함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크흠, 흠. 성의는 잘 받겠소.”

       

       방금 전과 확연히 달라진 국왕의 태도를 보고 갈두르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좋아하기는. 네놈은 기껏해야 다리를 놔주는 역할일 뿐이다.’

         

       사실 갈두르의 본의는 카니스 왕국에 있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카니스가 아닌 이카일의 파도잡이 한 명 뿐이었다.

         

       ‘그 외에는 애물단지일 뿐이지.’

         

       국력이 바닥을 치는 카니스 왕국이 동부 연합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이유도 전부 이카일의 파도잡이 덕분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저희가 드릴건 이것이 끝이 아닙…….”

         

       갈두르는 말을 하다 멈추고 창 밖을 노려보았다.

         

       ‘방금 분명…….’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한 기운. 착각이 아니라면, 그것은 분명 초장거리 텔레포트를 사용할 때 느껴지는 기파였다.

         

       대륙을 통틀어 장거리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는 자신을 제외하면 한 명뿐.

       그리고 그 마법사는, 현재 실종 상태였다.

         

       ‘……금탑주?’

         

       갈두르는 이를 악물었다.

         

       ‘왜 이제와서!’

         

       동부 연합 놈들과 협상하게 된 것도 전부 금탑주의 부재 탓에 체급이 비슷해졌기 때문이니까.

         

       “거기 뭐가 있소?”

       “……아닙니다.”

       

       갈두르는 남몰래 이를 악물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땐, 아무렇지 않다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

         

       “아무튼 저희는…….”

         

         

       *****

         

         

       협상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카니스 왕국은 정통성을 인정받은 동시에 ‘동맹’으로서의 지원을 약속받았고, 제국은 국운이 뒤흔들릴뻔한 협상 자체를 엎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러려면 파도잡이를 이쪽으로 끌어들어야 하겠지만.’

         

       갈두르는 일부러 파도잡이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대한 정보는 이미 정보상들을 통해 대부분 전달 받은 상태였다.

         

       대부분은 그녀가 평소 어디에서 쉬는지, 따위의 정보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 전에…….’

         

       갈두르는 드높은 창공에서 지상을 오시했다.

       지금은 에스티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츠츠츠츠츳!

         

       갈두르를 중심으로 방대한 마력이 퍼져나갔다. 마력은 이내 이카일 전역을 덮었다.

         

       “후우.”

       

       무리한 탓인지 갈두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탐색 마법이 마력을 적게 사용한다고 한들, 이렇게 방대한 범위를 수색하면 당연히 무리가 갈 수 밖에 없다.

         

       갈두르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멜리나가 작정하고 마력을 숨기지 않는 한, 이 정도 거리라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갈두르가 아는 멜리나는, 절대로 제 존재감을 숨기지 않는 오만한 인간이었다.

         

       ‘……찾았다.’

         

       다음 순간, 갈두르의 신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이카일 외곽의 어두운 골목길이었다.

         

       갈두르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 방대한 마력이 이곳에서 느껴졌다.

         

       어슴푸레한 골목 끝에 로브를 둘러쓴 사람이 뒤돌아 서 있었다. 워낙 두꺼운 로브를 눌러쓴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의 굴곡에서 여성이라는 걸 유추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은연중에 뿜어져나오는 심상치 않은 기세까지.

         

       갈두르는 확신했다. 저 여자는, 금탑주다.

         

       “금탑주! 무슨 연유로 제국을 떠났는지는 묻지 않겠소! 다만 이제라도 제국으로 돌아오시오!”

       “…….”

         

       대답은 없었다. 돌아보지도 않는 걸로 보아하니, 애초에 이쪽에 관심 자체가 없는 모양이었다.

         

       ‘하.’

         

       역시는 역시였다. 금탑주는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도 여전히 오만했다.

         

       갈두르는 손을 뻗어 상대방의 어깨를 잡으려 했다.

       갈두르의 손끝이 어깨에 닿는 순간.

         

       파직!

       

       전류가 튀기며 갈두르의 손이 튕겨나갔다.

         

       ‘……뇌전?’

         

       갈두르의 의문이 채 해소되기 전에, 상대방이 고개를 돌렸다.

       겨울을 품은 푸른 눈동자가 순식간에 갈두르의 몸을 흝었다.

         

       그녀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냐, 너.”

         

       낯선 목소리에 갈두르는 말문을 잃어버렸다.

         

       “뒤질래?”

         

       그녀는 올리비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 Naud님 10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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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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