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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 짭인가?

       – 아피스에 중복닉네임 안 되지 않아?

       – 무슨 특수문자 같은 거 끼워 넣어서 만들었겠지.

       

       “짭이겠죠? 화령님이 여기 있을 리 없잖아요.”

       

       화령이 유일하게 플레이하는 캐릭터인 천마는 지금 마스터에 올라가 있다.

       

       그러니 그녀가 게임을 돌린다 한들 엔리와 만날 리는 없다.

       

       설령 그녀가 부캐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한들 무공을 다루는 그녀가 마나 캐릭터. 그것도 근거리 전투와는 거리가 먼 전투마법사를 할 리는 없었다.

       

       “그래도 궁금하니까 확인이나 해 볼까요.”

       

       게임을 수락하고 주위의 풍경이 바뀐다.

       

       원래라면 여느 때처럼 맵을 확인해야 했지만 이번에 엔리는 그러지 못했다.

       

       그럴 수 없었다.

       

       있어선 안 되는 사람이 그녀의 앞에 있었기 때문에.

       

       “오. 엔리. 우연이구나.”

       

       거기엔 진짜 화령이 있었다.

       

       – ???

       – ?????????

       –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어.

       

       전투 마법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지팡이를 저 멀리로 던져버린 아라는 엔리에게 반갑다는 듯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왜 화령 씨가 거기서 나와요?”

       “왜냐니. 게임을 하러 왔지.”

       “그러니까 왜 천마를 안 하고 갑자기 전투 마법사를 하고 계신 거에요?!”

       

       다소 악에 받힌 엔리의 외침에 화령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간절하기 그지없는 엔리의 상황을 모르는 아라의 입장에선 지금 엔리가 왜 저리 화가 난 건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아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엔리이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엔리의 물음에 대답했다.

       

       “지난번에 하늘의 끝을 하지 않았느냐. 거기서 하르키아를 상대할 때 마법과 무투를 섞는 것이 무척 재밌어 보였다. 그래서 내 직접 해보러 왔지.”

       “왜 하필이면 지금!”

       

       다른 때였다면 엔리도 아라를 만났다는 우연에 기뻐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나빴다.

       

       “제가 승급전일 때 나타나신 건가요?!”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승급전을 진행하는 와중에 아라 씨를 만나다니.

       

       저 사람을 어떻게 이기라고! 이건… 이건 말도 안 되잖아!

       

       “상황이 안 좋았구나.”

       “그쵸? 화령 씨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러니까 그냥 져 주시면 안 될까요?!”

       

       제발요. 겨우 1승을 하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꽁패를 먹을 순 없단 말이에요.

       

       엔리가 애원하듯이 말을 했음에도 아라는 곤란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미안하지만 일부러 져 줄 생각은 없다.”

       “그으렇겠죠. 사실 농담이었어요.”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여기서 아라가 일부러 엔리에게 져 줘 봐라.

       

       패작이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오면서 위키의 엔리 문서에 논란 항목이 늘어날 게 분명했다.

       

       시도 때도 없이 방송을 불태우는 게 엔리라고는 하지만 다이아 승급전 1승을 위해 풍파를 불러들일 생각은 없었다.

       

       “그냥 진지하게 해주세요.”

       “진짜 본인이 진지하길 바라느냐?”

       “…3초 컷만 내지 말아주세요.”

       

       엔리는 편사 러브의 2.7초라는 기록을 갱신하고 싶지 않았다.

       

       데케이의 3초 컷 영상도 여전히 화자 되는 마당에 새 기록이라도 써 봐라. 며칠 동안 그에 관한 이야기가 돌아다닐거다.

       

       “내가 설마 그대에게 그리 잔혹한 일을 하겠느냐.”

       “그쵸?”

       

       솔직히 편사 러브의 2.7초 영상은 좀 잔인한 편이었다.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든 채찍이 순식간에 목을 휘감고 꺾어버리는 모습이라니.

       

       엔리가 그 채찍의 대상이 되었더라면 며칠 밤은 그 기억 때문에 악몽을 꿨겠지.

       

       “대신에 재미난 것을 하나 보여주마.”

       “그런 거 필요 없는데요.”

       

       그냥 몸 성히 보내만 달라는 엔리의 말에 아라가 웃었다.

       

       게임 시작이라는 시스템의 알림이 뜨자마자 엔리가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거리를 좁히는 걸 막을 순 없어. 애초에 아라 씨가 다가오는 걸 눈으로 포착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걸.

       

       그럼 처음부터 떨쳐낼 준비를 하자. 아라 씨도 처음부터 살수를 두진 않을 거니까.

       

       질 때 지더라도 최대한 발악을 하다 져보자.

       

       엔리가 굳은 결심을 한 채 창대를 꾹 쥐었지만 아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제자리에 선 채로 고개를 갸웃거리고만 있었다.

       

       왜 저러시지?

       

       “엔리. 하나 물어도 되느냐?”

       “뭔데요?”

       “마법은 어떻게 쓰는 것이냐?”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물음에 엔리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마법 처음 써보세요?”

       “내가 마법을 써볼 일이 어디 있겠느냐.”

       

       그러고 보면 아라 씨 하늘의 끝에서도 마법은 하나도 사용하지 않으셨지. 모를 만도 하네.

       

       “튜토리얼은 해보고 오시지.”

       “적당히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야 아라 씨라면 마법 없이도 어지간한 사람들을 이길 수 있겠지만 마법은 아예 개념이 다른 물건인데.

       

       “저도 설명을 해드리곤 싶지만 이미 게임은 시작됐잖아요?! 저희가 적인 이상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질 게 예정되어 있음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엔리의 선언에 아라의 눈이 호선을 그렸다.

       

       “의기가 넘치는 게 좋구나. 오냐. 바라는 대로 해주마.”

       “아뇨! 방송용 농담입니다! 살살 해 주세…”

       

       엔리의 변명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아라가 순간 사라졌나 싶더니 그녀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아라 씨. 왜 근접전이 약점인 전투마법사로 주먹질을 하시는 건가요.

       

       아라의 날선 눈을 마주한 순간 엔리는 눈을 감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래. 애초부터 승급전은 5판짜리가 아니라 3판짜리였다고 생각하자.

       

       아라의 주먹이 그녀에게 닿았다.

       

       *

       

       설마 마법이라는 것이 나름의 규칙 아래에 성립되는 것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력이 세계에 이치를 덧씌우는 힘이기에 강한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늘. 아니었나보구나.

       

       이전에 하르키아 녀석이 보여줬던 것을 재현하려면 마법에 관한 공부를 해야하는 것인가.

       

       이 나이에 이 경지가 되고서도 새로운 것을 공부하게 될 줄이야.

       

       “대체 어떻게 하면 전투마법사로 그런 움직임을 할 수 있는 건가요.”

       

       나에게 패배를 한 게 분했던 것일까. 엔리는 눈살을 찌푸린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목소리에 살짝 노기가 담긴 것이 승급전의 기회 하나를 날린 게 그녀에겐 중대한 문제였던 모양이다.

       

       이거야. 미안하게 되었구나.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내가 엔리의 승급전을 망치기 위해 찾아온 것도 아니고, 그저 재밌는 것을 하러 왔다 우연히 만났을 뿐인데 나한테 울분을 토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뭣보다 신교의 기준으로는 약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으니 죄를 따지자면 약자인 엔리에게 있었다.

       

       꺼낸다면 엔리의 복창을 터트릴 말들이 마음속에 한 가득이었지만 나는 침묵을 고수했다.

       

       괜한 말을 했다가 그녀에게 미움을 사고 싶진 않았으니까.

       

       “저 다음 게임 돌리러 갈게요.”

       “그래. 잘 가거라.”

       “그리고 마법 공부 하실 거면 튜토리얼보다 마이튜브 영상 보시는 게 빠를 거에요.”

       

       엔리와 헤어지고서 VR세계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왔다.

       

       캡슐에서 몸을 일으키자 어둑하게 물든 방 안의 정경이 나를 맞이해줬다.

       

       벌써 저녁이 되었나.

       

       현대에 와서 절실히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이상할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이었다.

       

       무림에서 은거를 할 적엔 하루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마저 고역이었거늘 요즘엔 하루가 짧다고 느끼는 일이 많아졌다.

       

       혹여 무림에서의 시간과 현대에서의 시간은 흐름이 다른 것일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킨 나는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 스마트 폰을 집어 들었다.

       

       다이아 승급전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지.

       

       지난번에 가르쳐 준 이후로 물어보는 것에 대답을 해주긴 했어도 직접 게임을 하는 걸 봐준 적은 없었다만 실력이 많이 늘었나 보구나.

       

       어디 한 번 볼까.

       

       엔리의 방송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번 계정을 만들어 권한을 넘겨주었을 적에 엔리가 자신의 방송만 팔로우 해뒀으니까.

       

       팔로우 목록에 달랑 하나 있는 엔리의 방송에 들어가자 엔리가 하소연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기는 정말 운이 없는 것 같지 않냐며.

       

       남들은 플레티넘 다이아 현지인들을 만나서 올라가는데 자기는 자꾸 트럭을 만나서 박살이 난다며.

       

       처량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시청자들을 결코 그녀를 달래주지 않았다.

       

       – 이게 다 업보지.

       – 화령은 니가 끌고 온 재앙이잖아.

       – 여태 화령에게 당한 사람들의 원한을 받아라!

       – 기왕 진 김에 화령이 계속 저격해서 떨어트려 주면 안 되나?

       

       계속되는 비난들에 열이 받은 듯 엔리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눈이 돌아간 그녀가 다음 게임을 하려면 한참 시간이 걸릴 것처럼 보였다.

       

       당분 간은 저러고 있을 테니 저녁이나 찾을까.

       

       컴퓨터로 엔리의 방송을 킨 후 배달 앱을 열었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고기가 먹고 싶은 날이구나.

       

       주문을 끝마치고서 다시 모니터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엔리가 게임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도대체 언제 큐를 돌린 거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엔리의 상대는 검방기사였다.

       

       검과 창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엔리가 좀 더 유리하다 봄이 맞겠지만 방패의 존재를 따지면 둘 사이에 큰 격차는 없다 봐야겠지.

       

       승부를 가르는 건 어디까지나 서로의 실력일 것이다.

       

       엔리는 시작을 하자마자 거리를 벌렸다.

       

       이제는 거리를 조절하는 것에도 익숙해 졌구나. 자신의 창만이 닿을 거리를 자연스레 유지하고 있지 않으냐.

       

       여러 번에 걸쳐 몸에다 때려 박아 준 게 성과를 보이는 것일까.

       

       검방기사는 그런 엔리를 보고 멈칫하더니 그녀에게 접근하지 않고 오히려 등을 돌려 버렸다.

       

       뭐지?1:1의 대전에서 대놓고 등을 보이다니. 죽여달라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으냐.

       

       엔리가 달려들어 창을 내지른다면 큰 피해를 입게 될 터이거늘.

       

       허나 엔리는 상대의 괘씸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응징을 가하지 않았다. 그녀는 거리를 벌린 채 도주하는 검방기사를 보며 당혹스러워 할 뿐이었다.

       

       설마 거리를 벌리며 상대를 말려 죽이는 법만을 알려준 탓에 상대를 어찌 응징해야 할 지를 모르는 것인가.

       

       머리가 아프군.

       

       차라리 이럴 때에 예전에 그랬듯 생각 없이 돌격을 했다면 승리를 거두었을 터이거늘.

       

       “비겁하게 도망치기냐!”

       “그러는 지는 치졸하게 니가와만 하면서!”

       

       일갈을 내뱉은 검방기사는 발을 움직여서 인파 사이로 모습을 숨겼다.

       

       그제야 나는 이번에 엔리가 있는 곳이 시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곳에는 잡다한 요소가 많았을 것이다.

       

       시장이라면 도주가 가치를 지니지. 승리로 가기 위한 여러 전략이 존재하는 장소이니.

       

       엔리는 눈을 끔뻑이며 사라져가는 검방기사의 뒷모습을 보다 추격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단언컨대 최악의 선택지였다.

       

       상대를 자신의 전장으로 끌어들여야지. 왜 제 발로 상대의 전장에 들어가는가.

       

       그래선 상대에게 승패를 맡기는 셈이 되잖느냐.

       

       호되게 당하겠구나.

       

       내 예상은 보란 듯 맞아 떨어졌다.

       

       멀리 도망친 줄 알았던 검방기사가 인파에 숨은 채 공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엔리가 검방기사의 일격에 큰 데미지를 입는다.

       

       더 이상 볼 필요도 없구나.

       

       이건 졌다.

       

       조금은 성장했으리라 생각했거늘 아직 모자란 점이 많구나.

       

       엔리. 그대에게 금강의 자리는 아직 먼 모양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엔리. 넌 아직 준비가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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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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