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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6

       “-스, 습격이다!!”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지는 습격 경보.

       어느 곳이건 이런 경보가 울려 퍼진다면 당연히 혼비백산이 나야 하는 게 정해진 수순일 테지만.

         

       “또야?”

       “이번 달은 유난히 습격이 잦군.”

       “이번엔 어떤 놈이 습격했대?”

       “기사라던데?”

       “흠, 기사 몸뚱이면 연금술사한테 잘 팔리려나?”

         

       대부분의 인원이 한가하게 포커나 치며 위기감이라곤 조금도 보이지 않는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이미 질리도록 겪은 일이란 것마냥.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긴 했다.

       그들은 왕국 내에서 가장 많은 미움을 산 조직이었으니까.

         

       길드 조합.

         

       왕도에 모인 모든 길드들의 대표자 격인 조직이었다.

         

       “흠, 크게 관심 주지 말고, 일이나 하자고.”

         

       사이먼.

       팬드래건 길드 조합 지부 조합장을 맡은 남자는 습격이란 말에도 크게 의의를 두지 않았다.

       그저 늘 있는 일상 중에서도 하찮은 부류라며 관심에도 두지 않는 것이었다.

         

       “어차피 우리에게 원한 있는 귀족 놈이 보낸 놈이겠지. 전날 우리한테 땅을 빼앗긴 자작 녀석의 기사일 수도 있고.”

       “보낼 사람이 많긴 하죠, 으음…. 누굴 보낼까요?”

       “적당히 애들 보내. 그래도 기사니까 제법 강할 거 아니야.”

       “알겠습니다, 사이먼.”

         

       오만하기까지 한 자세였다.

       기사가 직접 쳐들어왔다고 하는데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있으니까.

       허나 이는 마냥 오만한 것이 아니라, 자신감이기도 하였다.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지만, 길드가 보유한 강자들은 많다.

       워낙 사람을 가리지 않고 데리고 오며, 인간말종급 범죄자만 아니면 대충 다 스카우트 하는 것이 길드의 원칙이었으니까.

       물론, 저러한 막장 인생을 몰래 빼돌릴 때 가끔 귀족과의 불편한 합의가 필요하지만, 돈 좀 쥐어주고 강자를 데리고 올 수 있다면 이득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 덕에 길드의 포진된 강자들은 상당했다.

         

       어느 이는 웬만한 기사단장과 비견될 자도 있으니, 습격자가 있다고 해서 그들이 긴장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리라.

         

       그러니 설령 암살자 무리가 쳐들어온다고 해도 그들이 당황할 일은 없었으며, 그들은 일상을 보내듯 일만 할 따름이었다.

         

       “생산계 길드 쪽에서 행방불명된 사람을 찾아봐 달라고 했다지?”

       “한스라고, 제법 높은 등급의 블랙스미스입니다. 위법 마법사에게 납치당했을 우려가 있고, 납치 당한 기간은, 못해도 10년 이상 될지도 모른다더군요.”

       “그럼 이미 죽었겠네. 못 찾아, 그건.”

       “그렇지만….”

       “아아, 나도 알아. 찾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는 거.”

         

       사이먼은 팬드래건 왕국 길드를 책임지는 수장이다.

       대륙 곳곳에 퍼진 101개의 길드 중에서도 그 규모가 3위에 달하는 조합을 책임지는 이였고.

       이토록 큰 길드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보니 그는 정으로 일을 그르치지 않으며, 효율적이고도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선호했다.

         

       뭐든 빠르고 신속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사이먼의 신념과도 같은 일처리 과정이었다.

         

       “하아, 알겠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는 안 좋았다’는 식으로 전해두지요.”

       “역시 잘 알아들어. 그럼 다음 사안인데, 이번 제니미아 후작의 건은 어떻게….”

         

       쿠웅!

       쿠우우웅!

         

       “…제니미아 후작에 대한 거라면, 이미 처리 과정 중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콰아아앙!

         

       “그건 그렇긴 한데, 이 자료 중에 보니까 영 신경 쓰이는 게….”

         

       콰와아아앙!

         

       “……왜 이리 시끄러워?”

       “으으, 습격자가 제법 실력이 있는 자인 걸까요?”

       “도통 조용해질 기색이 없군, 쯧.”

       “제가 한번 나서보겠습니다.”

       “으음, 그럼 렘이 수고 좀 해줘.”

       “이 홍차가 식기 전에 돌아오도록 하지요.”

         

       빼빼 말랐지만, 길드 내에서 사이먼의 왼팔 격으로 불리는 렘이 바깥으로 나섰다.

       전직 명문 기사단 출신으로, 그 실력은 기사단 부단장급.

         

       사이먼은 그가 나섰으니 금방 조용해지리라 여겼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야 좀 잠잠해졌군.”

         

       바깥이 급속도록 조용해졌다.

       사이먼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다시금 비서와 같이 회의를 진행-.

         

       콰아앙-!!

         

       “!?!!”

         

       사이먼과 비서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만약 문이 부서지며 무언가가 나타났다면 이토록 놀라진 않았을 터인데….

         

       “레, 렘?”

         

       렘이 벽을 부수며 나타났다.

       아니, 정확히는.

         

       “끄으으윽……!”

         

       렘은 벽을 파괴하는 용도로 사용된 것인지, 몸이 성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나간 지 30초도 지나지 않아 나타는 그의 몰골은 처참했다.

       방금 전 깔끔했던 검사는 어디 가고, 만신창이가 된 거지꼴의 검사가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바.

         

       사이먼은.

         

       “이런 미친-!”

         

       그는 판단이 빨랐고 눈치도 고단수였다.

       렘이 당한 것을 확인하자마자 빠져나가기 위해 창문을 향해 몸을 기꺼이 던지려 한 것이다.

       창문을 통해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비상탈출구로 곧장 빠져나갈 수 있을 터.

       사이먼은 이미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한 플랜을 이곳저곳 깔아놨기에 탈출까지 문제가 없으리라 여겼다.

         

         

       “-네가 조합장이냐?”

         

         

       콰아아앙!!

         

       -처맞기까진 말이다.

         

       “-!!”

         

       주르륵.

         

       사이먼은 제 귓볼을 스치고 간 날카로운 단도를 보았다.

       꼿꼿하게 벽에 박힌 단도였고, 이것만 봐도 단도의 위력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 보여주는 셈.

         

       …일부러 맞추지 않았다는 느낌이 확신처럼 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사이먼이 뒤를 돌아서려는 순간.

         

       “우오오오오!!”

         

       부숴진 벽을 문 삼아 등장한 바바리안 용병을 볼 수 있었다!

         

       ‘벤트!!’

         

       신비종족 바바리안의 맹자.

       그 실력은 이미 왕도에서도 유명하며, 흉악한 산적 무리 2백 명의 목을 단독으로 수확했다는 학살자.

         

       길드 소속은 아니었지만, 막대한 돈과 오랜 협의를 통해 고용한 최상급 용병이었다.

         

       ‘됐다!’

         

       벤트가 멀쩡한 것을 보며 그가 여느 날처럼 술이나 퍼마시다 뒤늦게야 온 것을 눈치챘지만, 그딴 건 지금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우선순위는 벤트가 저 습격자를 제거하는 것뿐.

         

       사이먼이 기대에 찬 눈으로 벤트를 보았고, 벤트는 그 기대에 부응하듯 주먹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철로 된 방패마저 구겨버리는 벤트의 일격이었다.

       그리고 습격자는.

         

       까앙!

         

       “…?”

         

       “다 했냐?”

         

       …얼굴을 때렸는데, 왜 판금 갑옷 때리는 소리가 나는 걸까?

         

       벤트의 주먹을 피하지도 않고 맞아주었으나, 습격자는 조금도 밀리지 않으며 마냥 평온할 따름이었다.

         

       “……강철 바위?”

         

       벤트는 바바리안의 고향, 뱀의 숲길에만 있는 거대한 바위의 존재가 갑작스레 떠올랐다.

       대전사만이 부술 수 있는 최고의 경도를 자랑하는 바위.

       한데 지금 이 남자의 몸을 타격하는 순간 그 바위가 연상된다.

         

       사람을 때린 것이 아니라, 철광석이 다량으로 함류된 바위를 때린 느낌이란 뜻이다.

         

       그리고 강철로 이루어진 것만 같은, 아니 [금강]이란 특이한 기술을 쓰는 습격자는 그렇게.

         

       후우웅!

         

       주먹을 뻗으며 벤트를 강하게 후려쳤다.

         

       퍼어엉-!

         

       정확히 배를 가격한 주먹이었고, 벤트의 몸에서 북 터지는 듯한 거대한 파열음이 들렸다.

         

       “……!!”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죽는 것이 차라리 나을 고통과 함께 벤트는 무릎을 꿇고 혼절했다.

       단 일격으로 최상급 용병 하나가 무너진 것이었고, 허무하기 짝이 없었으나 뱃가죽이 터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벤트는 실력자임을 증명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습격자, 아니 기사는.

         

       “야, 더 나올 놈 있냐?”

       “…….”

         

       …괴물이었으니 말이다.

         

       “더 나올 놈 있으면 빨리 데리고 와라. 나중에 귀찮게 굴지 말고.”

       “…어, 없습니다.”

       “그래? 그럼 앉아. 나랑 면담 좀 하자.”

       “…….”

       “왜, 싫어?”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흐음.”

       “…….”

         

       꿀꺽….

         

       다시금 말하지만 사이먼은 눈치가 좋다.

       그렇기에 그는 눈치챘다.

       만약 그의 대답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저 사람은 날 죽였을 거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사이먼은 조합장의 지위를 걸고 확신했다.

         

       * * *

         

       -콰직!

         

       그는 엉망이 된 의자에 앉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손도끼를 꺼내 던졌다.

         

       사이먼은 움찔거리며 저에게 날아오지 않을까 간담이 서늘했으나, 다행스럽게도 손도끼가 던져진 곳은.

         

       “비, 비싼 탁상인데….”

       “눈치 챙겨, 이 멍청아.”

       “…네에.”

         

       눈치 없는 비서에게 눈총을 날리며 사이먼은 꼿꼿이 탁상 중앙을 꿰뚫은 채 서 있는 손도끼를 보았다.

       마치 언제라도 탁상 꼴이 날 수 있다는 경고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예측대로.

         

       “내가 지금부터 질문 하나를 던질 거다. 그리고 그 대답이 늦어지면 이 도끼가 네 미간이나 가슴, 재수 없으면 아랫도리로 던져질 거다.”

       “…….”

       “대답.”

       “아, 알겠습니다.”

         

       길드 조합장으로 임명된 이후로 이토록 저를 막 대하는 인물이 있었던가?

         

       …없었다.

         

       대귀족이나 대상인 소리 듣는 인물들도 그를 하대할지언정 존중했고, 눈치를 보는 이들도 있을 따름.

         

       한데 지금 눈앞에 사내에겐 존중 따윈 없었다.

       그를 언제라도 찢어 죽여 버릴 살의만이 팍팍 느껴질 뿐.

         

       ‘누, 누구지? 내, 내가 언제 이런 괴물의 심기를 건드렸었지?’

         

       사이먼은 주마등이 언제라도 스쳐갈 타이밍에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이 자리까지 오는 걸 포커로 딴 게 아님을 증명하듯, 사이먼은 관찰과 궁리를 그만두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눈알이 정신없이 굴러가는군. 내 정체가 뭔지 궁금하냐?”

       “…예에, 궁금합니다.”

         

       사이먼은 솔직하게 물었다.

       상대가 기회를 줬을 때 물지 않으면 그건 병신이다.

       철저하게 숙이고 가되, 마냥 저자세로 나간가면 물려 죽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사이먼은 땀이 미치도록 나는 와중에도 물었고, 그는.

         

       “이한이다. 좌천된 기사지.”

         

       “…….”

         

       너무나 쉽게 제 이름을 가르쳐주었고, 사이먼은 잠시 멍했으나 곧 저 이름을 뇌리 한 구석에서 기억해냈다.

         

       이한

       전날, 마물의 습격에서 활약한 기사의 이름과 똑같다.

         

       동명이인이냔 머저리 같은 의심은 하지 않았다.

         

       ‘—–!’

         

       대신, 사이먼의 두뇌는 빠르게 정보를 떠올리고 정리하길 반복했고, 그가 왜 여기까지 온 것인지에 대한 결과값까지 출력했다.

         

       “겨, 경! 이, 일단 오해를 풀고 싶습니다. 레, 레비 폴트 영애와는 정당한 계약을 통해 합의를 이룬 상태입니다. 하, 한데 경께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쳐들어오시면 오히려 레비 폴트 영애만 곤란해질 것입니다….”

       “…너 머리 회전 빠르다? 3초 만에 내가 여기 찾아온 이유까지 다 맞추네?”

       “하하….”

         

       다시금 말하지만 조합장의 자리를 포커로 딴 게 아니었다.

         

       ‘빌어먹을!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사이먼은 이한의 이름을 듣자마자 레비 폴트의 이름을 출력해냈고, 그가 왜 여기까지 온 건지 즉각적으로 파악했다.

         

       ‘제자라더니….’

         

       현재 이한이란 인물은 길드 조합에서도 ‘특급’으로 분류된 감시대상이다.

       마물 습격 당시 길드원이 그의 어처구니없는 무력을 이미 관측했으니 말이다.

         

       하여 레비 폴트란 여성이 그의 제자 중 하나임을 알았으며, 솔직히 이번 일을 맡을 때도 위기감을 느꼈었다.

         

       자칫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하고….

         

       허나 길드의 수뇌부는 자신했었다.

         

       설령 레비란 귀족 영애가 기사의 제자라고 한들, 가문끼리의 문제까지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그건 선을 한참 넘는 월권이었으니까.

         

       설령 강한 힘을 가진 기사라도, 지켜야 할 도리가 뭔지 모를 리는 없다.

       이것이 수뇌부의 생각이었고, 사이먼도 고개를 주억거렸던 의견이었다.

         

       그렇기에 사이먼은 길드 조합장으로서 당당히 말했다.

         

       “부, 분명히 말하지만, 길드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중개인에 불과합니다. 물론 떳떳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저희가 이토록 핍박받을 이유가 어디 있나 싶군요. 이는 길드에 대한 탄압이 아닐 수가 없-.”

         

       “─너희가 붙인 덩어리 새끼가 내 제자를 희롱하려고 하는 걸 봤는데 말이다.”

         

       “…….”

         

       ……그냥 닥치고 있어야 했다. 당당함은 얼어 죽을!

         

       사이먼은 핏기가 가시다 못해 창백해진 얼굴이 되어 갔고, 점차 자신을 옥죄는 읊조림을 들었다.

         

       “야, 만약에 말이다. 내 여동생 같은 애가 있고. 그 애가 어느 양아치 새끼한테 조롱당하고 희롱당하는 걸 보면 사람이 빡칠까, 아니면 빡치지 않을까?”

         

       “……….”

         

       “내가 혹시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오해할까 싶어서 말하는 건데, 그 양아치 새끼 지금 너희 집 대문 앞에 놓여 있거든? 뭐,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긴 한데, 원한다면 내가 무슨 수단을 쓰더라도 그 새끼가 다시 멀쩡해지도록 만들어줄게. 그런 다음 내 말이 오해인지 진실인지를 판별해보자. 어때, 해볼 마음 있나?”

         

       “…그, 그것이….”

         

       사이먼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니, 문장을 완성할 정신이 없었다.

         

       허나 그는 갑자기 벙어리 흉내를 내는 사이먼을 타박할 정도로 나쁜 인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만 이거 하나는 알아둬라. 만약 오해가 아니라, 내 말이 진실일 경우. 넌 반드시 고통스럽게 죽일 거고. 네 가족, 네 형제, 네 친구 전부를 찾아가 구족(九族)을 멸해주마. 내 모든 걸 걸고 기필코…!”

         

       ‘절대’ 건드려선 안 될 ‘위험한 인간’임은 분명했다.

         

       “……….”

         

       …사이먼은 감히 그의 말에 반박할 엄두가 나지 않아 침묵했고.

         

       스윽.

         

       재빨리 대가리부터 땅바닥에 박았다.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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