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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7

       용사는 혼란에 빠졌다!

       

       

       “와! 근데 몸 정말로 좋으시네요! 저희 마을에서 힘 세기로 이름난 잭 아저씨도 이정도로 근육덩어리는 아닌데! 솔직히 잭 아저씨는 근육 반 살덩이 반이라서 그 무게를 지탱하려고 강해진 느낌이지만, 아무튼 저희 마을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이니까요! 아차,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었지! 어서오세요! 새벽골 마을에! 그다지 크진 않고, 인구수도 적고, 생명의 여신님을 모시는 신전으로 가는 길에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마을이에요! 그래도 순례자 분들이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 있어서 안전 하나는 확실하지요! 이 마을 주변에 몬스터가 나타난건 몇년 전에 딱 한번! 그것도 조무래기 몬스터 한마리 뿐이었다고 하죠! 그만큼 안전한 곳이랍니다!”

       

       

       와오. 귀에서 피가 날 것 같네.

       

       

       “아니, 그게….”

       

       “빈번하게 지나다니는 생명신전의 순례자분들 아니면 한달에 한번 지나는 떠돌이 상인 정도만 오는 작은 마을이라 그 외의 방문객은 정말로 드물거든요! 그나마 예전에는 용사의 검 때문에 생명의 여신님을 모시는 신전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몇년 전에 갑자기 그런 사람들이 뚝 끊어진거 있죠? 참 묘한 일 다있단 말이에요. 듣자하니 용사의 검이 뽑혔다는 말이 있긴 했지만, 그랬다면 그 검을 뽑은 사람이 몬스터란 몬스터는 죄다 썰어버리며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 있었을테니, 아마도 누군가가 검을 뽑고 숨어버린게 아닌가 싶단 말이죠. 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그건….”

       

       

       말로 사람을 때린다는게 저런건가…. 용사는 버틸 수 없을 정도의 정신적 피해를 입은 모양이었다.

       

       안되겠다, 조금 도와주자. 어디…. 이럴때는….

       

       나는 손가락을 튕겨 새벽골 마을 주변의 상공을 범위 지정한 후, 자그마한 비구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한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앗, 비가….”

       

       “어머나, 갑자기 비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날씨가 맑았는데? 안되겠다, 손님! 비 맞기 전에 이동하시죠! 이 마을은 너무 작아서 여관 같은건 없지만, 촌장의 집에 남는 방이 몇개 있으니까, 다른 곳에서 오는 손님들은 다들 촌장의 집에서 머무르거든요! 자! 어서요! 이쪽이에요!!”

       

       

       앗…. 오히려 역효과가 나온 느낌인데. 나는 그냥 비를 뿌리면 알아서 헤어지게 될거라 생각했는데….

       

       아니,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르지. 나랑 단 둘이 있으면서 사회성을 제대로 길러보지 못한 저 아이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접하며 사회성을 기르는 훈련이 되어줄테니.

       

       다만.

       

       

       “어서요! 이대로 있다가는 비가 쏟아져서 홀딱 젖어버릴지도 모른다고요! 다른 곳에서 온 손님을 비에 젖게 놔둘 정도로 야박한 마을은 아니니까!”

       

       “어, 어어….”

       

       

       그 전에 용사의 정신력이 버텨줄 수 있을진 모르겠네.

       

       

       – – – – – – – – – – – – – – – – – – – –

       

       

       용사의 손을 잡아 이끌고서 촌장의 집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온 소녀는 마치 자신의 집인양 촌장의 집 구석구석을 뒤지더니 매우 간소한 식사를 차려냈다.

       

       음, 그냥 이 소녀의 집인게 아닐까? 집에서 이것저것 꺼내는게 너무나도 능숙해 보이는데.

       

       그리고 그런 생각은 용사도 마찬가지인지, 소녀의 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익숙해 보이시는군요.”

       

       “네? 아, 네. 그야 저희집이니까 익숙할 수 밖에요. 거기에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일단 환대하는 것은 촌장의 딸인 제 역할이고요. 그래서 제가 마을 입구에서 소일거리 하고있었답니다. 뭐, 촌장의 딸이라고 해서 특권이라거나 그런건 없지만 말이죠! 솔직히 귀찮기만 귀찮고! 뭔가 이득이 되는 일은 없고! 아버지는 자신이 촌장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워 하시지만, 제 눈에는 암만 봐도 거추장스러운 감투처럼 보인단 말이에요. 이런 귀찮은 일은 얼른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리면 좋을텐데, 아버지는 또 고집은 쓸데없이 세서. 참 곤란하단 말이에요.”

       

       

       살짝 물어본 것에 산더미 같은 말의 폭포. 이래서야 함부로 물어보지도 못하겠네.

       

       그런데 촌장의 딸이었나. 하긴, 손님들을 촌장의 집에 머물게 하느니 뭐니 말하던 점에서 왠지 상세하게 알고 있다 싶었는데. 직접 겪은 일들이라 그런거구만.

       

       

       “그건 그렇고, 정말이지. 이상한 일도 다있죠?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맑은 날씨였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다니. 뭐, 비가 오는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오는건 뭔가 이상하단 말이죠. 요즘 다른 마을에서는 이상한 몬스터가 자주 나온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 때문일까요? 아니면 하늘이 손님에게 심술을 부려서 비를 뿌린 걸까요? 어느쪽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보다 차린 것이 별로 없어서 부끄럽네요. 보시다시피 작은 마을이라서 크게 부유하거나 하진 않거든요. 먹고 사는데에는 큰 지장은 없지만…. 그래도 외부에서 오신 손님을 대접하지 않는건 예의가 아니죠! 평범한 스프에 약간 딱딱한 빵, 그리고 조금의 샐러드 뿐이지만요! 사냥꾼들이 사냥을 잘 한 날이면 고기를 좀 얻을 수 있는데, 요 며칠은 사냥이 잘 안되었거든요. 그래서 대접할 수 있는게 이런 것밖에 없네요.”

       

       “아, 그게…. 잘 먹겠습니다.”

       

       “네! 맛있게 드세요!”

       

       

       오. 용사가 성장했다. 무려 대답이란 것을 했어!

       

       저 몰아치는 말의 쓰나미 앞에서도 용케 버텨내고 대답까지 하다니. 용사의 성장이 제대로 느껴지는구나.

       

       

       “그래서 손님은 어디에서 오신건가요? 걸어오신 방향이 생명의 여신님을 모시는 신전이 있는 방향이었는데, 순례자로는 보이지 않는 모습이라서요.”

       

       “아…. 저는 신전에서 몇년간 지냈었거든요.”

       

       “신전에서요? 음…. 순례자가 되려고 훈련하신 건가요?”

       

       

       소녀의 말에 용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대충 비슷하죠. 몇년간 훈련받다가…. 조금…. 일이 있어서 뛰쳐나왔거든요.”

       

       

       흐음. 처음 보는 사람한데 그런 이야기를 시시콜콜 늘어놓는건가?

       

       

       “뛰쳐나오다니, 무언가 큰 문제가 있었던건가요?”

       

       “문제라면…. 제게 있겠네요. 저를 키워주신 소중한 분의 기대에 못미쳤거든요. 제가 좀 더 강했더라면…. 그 분을 실망시키지 않았을텐데.”

       

       

       음? 내 기대?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여. 기대에 못미쳤다니? 난 그냥 용사가 좀 힘들어하길래 그만하게 한건데?

       

       끄응…. 좀 더 이야기를 했어야했나? 내 말을 용사가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줄은 몰랐네.

       

       내 생각을 어림짐작으로 넘겨짚은 덕분에 저렇게 가출해버린 모양이었다.

       

       

       “기대에 못미치다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제만, 한동안 생각을 정리하시는 동안 이 마을에서 지내시는건 어떤가요?”

       

       “이 마을에서요?”

       

       “네! 그렇지 않아도 인구수가 적은 마을이라 한사람 한사람이 귀하거든요. 손님처럼 건장한 남자가 일시적으로나마 들어온다면 큰 도움이 될거에요! 게다가 그런 대검을 가지고 계신 것을 보아 몬스터를 상대로도 싸울 수 있으신 것 같고요! 물론 이 마을에 몬스터가 나타난건 몇년 전의 일이지만요! 언제나 만약을 대비해야 하는 법이잖아요?”

       

       

       소녀의 말에 용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처없이 떠도는 것보다는, 언제든 생명신전으로 돌아올 수 있는 마을에 잠시 머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군.

       

       

       “아, 물론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서, 나중에 아버지나 다른 마을의 어른들과 상의도 해야하지만요! 그래도 어지간하면 받아주실거에요!”

       

       

       방긋 웃으며 말하는 소녀.

       

       용사는 그런 소녀의 활발함에 휘말려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용사는 새벽골 마을이라는 작은 마을에 천천히 녹아들었다.

       

       뭐, 내가 가르친 것이라고는 싸우는 것 위주의 일들인지라, 작은 시골 마을에서 지내면서 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용사가 악전고투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밭을 일구는 방법을 몰라서, 용사의 검을 밭에 내려치는건 좀 웃기긴 했어.

       

       그래도, 용사는 그런 시골 마을에서 좌충우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만약 용사가 저 검을 뽑지 않았더라면, 제대로 된 부모를 만났더라면. 어떤 삶을 살아갔을까? 아주 약간 궁금해지네.

       

       시간을 되돌려서 저 아이의 부모를 구해준다면 그런 미래를 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는 기껏 만든 용사를 놓아줘야 할텐데.

       

       조금 이기적으로 들리겠지만, 그러고 싶진 않아. 시간을 되감는다는 것은 한번 했던 일을 또다시 반복해야 한다는 말인걸.

       

       그것만큼 귀찮고 싫은 일이 어디 있겠어.

       

       그런 시덥잖은 생각은 일단 접어두고.

       

       시골 마을에 적응한 용사의 생활을 계속 지켜보던 도중, 살짝 불안한 생각이 솟아났다.

       

       저 아이…. 용사의 일에 대해서는 잊어가고 있는거 아닌가?

       

       아니, 아닐거야. 몇년이고 가르쳤는데. 강한 몬스터들을 인간들이 막기 위해서는 큰 피해가 나온다고 몇번이고 일러두었는데. 그렇기에 용사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는데.

       

       음. 용사를 믿어보자. 저 아이는 자신의 책임을 외면할 정도로 무책임한 아이는 아니니까.

       

       그러니까. 믿어보자. 내가 가르친 저 아이를.

       

       용사를.

       

       

       

       

       그러한 용사의 일탈 아닌 일탈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ATLAS1359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저, 저도 연중 같은건 하고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조회수가!!! 조회수가!!!!
    그런고로 이 글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유.
    그리고 언젠가는 연중상태인 글도 완결까지 쓰고 싶네요. 하루에 2편씩 뽑아내는 몸이 되었으면 좋겠다…

    TheMelalo님 3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용사의 가출을 조용히 지켜보는 창세신룡(?????세)
    참으로 무씌무씌합니다.

    (반응이 없다. 평범한 시체인듯 하다.)

    (텅 빈 타이레놀 한 통이 옆에 놓여있다. 감기가 상당히 오래 간 모양이다.)

    (소녀의 대사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아서 그런지 분량이 적어보이는 모양이다. 어째서 이렇게 된걸까…?)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다음화 보기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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