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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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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진 항상 제스와 내 사이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 대충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지냈다 보니 이런 상황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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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귀엽고 순진한 수인의 악독한 주인이 되어버린 나는 온몸을 덜덜 떨며 두 손을 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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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아! 제스가 그렇게 말하던 주인님이 이분이셔?”
    “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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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 두 손을 든 채 굳어있자, 제스네 선생님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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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인 중에는 자기 보호자를 주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거든요.”
    “아,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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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안도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가볍게 웃어 보이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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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진행하는 거 보고 가실래요?”
    “아, 그래도 되나요?”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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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나와 네로는 반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선생님이 우리 둘을 가볍게 소개해주는 사이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아이리스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이리스의 볼이 옅게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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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랑 제스가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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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령대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지만, 대체로 제스보다도 훨씬 어린아이들이 다수였다. 대다수 초등학교 저학년쯤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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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리스가 중학생, 제스가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인다는 걸 생각하면 연령대 차이가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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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애들 나이를 정확히 모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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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부 노예 신세로 몇 년을 굴렀으니 나이를 아는 게 더 이상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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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노아랑 내가 동갑, 아이리스는 나보다 한, 두살 어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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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건 원작에서 살짝 언급해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아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원작 속 쓰레기인 리안과 노아가 동갑이라는 정보를 읽은 기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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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태창! 같은 게 있었으면 나이 같은 정보를 확실히 알 수 있었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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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네로와 나의 소개가 끝났다. 나와 네로는 교실 뒤쪽에 의자를 끌고 가 앉아, 아이들의 수업을 지켜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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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은 연신 뒤를 돌아보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제스가 선생님께 칭찬받은 후 우다다다 달려와 머리를 마구 쓰다듬을 받고 돌아간 이후 부터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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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로 그런 규칙이 정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아이들이 칭찬을 받고 나면 쭈뼛거리며 나에게 다가와 쓰다듬을 요청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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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나이에 부모님 없이 자란 아이들은 애정에 목이 말라보였다. 마음껏 쓰다듬어주자 아이리스가 묘하게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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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능이 삐용삐용 반응하는 바람에 쓰다듬을 받으러 온 아이리스에게 동생은 너뿐이라고 속삭여주었다. 그러자 무섭던 시선이 온기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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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으…이런 말이 아이리스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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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있음에도 고치지 못하는 건….저대로 두면 정말 큰일이 날 거라는 본능의 울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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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여튼, 시끌벅적한 수업이 끝이 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을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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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선생님 혼자서 요리까지 준비하세요?”
    “네, 아무리 마법진이 깔려있다고 해도 함부로 일반 조직원을 데려올 수 없는 장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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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별관과 본관이 가깝다는 사실과 통행증이 있어야 오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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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말대로 함부로 일반 조직원을 들이면 자칫 간부들의 숙소 정보가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믿음직한 간부를 조리사로 배정하기엔, 한가한 간부가 단 한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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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못 해도 20명은 넘어 보이는 아이들의 세끼를 홀로 준비해야 했다. 무려 수업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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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도와드릴게요.”
    “네?! 아니,아니에요! 이런 걸 손님께 부탁드리면.”
    “에이, 같이해야 금방 끝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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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웃어 보이며 주방으로 들어가는데, 네로가 누군가에게 통신이 온 듯 수정구 형태의 통신구로 연락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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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정말 미안한데 나 잠깐 어디 좀 다녀와도 될까?”
    “그래, 다녀와. 여기서 점심 먹고 제스랑 아이리스랑 본관으로 돌아갈게.”
    “응, 무슨 일 있으면 선생님께 얘기하면 나랑 연락할 수 있을 거야.”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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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 수정구는 꽤 값진 물건이라 별관에는 하나밖에 없었다. 나야 본관을 나갈 일이 없어서 받지 않았다. 뭣보다 통신 수정구를 가진 간부들이 상시 곁에 있었기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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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로가 떠나고 나는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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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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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주부가 주방에 강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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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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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어!”
    “으응!”
    “흐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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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흐뭇한 얼굴로 허겁지겁 식사하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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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재료가 어디에 있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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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은 처음 보는 향신료나 재료를 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음식을 한입 먹고는 환하게 풀린 표정으로 맛있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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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잉닝 이거 머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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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음식을 잔뜩 입에 밀어 넣으며 자기가 맛있다고 생각했던 음식을 들고 와 내 접시 위에 가득 올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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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괜찮으니까 너 많이 먹어.”
    “흐,히이…꿀꺽. 너무 맛있어요! 쭈인님 최고!”
    “최고! 쭈인님!”
    “쭈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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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를 따라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에 기분 좋게 풀려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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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아이들이 단체로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모습이라니! 시공간을 넘어 경찰이 나타나 날 잡아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곧바로 두 손을 저어 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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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부르면 안 돼! 그냥 아저씨 -…아니, 형이나 오빠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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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하기엔 나이 차이가 애매하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곤 말을 고쳤다. 그러자 아이들이 순순히 형이나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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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과 오빠에 대한 용어는 이미 배워뒀다며 어린아이 특유의 통통한 배를 내보이며 자랑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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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기애애한 점심이 끝나고 제스와 아이리스는 나와 함께 본관으로 가기 위해 돌아갈 준비를 했다. 다른 아이들은 별관에서 먹고 자면서 생활하기에 제스와 아이리스 두 사람만 건물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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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아아, 안 가면 안 돼요?”
    “가지마아아!”
   “흐아아앙!”
   “흐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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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를 쓰는 아이도 있었고, 울음을 왈칵 토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다들 철이 너무 빨리 든 탓인지 조금이나마 더 성숙한 아이들이 우는 아이에게 “울면 안 돼!”라며 다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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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상황에선 울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도 이를 말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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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 또 올 테니까. 그만 뚝하자.”
    “크응, 진짜아?”
    “진짜. 내일 제스랑 아이리스랑 같이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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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에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풀렸다.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지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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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이후, 나는 매일같이 별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이들이긴 하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넘치는 곳에 있으니 더 이상 내 곁에 사람은 붙이지 않아도 된다고 노아를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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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별관을 한 번 방문해보곤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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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드디어 자유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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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아침 제스, 아이리스 두 아이와 함께 별관으로 향해 선생님의 수업을 돕고 식사 준비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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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한 아이들의 교육에 좋을 것 같은 수업을 떠올리며 다양한 수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즐거운 하루하루가 흘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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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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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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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 벌써 3년이 지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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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다 보면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러나 할 때가 있지 않은가? 내가 딱 지금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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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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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의문을 느끼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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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럭저럭 봐줄 만한 얼굴(다른 애들 얼굴 생각해보면 평균 정도 되지 않을까?), 항상 어깨 언저리 길이로 유지되고 있는 하얀 머리카락, 확실히 17살은 넘었는지 길쭉해진 팔과 다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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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키가 큰 건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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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얼굴에 앳된 티가 많이 남아있지만, 키가 훤칠하게 커서 아이라는 느낌은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갈아입은 것처럼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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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동안 변한 내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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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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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은 무거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저 정도로 주먹에 힘을 꾹 주고 노크하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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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와, 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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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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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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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나이가 들어 말을 능숙하게 잘 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주인님’이란 단어는 꼭 ‘쭈인님!’이라고 불렀다. 솔직히 이젠 저렇게 안 불러주면 조금 속상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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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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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려온 제스가 내 품에 안겼다. 어느새 제스의 몸을 훌쩍 커서 170 가까이 되었다. 내 키가 조금만 늦게 컸어도…제스를 올려다봐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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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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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문밖에서 아이리스가 부드럽게 웃으며 총총 걸어왔다. 아이리스는 제스보다 조금 작았다. 아무래도 제스는 수인이다 보니 키가 더 큰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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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리를 끌어안은 채 놓아주지 않는 제스를 가볍게 쓰다듬어 준 후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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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도 이제 다 컸으니까 이렇게 막 안기면 안 돼 알겠지?”
    “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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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 늘어지는 귀를 보자 말을 취소하고 싶어졌지만, 꾹 참았다. 어렸을 때라면 모를까 2차 성징이 나타난 이상 함부로 안고 안기면 안 된다는 걸 가르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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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치만 쭈인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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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스는 타인을 함부로 만지거나 안으면 안 된다는 말은 곧잘 이해했지만, 그 대상이 내가 되면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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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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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곁으로 다가온 아이리스가 폭하고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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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끼리는 포옹해도 되는 거잖아. 그치?”
    “그,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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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말을 떨면서도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리스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제스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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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가족 할래!”
    “안돼. 오빠는 내 오빠야. 제스는 머리카락도 빨갛잖아.”
    “그럼 결혼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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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도 하지 못한 말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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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Ilham Senjaya님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아이리스 : ㅎㅎ 가족끼리는 스킨쉽해도 돼.
제스 : 그럼 결혼할거야!
아이리스 :

추천과 선작은 사랑입니다.다음화 보기

지금까진 항상 제스와 내 사이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 대충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지냈다 보니 이런 상황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순식간에 귀엽고 순진한 수인의 악독한 주인이 되어버린 나는 온몸을 덜덜 떨며 두 손을 저어 보였다.

“아,아,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아! 제스가 그렇게 말하던 주인님이 이분이셔?”

“네!”

“…?”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 두 손을 든 채 굳어있자, 제스네 선생님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수인 중에는 자기 보호자를 주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거든요.”

“아,아아 -..”

나는 그제야 마음을 놓고 안도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가볍게 웃어 보이곤 말했다.

“수업 진행하는 거 보고 가실래요?”

“아, 그래도 되나요?”

“그럼요.”

그 말에 나와 네로는 반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선생님이 우리 둘을 가볍게 소개해주는 사이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아이리스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이리스의 볼이 옅게 붉어졌다.

‘아이리스랑 제스가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네.’

연령대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었지만, 대체로 제스보다도 훨씬 어린아이들이 다수였다. 대다수 초등학교 저학년쯤으로 보였다.

아이리스가 중학생, 제스가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인다는 걸 생각하면 연령대 차이가 꽤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애들 나이를 정확히 모르네.’

전부 노예 신세로 몇 년을 굴렀으니 나이를 아는 게 더 이상하긴 했다.

‘아마 노아랑 내가 동갑, 아이리스는 나보다 한, 두살 어렸지.’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건 원작에서 살짝 언급해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아 정확히 알진 못하지만, 원작 속 쓰레기인 리안과 노아가 동갑이라는 정보를 읽은 기억이 있었다.

‘상태창! 같은 게 있었으면 나이 같은 정보를 확실히 알 수 있었는데 아쉽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네로와 나의 소개가 끝났다. 나와 네로는 교실 뒤쪽에 의자를 끌고 가 앉아, 아이들의 수업을 지켜보게 되었다.

아이들은 연신 뒤를 돌아보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제스가 선생님께 칭찬받은 후 우다다다 달려와 머리를 마구 쓰다듬을 받고 돌아간 이후 부터 그랬다.

그 뒤로 그런 규칙이 정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아이들이 칭찬을 받고 나면 쭈뼛거리며 나에게 다가와 쓰다듬을 요청 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 없이 자란 아이들은 애정에 목이 말라보였다. 마음껏 쓰다듬어주자 아이리스가 묘하게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본능이 삐용삐용 반응하는 바람에 쓰다듬을 받으러 온 아이리스에게 동생은 너뿐이라고 속삭여주었다. 그러자 무섭던 시선이 온기를 되찾았다.

‘으으…이런 말이 아이리스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데…’

알고있음에도 고치지 못하는 건….저대로 두면 정말 큰일이 날 거라는 본능의 울림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여튼, 시끌벅적한 수업이 끝이 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을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

“어? 선생님 혼자서 요리까지 준비하세요?”

“네, 아무리 마법진이 깔려있다고 해도 함부로 일반 조직원을 데려올 수 없는 장소니까요.”

그녀는 별관과 본관이 가깝다는 사실과 통행증이 있어야 오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함부로 일반 조직원을 들이면 자칫 간부들의 숙소 정보가 빠져나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믿음직한 간부를 조리사로 배정하기엔, 한가한 간부가 단 한명도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못 해도 20명은 넘어 보이는 아이들의 세끼를 홀로 준비해야 했다. 무려 수업과 동시에!

“제가 도와드릴게요.”

“네?! 아니,아니에요! 이런 걸 손님께 부탁드리면.”

“에이, 같이해야 금방 끝나죠.”

그렇게 웃어 보이며 주방으로 들어가는데, 네로가 누군가에게 통신이 온 듯 수정구 형태의 통신구로 연락을 받고 있었다.

“형, 정말 미안한데 나 잠깐 어디 좀 다녀와도 될까?”

“그래, 다녀와. 여기서 점심 먹고 제스랑 아이리스랑 본관으로 돌아갈게.”

“응, 무슨 일 있으면 선생님께 얘기하면 나랑 연락할 수 있을 거야.”

“알았어.”

통신 수정구는 꽤 값진 물건이라 별관에는 하나밖에 없었다. 나야 본관을 나갈 일이 없어서 받지 않았다. 뭣보다 통신 수정구를 가진 간부들이 상시 곁에 있었기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네로가 떠나고 나는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프로 주부가 주방에 강림했다.

***

“맛있어!”

“으응!”

“흐아아아..”

나는 흐뭇한 얼굴로 허겁지겁 식사하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런…재료가 어디에 있었던 거지?”

선생님은 처음 보는 향신료나 재료를 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음식을 한입 먹고는 환하게 풀린 표정으로 맛있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쭈잉닝 이거 머거여!”

제스는 음식을 잔뜩 입에 밀어 넣으며 자기가 맛있다고 생각했던 음식을 들고 와 내 접시 위에 가득 올려주었다.

“나는 괜찮으니까 너 많이 먹어.”

“흐,히이…꿀꺽. 너무 맛있어요! 쭈인님 최고!”

“최고! 쭈인님!”

“쭈인님!”

제스를 따라 외치는 아이들의 모습에 기분 좋게 풀려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어린아이들이 단체로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모습이라니! 시공간을 넘어 경찰이 나타나 날 잡아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곧바로 두 손을 저어 보이며 말했다.

“그렇게 부르면 안 돼! 그냥 아저씨 -…아니, 형이나 오빠라고 불러!”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하기엔 나이 차이가 애매하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곤 말을 고쳤다. 그러자 아이들이 순순히 형이나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형과 오빠에 대한 용어는 이미 배워뒀다며 어린아이 특유의 통통한 배를 내보이며 자랑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화기애애한 점심이 끝나고 제스와 아이리스는 나와 함께 본관으로 가기 위해 돌아갈 준비를 했다. 다른 아이들은 별관에서 먹고 자면서 생활하기에 제스와 아이리스 두 사람만 건물을 빠져나왔다.

“형아아, 안 가면 안 돼요?”

“가지마아아!”

“흐아아앙!”

“흐이잉!!”

떼를 쓰는 아이도 있었고, 울음을 왈칵 토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다들 철이 너무 빨리 든 탓인지 조금이나마 더 성숙한 아이들이 우는 아이에게 “울면 안 돼!”라며 다그치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에선 울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도 이를 말리지 않았다.

“내일 또 올 테니까. 그만 뚝하자.”

“크응, 진짜아?”

“진짜. 내일 제스랑 아이리스랑 같이 올게.”

그 말에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게 풀렸다.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지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하는 듯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같이 별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이들이긴 하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넘치는 곳에 있으니 더 이상 내 곁에 사람은 붙이지 않아도 된다고 노아를 설득했다.

노아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별관을 한 번 방문해보곤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나는 드디어 자유를 얻었다!

매일 아침 제스, 아이리스 두 아이와 함께 별관으로 향해 선생님의 수업을 돕고 식사 준비를 함께했다.

최대한 아이들의 교육에 좋을 것 같은 수업을 떠올리며 다양한 수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즐거운 하루하루가 흘러 -…

3년이 지났다.

***

‘…? 어? 벌써 3년이 지났다고?’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다 보면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러나 할 때가 있지 않은가? 내가 딱 지금 그랬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빠르지 않나?’

그런 의문을 느끼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보였다.

그럭저럭 봐줄 만한 얼굴(다른 애들 얼굴 생각해보면 평균 정도 되지 않을까?), 항상 어깨 언저리 길이로 유지되고 있는 하얀 머리카락, 확실히 17살은 넘었는지 길쭉해진 팔과 다리가 보였다.

‘그래도 키가 큰 건 좋네.’

아직 얼굴에 앳된 티가 많이 남아있지만, 키가 훤칠하게 커서 아이라는 느낌은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갈아입은 것처럼 편안했다.

3년 동안 변한 내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 사이.

똑똑.

약간은 무거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저 정도로 주먹에 힘을 꾹 주고 노크하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들어와, 제스.”

벌컥!

“쭈인님!”

제스는 나이가 들어 말을 능숙하게 잘 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주인님’이란 단어는 꼭 ‘쭈인님!’이라고 불렀다. 솔직히 이젠 저렇게 안 불러주면 조금 속상할 정도였다.

타탓!

달려온 제스가 내 품에 안겼다. 어느새 제스의 몸을 훌쩍 커서 170 가까이 되었다. 내 키가 조금만 늦게 컸어도…제스를 올려다봐야 했을 것이다.

“오빠.”

열린 문밖에서 아이리스가 부드럽게 웃으며 총총 걸어왔다. 아이리스는 제스보다 조금 작았다. 아무래도 제스는 수인이다 보니 키가 더 큰 편이었다.

허리를 끌어안은 채 놓아주지 않는 제스를 가볍게 쓰다듬어 준 후 떼어냈다.

“제스도 이제 다 컸으니까 이렇게 막 안기면 안 돼 알겠지?”

“히잉…”

축 늘어지는 귀를 보자 말을 취소하고 싶어졌지만, 꾹 참았다. 어렸을 때라면 모를까 2차 성징이 나타난 이상 함부로 안고 안기면 안 된다는 걸 가르칠 필요가 있었다.

“그치만 쭈인님인데..”

제스는 타인을 함부로 만지거나 안으면 안 된다는 말은 곧잘 이해했지만, 그 대상이 내가 되면 이해하지 못했다.

“후후…”

곁으로 다가온 아이리스가 폭하고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가족끼리는 포옹해도 되는 거잖아. 그치?”

“그,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말을 떨면서도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리스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제스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소리쳤다.

“나도 가족 할래!”

“안돼. 오빠는 내 오빠야. 제스는 머리카락도 빨갛잖아.”

“그럼 결혼하면 돼!”

상상도 하지 못한 말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I’m the Only One With a Different Genre

나 혼자 장르가 다르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n the world of comedy anime, I was living an ordinary life until I became possessed by a dark fantasy novel I was reading before falling asleep. ‘Hahaha! Don’t hold a grudge -..!’ ‘Ugh, cough cough…seriously…my clothes are ruined.’ ‘…!?’ Though I was stabbed in the stomach, I calmly stood up and pulled out the spear. Originally, residents of the comedy world are a race that can be torn into 100 pieces and still come back to life the next day. ‘Stop it! Stop now! How long do you plan to sacrifice me?’ ‘No…I mean..’ ‘I’ve become strong to protect you…what have I become?’ Residents in the comedy world are just a race that vomits blood even if they stub their toe. I never made any sacrifices..but my delusion deepens and my obsession grows. One day, while I was half-imprisoned and taking care of some pitiful kids… ‘Are you the boss?’ ‘Excuse me?’ Before I knew it, I had become the behind-the-scenes boss of a huge underworld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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