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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7

    <87 – 에이프릴의 조사2>

     

    오크노디가 열심히 강의를 들으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사이, 아카데미에 잠입한 재단의 스파이 에이프릴은 새로운 지령을 받았다.

     

    「오크노디를 미행하여 다음의 50문항 문답지의 빈칸을 모두 작성하라.」

     

    지난번과는 다른 라인에서 보낸 임무군.

    에이프릴은 즉시 눈치 챘다.

     

    앞서 신입생기숙사 여성동 111.1호의 실체를 확인하고 위험사항을 보고하라는 지령.

    이것은 오크노디의 주변에 닥친 위험을 조사하기 위한 임무였다.

    오크노디를 미행하라.

    이것은 오크노디 본인을 잠재적 위험으로 취급하고 조사하라는 임무다.

     

    ‘오크노디. 이 아이를 두고 재단 상층부에서도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는 건가?’

     

    어른들의 추잡한 싸움에 휘말리게 된 아이가 가엽게만 보였다.

     

    “멍! 에이프릴은 여전히 손이 빠르네!”

    “보통입니다.”

    “멍! 해피는 아직 반도 못했는데!”

    “보통입니다.”

    “으르릉. 에이프릴, 얄미워.”

     

    같은 청소메이드 해피가 자신의 구역 일의 반도 채 끝마치기 전에 제 일을 모두 끝마친 에이프릴.

    그녀는 빗자루를 들려줘봤자 제 몸에서 나오는 털도 간수 못해서 끝없이 빗질을 반복해야 하는 해피의 기구한 운명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뭣 모르던 신입 시절에는 해피의 빗질을 도와줬지만 결과는 아무리 청소를 해도 끝나지 않는 개털과의 전쟁이 되었다.

     

    ‘업무배정도 이 정도로 잘못되면 도리어 감탄이 나오네. 메이드장한테 괴롭힘 당하는 수준 아닌가?’

     

    딱한 동업자의 생각은 거기까지.

    남들의 눈이 없는 공실에 들어와 재빨리 문답지를 훑어보았다.

    50문항으로 이루어진 오크노디에 관한 문답지.

    몇몇 빈칸을 채워 넣는 일은 간단했다.

     

    Q13 : 오크노디가 좋아하는 먹을 것은?

    A : 1순위 : 독사탕. 2순위 : 처음 먹는 음식. 3순위 : 제 주먹보다 작은 크기의 돌멩이.

     

    Q14 : 오크노디가 싫어하는 먹을 것은?

    A : 한번 먹어본 맛없는 건강식.

     

    이런 건 알아서 어디다가 쓰려는 걸까.

    좋아하는 음식에 독이라도 타서 선물해주려는 건가?

    더욱 가엽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은 재단의 선택을 받아 세계제일의 교육기관에 들어온 운 좋은 아이라고 여기겠지만.

    현실은 어른들의 파벌싸움에 휘말려 좋아하는 음식에 독이 들었을지도 걱정해야 하는 불쌍한 아이다.

    독 내성훈련을 받은 것이 아니고서야 분명 언젠가 피를 토하며 죽을 날이 찾아오겠지.

     

    ‘과하게 몰입해서는 안 돼. 그 아이도 결국 재단의 장학생 중 한 명일뿐이야.’

     

    재단의 경영목적은 재능은 있지만 아카데미에 들어갈 능력이 없는 아이들을 찾아내어 꽃피우기 위해서, 같은 대외적인 목적처럼 그리 순진하지 않다.

    재능 있는 아이를 무기 삼아 아카데미의 교수들을 위협하고 그들의 힘과 지혜, 권력을 이용한다는 대단히 불순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

    아이의 처지가 불쌍하다고 동정해봤자 섣불리 개입하면 재단에서 사람을 보낸다.

     

    그 뒤에는?

    슥삭.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다음 학기 아카데미에 투입될 예비장학생이 하나 더 늘어날 뿐.

    기프트 아카데미를 졸업한 장학생이자 뛰어난 실력으로 재단 내에서 유명한 조나 와이히엠하이.

    그조차도 섣부른 동정심에 일을 벌였다가 아직도 예비 장학생을 키우는 ‘집사라 부르고 현장직이라 읽는 일’을 하고 있다.

    일개 스파이인 자신 따위는 그런 관대한 ‘다음 기회’조차도 없이 재수 없으면 즉결처형, 아무리 운이 좋아도 근무지 재배정이다.

    재배정되는 곳은 어디 오지의 조사캠프라도 되겠지.

    생환가능성 0%에 죽어서 시체가 되어야만 나올 수 있는 그런 곳.

    재단의 스파이보다야 조금 더 나을 뿐, 장학생들도 비슷한 처지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부분의 장학생은 하급반에 입학해서 소속을 감춘 채 조용히 학업에 집중하고 있지.’

     

    정체가 들키면 아카데미에서도 그 아이를 솎아내려는 움직임을 취하거나 재단의 영향력을 배제하려고 압박을 가하니까.

    그에 비하면 입학식부터 정체를 드러낸 오크노디는 보통의 장학생과는 달라도 정말 달랐다.

    감정표현도 뚜렷하고.

    성격도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고 싶은 건 뭐든지 다 하고.

    생각나는 것도 전부 다 한다.

     

    애초에 재단이 장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성적.

    뛰어난 성과.

    정체가 드러나더라도 버릴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재능과 성과를 거두는 학생이 될 것.

    그런 점에서 오크노디는 재단이 바라는 백점만점의 인재였다.

     

    ‘하필이면 조나가 담당하는 아이라는 점이 오크노디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네.’

     

    몇몇 장학생들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장학생을 팔아넘겨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혹은 서로 정체를 아는 이들이 협력하기로 해놓고 뒤통수를 쳐서 포인트나 학점을 챙기기도 한다.

    그러니 장학생은 무조건 정체를 감출수록 좋다.

    협력.

    협동.

    그런 건 약한 자들이나 찾는 것이고, 약자들의 결말은 백에 구십구는 배신하거나 배신당하거나 둘 중 하나로 귀결되었으니까.

    그런 약자들이나 약자들을 담당하는 인물들, 그들의 상사들의 입장에서 조나는 눈엣가시처럼 성가셨다.

    자신들의 실패가 돋보이고 그 기프트 아카데미의 졸업생이라는 사실도 꺼림칙하겠지.

     

    사각사각.

     

    문답지의 곳곳에 까만 글자가 잔뜩 채워졌다.

    직접 채울 수 있는 정보는 여기까지.

    나머지는 직접 오크노디를 감시하거나 미행해서 정보를 모아야 한다.

     

     

    * *

     

     

    “뺙뺙? 창문 닦아! 창문 닦아!”

    “했습니다.”

    “쀽삑? 물청소해! 물청소해!”

    “했습니다.”

    “뺙뺙? 창문 닦아! 창문 닦아!”

    “했다고 이 새끼야.”

     

    오후 조 청소메이드인 멍청한 새대가리 더머와의 입씨름을 끝마친 뒤, 에이프릴은 오크노디의 강의일정이 끝날 때에 맞춰 뒤를 밟았다.

    공식강의활동이 끝나면 그 뒤부터는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자유시간.

    오크노디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무얼 하고 다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쪽 길이면 학생회관으로 가는 길이네. 신입생은 아직 안내도 못 받았을 텐데, 그새 어디서 정보를 취득한 걸까?’

     

    대부분의 상급반 신입생들이 지친 몰골로 좀비처럼 “으어어” 거리며 의무실이나 휴게실을 찾고, 몇몇 독종들은 다음 강의실이나 수련장을 찾는 것과 달리, 오크노디의 오후일정은 동아리 찾기였다.

     

    “우와. 우리 학교에 저렇게 작은 애도 있었어?”

    “못 보던 아이인데. 신입생 아니야?”

     

    자기 학년 내의 일도 벅찬 학생들은 한 학년 아래의 수석도 알아보지 못했다.

     

    “이 시간이면 2학년 생산학부 <머리 나쁜 열등생도 들을 수 있는 금속공예> 강의 끝날 시간이지?”

    “3학년 행정학부에서 <판도학> 강의를 듣고 온 선배일지도 모르지.”

    “저 키에 3학년이 말이 돼?”

    “하긴. 1학년이면 모를까.”

    “1학년은 아직 학생회관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여길 어떻게 들어오겠어?”

    “그러네? 그럼 2학년인가보다.”

     

    학생회관을 돌아다니던 학생들은 결론을 내렸다.

    머리 나쁜 열등생이나 듣는 강의를 듣는 안쓰러운 아이구나!

     

    “저기, 얘야. 언니랑 같이 <웨스트유니온West union>동아리 들지 않을래? 서부출신의 착하고 좋은 사람들만 있단다. 머릿결이 딱 서부사람 같아서 권하는데 서부출신 맞지?”

    “저런 거 듣지 말고 오빠랑 <보드게임>동아리 들으러 가자. 여기 오면 오빠들이 잔뜩 놀아줄게. 재미있는 게임이 많다고? 으흐흐흐.”

     

    오크노디의 눈에 짜증이 묻어났다.

    이들이 어떤 의도로 자신에게 접근했는지 단숨에 알아차린 기색이었다.

    화가 난다고 살인이라도 하면 어쩌지?

    재단의 아이들은 끓는점이 일반인과는 다르다.

    언제 어디서 갑자기 욱 하고 급발진할지 모르는 싸이코적인 기질이 하나쯤은 있기 마련.

    조금 더 거리를 벌려야하나 고민하는 그때, 오크노디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싫어요! 안돼요! 하지마세요!”

     

    학생회관을 가득 채운 동아리실들의 문이 벌컥벌컥 열리며 학생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뭐야?”

    “애잖아. 쟤들이 뭔가 저지른 거 아니야?”

    “이런 백주대낮에 동아리 구성원을 채우려고 납치를 하는 몰상식한 놈들이 있었어?”

    “쓰레기 같은 놈들.”

    “범죄 아니야?”

    “생긴 것도 변태같아.”

    “나 아까 들었어. 저 남자가 으흐흐흐 하고 웃는 소리.”

    “아 개더러워.”

    “역겨워.”

    “나가 죽어 병신들.”

    “저거 어느 부 녀석들이야?”

     

    순식간에 비난과 욕설을 무더기로 받아먹은 학생들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오해야! 우린 그냥 동아리에 들지 않겠냐고 친절하게 권유를 했을 뿐이야. 아직 동아리실에 가둬서 지장을 찍기 전엔 못 나간다고 한 적도 없다고!”

    “나, 나도 마찬가지야! 어리숙한 애니까 대충 어르고 타일러서 사인하게 만들 생각은 했지만 아직 아무것도 한 건 없었다고! 얘, 너도 뭐라고 말좀….”

    “어? 얘 어디 갔어?”

    “우리만 두고 도망갔어?!”

     

    남겨진 두 학생을 향한 시선만 더욱 차가워지는 사이, 오크노디는 혼란을 틈타 거침없이 학생회관 안을 누비며 걸음을 옮겼다.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 방법을 아는 것처럼 능숙한 소란 일으키기에 이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전부 알고 있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발걸음.

     

    ‘조나님이 아카데미에 대한 건을 알려서는 안 된다는 발설금지의 제약을 우회한 건가?’

     

    학생회관 내부 정원에 들어온 오크노디는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눈을 빛냈다.

     

    “헤헹. 찾았당.”

    ‘귀엽네.’

     

    에이프릴의 마음을 홀린 그녀는 정원 근처 배양실에서 꺼낸 배양액이 담긴 컵을 꺼냈다.

    배양액?

    에이프릴은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230cm가 되기 위해서 키가 커지려고 배양액을 마시려는 건가?’

     

    식물인간이 아니고서야 식물 재배용 배양액을 마신다고 키가 자라진 않을 텐데.

    하지만 보고서에 쓰기에는 충분히 도움이 됐다.

     

    Q33 : 오크노디가 최근 몰두하는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하는 노력은?

    A : 키가 230cm가 되려고 노력하며 식물 재배용 배양액을 마시면 키가 커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음.

     

    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배양액의 성분분석표도 입수해야겠다.

     

    ‘참 손 많이 가는 아가씨네.’

     

    조나님이 애지중지 보살피는 이유도 알 것 같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판타지계의 식물인간은 드라이어드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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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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