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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7

        

       그렇게 소파에 앉아 입을 연다.

         

       “조이 황녀는 어떻게 됐어?”

         

       내가 기억하기로는 조이 황녀가 납치당한 게 떠올라 말하자, 아그리파 고개를 끄덕인다.

         

       “황녀를 되찾고, 암살자를 체포했습니다. 그리고 고문을 해서 요아네스가 배후라는 걸 알았는데 마땅한 증거는 없습니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조금 아쉽네.

         

       만약 증거를 남겼으면 이번에 그냥 보내버릴 수 있었을 텐데.

         

       제아무리 황제파의 수장이든 에집과 에피루스가 있든…

         

       황제를 암살하려 했다면 많은 귀족과 도시들이 들고 일어날 만큼 중범죄.

         

       증거만 있으면 정말 쉽게 황제파를 무너트릴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바보도 아니고 황제를 암살하겠다는데. 증거를 남긴다는 게 좀 우습긴 하네.

         

       “그래… 그럴 거로 생각했어. 다른 일은 없고?”

         

       아마 있을 테니 테오도라를 내보내라는 눈치를 줬겠지.

         

       내 말에 아그리파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알렉산더 의원이 와서 자꾸 무리한 요구를 합니다.”

         

       무리한 요구? 그 늙은이가?

         

       수 계산이 빠른 그 늙은이 성격상 무리한 걸 요구할 리 없을 텐데?

         

       “그럴 리가? 그 늙은이가 얼마나 계산이 빠른데. 무리하게 걸 요구할 리가?”

         

       내 말에 아그리파가 조심스럽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피식.

         

       “에이 뭐야. 난 또”

         

       저쪽에서 정말 무리한 요구를 하는 줄 알았는데.

         

       이건 그냥 자신들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뭐…

         

       아그리파가 분노에 찬 걸 보고 잘하면 이득을 보겠다는 생각에 흔들며 강하게 압박한 거일 테고.

         

       괜히 늙은이가 제국 의회에서 부의장을 지내는 게 아니다.

         

       다 능력이 있으니까, 부의장까지 올라간 거지.

         

       그리고 순간 떠오르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거 그거네.

         

       예전 내가 발로랑을 죽이고 알렉산더와 처음 협상했을 때.

         

       알렉산더는 나를 만만히 보고 흔들고 무리한 요구를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도 그랬다.

         

       하지만 이쪽에서도 강하게 나가면 결국 파국에 치닫는 걸 깨달아 무리한 요구 따윈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일부러 기선제압을 해서 많은 걸 얻어내려는 것이다.

         

       거기다가 정론을 들고나오면 능구렁이처럼 자신의 약점을 흐리게 만들고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만드는 느낌이랄까?

         

       거기다가 꽤 예리하고 유능하다.

         

       현재 내 기반이 대공국이다 보니 군사적인 부분에서는 다른 세력들을 압도한다고 볼 수 있다.

         

       강력한 군대와 유능한 지휘관.

         

       하지만 그 외는… 솔직히 너무 수준이 떨어진다고 봐야 한다.

         

       기본적인 정치나 외교, 법에 대해서는 알지만 말 그대로 기초적인 수준이다.

         

       내 앞에 있는 아그리파만 해도 정치나 외교, 행정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걸 알맞게 이용하는 건 부차적인 문제.

         

       쉽게 요약하면 경험 차이가 크다고 말할법하다.

         

       그렇기에 솔직히 알렉산더… 탐나지.

         

       현재 외무부 장관으로 일하고 빅터가 있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알렉산더에게는 못 미친다고 생각한다.

         

       “근데 너를 포섭하려 했다고?”

         

       내 말에 아그리파가 기분이 좋지 않은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다.

         

       “네.”

         

       거기다가 우리 세력의 빈틈을 빠르게 캐치하고 아그리파를 포섭하려는 식견도 말이지.

         

       하지만 우리의 아그리파는 의리가 넘치고 정의로운 남자다.

         

       아쉽겠군. 알렉산더.

         

       솔직히 탐난다.

         

       듣자하니 알렉산더의 아들도 꽤 영민하다고 들었다.

         

       만약 내가 니케아 왕국을 차지하게 된다면 내 옆에 두고두고 자손 대대로 노예… 아니 신하로 부려 먹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

         

       아그리파가 군대를 이끌고 내가 내정을 다스리고 알렉산더가 외교를 하면…

         

       아아…!

         

       상상만 해도 제국이 부강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뭐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나중에는 가능할 거란 생각이 든다.

         

       “고마워.”

         

       내가 그렇게 감사를 표하자, 아그리파가 손을 저으며 말한다.

         

       “아닙니다. 당연히 대공 전하의 커다란 은혜를 받았는데. 제가 어찌 배신합니까?”

         

       그 말에 내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근데 우선 급한 불부터 해결해 볼까? 아그리파 알렉산더 보고 잠깐 보자고해.”

         

       내 말에 아그리파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그… 일어나신 지 얼마 안 되셨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십니까?”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히 괜찮지. 그리고 이번에 알렉산더가 너한테 고통을 줬으니까 내가 고통을 줘볼까?”

         

         

         

       ***

         

         

         

       알렉산더는 최근 기분이 좋다.

         

       암살이 비록 실패했지만 대공국의 섭정이 외교나 대화에서는 서툴러 조금만 더 흔든다면…

         

       소소한 이득을 본국에 안겨다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조이 황녀와 결혼을 공식적으로 발표해 봤자 그리 큰 의미는 없다.’

         

       어차피 황제파와 반황제파가 밀약으로 체결한 계약이니 반황제파의 신용을 깎아내고 싶지 않다면 지킬 거라 예상한다.

         

       꽤 오랜 시간 서로 반목했지만 계약은 서로 지켰다.

         

       그 어떤 손해를 보더라도 말이다.

         

       -똑똑!

         

       [의원님. 황궁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아그리파 장군의 초대입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

         

       지금쯤 어떻게든 나를 피하고 싶어 할 사람이 자신을 부른다고…

         

       “쳇. 대공이 깨어난 모양이군.”

         

       데비앙.

         

       그는 아직 어리지만 능수능란하며 필요한 때에 따라 과격하게도, 온건하게 움직일 줄 안다.

         

       그리고 그와 협상할 때. 그는 자신의 함정에 넘어오지 않고 은은하게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짓는다.

         

       속내를 알기 어렵고 쉽게 흔들리지도 않는다.

         

       알렉산더는 생각한다.

         

       그런 상대와 외교전을 펼치는 건 쉽지 않다고.

         

       거기다가 우리의 주장은 아그리파를 통해 데비앙한테 보고가 됐을 거다.

         

       즉… 대처할 시간을 얻었을 테니 아그리파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뭐. 우리의 목표는 달성했으니 이걸로 만족해야지.’

         

       애초에 조이 황녀를 보낼 거로 생각한 적이 없는 알렉산더는 미련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곧 나가겠다.”

         

       그렇게 외투를 입고 의원실을 나서는 알렉산더는 곧 황실 마차에 오른다.

         

         

         

       ***

         

         

         

       데비앙이 일어난 걸 확인하고.

         

       아그리파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눈치까지 줘서 대공부로 향한다.

         

       “황제 폐하.”

         

       루키우스, 뮐러가 죽을 듯한 표정으로 나를 부른다.

         

       “오셨습니까? 지금 결재해달라는 서류가 많아 빨리 부탁드립니다.”

         

       “폐하!, 내일까지 서명하지 않으면 손해액이 크다고 재무부에서 빨리 결재해달라는 요청 건입니다.”

         

       그 말에 머리가 아파져 온다.

         

       데비앙은 도대체 어떻게 이러고 산 거지?

         

       “알겠네.”

         

       그렇게 데비앙의 의자에 앉자, 서류를 검토한다.

         

       수많은 숫자와 문자를 보며 머리가 아파져 온다.

         

       거기다가 숫자 계산이 맞는지 확인도 해야 한다.

         

       으윽…

         

       데비앙은 그냥 훑어보면서 숫자가 틀리면 바로 지적하던데…

         

       아니 1만이 넘는 숫자를 더하기 빼기를 암산으로 하고 곱셈 나눗셈도 하는 모습에 경악했는데.

         

       이제는 알 거 같다.

         

       매일 같이하면 눈대중으로 계산이 된다는 것을…

         

       “후우…”

         

       끝나지 않은 업무에 머리가 아파진다.

         

       “폐… 폐하 정말 죄송한데. 이번 법원에서 사형 판결이 난 판결문입니다. 그 법무부에서 다음 주에 사형 집행을 할 수 있게 내일까지 검토해 달라고 합니다.”

         

       그 말에 신경질이 나지만 억지로 꾹 참고 말한다.

         

       “거기다 두게.”

         

       책상 모퉁이에 수북이 쌓인 서류.

         

       내가 못난 걸까? 아니면 데비앙이 너무 잘난 걸까?

         

       그가 한참 업무를 볼 때는 이 정도로 서류가 쌓이지는 않았다.

         

       중간중간 아그리파도 결재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하지만 하루가 지날수록 더 많아지는 서류를 보면서 두려움이 생겼다..

         

       저러다가 제국이 마비되는 게 아닐지 하는 두려움까지 들었다.

         

       “진짜 황제는 나보다 데비앙이 더 잘 어울리는 거 같네.”

         

       -피식.

         

       매일 같이 머리 아픈 일에 힘쓰는 것보다는 능력이 뛰어난 데비앙한테 모든 걸 맡겨놓고 아이들을 키우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됐든 나보다 훨씬 능력이 있는 사람니까.

         

       제국에도 도움이 되고, 나는 일에 치이지 않아서 다행이고.

         

       확실히 나쁘지 않은 거 같네.

         

       어렸을 때부터 화목한 부모님을 보며 나는 꿈 꿔왔다.

         

       나도 꼭 저렇게 예쁜 사랑을 하며 살자고.

         

       어머니처럼 남편을 현명하게 내조하고, 아이들에게는 좋은 어머니가 되고 싶었다는 게 떠오른다.

         

       우선 암살자들을 처리하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도 되겠지?

         

       그렇게 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서류를 들어서 확인하고 서명하기를 반복한다.

         

       “오늘은 데비앙도 일어났고… 이만할까?”

         

         

         

       ***

         

         

         

       “뭐? 테오도라가 날 매일 간호했다고?”

         

       소름 끼치는 말에 내가 정말이냐는 듯 재차 묻자, 아그리파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황제 폐하께서 대공 전하를 손수 간호하셨습니다.”

         

       “그… 그럴 리가? 그 권력에 미친 여자가?”

         

       아니다. 분명 무언가 흉계가 있을 것이다.

         

       아니면 설마 내가 죽으면 자신의 정치 기반이 흔들린다는 걸 깨닫고 나를 지킨 걸까? 아니면 간호는 핑계고…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걸까?

         

       아니… 내가 깨어났을 때 운 걸 보면 그건 아닐지도 몰라.

         

       “말이 너무 심하십니다.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셨는데요.”

         

       아그리파의 질책에 조금 내가 심한 감이 있나 반성하지만 꿈에서 봤던 폭군 테오도라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전하는 복을 많이 받으신 거 같군요. 정략결혼이라고 하나 황제 폐하께서 이리도 지극정성이니. 제국과 가문의 홍복입니다.”

         

       “그… 그런가?”

         

       그때 내 눈에 들어오는 투명한 수정구.

         

       “어? 라이트 볼 멀쩡하네?”

         

       암살자에게 집어던진 라이트 볼이 멀쩡해 보여 놀라 말하자.

         

       “네. 다행히 깨지지 않았습니다.”

         

       그 말에 조금 안도감을 느낀다.

         

       -똑똑!

         

       “누군가?”

         

       내가 답하자, 문 건 너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알렉산더 의원께서 방문하셨습니다.]

         

       그 말에 나와 아그리파의 눈이 마주친다.

         

       “들라 하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댓글 선작 추천은 저한테 너무큰 힘이 되요!

    다들 사랑해요!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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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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