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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7

     벨제부브는 식탐의 군주다.먹은 것을 비축하고, 그것을 토해내기를 반복한다.

    정확히는 한계까지 위장에 무언가를 저장한 다음, 그것을 게워내거나 폭발시키는 게 녀석의 주특기다.

    녀석의 실체는 초거대 파리 괴인.

    나의 드래곤 육신과 비슷한 몸집의 파리 괴인이며, 정령기와도 비슷한 체구를 가지고 있다.

    아마 풀네임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녀석을 지칭하는 마계의 이명은 ‘궁극완전체 그레이트 벨제부브.’

    놈은 아가리를 쩍 벌려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뱃속에서 모든 것을 녹여 자신의 마력으로 삼는 아귀 그 자체다.

    마족이라는 것들이 죄다 그렇기는 하지만, 외형적으로 결코 멋지다거나 귀엽다고는 할 수 없는 형태.

    심지어 놈은 자신의 인장을 새겨넣은 숙주의 몸에 기생충과 같은 역할을 하는 마나를 새겨넣는데, 이 마나를 이용해 숙주를 아무렇게나 조종할 수 있다.

    그리고 놈이 가장 즐겨서 사용하는 방식은 ‘폭발’.

    적을 자신의 권속으로 만들어 자신과 비슷한 파리 괴인으로 바꾸어버린 다음, 그 파리 괴인을 폭발시키는 게 녀석의 주특기였다.

    그리고 지금.

    마계에서 악명을 떨치던 녀석의 주특기가 중간계에서 발현되고 있다.

    콰아앙ㅡㅡㅡㅡㅡ!!

    얼음벽 전체를 흔들 강력한 일격.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다시 용사 릴리에즈에게로 모이기 시작했고, 릴리에즈는 급히 결계를 향해 마나를 불어넣었다.

    “크윽…!”

    “늦었어요. 이미 놈들은 결계를 방해하기 시작했어요.”

    원래.

    골든 타임이라는 건 분 단위, 아니 초 단위일 수도 있다.

    내가 루키우스에게 지시를 내린 순간, 루키우스의 말을 들은 순간.

    지체없이 결계를 강화했다면, 아마 결계는 적들의 자폭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결계를 펼치세요. 조금 작지만, 더 빠른 거로.”

    “아, 알겠습니다!”

    실수는 한 번.

    릴리에즈는 바로 땅에 성검을 꽂아넣었고, 마을 사람들을 보호하는 결계를 다시 형성했다.

    콰과과광!!!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디프테라들은 결계에 몸을 박아넣고 연달아 자폭했고, 강력한 폭발에 결계는 흔들렸다.

    아무리 성검의 결계라고 한들, 지속적으로 마력이 부여되지 않으면 결계는 깨지기 마련.

    저런 식으로 한 생명을 불태우며 육탄공격을 감행하는데, 그 어떤 결계가 파괴되지 않을 수 있으랴.

    “여러분! 영역은 좁지만, 최대한 참으십시오!”

    릴리에즈가 급히 펼친 결계는 광장을 간신히 커버할 수 있는 크기였다.

    폭발이라는 것에 잠시 긴장한 건지, 릴리에즈가 만들어낸 결계는 상당히 두텁기는 했지만 그 범위가 그다지 넓지 않았다.

    “사람들은…?!”

    “저, 저기!!”

    마을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뭐 하는 거야!! 비상 떨어지면 빨리 달려오기로 했잖아!!”

    허겁지겁 달려오는 남녀 두 사람.

    제대로 옷도 갖춰 입지 못한 걸 보아하니, 분명 그렇고 그런 행위를 하다가 지금 이 난리통에 달려온 것이리라.

    ‘이해는 해.’

    지진이 일어나든 마수들이 습격을 하든, 이는 예측 불가능한 일이다.

    누가 저런 마수가 이 시간에 올 줄 알았겠는가?

    당장 나부터 멍때리는 게 아니라 대처를 했겠지.

    “빨리 달려요! 어서요!”

    “아, 안 됩니다…! 이대로 두면 결계를 해제하고 다시 펼쳐야 해요!”

    “뭐요?!”

    마을 사람들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계를 해제하면…?”

    “저, 저기! 저놈들이 벌써 바깥의 결계를?!”

    콰ㅡㅡㅡ앙!!

    릴리에즈가 안에 더 강력한 결계를 펼치기 무섭게, 디프테라들은 결계를 몸으로 부수기 시작했다.

    이미 얼추 10%가량의 디프테라가 자폭으로 몸이 터졌다.

    하지만 얼음벽에는 구멍이 생겼고, 디프테라들은 하나 둘 동료를 희생시켜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애애애앵ㅡㅡㅡ!!

    듣기 싫은 날갯소리를 일으키며 안으로 들어오는 놈들은 마치 벌처럼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그 속도는 벌레 주제에 매와도 같았고, 두 남녀는 결계의 앞에 다가와 결계를 두드렸다.

    “열어주세요!”

    “제발, 당장!!”

    “자, 잠시만요! 제가ㅡ”

    “열어주지 마!!”

    누군가가, 악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열어주면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도, 다소 잔인할 정도로 냉정해지는 이들이 한두 명은 있는 법.

    “초, 촌장님!!”

    “그러길래 왜 마왕군의 습격을 받고 있는데 늦게 온 거야!!”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결계 바깥의 남녀는 너무나도 다급했고, 결계 안쪽으로 도망친 이들은 서로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결계에 구멍은 못 내나요?!”

    “그, 급하게 설치하느라 일체형 결계를….”

    “그게 무슨 소립니까?!”

    “단단하게 만들려고 일부 해제가 안 되는 거로 만들었단 말입니다!!”

    두 명을 희생하여 안전을 지킬 것인가.

    두 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내할 것인가.

    달려오는 디프테라의 속도.

    결계를 해제했다가 다시 펼치는 속도.

    “젠장, 이렇게 된 이상…!!”

    그리고 성검을 바닥에 꽂아 아랫입술을 깨무는 릴리에즈.

    “…흐으읍!!”

    릴리에즈의 눈이 푸르게 반짝이기 무섭게, 결계가 순간 위로 살짝 떠올랐다.

    마치 뒤집힌 컵을 들었다가 옆으로 옮기는 것처럼, 결계는 두 남녀가 있는 방향으로 살짝 올라갔다.

    “안으로 들어와요!!”

    두 남녀는 환하게 웃으며 몸을 숙였다.

    그러나.

    ‘이럴 때 항상 뭔가가 발목을 잡기 마련.’

    애애앵ㅡㅡㅡㅡ!!

    칼날과도 같은 소리에 두 남녀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존재를 보며 몸이 굳었다.

    “뭐하는 거야!!”

    뭐하기는.

    죽음의 공포 앞에 그대로 굳어버린 거지.

    구구구구.

    강제로 들어올린 결계는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행여나 결계 밑으로 한 마리라도 내려오는 순간, 안쪽에 있는 사람들은 전멸이다.

    정확히는 ‘평범한 사람들’만.

    그리고 이런 상황이라면, 녀석은 분명 움직이고 싶어 할 터.

    “루ㅡ”

    파ㅡㅡ앙!!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루키우스는 앞으로 튀어나왔다.

    정확히는 루키우스가 다른 이의 움직임에 호응하듯 따라 움직인 것 같았다.

    “으아아악!!”

    두 남녀는 내동댕이쳐지듯 결계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두 남녀를 각각 한 명씩 안으로 집어 던진 사람은 루키우스와-

    “아가씨!!!”

    드로니엘 오드론.

    래피드 경의 비명이 울려퍼졌고, 디프테라는 두 남녀대신 루키우스와 드로니엘을 덮쳤다.

    키샤아앗!!

    디프테라는 고간 아래로 길게 늘어진 독침을 정확히 드로니엘에게 조준했고, 드로니엘은 루키우스의 앞으로 나서며 루키우스를 지키려고 했다.

    ‘오.’

    평범한 사람이라면 분명 루키우스의 뒤로 설 텐데.

    용사인 걸 알고 있음에도, 드로니엘은 루키우스를 지켜주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루키우스를 위해서.

    루키우스의 정체를 지켜주기 위해서.

    “하아압!!”

    드로니엘의 검이 하늘을 갈랐다.

    오러가 깃든 검은 반달과도 같은 참격을 날려 빠르게 디프테라를 반으로 갈라버렸고, 루키우스는 너무나도 빠른 검의 속도에 놀랐다.

    동시에.

    “드로니엘!!”

    루키우스는 드로니엘을-하필 이름으로 부르며-감싸 안았다.

    반으로 갈라진 디프테라의 몸에서 튀는 피에 대해 루키우스는 본능적으로 드로니엘을 감싸고 돌았다.

    ‘옳은 선택이야.’

    “어스 월.”

    바닥을 힘차게 한 번 크게 밟는 것으로 둘을 보호하는 석벽을 만들어냈다.

    후두두둑.

    허공에서 갈라진 디프테라의 잔해가 둘을 보호하는 석벽에 부딪쳐 미끄러졌다.

    마력으로 일으킨 석벽이었음에도, 디프테라의 독은 결계와 석벽을 부식시키며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

    드로니엘은 자신의 공격에 따라 일어났을 지도 모를 결과에 두 눈이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루키우스는 루키우스대로 드로니엘을 블랙로터스임에도, 아직 그녀에 대해서 정체를 눈치챘다는 말을 하기 이전임에도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에 동요하는 듯했다.

    “잘했어요.”

    사아악.

    나는 결계 밖으로 나갔다.

    물리적인 힘을 가진 결계지만, 셀시우스를 기동한 나는 결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사람들 구하러 나선 건 좋은 행동이었어요. 루키우스도 잘했어.”

    “스승님, 하지만….”

    “이런 위험 상황에 대한 건 얼마든지 내가 대처할 수 있어. 내가 있는 장소라면. 그러니….”

    나는 루키우스의 품에서 떨고 있는 드로니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어요.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아….”

    드로니엘은 루키우스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듯 작게 중얼거렸지만, 가면으로 가려져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잘 들리지 않았다.

    “크읏…!”

    쿵ㅡㅡ!!

    그 사이, 결계가 바닥에 떨어졌다.

    불과 반나절 전에 셀시우스를 조종하고 제대로 자기 마력을 회복할 시간도 없었던 릴리에즈에게 결계 전체를 움직이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나처럼 휴식을 취한 것도 아니고, 마을 사람들에게 시달렸을 테니 지치는 게 당연하다.

    “요, 용사님…?!”

    “말 걸지 마요. 용사님 집중력 흐트러지면 결계 깨지니까.”

    입 닥치라는 완곡한 표현에 마을 사람들을 바로 내 말을 알아들었다.

    “아, 알겠습니다. 현자님.”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지금 용사와 같은 취급을 받는 사람이니까.

    ‘현자 소리를 듣기는 또 오랜만이네.’

    짐꾼이나 길잡이를 많이 하기는 했지만, 아마 현자라는 포지션이 내게 가장 걸맞은 칭호였을 것이다.

    그리고 현자는 언제나 답을 알고 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다.

    “아직 적 괴수들은 한참 남아있네. 저걸 가만히 놔두면 자폭공격을 계속 시도할 테고, 가만히 있으면 릴리에즈님에게 모든 걸 맡겨야겠지?”

    “그건….”

    “알아. 지금 릴리에즈님, 상당히 피로한걸. 로즈마스!! 안에서 릴리에즈님을 보좌해줘.”

    로즈마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은 로즈마스가 활약할 전장이 아니다.

    “나라그 독충이든, 갑충이든, 또다른 마수든, 일단 벌레는 벌레지.”

    진짜 폭발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단 하나.

    “전부 태워버리는 거야.”

    “하지만 불꽃은….”

    “내가 있잖아.”

    나는 지팡이를 가볍게 위로 들었다.

    “두 기사님들.”

    사락.

    “불꽃을 휘두를 준비, 됐어?”

    벨제부브의 권속에게는.

    “놈들의 몸을 마석 빼고 전부 불태워버리는 참격을 한 번 마음껏 날려봐!!”

    마석이 있다.

    마석이, 하나하나 있다!

    “타올라라!!”

    화륵.

    루키우스와 드로니엘의 앞에, 하늘 높이 치솟은 불꽃의 검이 나타났다.

    마치 그 크기는 셀시우스가 휘두르던 성검과도 같은 크기.

    “같이 휘두르는 거야. 알았지?”

    화륵.

    “둘이서 함께.”

    뭔가.

    루키우스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검으로 시선을 돌렸다.

    “…?”

    왜 삐친 것 같지?

    설마.

    ‘아까 어스월로 보호할 때 괜히 그랬나?’

    자기가 드로니엘을 지켜주려던 걸 내가 방해한 건가.

    그건 좀 미안하다.

    나중에 다른 운동법을 가르쳐주는 거로 벌충해주면 되겠지.

    아무튼.

    화르르륵.

    “…이제 끝을 내자.”

    벨제부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최종전 돌입!

    덧)오늘부터 자정연재가 됩니다.
    그래서 한 편 더 써씀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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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ro’s Mentor is a (Demon) Witch

The Hero’s Mentor is a (Demon) Witch

Status: Ongoing Author:
I, who was once the Demon King, have become a terminally ill beautiful girl who can't do anything. To survive, I became the witch of the Hero's party. ...No, I don't like the H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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