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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7

       *** ***

       

       천원심법.

         

       이게 오늘부터 내가 익히기 시작한 새 심법이다. 삼원심법의 상위호원이라고 할 수 있지.

         

       사실 하위 경지에서는 검법 같은 무기술을 다루는 종류의 무공은 삼류 무공이나 일류 무공이나 다 거기서 거기다. 위력이나 깊이에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류의 심법과 일류의 심법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일류부터는 내공심법에 [속성]이 생긴다. 흔히 뭐 화산의 제자에게 매화향이 난다던가. 소림의 제자에게서 금빛 후광이 난다던가. 이런 현상은 내공에 [속성]이 있어 발현되는 것이다.

         

       천원심법의 속성은 바로 [조화]다.

         

       사실 조화라는 속성 자체는 선호도가 낮은 편에 속한다. 이 조화 속성의 특징은 서로 맞지 않은 것들을 더 쉽게 융화시켜 주는 것이니까.

         

       서로 성향이 맞지 않는 무공을 더 부드럽게 이어 줄 수 있는 특성. 하지만 성향이 맞는 무공을 익히면 애초에 이어짐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그야말로 잡다하게 여러 무공을 익히기 위한 특성이다.

         

       보통 한 가지 무기, 한 가지 무공만 끝까지 파는 무인들의 특성상 선호받기 힘든 속성이지.

         

       하지만 나에게는 천원심법이 가장 잘 어울린다.

         

       월화수목금토일. 일곱 가지 속성의 영약을 다 먹어야 하니까. 먹고 나서 약성이 일부라도 남는다고 했으니 나는 일곱 속성을 지닌 일곱 영약의 기운을 다 품어야 한다는 뜻.

         

       상충, 상생하는 복합적인 기운들을 다 다스리기 위해서는 천원심법의 조화속성이 필수였다.

         

       내공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이 느껴진다. 내공들 입장에서는 항상 삼원심법의 길로만 다니다가 하루 아침에 천원심법의 길로 다니라고 하니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

         

       하지만 곧 내공들은 별 문제 없이 천원심법의 길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원심법의 특성은 자연상의 기를 최소한도의 가공을 통해 내공으로 만드는 심법. 자연상의 기에 가까운 만큼 다른 속성의 내공으로 가공되기도 쉬웠다.

         

       나는 천원심법을 통해 소주천을 시도했다.

         

       운기(運氣)란 말 그대로 기를 온 몸으로 돌리는 작업이다. 왜 기를 온 몸으로 돌리느냐? 내 입맛대로 가공된 내공을 필두로 호흡을 통해 내 몸에 들어온 자연상의 기를 붙잡아 덩치를 불리기 위함이다.

         

       아무리 온순한 삼원심법의 내공이라도 삼원심법만의 색이 있다. 그 색이 다 빠지고 완전히 천원심법의 내공이 될 때까지는 조심히 운용해야지.

         

       천원심법의 경로를 따라 가는 것 같다가도 가끔 삼원심법의 길로 들어가려는 내공을 붙잡아 돌리기를 수 차례.

         

       마지막으로 기운을 갈무리하고 운기조식을 마쳤다.

         

       “후우.”

         

       내 전신은 땀범벅이인 상태. 삼원심법의 내공은 별 문제 없이 천원심법의 경로를 따라 움직여 주긴 했지만 소소한 문제들은 있었다.

         

       그 소소한 문제들의 여파가 지금의 이 땀범벅이 상태다.

         

       주화입마라는게 별 게 아니다. 그냥 내공의 통제를 놓치면 그게 주화입마지. 내공이란 그만큼 강한 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하기도 한 힘. 내공의 운용이 조금 불안정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몸은 식은땀을 줄줄 흘릴 정도의 타격을 받은 것이다.

         

       운기를 마치고 기의 제어를 풀었다.

         

       천원심법으로 가공된 내공이 천천히 내 몸을 순환하며 몸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이 느껴졌다. 한 시간정도 그 흐름을 관조하고 있자니 흐름이 불안해도 문제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이것도 조화 속성 내공심법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천원심법의 효능을 되새기고는 창문을 열어 신선한 새벽 공기를 마셨다. 그래 이 서늘하고 습한 공기. 바로 이 맛이지. 이 맛과 함께 하루를 여는 것이 진정 참된 무인의 삶이라 할 수 있었다.

         

       도박장 퇴근길에 늘 들이마셨던 새벽공기가 오늘따라 달게만 느껴졌다.

         

       후, 나란남자. 나도 모르게 [감성]에 취해 버린 모양이다. 이제는 매일매일 느낄 일상에 불과하건만 새삼스럽게..훗.

         

       감상에서 깨어나 몸 상태를 점검했다. 빈말로도 최상의 상태는 아니다. 독의 어르신과 헤어진 뒤 긴 여행길에 누적된 피로가 다 풀리지도 않았고 방금 전에 새 내공심법을 적용한 여파로 몸에 살짝 타격이 오기도 했다.

         

       “왔구만.”

         

       연무장에는 낭인들이 모여 있었고 그 중심에는 정삼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흑묘가 1층 지붕에 올라 쌀튀김을 퍼먹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4층에서 유사연이 이쪽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내 자네가 재주 많음은 인정하지. 도박도 그렇고 잔머리도 그렇고…그런데 무공은 아니야.”

         

       정삼은 묵직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다.

         

       사천낭인들이란 무(武)에 미쳐있는 놈들이다. 그건 일종의 집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천낭인은 무인으로서 응당 쌓을 수 있는 명성을 쌓을 수 없다. 왜? 이름이 없으니까. 얼굴이 흑립에 가려져 있으니까.

         

       명성에 목숨 거는 무림인들이 한둘이 아닌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큰 희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무공경지를 마음것 뽐내지도 못한다. 습격 의뢰나 비무 의뢰에서는 마음껏 승리할 수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패배를 연출해 줘야 하니까.

         

       승리도 명성도 자유로이 추구할 수 없는 사천낭인이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무공뿐이다. 사천낭인들은 무공을 갈고 닦으며 무공만을 바라보는 구도자가 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나는 자네가 지닌 무재(武才)역시 인정하네. 여진상과 함께 갓 사천낭인이 되었을 때, 자네나 나나 여진상이나 이류에 턱이나 걸친 형편이었지. 그 뒤로 2년간은 자네에게 정말 벽을 느꼈네. 하루가 다르게 강해졌지. 나는 자네가 2년안에 일류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네.”

         

       스르릉.

         

       정삼은 반월도를 뽑아들었다. 언월도(偃月刀)라는 무기에 대해서 굳이 설명을 할 필요는 없겠지. 정삼이 쓰는 반월도는 언월도와 날이 똑같다. 다른 점이라면 자루의 길이.

         

       무림에서 사용하는 창이나 언월도는 군문과는 다르게 그 길이가 짧은 편. 자루는 보통 3~5척이 되기 마련이다. 정삼이 쓰는 무기는 월도의 날에 1.5척의 자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반월도.

         

       “그러나 자네는 벽에 막혔고 그대로 주색잡기에 빠져버렸지. 그렇게 허공에 날려 버린 세월이 몇 년인가? 이제 4년이 넘지 않았던가?”

         

       “그랬지.”

         

       “나는 호천안 자네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린 것이 기쁘군. 그러나 자네는 얼마나 게으름을 부렸는지 좀 자각해야 할 필요가 있을 듯 싶어.”

         

       그래. 이해했다.

         

       반월도 정삼은 뭐 그래도 낭인객잔 소속 일류 낭인들 중에서는 좀 치는 편이다. 그래도 내가 동기라도 알게 모르게 한 두 개씩 챙겨준 것들이 있으니까. 뭐 내가 도와줘서 정삼이 지금의 실력을 갖추었다기보다는 본인의 땀과 노력의 결정이겠지.

         

       그런데 정삼이 나와서 버티고 있는 이유는 같은 시기에 낭인이 된 정삼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경험해 보고 동기부여를 시키겠다는 뜻일 테고.

         

       살짝 감동했다.

         

       이 녀석들. 날 놀리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주고 있었구나!

         

       “…고맙군.”

         

       “고맙다라…아직 감동하기에는 이른데.”

         

       정삼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정삼과 훈훈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낭인들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자식들…왜 사람 감동시키고 그래 눈물 나게. 대체 뭘 준비했길래 저렇게 웃지?

         

       혹시 십시일반 돈이라도 모아서 조촐한 영약이라도 샀나?

         

       “자네가 현실을 확실하게 자각할 수 있도록. 모든 낭인들이 협조해 주기로 했네.”

         

       ….어?

         

       “나는 엄밀히 따지면 6년차 사천낭인이 아닌가? 그러니 자네에게 이기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일세. 자네가 얼마나 뒤처졌는지 확실하게 알려 줘야 할 일일세.”

         

       정삼이 새어나오는 미소를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입가를 씰룩거렸다.

         

       “내일은 5년차. 모레는 4년차 이런 식으로 자네가..크훕, 실례. 사천낭인 ‘최약체’임이 확실해 질 때까지 모든 낭인들이 협조해 주기로 했다는 말일세.”

         

       아. 그렇구나.

         

       나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낭인들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어제 마음속 심상에 새겼던 빠따를 내려놓고 그 자리에 철퇴를 끼워넣었다.

         

       이런 악성종자들을 재교육하려던 내가 어리석었다. 이놈들은 다 머리통을 날려버릴 종자였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다니.

         

       “그래 내 자네들의 마음을 잘 알아들었네. 자네들은 정말로 내가 사천낭인 ‘최약체’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현실을 직시해야지! 갓 일류에 오른 자네가 이미 실전경험으로 물이 오른 다른 일류 낭인들을 이길 수 있겠나.”

         

       이 정삼은 한술 더 떴다.

         

       “내 자네에게 세월의 ‘벽’이 있음을 오늘 확실하게 알려주도록 하겠네!”

         

       “키야아~, 명언이다 명언!”

         

       여진상이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그래 이 동기 두 놈이 이 사태를 주동했고 지금 이 상황을 제일 즐기고 있다는 걸 확실히 이해했다.

         

       “오늘부터 랭킹전, 아니 순위전을 개최하는 것으로 하지.”

         

       “순위전?”

         

       나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자네들이 나를 위해 이토록 발을 벗고 나서 준다는데 내 어찌 그 정성을 그냥 넘길 수 있겠나?”

         

       현재 낭인객잔에서 활동하는 사천낭인은 총 28명.

         

       “내 자네들의 중론을 받아들여 내 자리를 28위 ‘최약체’에 두도록 하지.”

         

       그제야 낭인들은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을 굳히기 시작했다.

         

       “나를 이긴 자는 나보다 위로 올라가고 나에게 진 자는 나보다 밑으로 내려가다보면 실력 지표가 나오지 않겠나? 하하하하하하하!”

         

       감히 집단을 이루어 선동과 날조로 날 음해해? 그렇다면 난 팩트로 명치를 두들겨 주마.

         

       “정삼, 자네가 만약 나에게 진다면 자네는 이 사천낭인 ‘최약체’인 28위가 되겠군?”

         

       정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자, 어서 비무를 시작하지.”

         

       넌 오늘 죽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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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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