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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7

       

       

       ‘……뭐야.’

         

       다짜고짜 어깨를 잡아챈 무뢰한을 응징하려던 것도 잠시, 상대방의 정체를 알아챈 올리비아가 움찔거렸다.

       고집 세보이는 날카로운 눈동자, 좀생이같은 염소 수염까지.

         

       ‘……왜 갈두르가 여기 있어.’

          

       국경지대에서 협상하고 있어야 할 도대체 인간이 왜 여기 있단 말인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올리비아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불행은 겹쳐 온다더니, 대륙 끝자락에 위치한 이카일에서 갈두르를 마주칠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무턱대고 도망칠수도 없고.’

         

       [갈두르 알리바스]

       – 레벨 : 81

       – 호감도 : – 80

       – 직업 : 업화의 대마법사

       – 칭호 : 마법 학회의 수장, 적탑주

         

       튜토리얼 시점의 키엘보다 약간 약한 수준.

       이 정도면 락테아 내에서 조연 자리 하나쯤은 당당히 꿰찰 수 있는 실력자다.

         

       그래서 더 거슬렸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강자들은 쉽게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를 아직 인식하지는 못한 모양이지만…….’

         

       다짜고짜 마녀라고 외치지 않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만약 얼굴을 제대로 마주쳤더라면 그 즉시…….

         

       올리비아가 모르는 척 뒤돌아서려던 찰나 갈두르가 올리비아의 로브를 힘으로 걷어냈다. 눈처럼 흰 백발이 허리춤으로 흘러내렸다.

         

       “네년……!”

         

       뇌전이 갈두르의 오른손을 검게 그을렸지만, 그의 눈빛은 올리비아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역시, 마녀였구…….”

         

       화염의 마력을 모아 그대로 태워버리려던 그 순간.

         

       “이 새끼가 미쳤나.”

         

       아득한 냉기가, 세계를 덮었다.

         

       콰과과과과!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다.

         

       당장이라도 생명을 꺼트릴 듯이 밀려오는 냉기. 그 압도적인 힘 앞에서, 갈두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항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마력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통제가 올리비아에게 넘어간 것이다.

         

       ‘마, 말도 안돼.’

         

       일대의 마력을 지배한다니.

         

       상대가 드래곤이 아닌 이상, 이럴 수는 없다.

         

       갈두르는 겁에 질린 얼굴로 올리비아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서늘한 눈동자뿐이다.

         

       ‘사, 살려……!’

         

       그 순간, 거짓말처럼 냉기가 사그라들었다. 갈두르는 꺽꺽거리며 다급히 숨을 들이쉬었다.

       그런 갈두르에게, 올리비아가 넌지시 말했다.

         

       “……뒤지기 싫으면 그냥 가던길 가라.”

         

       그건 진심이었다. 올리비아는 진심으로 갈두르가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랬다.

       이런 대도시에서, 그것도 대마법사와 싸웠다간, 그 즉시 회귀자들에게 정체가 들통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마법사들은 이런 제안을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았겠지만, 상대는 갈두르다.

         

       ‘놈은 잃을 게 많아.’

         

       그는 2황자파의 실질적인 수장. 그가 목숨을 잃는다면 2황자파는 구심점을 잃고 무너질 것이다.

       그 간단한 사실을 갈두르가 모를리 없다.

         

       중요한 것은 명분이었다.

       대마법사라는 체면을 내려놓고 도망칠 수 있을 법한 명분 말이다.

         

       그리고 올리비아는 격의 차이를 보여줌으로서 갈두르에게 명분을 제시했다.

         

       도망가라고.

       싸웠다간 개죽음 당한다고.

         

       “…….”

         

       갈두르는 감히 올리비아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내리깔았다.

       그는 비굴해도 살아남는 쪽을 택한 것이다.

         

       올리비아는 그런 갈두르를 잠시 노려보다가 한 마디를 내뱉었다.

         

       “오늘 일은 잊어라. 혹시라도 발설했다간……금탑주 꼴로 만들어주지.”

         

       그 말에 갈두르의 어깨가 움찔 떨린다.

         

       그 금탑주가 죽었다고?

         

       그의 눈동자가 허공을 미친 듯이 굴러다녔다.

         

       눈 앞에 있는 마녀라면 능히 금탑주를 쓰러뜨릴만 했다. 방금 전의 마나 장악력은 드래곤이라고 착각할 수준이었으니까.

         

       “다, 당신이 죽였나?”

         

       그렇게 말하는 갈두르의 얼굴에는 공포와 함께 묘한 기대감이 드러나 있었다.

       금탑주가 죽으면 대륙 최강의 마법사라는 칭호가 자신의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

         

       갈두르의 생각을 눈치챈 올리비아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웬만해서는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멜리나의 죽음을 기대하는 듯한 태도가 너무나도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 원래 이런 새끼였지.’

         

       이대로 갈두르를 두고간다면 놈은 분명 온 마탑에 ‘멜리나가 죽었다.’ 같은 식의 소문을 퍼뜨리고 다닐 것이다. 그리고 은근슬쩍 금탑주의 자리를 받아낸 다음, 대륙 최강의 마법사라는 칭호까지 뺏어가겠지.

         

       ‘내가 그 꼴은 못본다.’

         

       올리비아가 코웃음을 쳤다.

         

       “죽이려고 했다. 실제로도 거의 성공했지. 하지만 금탑주의 제자가 금탑주를 데리고 도망치는 바람에 실패했다.”

       “……제, 제자?!”

         

       갈두르가 거친 목소리로 외쳤다.

         

       그 격한 반응에, 올리비아가 내심 미소지었다.

         

       “그래, 제자. 어린 여마법사였는데……실력이 예사롭지 않았지. 이 나를 상대로 밀리지 않았을 정도였으니까.”

         

       그 말을 듣고서 갈두르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그게 사실이었다고?’

         

       금탑주가 제자의 이름을 외치며 미쳐 날뛰었을 때는 설마, 라고 생각했다.

       칼리오페에게 금탑주는 허언을 하지 않는 인간이라도 단언했을 때도 별다르지 않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금탑주가 사라진 뒤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그녀의 제자에 대한 이야기를 생판 남, 그것도 잔학무도한 마녀의 입에서 듣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 무능한 놈.

         

       꾸우욱.

         

       갈두르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과거의 악몽들의 그의 머릿속을 잠식하듯 퍼져나갔다.

         

       그는 멜리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멜리나가 말하는 갈두르는 무능하고, 재능 없는 마법사였다.

         

       갈두르는 도무지 그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자신이 재능이 없다면, 그것은 대륙의 모든 마법사들이 재능이 없다는 의미였다.

       자신이 멜리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면, 그 누구도 멜리나를 만족시킬 수 없어야 했다.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 멜리나가 오만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독선적인 인간이 되니까.

       그래야 자신이 옳았다는 사실이 증명되니까.

         

       하지만…….

         

       ‘……어린 마법사가, 저 마녀와 동수를 이뤘단 말인가?’

         

       그 발언은 갈두르로 하여금 질투에 눈이 멀게 만들었다.

       어린 나이에, 멜리나를 뛰어넘을 수준의 찬란한 재능.

         

       – 쓰레기같군.

       – 앞으로 날 스승이라고 부르지 마라.

         

       온 몸을 바들바들 떨던 갈두르가 격정을 토했다.

         

       “어째서 내가 아니라…….”

         

       화아아아악!

         

       무시무시한 열기가 갈두르의 전신에서 방출되더니, 주변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대마법사 갈두르’가 ‘환영 불꽃’을 사용합니다!]

         

       먼젓번에 제자들에게 보여주었던 적탑의 궁극이 눈 앞에서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세상을 태워버리는 걸로 모자라, 현실 자체를 일그러뜨리는 불꽃.

         

       “네 년을 죽이면 된다! 네년의 목을 따서, 금탑주에게 보여줄 것이다! 그러면 금탑주도 인정하겠지. 내 재능이 최고라는 사실을 말이다!”

         

       뒷골목이 한순간에 황량한 평원으로 일변했다.

       태양은 단순히 뜨겁다고 말할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콰과과과과!

         

       태양빛이 모든 것을 녹여버릴 기세로 올리비아를 향해 쏟아졌다.

       경고성이 다분한 알림창이 올리비아의 시야를 메웠다.

         

       [체력이 감소합니다!]

         

       ‘……도발을 너무 했나.’

         

       갈두르의 뒤로 환한 빛이 산란했다.

       올리비아에게는 그저 쓰라릴 뿐이었지만, 범인들은 저 빛에 닿는 즉시 녹아버릴 것이다.

         

       “크아아아아!”

         

       갈두르가 뿜어내는 열기가 더욱 거세졌다. 그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다른 한쪽 손에 마력을 집중했다.

         

       [‘대마법사 갈두르’가 ‘업화(業火)’를 사용합니다!]

         

       화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한 검은 불꽃이 올리비아를 향해 쏘아졌다.

         

       ‘더 오래 끌면 위험하겠네.’

         

       비록 황량한 평원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저것들은 전부 환영에 불과하다.

       이대로 내버려뒀다간 주변 사람들이 휘말릴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올리비아가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은 그들의 목숨이 아니었다.

       이카일의 시민들이 떼죽음 당한다면, 회귀자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갈두르가 어떠냐는 얼굴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올리비아는 한 단어로 평했다.

         

       “병신.”

       

       그 말에, 갈두르의 얼굴이 일순 멍해졌다.

         

       “멜리나가 왜 너보고 병신이라고 했는지 알겠다. 병신 맞네.”

         

       올리비아는 특유의 깔보는듯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스킬, ‘라이트닝 볼트’를 사용합니다.]

       

       손 끝에 뇌기가 깃들더니, 창공이 순식간에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이, 이게 어떻게…….”

         

       갈두르는 제 마법이 파훼되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그 전경에 압도당했다. 잠시 후, 하늘이 떠나갈 듯 비명을 질러댔다.

         

       시야를 가득히 메운 뇌전이 갈두르의 몸에 직격했다.

         

         

       *****

       

       

       콰아아아앙!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굉음에, 에스티가 고개를 홱 돌렸다.

         

       “…….”

         

       창공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했다. 하지만 먹구름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카일 방향을 한참 동안 노려보던 에스티는, 이내 환희와 격정에 가득 찬 얼굴을 했다.

       그녀의 발 아래에서 실시간으로 수십의 생명이 스러지고 있었지만, 해적 놈들의 목숨 따위 그녀의 알 바가 아니었다.

       

       에스티는 자신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온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왔구나.”

         

       자신을 이 오래된 구속에서 구원해줄 해방자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 사실 고백할게 있습니다.
    제 연재시간에 대한 고백입니다…

    사실, 제 연재시간은 밤 12시가 아니라… 밤 11시 59분입니다. 하하하!

    그냥 그렇다고요 ㅎㅎ…

    – 그리고 선작 1만 기념 표지는 현재 제작중입니다! 원래 계산대로라면 단서#3의 ‘아스모데우스’가 등장할 때 나왔어야 했는데, 중간에 해프닝이 한 번 생겨서 예정보다 늦어지게 됐습니다.
    정확한 시기는 저도 전달받지 못해서 모르지만 그래도 몇 주는 더 걸리지 않을까 싶네요.

    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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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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