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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7

       아직도 가르칠 것이 산더미구나.

       

       경우에 따라 파고들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알려주어야 하고, 파고들어야 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기본적인 전투 논리에 대한 것도 알려주어야 할 테고.

       

       …음. 이렇게 부족한 게 많은데 대체 어떻게 금강의 문턱에 걸친 것이지?

       

       그 아래에 있는 수준이 그렇게나 떨어진다는 소리인가. 백금 정도면 나름 게임 좀 한다하는 이들이 모이는 곳일 텐데.

       

       뭐어. 지금 엔리가 하는 것을 보면 아직 금강에 가기엔 지난해 보이는구나. 잘하는 것보다 못하는 것이 많은데 어찌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이런 실력으로 위로 올라간다한들 다른 이들에게 점수를 헌납하는 사람이 될 뿐이다.

       

       그럴 바에는 실력을 키워 우연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올라가는 것이 낫지.

       

       엔리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발악을 하고 있었지만 승기를 쥐지는 못할 것처럼 보였다.

       

       보고 있어봐야 열불만 날 것 같으니 마법에 대한 것이나 알아볼까.

       

       엔리의 방송을 아래로 내린 나는 마이튜브에 들어가 강의를 찾았다.

       

       제일 상단에 뜨는 것은 류단이라는 사람의 강의였다.

       

       [안녕하세요! 아피스를 공략하는 남자! 류단입니다!}

       

       과장스러운 어투와 몸짓이 믿음직스럽진 못했지만 실력 없는 이가 맨 위에 있을 리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보기로 했다.

       

       [여러분은 마법이라고 하면 뭐를 떠올리시나요. 화려한 불꽃쇼? 하늘에서 떨어지는 메테오? 저 멀리서 쏘아지는 레이저 비이이임?

       

       게임마다 다르겠지만 잘 찾아보면 여러분이 상상하던 걸 펼칠 수 있는 게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게임을 찾았다 해도 여러분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면 모두 허사가 되어버리죠.

       

       이 영상에선 시청자 여러분들이 자신이 바라는 마법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VR시대 초창기엔 여러 마법 체계가 난립을 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선 마법 체계는 하나로 정해졌죠.

       

       아피스에서 사용되는 마법체계도 다른 곳과 똑같습니다.

       

       이 체계 아래에서 마법이란 문장입니다.

       

       마력을 이용해 문장을 써내려 감으로써 만들어내는 이적.

       

       불이나 물과 같은 속성을 정하는 단어. 방향을 정하는 단어. 크기와 위력을 정하는 단어. 같은 것들을 조합함으로써 여러분이 바라는 마법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죠?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존재하는 게 보정이니까요.

       

       우선은 보정 기능을 활용해서…]

       

       류단이라는 남자는 마이 튜브 최상단에 있던 남자답게 알아듣기 쉬운 말로 마법에 관해서 설명했다.

       

       마법이란 일종의 언어였다.

       

       이미 정해진 규율에 따라

       

       [저 곳에 어느 정도 크기의 화염구를 어떤 속도로 쏘아내겠다.]

       

       라는 글을 마력을 통해 적으면 마법이 나가는 것이었다.

       

       이해는 했다. 이해는 했다만 언어는 내가 무척이나 약한 분야였다.

       

       한국어조차도 지금 간신히 능숙해지는 도중이거늘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소리 아니더냐.

       

       갑자기 의욕이 팍 식었다. 힘이 드는구나. 마법이 이런 것일 줄은 몰랐다.

       

       새삼 하르키아가 대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 석은 숨을 쉬는 것처럼 마법을 펼쳤었지.

       

       그 때마다 자신의 마력으로 언어를 쓰고 있었다는 소리 아닌가.

       

       괜히 대마법사라는 호칭이 붙은 게 아니었구나. 내가 그 녀석처럼 마법을 펼치게 되려면 무척이나 긴 시간이 필요 하겠지.

       

       내가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내려두었던 화면에서 엔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또 졌어! 또! 이제 한 번만 더 지면 끝이야. 다 끝장나는 거라고!”

       

       이제야 진 것인가. 녀석. 오래도 버텼구나.

       

       “이게 다 화령 씨 때문이야. 그 사람만 없었어도 나한테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었을 거 아냐!”

       

       으음? 말의 방향이 이상한 데로 향하고 있지 않으냐?

       

       슬며시 방송을 키니 엔리가 바닥에 드러누워서 아이마냥 팔다리를 휘젓고 있었다.

       

       장난감이라도 사내라는 냥 나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 순간이나마 머리가 멍해졌다.

       

       [수치심도 없으십니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내 손가락이 움직여 있었다.

       

       엔리의 모습이 너무도 추했던 나머지 나조차도 몸의 통제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물론 거짓말이다.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팔아먹은 것 같은 모습에 한 마디를 안 해 줄 수가 없었을 뿐.

       

       안타깝게도 엔리는 발악을 하느라 내 채팅을 보지 못했고, 미친 듯이 올라가는 채팅의 파도에 내 글은 묻혀버렸다.

       

       “난 망했어! 이대로 평생 플레에 처박혀서 살게 될 거야!”

       

       원래는 내 엔리를 도와 줄 생각이 없었다.

       

       올라갈 실력이 된다면 어련히 올라갈 터 아니더냐.

       

       지금은 너무 부족함이 많다. 후일 그 부족을 내가 채워 줄 터이니 지금은 실패를 경험하고 그를 곱씹으며 의지를 다지라 할 생각이었지.

       

       허나 저 추하디 추한 모습을 보니 동정심이 드는구나.

       

       얼마나 금강에 오르고 싶었으면 저러는 것일까.

       

       뭣보다 불안한 것은 저러다 떨어지면 원망의 화살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내가 한국어에 익숙해졌다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언어에 한정된 부분이다.

       

       여전히 엔리의 도움이 없으면 어학당에서의 삶이 고되다.

       

       거기에 더해 이제는 언어의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방송에 관해 곤란을 겪을 때면 항상 도움을 주는 것이 엔리이니 그녀가 마음이 상해버리면 여러모로 곤란해지는 부분이 많다.

       

       [기다려요.]

       

       컴퓨터를 끄고 다시 캡슐 안에 몸을 뉘였다.

       

       친구 창을 통해서 엔리가 있는 곳으로 향하니 한창 땡깡을 피우고 있던 엔리와 시선이 마주쳤다.

       

       내가 얇은 눈으로 내려다보자 엔리가 헛기침을 하며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언제 오셨어요?”

       “방금 전에. 땡깡을 피우는 건 방송으로 보고 있었다.”

       “그걸 다 들으셨다고요?”

       “그래.”

       

       내가 무심히 대답하자 엔리가 양손에 자신의 얼굴을 파묻었다.

       

       귀까지 벌개진 것이 자신이 추한 짓을 했다는 걸 알고는 있었나 보구나.

       

       조금 시간이 지나 고개를 들었음에도 엔리는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마냥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무얼. 사람이 간절해지면 좀 추잡해 질 수도 있는 것이지.

       

       “나 때문에 한 판을 지게 된 것 아니냐. 그러니 한 번을 이기는 데 도움을 주마.”

       “정말요?”

       “고민 되는 것은 그 방법이다만 내가 그대를 대신해 싸우는 것은 안 되겠지?”

       “난리 날 소리 하지 마세요! 아피스 사람들이 대리에 얼마나 민감한데!”

       

       내가 꺼낸 말에 엔리가 기겁을 했다. 그토록 커다란 문제인 것이냐?

       

       “농이다. 너무 진지하게 받지 말거라.”

       “그냥 조언 정도만 해주세요. 화령 씨가 해주는 조언이면 충분히 의미가 있을 테니까.”

       “알겠다. 대신에 내가 해주는 조언은 다음 한 경기뿐일 것이야.”

       

       마지막 정도는 스스로 승리를 쟁취해야 자신의 실력으로 금강에 올랐다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나는 어디까지나 내가 빼앗은 기회를 돌려주러 왔을 뿐이다.

       

       “그거면 충분해요.”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미소 짓는 엔리를 내버려 둔 채 그녀에게 해 줄 조언을 고민했다.

       

       어차피 복잡한 것을 지금 알려준다 한들 엔리가 당장 실전에 적용 시킬 수는 없다.

       

       말 한 마디로 초보를 고수로 만든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깨달음이란 긴 세월 동안 쌓아 온 무언가가 있으나 결정적인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이가 벽을 넘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수단은 될 수 있다.

       

       허나 아무것도 지니지 못한 이를 고수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너무도 순수하야 여전히 백지나 다름없는 엔리의 실력을 한 순간에 올릴 수는 없다는 게지.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엔리를 이끌고 자신의 손으로 올라갈 실력을 지닐 때까지 굴리고 싶다만 그래서야 여러 이들에게 원성을 들을 것 같으니.

       

       이 계획은 나중에 엔리가 우는 소리를 하며 나를 찾을 때 시연하자꾸나.

       

       “일단 게임이나 돌려 보거라. 내 들어가서 알려줄 것을 정할 터이니.”

       “지금 당장 알려주실 건 없나요?”

       “하나하나 언급하기 시작하면 밤을 새워야 할 터인데 진정 그를 바라느냐?”

       

       바란다면 해 줄 의향은 있다만.

       

       내 말을 들은 엔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얌전히 게임 찾기를 눌렀다.

       

       *

       

       승급전 세 번째 판의 처참한 패배는 오롯이 엔리의 잘못이었다.

       

       그녀 본인도 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알 수밖에 없었다. 처음 실수를 저지른 순간 불타오르던 채팅창을 보면 모를 수가 없었다.

       

       그 탓에 조급해진 엔리는 최악의 판단을 연발했다.

       

       추적하기엔 이미 늦어버린 상황에서 뒤늦게 그 뒤를 쫓았다. 그러면서 기습을 당할 가능성을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녀는 검방기사의 칼에 찔리고 나서야 자신의 상황이 최악에 치달았음을 깨달았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든 이겨보려 노력을 했지만 이미 기울대로 기울어버린 상황을 역전시킬 힘이 엔리에겐 없었다.

       

       그렇게 패배하고 나니 시청자들이 발작을 일으켰다.

       

       – 와 사람인가?

       – 진짜 뭐하지?

       – 개 못한다.

       – 솔직히 여기까지 온 것도 운빨 인 듯?

       

       무슨 변명을 꺼내도 채팅창의 비난은 사그라 들지 않았다. 참고 참던 엔리였지만 그녀에게도 한계는 있었다.

       

       생각해보면 아라를 만난 것부터가 문제였다. 아무리 아라가 게임을 돌렸다 치더라도 그 많은 사람 중에 자신을 만난 것은 또 무어란 말인가.

       

       다른 사람이 희생당할 수도 있었는데 왜 굳이 내가!

       

       그리고 그 후에 검방기사를 만나 실수를 저지른 것도 시청자들 때문이었다.

       

       그들이 난리를 피우지만 않았더라면 자신이 좀 더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겠는가.

       

       하나 하나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원통했다. 그래서 소리를 질렀다.

       

       아라가 정말로 보고 있을 거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저 되는 대로 화를 풀었을 뿐이다.

       

       그러다 뒤에서 느껴진 인기척에 정신을 차리니 아라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어?

       

       다급히 몸을 일으킨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아라의 표정을 살폈다.

       

       엔리가 아무리 오랫동안 방송을 한 사람이고 오만 추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였다고는 하지만 그녀도 부끄러움 정도는 알았다.

       

       내일 당장 어학당에서 인사를 나눠야 할 사람한테 땡깡 피우는 모습을 보이다니!

       

       그런데 아라 씨가 왜 여기에 온 거지? 설마 방금 전에 내가 소리치는 걸 다 들으신 건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엔리가 말을 꺼내자 아라가 무덤덤하게 긍정을 했다.

       

       남탓을 하는 걸 그대로 들으셨단 말이야?!

       

       엔리는 다급히 두 손으로 자신의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이건 꿈일 거야. 꿈이여야 해.

       

       아. 방종마렵다. 이 추한 모습이 수천 명한테 보이고 있다니!

       

       방송을 끄는 순간 오만 때만 곳이 다 불탈 것을 알았기에 엔리는 간신히 마음을 다스리며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아라는 그리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거슬린다 싶으면 곰방대를 꺼내고 보는 그녀가 얌전히 뒷짐을 지고 있는 걸 보면 방금 전 엔리의 땡깡을 방송으로 받아들여 준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이네. 그나마.

       

       아라는 자신이 한 번의 패배를 선물했으니 이번에는 승리를 주러 왔다고 이야기했다.

       

       대리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엔리가 기겁을 했지만 따지고 보면 아라의 제안은 나쁠 게 없었다.

       

       아라의 조언은 이전에도 검증된 바가 있었다. 상대의 행동을 완벽하게 예측해 승리를 가져다 주었던 그녀다.

       

       그녀가 진심으로 조언을 해준다면 정말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시청자들을 아라가 도와줬으니 가짜 승급이니 뭐니 그러겠지만 그건 엔리가 알 바가 아니었다.

       

       과정이 어떻든 간에 남는 건 결과였다. 엔리는 무슨 수를 써서 라도 다이아에 올라가고 싶었다.

       

       그렇게 아라의 도움을 수락하고 큐를 돌리자 빠르게 게임이 잡혔다.

       

       이번의 상대는 정령 궁수였다.

       

       원거리 캐릭인데다 접근하는 상대를 괴롭힐 수많은 수단을 지닌, 용사냥꾼으로써는 최악의 상대.

       

       심지어 맵은 개활지인 투기장이었다.

       

       처음에 거리를 좁히는 데 실패하면 멀리서 얻어맞기만 하다가 패배할 것이 예견된 상황.

       

       이렇게 승급전에서 떨어지는 건가.

       

       <엔리.>

       “네”

       

       풀이 죽어선 정령 궁수의 모습을 바라보던 그녀는 아라의 목소리에 힘없이 대답했다.

       

       <무얼 걱정하는 게냐.>

       “네?”

       <내가 이기게 해주겠다 말하지 않았느냐.>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뇌대리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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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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