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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7

     오후 10시.

     늦은 밤-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은 이른 시각.

     “전부 모였군.”

     아버지가 서재에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어머니. 누아르. 레타르. 루비.

     말콤 집사장. 멘테 경. 로버트 경. 카를로스 경.

     나리아, 아스타시아, 헥스 로마나 자작.

     그리고, 나.

     “지금부터 이 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화에 대해서는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금지한다. 크림슨 지브롤터의 이름으로.”

     쿵.

     아버지가 검집에 든 검을 바닥에 찍으며 분위기를 잡았다.

     단순히 무게를 잡는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마나를 방출하며 다른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내가 묻고, 내가 허가한 자만 발언하라. 나머지는 조용히 듣고 있도록.”

     누구도 대답하지 못한다.

     그만큼 진지한 상황이며, 심각한 상황-그야말로 ‘전시’이기에.

     “그레이 지브롤터.”

     “예, 변경백 각하.”

     “상황을 보고하라.”

     “예.”

     모두가 나를 바라본다.

     몇몇은 걱정을, 그리고 또 몇몇은 의아함을 가진 눈으로 벽을 향하는 내게 집중한다.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적은 저희 영지에서 보호 중이던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 공주를 암살하려고 했습니다.”

     아는 이들은 그 내용에 놀라고, 모르던 이들은 입을 떡 벌리며 나리아를 향해 경악한다.

     “방법은 흡혈귀를 이용한 마법사 세뇌. 아르쉔 길라루스 남작은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정상이었으나, 보고에 따르면 오늘 새벽부터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않았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아침으로 주문한 음식도 거른 채.”

     “그레이.”

     “예, 변경백 각하.”

     “갑자기 흡혈귀가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추정하는 근거는 있나?”

     “있기는 합니다만….”

     나는 아스타시아를 향해 살짝 눈을 돌렸고, 아스타시아는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흡혈귀라 함은 협곡의 북구, 오염된 검은 영지-속칭 오염지대에 기거하는 마족입니다.”

     “그런 설명은-”

     “카를로스 경.”

     아버지가 카를로스 경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나는 그대에게 발언을 허락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백작님. 그리고 도련님께도.”

     카를로스가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나를 향해.

     “괜찮습니다. 확실히 길게 설명할 부분도 아니니, 핵심만 말씀드리죠. 추측이니.”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벽에 걸린 지도의 오염지대와 붙어있는 땅을 가리켰다.

     “흡혈귀라는 마족은 제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이건 어디까지나 음모론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버지가 듣기로 결정한 이상, 다른 이들은 그냥 조용히 들을 수밖에 없다.

     “나리아 지오 노스트럼이 세인트 지오 노스트럼에게 살해당할 뻔한 뒤, 지브롤터는 모르가니아의 인도에 따라 그녀를 보호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법 시간이 지난 사이, 제국에서는 사라진 공주가 어디로 숨은 건지 알아낸 거죠.”

     나는 시계를 가리켰다.

     “마침 오늘은 공주의 생일. 아무리 조용히 숨어지낸다고 하더라도 공주의 생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으니, 뭔가 작은 행사라도 벌일 것이다. 아마 제국에서는 모르가니아에 관련된 곳을 모두 예의주시하고 있었을 겁니다. 모르가니아에서 베이커리에 케이크를 주문하는 것도 감시하고 있었겠죠. 아니면 13살 공주가 좋아할 법한 선물을 사는 것도.”

     그야말로, 지독하리만큼.

     “그런데 지브롤터에서 축제가 열렸고, 때마침 메이드 중에 금발녹안의 소녀가 있었다. ‘자베스’라는 가명까지 쓰면서 실어증에 걸린 연기를 하는 이가 정말로 공주인 건가? 확신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흡혈귀를 보냈다.”

     “확신할 계기가 있었던 거죠. 이 자.”

     나는 누군가의 초상화를 들었다.

     “아르쉔 길라루스. 모르가니아가 직접 지브롤터에 파견한 마법사.”

     “으음….”

     “마법사를 누가 보내달라고 했는가? 제가 그랬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 책임이니, 달게 받겠습니다.”

     “그건…!”

     아스타시아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며 나섰으나, 아버지가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누가 제안을 했고, 그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실행을 했고 따질 일이 아니다. 결국 승인을 한 건 나지.”

     “변경백 각하.”

     “그리고 굳이 따지면 백작령이면서 축제에 불꽃놀이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마법사를 들여놓지 못한 내 준비 소홀이라고 할 수 있다.”

     “…하.”

     이런 식으로 나를 감싸버리면, 저기 말콤 집사장은 그렇다치더라도-

     “허….”

     카를로스 경이 계속 나와 누아르를 번갈아보며, 떡 벌어진 입을 닫지도 못한 채 어딘가 홀린 것처럼 가만히 서 있지 않은가.

     “상황 보고는 이 정도로 하고, 나머지는 이제 향후 대응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버지께 따로 말씀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바깥의 위험은 없는 것 같고, 이 방 안에는 위험이 있을 것 같나?”

     “아뇨. 없습니다.”

     편견은 아니지만, 백은냄새는 이 방 안에 없다.

     “그렇다면 좋다. 멘테. 카를로스. 로버트. 세 기사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이 방을 지키도록.”

     “예, 백작님.”

     “헥스 자작 또한 나리아 공주 전하를 지켜주시오.”

     “그게-”

     “그레이가 모르가니아를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고, 나 또한 모르가니아가 암살의 배후라고는 생각하지 않소.”

     아버지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믿음이 깃들어있었다.

     “세인트 지오라면 모를까, 카르멘이 딸을 죽이려고 사람을 보냈다는 건 믿을 수 없지. 차라리 그 사람에게 몰래 세인트 지오가 수작을 부렸다는 쪽이 더 가능성이 크겠군.”

     아무리 왕족이라는 족속들이 가족을 죽이려고 드는 일이 많다고 한들, 카르멘이라면 그러지 않을 것이다.

     “흡혈귀에 물린 자가 모르가니아에서 준비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건 모르가니아의 짓이 아니라고 생각하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 안심하고 잠시 기다리시오.”

     배후가 거기까지 생각했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졸지에 지브롤터-모르가니아 사이의 유대에 균열이 생기게 되었으니까.

     “그레이. 따라오너라.”

     “예, 아버지.”

     아버지가 서재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고, 나는 바로 아버지의 뒤를 따라 나섰다.

     내 뒤를 향해 꽂히는 수많은 의문의 눈빛이 가득하고, 서재를 나오자마자 복도에 선 하인과 기사들 또한 당혹스러운 눈으로 나를 본다.

     저벅, 저벅.

     하지만 아버지는 계속 걸었다.

     백작성 저택의 지하.

     선대 백작들의 유골을 모아둔 납골당과는 다른 장소.

     “이곳은 처음인가?”

     “예.”

     

     이번 생은 처음이고, 회귀 전까지 포함하면 익숙한 길이다.

     “이곳은 고문실이다. 지하 감옥이지.”

     

     레타르가 이곳에서 살다시피 했던 곳이며, 나도 자주 드나들 필요가 있던 곳이었으니.

     “이곳에 그것이 있다.”

     아버지가 횃불이 켜진 감옥방 하나를 가리켰다.

     “앗, 백작님!”

     굳게 닫힌 철문 앞을 지키던 병사가 아버지를 향해 경례하고, 철문이 열리며 안에 있던 이들 또한 경례 자세를 취했다.

     “오셨습니까.”

     지브롤터의 기사들과는 다른 복장의 한 금발 남자가 두 손을 모으며 인사했다.

     “먼 길 급히 와줘서 고맙소. 클라인 사제.”

     “별말씀을.”

     

     갈색 수도복을 입은 젊은 남자.

     “황금의 은총을 거부한 마의 족속이 나타났는데 제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교단의 성직자로, 교단의 세력이 약한 축에 속하는 지브롤터에서 몇 안 되는 사제다.

     “봉인은?”

     “철저하게 진행했습니다.”

     감옥 안.

     제법 넓은 관 속에 인간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누워있다.

     “흡혈귀의 권속이 된 자, 아르쉔 길라루스. 봉인은 끝났습니다.”

     가슴에는 나무 말뚝이 박혀있고, 뭉텅뭉텅 잘려나간 몸의 단면에는 노스트럼의 금화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황금과도 같은 꽃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얼굴 부분은 반으로 갈라져있지만, 그 위로 금색 천이 덮여져 흉물을 가리고 있었다.

     “좋네. 잠시 자리를 비워주겠소?”

     “백작님?”

     “흡혈귀를 상대한 그레이와 잠시 긴히 이야기를 할게 있으니.”

     “그건….”

     “사제님의 걱정이 어떤 건지 잘 알고 있으나, 이는 지브롤터와 관련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이상, 나까지 그렇게 나서면 나중이 골치 아프다.

     “황금여명과 사금의 축복 덕분에 흡혈귀를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

     “…황금의 축복을.”

     사제는 나와 아버지를 향해 기도하며 자리를 벗어났다.

     끼이익.

     철문이 닫히고, 을씨년스러운 감옥 방에 나와 아버지, 그리고 완전하게 죽은 아르쉔 남작만 남았다.

     “나는.”

     아버지가 마나를 방출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세인트 지오라고 생각했다.”

     “무능왕이 흡혈귀에게 홀려서 딸을 죽이려고 했다?”

     “그래. 그게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느냐? 갑자기 제국의 이야기를 하는 건 아무런 근거가 없어.”

     “다른 이들에게는 근거가 없지만, 제게는 근거가 있어서.”

     “…바로 그 점이, 사람들이 너를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아르쉔 남작의 잘린 오른손을 들었다.

     “흡혈귀가 나올 거라고 예상을 하지는 못했겠지. 만일 그랬다면, 너는 은으로 된 단검을 미리 준비하거나 그랬을 테니.”

     “저를 너무 잘 아시는군요.”

     “그렇기에 이번에 다시금 확신했다. 너는 미래를 읽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버지가 잠시 한탄하듯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렇다고 천재인 것도 아니다.”

     “그건 조금 섭섭한데요. 제가 무슨 천재호소인인 것처럼 보이십니까?”

     “그렇게 행동하는 연기의 천재, 라고 해두지.”

     “흐음….”

     “천재라는 게 보통 다양한 방면으로 똑똑하기 마련이지만, 나는 네가 온전히 카르멘과 같은 부류의 천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한 손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카르멘이 편지로 그러더구나. 똑똑하기는 하지만,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고. 네가 세이레네 영지를 다녀 온 이후에.”

     “어째서죠?”

     “네가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했지. 마치 미래에 그렇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는 것처럼.”

     “아아. 경룡장 도박 이야기로군요.”

     “카르멘이 그러더구나.”

     아버지가 잠시 떠올리기 싫다는 걸 내뱉는다는듯 인상을 찌푸렸다.

     “네가 아무리 도박의 천재라고 하더라도, 도박장 따위로 벌어들일 수 있는 탈러는 제국 전체가 아니라 고작 한 은행 수준일 거라고.”

     “호오.”

     “감탄이 나오나?”

     “예. 당연히 감탄이 나오죠. 아버지의 예상대로 정확히 반응이 나왔잖습니까.”

     한 때.

     내가 이런 온갖 이런저런 계획을 아버지에게 제안했을 때.

     “13살 아이가 제 작은 시야에서 천재와도 같은 아이디어라고 떠드는 것처럼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

     “다른 이들이 그런 발상을 한 적이 없을 거라고 착각하고, 이미 다른 이들도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그 위를 꿰뚫어 보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카디안 지브롤터 경의 경우처럼, 미래를 보는 영웅이었다거나.”

     “……..”

     개인적으로는 미래시를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나와 비슷한’ 사례가 아닐까 싶지만, 그 어떤 기록도 없었다.

     “그레이 지브롤터.”

     그렇기에 더 확신한다.

     “너는-”

     “아버지께서도 저를 우물 안의 멍청한 개구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 나는 네 실체를 안다. 남들이 그렇게 보고 있는 것조차 계획하고 있는 구렁이라는 걸 알고 있지.”

     “…….”

     “내가 묻고 싶은 건 그 쪽이 아니라, 이 쪽이다.”

     아버지가 아르쉔 남작의 잘린 손으로 말뚝 부분을 툭툭 건드렸다.

     “네 정보를 추궁하지는 않겠다. 추궁해봐야 제국 신문에서 봤다, 이런 저런 지라시라는 것을 바탕으로 추론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겠지.”

     “찌라시입니다.”

     “아무튼 너는 알고 있다.”

     오히려 더 정보를 남기지 않았기에, 후대에 비슷한 사례인 내가 더 강력한 무기를 쥘 수 있다는 것을.

     “변경백인 나조차도 모르는 것을, 지금 내가 이해할 수 있게 말해봐라.”

     “노스트럼 왕국이 태양의 나라라고 한다면-”

     “결론부터.”

     “……실례했습니다.”

     이건 참 아버지를 닮아야 하는데, 자꾸 누구처럼 습관이 나오고 만다.

     ‘황태자한테 쓸데 없는 게 옮아서는.’

     앞뒤 다 자르고 말하는 아버지의 화법이 나을까.

     아니면 온갖 비유와 은유를 섞어 장황하게 떠드는 황제의 화법이 나을까.

     ‘둘 다 섞지 뭐.’

     

     좋은 것만 취사선택하면 그만이다.

     “제국은 역사적으로 흡혈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제국은 흡혈귀를 몰래 첩보원으로 쓰고는 했습니다. 그게 그들이 500년 동안 다른 왕국을 지배하고 점령한 배경이죠.”

     “마족과 내통했다면 왜 지금까지 걸리지 않았지?”

     “마족이기는 하지만 흡혈귀라는 족속들이 인간 사회에 쉽게 융화될만큼 인간과 비슷하게 생겨서요?”

     나는 아르쉔 길라루스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눈동자가 검게 물들고, 이지를 상실하여 흡혈충동에 마구 피를 빠는 괴물들. 당연히 저속한 자들이나 이렇지, 순혈이나 고위급 뱀파이어는 여느 귀족 못지 않은 자세를 보일 겁니다.”

     금색의 천을 걷어내며, 반으로 갈린 머리의 옆을 가리켰다.

     “하지만 뱀파이어는 전부 똑같은 부분이 있죠.”

     “…귀.”

     “예. 엘프처럼 뾰족한 이 귀. 뱀파이어의 상징과도 같은 것.”

     “이 자를 조종한, 혹은 이 자를 뱀파이어의 권속으로 만든 자가 제국의 귀족이라도 된다는 말이더냐?”

     “그런 것까지는 말 그대로 음모론의 영역이죠.”

     “…그렇군. 이제, 본론이라는 거구나.”

     역시 아버지다.

     “한 번 마음대로 해봐라. 경청하마.”

     “화이트들을 수도 없이 추궁했지만, 결국 백은의 원료를 알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설마.”

     “하지만 그 동안의 연구 끝에, 한 가지는 알아낼 수 있었죠.”

     보고서가 있다면 흩뿌리는 걸로 퍼포먼스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없으니 그 대신 관 속에 파묻힌 황금색 꽃을 들었다.

     “백은의 절반은 솜누스 가루라는 걸 알아냈는데, 나머지 절반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죠.”

     그리고 벽에 걸린 촛불을 들어, 그대로 초를 아래로 툭 떨어뜨렸다.

     “찾은 것 같습니다.”

     “…….”

     “아주 희미하지만, 냄새가 비슷하거든요.”

     화륵.

     “이 물질, 백은가루는 말입니다.”

     회귀 후, 3년 째.

     “솜누스 꽃잎과 뱀파이어의 재를 섞어 만든 물질입니다.”

     처음으로, 나는 미래의 정보를 빈약한 개연성과 결과를 정해놓고 내뱉는 그럴듯한 근거와 함께 입밖으로 내던졌다.

     “백은의 출처가 제국이고, 백은의 원료 중 하나가 흡혈귀라고 한다면.”

     “제국은 병사의 시체마저 재활용 할 수 있는 악랄한 자들이지.”

     “죽은 흡혈귀의 사체를 가루로 빻아 살아있는 병사의 전력에 쓸 수 있다. 제국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자들이지.”

     아스타시아나 에르윈 회장이 이질적인 것이지, 제국이라는 게 원래 그런 곳이다.

     “뭐.”

     마법의 언어와 함께.

     “아니면 말고요.”

     내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백은을 손에 넣는 것.

     달성.

     “아버지. 또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무엇이냐.”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할 수도 있는데….”

     말해야 할까.

     “이건 진짜 제국 신문과 제국에 대한 정보, 그리고 화이트들로부터 얻어낸 첩보를 바탕으로 한 음모론에 불과합니다만.”

     안 그래도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백은에 대해 근거도 없이 정보를 풀었는데, 이것까지 이야기를 하면 좀 그럴 수도 있는데.

     “뜸 들이지 말고 말해보거라.”

     “이제는 나리아 공주가 위험한 게 아닙니다.”

     “그러면?”

     하지만.

     설령 내 ‘회귀’라는 무기가 탄로난다고 하더라도.

     “…아스타시아 황손녀가 위험합니다.”

     이것만큼은, 말해야 한다.

     “황제에게 있어 아스타시아 황손녀는 죽여야 할 정적이지만, 황태자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친 딸이자 정치적 노림수이기 때문입니다.”

     “…그쪽도 복잡한 사정이 있는 모양인데, 정치적 노림수라는 건 무슨 말이지?”

     “아스타시아 폰 테르시안. 그녀는 다음 차기 황제인 합스베르크 폰 테르시안에게 있어.”

     아스타시아가 우리 지브롤터에 온 이후로, 3년 동안 내가 준비한 갈아온 칼날 중 가장 날카로운 비수.

     “그레이 지브롤터라는 관문을 열어젖힐 열쇠니까요.”

     황태자가 미인계가 성공했다고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그 어떤 일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 설계한 함정.

     “무슨 일이 있어도, 아스타시아 황손녀를 지켜야 합니다. 흡혈귀를 수하로 부리는 현 황제로부터.”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전 병원인데도 사람 빨리 빠져서 진료도 빨리 끝났네요
    돌아오자마자 써서 업로드 완료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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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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