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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7

       이 자식, 행동이 빠르다.

         

       ‘이러니 젊어 보이는데도 빨리 출세했나 보군.’

         

       비굴할지언정, 당당하고 굽힐 때 확실히 굽힐 줄 아는 놈이다.

       평소였다면 아마 이놈을 높이 평가했으리라.

       누군가는 비굴하다고 평가하여도 그는 저게 영리한 생존전략이라 평가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전혀 호감 비스름한 것도 올라오지 않는다.

         

       대개 첫인상이 나쁘면 그게 끝까지 유지되는 법이었고, 현재의 이한이 그러했다.

         

       ‘눈치가 빨랐으면 양아치를 우리 애한테 보냈으면 안 됐지.’

         

       후욱.

         

       불쾌감과 함께 올라오는 살벌한 기세.

         

       [측정불가 등급] 비약을 먹으며 아직도 기세의 완급조절이 미숙한 상태인 그였다.

       또한, 이놈들 앞에서 기세를 조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여 일부러 놔두는 것도 있을 터.

         

       쨍그랑! 하고, 근처 유리잔과 창문에서 균열이 났다.

       흉흉한 기세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대한 기운이 되는 법.

         

       내구력이 비교적 약한 유리로 된 물품들이 비명을 질렀고, 사이먼과 비서는 속으로 더욱 큰 비명을 질러야 했다.

         

       * * *

         

       사이먼은 당장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감히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손도끼 괴물에게서 도망치면, 정말로 그의 몸 어딘가에 바람구멍이 뻥 하고 뚫릴 테니까.

         

       사이먼 29세. 창창한 젊은 나이에 이승을 하직하고 싶지 않았고.

         

       “트, 트리스탄 후작가에 대해 아시는 게 있으십니까?”

         

       자신이 아는 모든 걸 떠들기 시작했다.

         

       “…으음, 모르겠는데.”

       “엄청 유명한 가문입니다만….”

         

       기사가 트리스탄 가에 대해 모른다?

       그건 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

         

       “그래서, 그게 지금 문제가 돼?”

       “…아무렴요, 모르실 수도 있죠, 예에.”

         

       그래, 모를 수도 있지!

         

       비록 트리스탄 가문이 개국공신 가문이며 왕도에도 셋밖에 남지 않는 후작가지만, 그게 무슨 중요한 사항이랴.

       저분이 모른다면 그건 트리스탄의 잘못이지, 아무렴!

         

       지극히 간신배적 면모를 보이며 사이먼은 말을 이었다.

         

       “크흠, 어, 어쨌든 트리스탄 가문은 대단한 가문입니다. 비록 라이오넬이나 갈라하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 규모도 상당하며 백 명의 기사를 거느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백은사자를 제외하곤 이만한 숫자의 기사를 거느린 곳은 거의 없지요.”

       “백 명이라….”

         

       기사는 개인적 편차가 있긴 하지만, 한 명, 한 명을 봤을 때 거름망에서 걸러진 원석과 같은 것들이었다.

       투기법을 익힌 검사는 많지만, 그중 진정으로 기사가 되는 건 서른 중 단 한 명인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시골 지방 귀족 같은 경우는 좀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왕도에 뿌리를 내린 대귀족 소속 기사단의 경우는 레벨이 달랐다.

         

       정예 중의 정예.

         

       홀로 노련한 병사 수십을 감당한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한데 그런 기사를 백 명이나 거느리고 있다?

       군마에 비견되는 몸값을 자랑하는 기사들을 백 명이나 아래에 둔 경제적 수준도 그렇고, 백 명의 기사를 거느리는 것을 왕궁에서도 묵인했다는 뜻이니 그들이 가진 권위가 얼마나 높은지 알려주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 가문의 현 가주인 제니마아 후작 각하는 여전히 아이가 없으십니다. 가문 입장에서 대가 끓길 판이기에 트리스탄 가는 하루라도 빨리 후작 각하의 결혼을 위해 불철주야 움직이는 중이죠.”

         

       트리스탄 후작가가 대를 잇지 못한다는 건 많은 의미를 사사하는 바였다.

       그들은 왕당파의 원로 중 하나이기에, 왕족과도 연이 깊다.

       왕족을 지지하는 큰 세력이란 뜻이었다.

         

       한데 그런 세력의 수장이 대를 잇지 못한다면 왕족을 지지하는 귀족들의 힘이 3할가량 증발된다는 의미다.

         

       왕당파에겐 이는 절대 사양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그 정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후작이란 새끼는 왜 지금까지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았대?”

       “새, 새끼라니….”

         

       그래도 후작 각하신대.

         

       “대답이 늦다-?”

       “아, 예에!”

         

       크흠.

         

       그의 말대로 의아할 수도 있다.

       고귀한 신분과 힘, 권세 등을 모두 갖춘 후작가의 주인이 어째서 아직도 애를 낳지 않았는가?

       그 이유는…!

         

       “왕국에 대한 충성심과 고결함을 보이느라….”

       “개소리 지껄이면 네 혀부터 자른다.”

       “충성심은 개뿔이지요! 트리스탄 가문의 사내들은 아이를 낳는 순간 남성의 기능을 상실합니다. 즉, 성욕이 거세되는 거지요. 그리고 제니미아 후작은 여전히 혈기왕성하며 주색을 즐기기로 유명하십니다. 그런 분이니, 애인은 많지만, 아이는 낳지 않으시는 상황이지요.”

       “지랄 났군. 그놈 나이는 어떻게 되는데?”

       “올해로 53세 되십니다.”

       “…….”

       “크흠.”

         

       사이먼은 자기가 말하면서도 민망한지 그저 눈을 아래로 깔았다.

       그리고 이한은.

         

       “그 양반, 화끈하네.”

         

       경멸보단 감탄이 일어났다.

       그 나이 먹고도 여전히 왕성하다는 것이 감탄스러워서.

         

       다만.

         

       “근데 그 트리스탄인지 뭔지 하는 놈이랑 우리 애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건데?”

         

       정작 중요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고, 이한은 답변을 촉구했다.

       이토록 빌드 업을 했으니 이제 본제가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런 경고를 보냈고, 사이먼은 잠시 망설이더니….

         

       “그, 그 제니미아 후작 각하께서 폴렛 가의 매파를 보내셨습니다. 이제 슬슬 결혼을 하시겠다면서요….”

       “…참고로, 누구한테?”

       “…….”

       “아니지?”

       “크흠.”

       “……시발?”

         

       이한은 간만에 걸죽한 욕설을 내뱉었다.

         

       답변을 듣지 않아도 누구에게 매파를 보냈는지 알 것 같아서.

         

       이한은 어이를 상실했다.

         

         

         

         

         

         

       “-다, 다시금 말하지만 저흰 중매쟁이에 불과합니다. 후작 각하께서 만남을 원하셨고, 길드는 어디까지나 다리를 놔준 것밖에 없지요, 예에.”

       “왜 하필 너희한테 그런 중매를 원하는 거지?”

       “의외로 귀족들의 중매를 저희가 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가문과 가문끼리 약혼을 통한 혼인도 있지만…. 아시지 않습니까? 귀족이라 한들 문제가 없고, 성욕이 없겠습니까? 여러 말 못 할 이유로 약혼이 깨지는 건 다반사고, 바람이나 폭력 때문에 애를 못 낳는 경우는 흔해빠졌지요.”

         

       귀족들은 자신들의 흠집을 드러내선 안 된다.

       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면 그걸 철저하게 숨기며, 차라리 모든 걸 은밀하게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즉, 준비과정에서 돈이 많이 들더라도, 결과만 좋다면 만사형통이란 것이다.

         

       “후작 각하도 마찬가지로, 슬슬 결혼을 해서 후계자를 봐야 하니, 적당한 여인을 물색하던 중 레비 폴트 영애를 점찍은 겁니다. 그러나 사회적 체면이 있으니 저토록 어린 영애에게 매파를 보냈다는 사실을 숨겨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길드는 이 결혼이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고 말입니다.”

       “…….”

       “…경의 입장에선 불편하실 수도 있지만, 레비 폴트 영애는 이미 여러 귀족들 입장에서 탐내는 매물입니다. 미색도 곱고,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검사의 소질을 보이고 계시죠. 아마 기사 가문 입장에선 그런 여성과 낳은 아이가 뛰어난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그분을 원하는 분들이 많지요.”

       “…….”

       “후우우.”

         

       사이먼은 몇 년은 늙은 사람처럼 눈이 퀭해지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지금 사이먼은 길드의 흠집뿐만 아니라, 대귀족의 흠결 또한 모두 밝힌 것이다.

         

       결혼 정도로 흠결이 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자칫 권력을 이용하여 강제로 누군가와 결혼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고, 명예도 모르는 가문이라 손가락질 당할 우려도 있는 바.

         

       그러니 만약, 이 정보가 만약 세간에 공개되면 질타를 피할 수 없을 것이고, 명예와 권위를 목숨처럼 여기는 귀족들은 이러한 정보를 막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터였다.

         

       ‘뭐, 저 괴물을 무력적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을 테니, 다른 방법으로 구슬리려고 할 테지만.’

         

       힘없는 자가 가진 보물은 불행이지만, 힘 있는 자가 보물을 가진다면 그건 행운이 맞다.

       하니 사이먼은 길드의 신뢰가 깨지는 것을 감안하며 그에게 대귀족들의 약점을 주었고, 조합원의 잘못을 어느 정도 갚았다고 여겼다.

         

       ‘놀보다 못한 십새끼! 그 새낀 내 손으로 죽인다!’

         

       사이먼은 이를 갈았다.

       애초에 사이먼은 레비 영애를 멀리서 보호하라고 했지, 곁에 딱 붙어 있으란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

       괜히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면 안 되었으니 말이다.

         

       즉, 길드의 어떤 놈이 제 명령을 어기고 레비 영애에게 사람을 붙였다.

       그것도 아주 질 나쁜 놈으로.

         

       그리고 놀랍게도 길드에는 사이먼의 명령을 거부하는 등신들이 한 가득이다.

         

       뻔하다. 아마 레비 폴트를 원하는 어느 귀족가가 소녀의 몸값을 낮추고자 조합원 중 한 명을 매수하거나 그랬겠지.

       조합원은 좋다고 매수당했을 테고.

         

       …머저리처럼.

         

       ‘반드시 죽인다!’

         

       사이먼은 결심했다.

       이 자리에서 살아남는다면 반드시 이 사달을 일으킨 놈을 찾아 갈가리 찢어 버리리라고.

       살아 있는 것 자체를 후회하게 해주겠다며 그는 결심했다.

         

       그리고 그의 목숨을 쥔 기사는.

         

       “음유시인의 자질이 있네. 나름 얘기 풀어내는 능력이 괜찮았다.”

       “?”

       “흠, 뭐, 이 정도면 됐나.”

         

       돌연 의뭉스러운 말 몇 마디를 내뱉은 후 거침없이 일어서며 돌아섰고, 사이먼은 눈을 끔뻑였다.

         

       “저, 저기, 그냥 가십니까?”

       “그럼? 마저 다 부술까?”

       “아,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목구멍을 간지럽히는 기침처럼 금방이라도 하고 싶은 말들이 넘쳐난다.

         

       자신이 해명을 했으니 이제 길드와 화해, 아니 화해는 못 하더라도 어느 정도 협의는 나눠야 하는 게 아니냐?

       혹은 더 사과 받고 싶거나 원하는 게 없느냐?

         

       …레비 폴트의 사정을 더 듣고 싶지 않느냐?

         

       -등.

         

       그러한 물음이 목젖까지 치려고 했다.

         

       이미 명분과 힘, 그 모든 걸 갖춘 기사였다.

       한데 그의 변명과 정보 몇 개만 건진 후 허무하게 돌아간다고?

         

       자신이라면 안 그런다.

         

       뽑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뽑아먹고 말지.

       상대가 살려달란 표정을 지을 때까지 계속 말이다.

         

       그러한 복잡한 속내를 드러낼 때.

         

       “이제 나머지 정보는 우리 애 집안사정이겠지. 그걸 굳이 타인의 입에서 들을 생각은 없어. 그러니 나머진 듣지 않겠다. 제자라도 사생활은 존중해야지.”

       “…이미 충분히 침범하신 것이….”

       “이건 경우가 다르고. 만약, 진짜로 우리 애를 건드렸으면 너를 비롯하여 여기 살아 숨 쉬는 녀석들의 대가리를 전부 따버렸을 거다. 난 내 사람이 상처 입는 꼴을 보고 용서할 정도로 대인배가 아니니까.”

       “…….”

       “하지만 너흰 운이 좋아. 사전에 내가 불상사를 막았고, 내가 담판을 지으러 왔지. 거슬리게 내 앞길 막는 놈들이 있긴 했지만, 그놈들은 한동안 입원해야 할 테니, 이 정도로 적당히 넘어가 주마.”

       “큼…!”

       “마지막으로 너. 말을 할 때마다 숨기는 게 있긴 한데, 그렇다고 거짓말은 없더군. 그게 널 살려두는 이유다.”

       “제, 제 말에 거짓이 없다고 여기십니까?”

       “내가 느끼기로 그랬다. …틀렸으면 다시 와서 목을 따지 뭐. 두 번은 안 봐주는 성격이라.”

       “…하하, 길드가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닙니다만.”

       “글쎄, 내가 봤을 땐 아니던데.”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기며 그는 자신이 파괴한 벽을 통해 나가버렸다.

       한 톨의 미련도 남지 않았다는 듯이.

         

       그러한 그를 보며 사이먼은-.

         

       “하, 뭐 저런 양반이 다 있어?”

         

       머리가 한없이 복잡해졌다.

         

       허무할 정도로 시원하게 나가버린다.

       처음 등장했을 땐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듯하더니, 지금은 또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하지 않은가.

         

       사이먼은 지금껏 만나지 못한 특이한 유형의 인간이라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그가 나간 곳을 향해 나갔다.

         

       이대로 보내기엔 무언가 찜찜하다고.

         

         

       -그러나.

         

         

       바스락….

         

       후우우웅!

         

         

       “━━.”

         

       바깥의 상태를 확인한 사이먼은 다른 의미로 할 말을 잃었고, 뒤따라온 비서는 경악하며 엉덩방아를 찍었다.

         

       “…대, 대형급 마물이 무리째로 쳐들어 온 건 아니죠, 이거?”

         

       비서의 중얼거림이었고, 사이먼도 동의하는 의견이었다.

         

       싹 다 무너졌다.

         

       150평 건물을 지탱하는 철근과 기둥만이 무사할 뿐, 그 외엔 다 무너지고 붕괴되기 직전이라니….

         

       허나 이보다 더욱 무서운 사실이 뭔지 아나?

         

       ‘이, 이걸 단독으로, …불과 10분 만에 만들어낸 참사라고?’

         

       습격 경보를 듣고 사이먼이 있는 방까지 오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다.

       대략 대형급 마물 일곱 마리가 동시에 쳐들어온 것과 같은 격.

       아찔하다 못해 소름이 돋는다.

         

       더욱 공포스러운 건.

         

       ‘주, 죽은 사람이 없어?’

         

       큰 상처를 입은 자들은 있으나 죽은 동료들이 없다.

         

       어떤 이가 그랬던가?

       죽이는 것보다 살려서 제압하는 게 더 어렵다고.

         

       그 어려운 걸 저 기사는 그 짧은 시간에 해낸 것이다.

         

       …생채기도 없이.

         

       사이먼은 지릴 것만 같았다.

         

       ‘과장된 실력이라고? 웃기지 마, 이 머저리 새끼들아!’

         

       전날, 테러를 막은 기사에 대한 실력을 의심하는 간부들이 있었다.

       모두 허황된 것이라고, 거짓부렁에 불과하다고.

       아마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고….

         

       과연, 이 참사를 목도하고도 그딴 개소리를 지껄일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지는 사이먼이었고, 그는 털썩 주저앉았다.

         

       “하하, 저러니 시원하게 나가버리지.”

         

       자신이 있는 거다.

       원한을 품고 설령 그들이 습격할지언정, 언제라도 다시 쓸어버릴 자신감이 말이다.

         

       사이먼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저런 양반을 앞에 두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할 수 있나 싶어서.

         

       그러며 길드 조합장으로서 생각한다.

         

       “…둘 중 누가 이기려나?”

       “네에?”

       “…혼잣말이야.”

       “??”

         

       일개 기사와 트리스탄 후작가의 힘겨루기.

         

       차마 내뱉지 못할 바보 같은 망상을 떠올렸다며 사이먼은 고개를 저었다.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놓으며.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It Was a Romance Fantasy?

환생 30년, 알고 보니 장르가 로판이었다?
Status: Ongoing Author:
30 years after reincarnation, turns out the genre was romance fantasy? ...Really, how? I lived as a magician's slave, experimented on, then as an assassin, mercenary, soldier, and even a knight. This is a story where I'm in a genre all by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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