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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8

       춥다. 비몽사몽한 와중에 처음 한 생각이 그것이었다.

       

       덜그럭ㅡ

       

       두꺼운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어쓰며 본능적으로 한기를 피하려 들었다. 날이 벌써 이렇게 추워졌는가.

       

       덜걱.

       

       숨을 쉬긴 조금 답답했지만, 그래도 이불로 온몸을 꽁꽁 싸매니 좀 살만한 것도 같ㅡ

       

       쿵.

       

       “…!!”

       

       점점 커져가는 소음이 졸음기를 훅 내쫓았다. 잠이 다 달아난 채 화들짝 놀라 머리맡의 권총을 집었다.

       

       쿵. 쿵.

       

       수틀리면 바로 쏠 각오를 하고선,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 실내는 고요했다. 소음의 근원은 집 안이 아닌 바깥이었다.

       

       우우우우ㅡ

       

       대문 밖에서 들려오는 무언가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에,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천천히 문 쪽으로 다가갔다. 시선은 대문에 두면서도 손만큼은 일체의 떨림 없이 총끝을 매만지고 있었다.

       

       몇 마리지? 어쩌다 우연히 흘러들어온 건가? 좋아, 소음기는 확실히 부착해뒀고. 만약 수가 너무 많으면… 실내로 유인해서 좁은 길목에서 쓸어버릴까?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조용히, 그리고 신중히 도어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댄다. 현관문 중앙의 자그마한 렌즈를 통해 내다본 바깥은, 방금의 소리가 연상되지 않을 정도로 평온했다.

       

       “……?”

       

       분명 뭔가가 문을 두들긴 것 같았는데. 시야 바깥에 있는 건가?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던 그때, 문이 한번 더 격하게 덜컹거렸다.

       

       “아, 이런 씹!”

       

       순간 짜증이 치밀어올라 그냥 문을 열어제꼈다. 뭔데 아침 댓바람부터 지랄이야. 총알 맛 좀 볼래? 라는 심정으로 당당하게 열어버린 문 앞에는, 당연하다는 듯 아무도 없었다.

       

       “?”

       

       혹시 몰라 고개를 빼꼼 내밀어 주변을 두리번거려봐도, 집 바깥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미 한참 전에 죽어나자빠져 파리가 가끔 앉았다 가는 말라비틀어진 시체들 몇 구가 전부일 뿐.

       

       그에 더해 눈가와 뺨을 거세게 때려대는 찬바람 탓에, 그제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줄곧 들려오던 문 두들기는 소리도, 누군가가 울부짖는 것 같은 소리도. 전부 그냥 바람소리에 불과했다고.

       

       “하아…”

       

       잔뜩 긴장한 게 바보 같아져서, 한숨을 푹 내쉬며 집 안으로 돌아왔다. 쪽팔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내 꼴을 보고 웃을 사람도 없었으니까. 단지, 간만의 단잠을 방해받은 것이 기분 나쁠 뿐.

       

       어차피 잠도 다 깼겠다, 이렇게 된 거 씻기로 했다. 수도가 끊긴 탓에 부득이하게 2L들이 생수를 몇 병씩 가져와 일일이 부어가며 몸을 씻어낸다. 날이 추워선지, 실내에 놔뒀던 생수도 꽤나 차가웠다.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이 무슨 사치스런 호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나 혼자 남은 세상에서 자원을 얼마나 쓰든 무슨 상관이랴. 저렇게 쓰고 남은 병은 비가 올 때 빗물을 받아서 재활용하고 있기도 하고. 굳이 따지면 생수병을 옮기는 것 자체가 굉장히 번거롭긴 했다.

       

       샴푸와 린스로 머리를 벅벅 감고, 몸은 비누거품으로 닦아낸다. 샴푸와 린스 같은 경우 유통기한이 길면 제조년월로부터 3년 정도는 되기에, 아직까지는 현대문명의 과실을 아슬아슬하게나마 누리고 있는 셈이었다.

       

       아마 머잖아 머리카락도 비누로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긴 했다. 그나마 공장제 비누는 썩을 일이 없다는 게 유일한 위안일까. 깨끗하게 몸을 다 씻고 나서 이를 닦으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치약도 슬슬 위험한가. 치약도 유통기한이 다 지나면 뭘로 이빨을 닦아야 하지? 갤러리에다 물어볼까. 뭐, 정 급하면 소금으로라도 닦으면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멍하게 그런 생각이나 하면서 양치를 끝마치고, 세안까지 꼼꼼히 끝낸 뒤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그대로 어깨에 수건만 걸친 채 밖에 나와 머리를 말리고, 대충 속옷만 걸쳐입고선 화장실로 돌아왔다.

       

       뜨거운 물 따윈 쓰지 않았기에, 거울은 김 한 점 끼지 않은 채 맑았다. 그대로 세면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살핀다.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은 끝부분만이 살짝 거뭇하게 물들어 있고, 거울을 빤히 쳐다보는 두 눈은 화창한 여름하늘처럼 푸르렀다. 다행히도.

       

       매일 밤마다 꿈을 꾼다.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들어서, 온 세상을 헤매고 다니는 저것들과 같아지는 꿈을. 정말이지 좆같은 꿈이 아닐 수 없다.

       

       그야 매일 밤마다 잔뜩 긴장하고 잠드는데 악몽을 안 꾸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 나쁜 것은 나쁜 것이다. 눈쌀을 찌푸리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가 괜히 기분이 더 나빠졌다.

       

       어깨 아래의 빈약한 몸매를 애써 외면하며 다시 시선을 들어올렸다. 아니, 분명 엄마는 잘 빠진 몸매의 동안 미인이었는데. 왜 나는 이 나이 먹도록 키만 크고 몸매는 그대로일까.

       

       “에휴.”

       

       하긴, 어차피 볼 사람도 보여줄 사람도 없는데 무슨 상관이겠는가. 궁상맞게 한숨을 쉬다가, 문득 오른쪽 뺨과 턱 사이에 긁힌 상처가 있는 것을 알아챘다.

       

       “아, 이건 또 언제 긁혔대.”

       

       거울 속 못난 계집애는 뒤로 하고, 부엌으로 나와 구급상자를 뒤졌다. 반창고를 하나 꺼내 상처를 빈틈없이 덮었다. 상처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자칫 감염자의 피 같은 게 튀었다가 감염될 수도 있으니까.

       

       꼼꼼하게 상처를 가린 후에야, 다시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묶는다. 뒷머리를 살짝 왼쪽으로 모아 묶어주면, 그대로 사이드 업 포니테일의 완성이다. 남한테 보여줄 것도 아니고, 어차피 뛰거나 할 때 머리가 거슬리지 않게 묶는 거라 별다른 공은 들이지 않았다.

       

       머리를 다 묶고 나선 민소매 스웨터에 반바지를 입고, 그 위에 방탄조끼와 고글을 걸쳤다. 이 이상은 몸이 둔해지니 뭘 더 껴입을 생각이 없었다. 날이 좀 춥긴 한데, 그렇다고 못 다닐 정도는 아니니까. 목에 스카프 하나 두르는 정도로 타협했다.

       

       오른쪽 허벅지에 권총 홀스터를 두르고, 방탄조끼에 탄창과 생수와 구급약 따위의 필수품을 꽉꽉 구겨넣는다. 등에는 소총과 샷건을 X자로 교차해 둘러매고, 양쪽 허리춤에는 손도끼와 나이프를 한 자루씩 수납해둔다.

       

       이걸로 나갈 준비는 대충 끝났다. 마지막으로 양말을 신고, 예전에 주운 군화를 신고, 아침식사로 퍼석한 파운드케이크를 입 안에 한껏 우겨넣었다. 전투식량이라 빈말로도 그리 맛있다고는 못할 퀄리티였지만, 세상이 망한지 2년이 넘어가는 지금 시점에선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우물… 우물… 꿀꺽.

       

       “…좋아, 가자.”

       

       날도 춥고 해서 별로 나가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미련하게 총포상을 찾아 시내로 나간다. 총이나 총알이 모자라서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언젠가 찾아올 손님을 위해 쌓아둘 뿐.

       

       태연한 발걸음으로 집 밖으로 나가, 차고에서 차를 끌고 시내로 나간다. 감염자들이 자동차 바퀴 소리에 반응하여 어디선가 스멀스멀 튀어나오지만, 총알을 먹여주면 금세 조용해진다.

       

       포위당하지만 않도록 빙글빙글 돌며 따라붙는 좀비들을 기관총으로 쓸어버리고선, 일대를 뒤져가며 총포상을 찾는다. 다행히 아직 털지 않은 곳이 한 군데 보였다.

       

       들어가서 방금 쓴 만큼 총알을 보충하고, 그 외엔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이것저것 다양하게 차에 실었다. 사실 나 혼자 쓸 만큼만 가져갈 거면 굳이 이렇게 소란 피우지 않아도 되는데, 가져갈 게 많으니 별 수 있나.

       

       하루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니 점심때였다. 차고에 차를 다시 주차하고, 정오의 햇살에 몸을 좀 녹이며 담뱃갑을 열었다.

       

       어차피 집 근처는 이미 기습당할 일말의 여지조차 없게 다 청소해둔지라, 바깥에서 여유롭게 한 대 좀 핀다고 해서 문제될 일은 없었다.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물곤 불을 붙였다.

       

       “후우…”

       

       흡사 애연가라도 된 것처럼 담배를 피워물었지만, 사실 담배를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되었다. 끽해야 한 세 달 정도? 원래는 피울 생각도 없었는데,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좀비들의 망망대해 사이를 부유하다 보면 뭐라도 좋으니 매달리고 싶게 되더라.

       

       술이나 마약은 취해있다가 기습당해서 물리기라도 할까봐 엄두도 못냈다. 애초에 하고 싶지도 않았고. 도박? 혼자서 그런 걸 어떻게 해. 마땅히 걸 것도 없고.

       

       하여 시작한 게 담배였다. 처음에는 맵고 목만 아파서 이딴 걸 도대체 왜 피나 싶었는데, 피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졌다. 그래도 자주 피는 건 아니고, 기분 꿀꿀할 때 이따금 한 개비씩 피우는 정도지만.

       

       아마 엄마가 지금 내 모습을 봤으면 등짝을 두드려 팼겠지.

       

       ‘이 년아, 그러다 폐 다 버린다. 그리고 담배 오래 피면 입냄새 배고 이빨 누래지는 거 알지? 담배 쩐내 나는 입으로 남자랑 물고빨 거 아니면 당장 집어쳐. 암만 양치해봐야 소용없다.’

       

       대충 그렇게 말했을 것 같다. 근데 이걸 어쩌나, 폐 망가져서 죽기 전에 좀비한테 죽든 고독사하든 할 것 같은데.

       

       입냄새는… 모르겠다, 어차피 만날 사람도 없고. 그래도 괜히 찔려서 사흘에 딱 한 개비씩만 피고 있다.

       

       “제발 냄새 걱정 좀 하게 해줘라…”

       

       느릿하게 담배를 태우며 한탄했다. 자동차 뒷좌석과 트렁크에 산처럼 쌓인 각종 총기와 탄창들을 보고 있자면, 가끔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차피 저딴 고물들을 정말로 가지러 올 리가 없는데. 막말로 광선총 같은 SF문명의 첨단무기들을 놔두고 이딴 쇳덩어리들을 필요로 할 리가 없잖은가.

       

       그야 주면 받긴 하겠지. 근데 굳이 가지러 올 정도로 귀한 것도 아니니까. 애초에 프로젝트의 진행 방식이 경매인 시점에서 글러먹었다.

       

       “경쟁 대상이 세계수의 씨앗, 빙정, 마법 금속… 산업 로봇에 스켈레톤까지. 하하…”

       

       이런 마당에 상대가 될 리가 있나. 무력함과 배신감이 사무쳐올랐다. 시발 기만충 새끼들. 특히 며칠 전에 입갤한 그 뉴비가 제일 얄미웠다. 올 생각도 없으면서 괜히 설레게 하질 말라고, 진짜.

       

       헛웃음을 지으며 갤러리를 켰다. 솔직히 요즘은 갤을 켜봤자 배알만 뒤틀리고 부러울 뿐이었지만, 그렇다고 갤질을 안 하면 뭘 하겠는가. 급하고 아쉬운 건 어디까지나 나였으니까.

       

       “그래그래, 나만 좆반인이고 나만 진심이지…”

       

       달관한 표정으로 개념글을 쭉 둘러보고 있자니, 이내 그 뉴비가 올린 새로운 게시글이 눈에 띄었다. 어디 뭐라고 썼는지 구경이나 해볼까.

       

       

       [‘종말 후 외톨이 갤러리’]

       

       [작성자 : ㅇㅇ(001.068)]

       [제목 : 오늘도 자재 조달 턴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경매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공지할 게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왕 여러 곳을 오고가는 김에 퀵서비스 좀 해볼까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다른 갤럼분들과 뭔가 주고받고 싶으신 분들은 자유롭게 논의해주세요!

       수송기로 다 못 담을 정도로 크거나 많거나 위험하지만 않으면 옮겨드리겠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시간과 인력의 한계도 있고, 지금은 베타 버전이다 보니 하루에 최대 두 조만 서비스합니다!

       시험 삼아 몇 번 운용해보고 나서 구체적인 원칙이나 비용 등을 정립할 테니, 일단은 야매로 만족해주세요!

       그럼 30분 뒤에 경매 시작할 테니 참여하실 분들은 그동안 토의를 끝내주시기 바랍니다!

       

       

       P.S. 항상 교주님께 감사하십시오. 이 작은 종붕이들아.]

       

       [추천 252개] [비추천 38개]

       

       [콜드슬립* : 아니 이걸 우체국 노릇을 한다고? ㄹㅇ??]

       [화룡점정* : 이거 실화냐?? 믿기지가 않네]

       [ㅇㅇ* : 갤에 몇천년 동안 없던 물물교환 시스템을 유저가 만드네 ㅋㅋㅋ 이게… 천마?]

       [무틀딱번역기* : 천마재림 만마앙복! 천마재림 만마앙복! 천마재림 만마앙복! 천마재림 만마앙복! 천마재림 만마앙복! 천마재림 만마앙복! 천마재림 만마앙복! 천마재림 만마앙복!]

       [지혜의샘* : 아오 씨발 무틀딱년 또 설레발치네]

       ㄴ[무틀딱번역기* : 아 그래서 택배 안 받을 거냐고 주문싸개련아 ㅋㅋㅋㅋ]

       [아호이원위치* : 럼주!!!!!! 존나 큰 럼주!!! 가져와!! 다 가져와!!!!]

       [시우멈춰* : 책 구합니다. 아직 안 읽어본 걸로.]

       [대수림숲지기* : 삭제된 댓글입니다.]

       ㄴ[빛의정의* : 차단]

       ㄴ[ㅇㅇ(487.361) : 너무해!! 이건 폭정이야!! 주딱은 탄압을 멈춰라!!!]

       [ㅇㅇ(678.912) : 죄송한데 혹시 엘릭서 가지고 계신 분?]

       [ㅇㅇ(114.603) : 괴수 부산물 팝니다. 마정석 있어요]

       [섹무새* : 나도 데려가!!!!! 내가 화물할래!!]

       

       익히 보던 얼굴들과, 평소엔 눈팅만 하거나 프로젝트에 소극적이던 이들까지 가세해 댓글창은 그야말로 개판이 따로 없었다.

       

       나는 멍한 눈으로 스크롤을 드르륵 내리다가, 새삼 억울한 기분이 들어 댓글을 작성했다.

       

       [ㅇㅇ(001.124) : 쓸데없는 거 할 시간에 총이나 가져가라고]

       [ㅇㅇ(001.124) : 왜 나만 못살게 굴어??? 왜 나만 가진 거 없어??]

       

       당연하게도, 갤러리에 총기를 필요로 하는 이는 없었다. 그야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사람치고 무기가 필요한 사람은 별로 없겠지. 무기가 없어서 죽을 사람은 진작에 죽었을 테고.

       

       죽상이 된 채 담배를 뻑뻑 피다가, 갑자기 정신이 퍼뜩 들었다. 잠깐, 위에서 뭐라고 했지?

       

       재빨리 스크롤을 올려, 댓글 중 하나를 다시 읽었다.

       

       

       [시우멈춰* : 책 구합니다. 아직 안 읽어본 걸로.]

       

       

       시내에 있는 쓸데없이 큰 장서 수만 권짜리 도서관이 뇌리를 스쳐지나간 순간.

       

       물고 있던 담배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디어 줄 수 있는 것이 생긴 좀붕이
    여담이지만 좀붕이 디자인은 기존에 받은 팬아트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헤으응… 백발벽안 넘모 좋아…

    리다이린님 후원 감사합니다!!! 슬슬 후원 공지를 갱신할 때가 된 것 같네요… 여러분의 성원 너무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팬아트를 그려주신 구그궤겍님, 은빛함대님 감사합니다!! 흑흑… 부족한 작품을 많이 사랑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닷…

    다음화 보기


           


Gallery for Loners After Demise

Gallery for Loners After Demise

GFLAD 종말 후 외톨이 갤러리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A community for the last people who survived on Earth. This is ‘The Lonely Gallery After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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