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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8

       으액.

       음식물 쓰레기 맛을 떠올리는 내 옆으로 한여름이 다가와 앉았다.

       그녀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겨울아, 앞으로는 언니랑 맛있는 거만 먹으면서 살자. 알았지?”

       

       “맛있는 거요?”

       

       “응. 겨울이가 좋아하는 물고기도 먹고, 솜사탕도 먹고 그러자.”

       

       물고기.

       지금의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거긴 하지.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네. 물고기 많이 먹어요.”

       

       “응.”

       

       한여름이 눈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의 손길이 닿는 것만으로도 꼬리가 제멋대로 흔들렸다.

       

       사람이랑 평범하게 대화를 한다는 건 정말로 좋은 일이구나.

       그녀랑 무슨 대화를 더 나눌까 고민하고 있으니, 인형을 가지고 놀던 레비나스가 의문을 표했다.

       

       “여름아, 솜사탕이 뭐냐?”

       

       “아··· 솜사탕이 뭔지 모르는구나···?”

       

       한여름이 나와 레비나스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그녀가 말하는 솜사탕을 모르는 사람에 나까지 포함된 것만 같았다.

       

       “응! 레비나스는 솜사탕 모른다!”

       

       “그럼 언니가 솜사탕 만들어 줄까?”

       

       “헉! 만들 수 있는 거냐?!”

       

       “응. 기계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어.”

       

       솜사탕을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던 건지, 레비나스가 소파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레비나스는 백화점에서 빌린 인형을 소파 위에 고이 앉혀 놓고는 문쪽을 향해 달렸다.

       

       “레비나스는 빨리 솜사탕 먹고 싶다! 왕은 솜사탕 먹어 봤냐?!”

       

       솜사탕이라.

       적어도 이번 생에서 먹어본 기억은 없었다.

       고작 설탕을 부풀렸을 뿐인 간식이 몇천 원이나 했으니까.

       지금의 내게 솜사탕은 시도조차 해 볼 수 없는 엄청난 사치품이었다.

       

       “난 못 먹어봤어, 솜사탕은 부자들만 먹는 거거든.”

       

       “그, 그러냐···? 그럼 레비나스 안 먹을래···”

       

       레비나스의 어깨가 축 가라앉았다.

       기대를 품은 아이에게 괜한 소리를 한듯싶었다.

       

       솜사탕이 엄청난 사치품이긴 해도, 못 사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레비나스에게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했고.

       

       여기선 괜찮으니까 솜사탕을 먹어보라고 하는 게 맞을 테지.

       그렇게 레비나스를 향해 다가가는 순간, 한여름이 다급히 우리를 향해 손을 저어왔다.

       

       “얘들아, 솜사탕 그렇게 안 비싸.”

       

       “안 비싸냐···?”

       

       “응. 하나에 삼천 원밖에 안 할걸?”

       

       삼천 원.

       빈 병을 몇십 개나 팔아야 하는 금액이었다.

       레비나스가 히익 하며 기겁했다.

       

       “비, 비싼데···”

       

       “그게, 직접 만들어 먹으면 얼마 안 할걸?”

       

       “그러냐···?”

       

       “응. 아마 백 원도 안 할거야.”

       

       확실히.

       나무막대기 하나랑 설탕만 있으면 되니까.

       원가가 얼마 안 될 것 같기는 했다.

       

       “그럼 직접 만들어 먹는 거니까, 하나에 백 원만 내면 되는 거냐?”

       

       “으, 응! 언니한테 백 원만 주면 돼!”

       

       백 원.

       돈이 없는 나와 레비나스조차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액수였다.

       

       “레비나스 백 원 많다! 백 원 네 개나 있어! 왕은 백 원 많이 있냐?”

       

       “응. 나도 백 원은 많이 있어.”

       

       “헉! 그럼 솜사탕 먹을 수 있겠다!”

       

       폴짝폴짝-

       레비나스가 자리에서 높이 뛰어올랐다.

       돈 걱정 없이 그녀에게 맛있는 걸 먹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게 다 한여름 덕분일 테지.

       솜사탕을 원가에 만들어주는 그녀가 감사할 따름이었다.

       

       

       **

       

       

       공원으로 돌아온 우리는 연못 근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곳에서 나와 레비나스는, 한여름이 어디선가 가져온 솜사탕 기계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솜사탕을 만드는 기계냐?”

       

       “응.”

       

       한여름이 기계에 설탕을 집어넣자, 솜 형태의 설탕이 뿜어져 나왔다.

       한여름이 어디선가 가져온 나무 막대기를 돌돌 돌리자, 솜사탕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우와.”

       

       솜사탕 만드는 걸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나도 처음이었다.

       신기한 마음에 기계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자, 코 위에 하얀 솜사탕이 달라 붙었다.

       

       “겨울아, 살짝만 뒤로 갈까? 얼굴 끈적해지겠다.”

       

       “네에···”

       

       한여름이 내 코에 묻은 솜사탕을 떼주는 순간, 누군가 우리의 곁으로 다가왔다.

       붉은 로브를 입은 길드의 마법사 정유나였다.

       

       “어머, 귀여운 거 만들고 있네?”

       

       “응. 애들이 솜사탕 먹어본 적 없다고 해서.”

       

       한여름이 완성된 솜사탕을 앞으로 내밀었다.

       레비나스가 내 눈치를 보고 있기에, 먼저 받으라며 손짓을 해 주었다.

       

       “소, 솜···!”

       

       부드러운 솜사탕이 예뻐 보였던 걸까?

       레비나스는 한동안 솜사탕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레비나스의 모습이 귀여웠던 건지, 정유나가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후후 웃었다.

       

       “레비나스.”

       

       “응?”

       

       “갓 만든 솜사탕은 더러우니까 물에 씻어 먹어야 해.”

       

       “그, 그러냐···?”

       

       레비나스가 공원 연못을 향해 시선을 돌렸고, 한여름이 정유나의 뺨을 죽 잡아당겼다.

       정유나의 탄력 있는 뺨이 죽죽 늘어났다.

       

       “애들 진짜 믿는단 말이야.”

       

       애들이라니.

       나는 왜 포함해서 말하는 거지.

       억울한 눈빛으로 한여름을 올려다보았으나,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정유나와의 대화와 솜사탕 만들기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귀엽잖아.”

       

       “그렇긴 한데···”

       

       정유나와 한여름이 투닥거리는 걸 지켜보다가, 레비나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어느샌가 근처에 있는 연못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뿔토끼 수인족이라서 그런지 기척도 없었다.

       

       ‘레비나스?’

       

       설마 솜사탕을 연못에 씻으려고 하는 건가?

       솜사탕이 뭔지 몰랐던 그녀라면, 충분히 할만한 행동이었다.

       나는 다급히 레비나스를 향해 달려갔다.

       

       “레비나스.”

       

       레비나스를 말리기 위해 어깨 위로 손을 올리는 순간, 레비나스가 들고있던 솜사탕을 연못에 찍었다.

       잘 씻어 먹으려는 건지 이리저리 휘적이기도 했다.

       

       “왜 부르냐?”

       

       레비나스가 솜사탕이 붙어있던 나무 막대를 휘적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솜사탕은 어딘가로 사라진 상태였다.

       

       “저런.”

       

       늦긴 했지만, 딱히 엄청난 사고가 일어난 건 아니었다.

       그녀에게 솜사탕이 물에 녹는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옆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레비나스, 솜사탕 사라졌다.”

       

       “뭐?!”

       

       레비나스가 솜사탕이 붙어있던 나무막대기를 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이해조차 못 하고 있었다.

       

       “물고기가 먹었나···?”

       

       솜사탕을 물고기가 먹었다고 생각한 건가.

       뭔가 레비나스다운 발상에 킥킥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응, 물고기가 먹었다. 내가 봤어.”

       

       “그, 그러냐? 물고기도 솜사탕 좋아하나 보네?”

       

       “응. 그런가 봐.”

       

       정유나가 레비나스한테 왜 거짓말을 한 지 알 것만 같았다.

       순수한 그녀의 모습은 꽤나 사랑스러워 보였으니까.

       

       물론 레비나스에게 끝까지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 입을 여는 그때, 우리의 곁으로 한여름과 정유나가 다가왔다.

       

       “우리 애들이 참 민첩하단 말이지. 언제 연못까지 갔대?”

       

       “응. 기척도 없이··· 어머?”

       

       한여름과 정유나가 레비나스의 손에 들린 나무막대기를 바라보았다.

       레비나스가 솜사탕을 물에 씻었다는 걸 금세 깨달은 것 같았다.

       

       “아이고, 유나야.”

       

       “미, 미안···”

       

       뺨을 긁적인 정유나가 우리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런 정유나를 향해 레비나스가 막대기를 내밀어 보였다.

       

       “마법사야, 물고기가 솜사탕을 다 먹었다.”

       

       “물고기가?”

       

       “응. 물에 솜사탕 넣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졌다. 왕도 나랑 같이 봤어.”

       

       “그, 음···”

       

       정유나가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어색하게 후후 웃었다.

       그녀는 나와 레비나스의 뺨을 콕콕 찌르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물고기가 먹은 게 아니라 물에 녹은 거야.”

       

       “물에 녹아? 이거 물에 씻어 먹는 거 아니냐?”

       

       “미안, 레비나스랑 겨울이가 솜사탕 처음 먹는 거 같아서 장난 좀 친 거야.”

       

       “헉.”

       

       눈을 동그랗게 뜬 레비나스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머쓱함에 연못만 내려다보았다.

       

       “그게···”

       

       장난쳐서 미안해.

       그리 말하려 했는데, 보다 먼저 정유나가 입을 열어왔다.

       

       “겨울이도 처음이라서 잘 몰랐나 보다, 그치?”

       

       “저, 저는, 그게···”

       

       “솜사탕은 설탕이라 물에 녹거든.”

       

       “그··· 네···”

       

       레비나스가 솜사탕을 물에 씻을 때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던 나였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취급을 당해도 할 말이 없었다.

       

       “미안, 대신 언니가 큰 걸로 하나 더 만들어 줄게.”

       

       “네, 네에···”

       

       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내 어깨를 한여름이 토닥여 주었다.

       

       “겨울아, 처음에는 모르는 게 당연한 거야. 언니도 처음이었다면 겨울이처럼 아무것도 몰랐을걸?”

       

       “그, 그렇군요···”

       

       “응. 이런걸로 겨울이가 부끄러워 할 필요도 없고, 언니들이 겨울이를 놀릴 생각도 없어. 뭔 말인지 알지?”

       

       “네···”

       

       위로해 주는 건가.

       참으로 좋은 사람들이었다.

       이 상황이 오해가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억울했지만, 모든 게 내 잘못이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레비나스만 아무것도 모르고, 나는 사실 전부 알고 있다며 항변하면 더 부끄러워질 뿐이었다.

       

       “마법사야, 이거는 마법사가 잘못 한 거니까, 솜사탕 댑따 크게 만들어 줘야 한다?! 레비나스 백 원 날렸단 말이야!”

       

       “응. 솜사탕 댑따 크게 만들어 줄게. 한 번만 용서해 줄래?”

       

       “헤헤, 그럼 레비나스가 한 번 용서해 줄게.”

       

       레비나스가 통통 뛰며 솜사탕 기계로 달려갔다.

       그녀는 자신이 몰랐다는 걸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있었다.

       

       ‘모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니까.’

       

       이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였다.

       새로운 사실을 알 때마다 부끄러워할 수는 없었다.

       

       오늘은 레비나스를 본받기로 할까.

       부끄러움을 지워낸 나는 레비나스를 쫓아 달렸다.

       

       그렇게 돌아온 솜사탕 기계.

       레비나스는 솜사탕 기계를 보며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왕이 꼬리로 솜사탕 만들면 더 많이 만들 수 있겠다···”

       

       “에.”

       

       그녀의 충격적인 말에 나는 자리에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요!
    ───

    겨울이 꼬리 솜사탕…
    나도 먹고 십따…

    ───
    딩딩딩님 6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비공개회원[ㅅㄹㅇㄹ]님(11-12) 2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딩딩딩님 팬아트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해서 팬아트 공지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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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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