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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8

       * * *

       

       

       

       

       로스차일드

       

       

       최근 로스차일드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영국의 로스차일드 본가에서는 영국의 상황이 심상치 돌아가자, 골치가 아팠다.

       

       

       “독일 공산당 간부에 유대인 여자가 있다지?”

       “그냥 서기장 최측근이라더라.”

       “그러고 보니 로스차일드 가문도 유대계 아니야? 독일 공산당 지원한 거 아닐까?”

       

       

       얼마 전까지 독일제국이었던 땅이 빨갛게 물들어버린 일 때문에, 해협 하나를 두고 있는 영국 내부에서는 반독. 정확히는 공산 독일에 대한 반독 정서가 심해짐에 따라 반유대 정서도 싹 텄다.

       무려 독일 자유 사회주의 공화국 서기장 카를 리프크네히트와 함께 혁명을 일으킨 주역인 로자 룩셈부르크가 폴란드 출신 유대인이라는 정보가 퍼진 탓이었다.

       

       여기에 몇몇은 ‘로스차일드 유대계 아님? 혹시?’라는 의문이 나오면서 로스차일드 본가는 좀 귀찮아졌다.

       

       물론 조금 귀찮을 뿐이지, 로스차일드 처지에서는 어디서 개가 짖네. 이렇게 취급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아무렴, 유럽을 꽉 쥔 금융가 가문을 감히 누가 어떻게 건드리겠나?

       

       그런데 이 무렵, 또 이상한 소식이 들어왔다.

       

       

       “최근, 러시아가 유대인들을 보호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대인들을? 허. 반유대 국가가 잘도 그러는군.”

       

       

       월터 로스차일드. 2대 로스차일드 남작은 표정에 나올 정도로 조소를 머금었다.

       

       그 반유대국가 러시아가?

       

       물론 내전에서 유대인들을 포용하려 했다고는 들었지만. 설마하니 진지하게 그런다고?

       

       동물학자인 자신이 동물을 저버린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다.

       

       실제 역사에서 그는 미래에 이스라엘 건국을 결정짓는 거나 다름없는 벨푸어 선언의 지지를 받아내기도 했다.

       

       

       “진지하게 국책으로 유대인들의 정착도 돕는다고 합니다. 이미 저 동방의 땅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하더군요.”

       “유대인들의 정착을? 그래 봤자 백군을 지원한 유대인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었나?”

       “그렇지가 않다고 합니다.”

       

       

       그것은 처음 듣는 일인데.

       

       끽해야 러시아 내전에서 백군을 도운 자만 잘 대한 거 아닌가?

       

       

       “지금의 차리나가 내전 때 유대인들의 도움을 받아 친유대 정책을 펼치는 모양입니다.”

       

       

       차리나라 듣기는 들었다.

       

       러시아의 성녀라지. 러시아의 우방인 프랑스에서는 러시아의 잔다르크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약간 미화되고 과장되긴 했겠지만, 내전에서 직접 그 포화 속에서 병사들과 함께 싸웠다고 한다.

       

       

       “차리나가 내전에서 그리 대단했다지. 여인의 몸으로 직접 병사들과 뛰었다라. 흠. 참 재미있어.”

       “그래 봤자 선전용이 아니겠습니까.”

       “아니야. 아니야. 로마노프 꼴을 보면 그렇게라도 해야 떠난 신민의 마음을 다시 돌릴 수 있었을 거야. 아마 좀 과장은 있어도 반은 진실이겠지.”

       

       

       월터 남작은 무언가 떠오른 듯 책상 서랍에서 서류들을 꺼냈다.

       

       그 차리나에 대한 정보를 얼마 전에 조사를 해보기는 했다.

       

       최근 영국이 돌아가는 상황이 시원찮아서 잠시 잊고 있기는 했는데.

       

       무려 내전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좋아할 개혁을 진행하면서, 볼셰비키들을 엿 먹였다고 한다.

       

       명색이 차르일가를 도륙한 볼셰비키 정권이 황녀를 따라 할 수 없으니 노동자를 위한 개혁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군인만 징집하다가 무너졌다지.

       

       월터 남작은 이 차리나가 한 개혁에 대해 이런 생각을 했다.

       

       볼셰비키들이 할 개혁을 미리 선점했다고.

       

       일부러 노동자 복지를 해주면서 동시에 볼셰비키가 지지를 받지 못하도록 볼셰비키 개혁을 선점한다.

       

       일각에서는 귀족들이 한 것이고 차리나는 얼굴마담이라는데. 그 꽉 막힌 귀족들이 그런 개혁을 주장할 리 없다.

       

       

       “정말 그렇다면 성녀라는 거군요.”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러시아에서 석유를 캐냈다지.”

       “예.”

       

       

       그것도 로마노프 석유회사라는 곳에서.

       

       딱 기업 이름만 봐도 이건 차리나가 만든 회사가 분명했다.

       

       러시아라면 브라노벨이 꽉 쥐고 있었을 텐데. 혁명이 실패했어도 브라노벨은 타격을 받은 건가.

       

       이쪽은 계획대로긴 하지만. 로마노프 석유회사. 이게 좀 걸린다.

       

       그렇다면 먼저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떤가?

       

       플로에슈티 석유지대도 좋지만, 수르구트 쪽도 한번 손을 뻗어보면 어떨까?

       

       

       “그쪽에 한번 연을 대보는 것은 어떤가?”

       

       

       영국의 본가가 망할 일은 없겠지만, 최근 영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래도 다른데도 발을 뻗어 놔야 한다.

       

       차리나가 친유대인 정책을 펼친다면 좀 해볼 만하지 않나.

       

       이참에 로스차일드 러시아지부를 세워도 좋을 것이다.

       

       후계도 없으니, 차리나를 며느리로 삼는다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젊은 차리나와 로스차일드와 인연을 맺어둘 수도 있는 일이고.

       

       

       * * *

       

       

       

       중국이 군벌 시대가 도래했다.

       

       이전부터 그래 왔지만, 통합할 가능성이 있던 쑨원도 죽어버렸고.

       

       장제스도 세력을 그리 키우지 못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큰 세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언제 통합이 될까.

       

       그런데 이게 막상 생각해 보니, 이게 참 웃음이 절로 나온다.

       

       

       “천중밍도 어지간한 몽상가인가보군.”

       

       

       이걸 받아들인 것도 참 대단하다.

       

       제 딴에는 나만 믿고서는 이번 일을 결정한 모양이지만, 나는 잘 알지.

       

       굳이 내가 뒷수작을 벌이지 않아도 나중에 가면 군벌들은 더 권력을 내놓을 수 없을 거다.

       

       그렇게 되면 서로 불신하고 또 싸우게 될 것이고, 우위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연성 자치 카드를 꺼냈으니 천중밍은 구심점이 되지도 못하고 각자 전국시대로 서로 싸우게 될 거다.

       

       천자의 자리를 놓고 싸우던 시기와 지금은 다르다.

       

       아마 그때보다 더 길게 이어질 수도 있겠지.

       

       때로는 열강들의 대리전을 하거나 하면서.

       

       하긴, 천중밍은 나를 믿을 수밖에 없을 거다.

       

       왜?

       

       마치 마음의 안식처를 찾기 위해 사이비 종교 같은 데에 손을 댄 사람들처럼, 아니, 그가 속에 내심 꿈꾸고만 있던 것을 내 입으로 다 털어놓았다.

       

       심지어 러시아 땅에서는 성녀라 추앙받는 차리나기도 하고.

       

       믿을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중국을 평생 갈라둘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을 터다.

       

       그래도 그나마 마지막 보루로 최소한 겉으로는 하나 된 중국으로 보이게 푸이를 황제로 올린 것이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중화민국이지만, 중화제국이나 중화연방이라고 하는 거 같고.

       

       역시 근본도 없이 나를 따라 하려고 하니 이 모양인가.

       

       

       “그런데.”

       

       

       오흐라나에서 보내온 소식에 의하면. 공산당이 언급되어있다.

       

       마오쩌둥이 왜 튀어나오지?

       

       그것도 마오쩌둥이 이번에 쑨원을 깎아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사실상 광둥 군벌의 2인자가 되었다고.

       

       

       

       

       “이 미친놈.”

       

       

       믿을 놈이 없어서 마오쩌둥을 수하로 두나.

       

       아니지. 역사가 바뀌면서 이놈도 뭐가 바뀌었나.

       

       공산주의 아이돌 레닌이 모두의 기대를 배신하고 폭사로 저승으로 튀고, 스탈린은 고자가 되었으며, 트로츠키는 미국에서 닭을 튀기면서 흑인들 민심이나 잡고 있다.

       

       독일 공산당은 아마 중국 공산당에 대해 들으면. 아 저기에도 공산당이 있었어? 이 정도겠지.

       

       당장 주변국을 두들기기 위해 내부를 다스릴 공산 독일이 중국을 신경 쓸 리 없을 것이다.

       

       그럼, 지금의 마오쩌둥은 그거지.

       

       아나키스트에 가까운 공산당이라는 것.

       

       마오쩌둥이 공산주의 막 접했을 때는 아나키스트에 가깝다고 들었다.

       

       중국은 27개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던 놈이지.

       

       그러면 이 천중밍에 이어 마오쩌둥까지 동원해 중국을 나누게 하고 장제스도 적당히 견제하는 거다.

       

       아, 이러면 못 참지.

       

       나중에 분열된 중국 상태에서 굳어지고, 천중밍의 후계자가 마오쩌둥이 되면 이거.

       

       중국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명분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마오쩌둥 이 새끼 공산당이었어?”이러면서 오히려 배신당한 피해자 느낌으로.

       

       

       공산당에 뒤집힐 뻔 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공산주의를 증오하는 러시아 합중국은 중국에 개입할 수 있다.

       

       물론 이건 좀 나중이 될 것이다.

       

       중일 전쟁에서 중국이 좀 작살 난 다음이지.

       

       나중에 중국 좀 밀어버린 다음에, 중국 견제할 겸 화에 유대인 나라 세우게 해주면 어떨까.

       

       그도 아니면 녹우크라이나를 거기 세워줘도 되고.

       

       그게 안 되면 지금쯤 산둥반도에 있을 장쭤린을 데려다가 다시 만주 세력 규합하게 한 다음 산둥 군벌로 세워주거나.

       

       그 작자가 마적 출신이긴 해도 피지컬은 대단하잖아.

       

       리더쉽으로 다시금 군벌로 자랄 수 있게 도와주면 되겠지.

       

       상상해 보니 좀 재밌네. 이거.

       

       그렇게 해서 중국을 내 마음대로 조리하면, 대륙은 쉽게 통일하지 못할 거다.

       

       딱 수십 년만 굳어진다면, 각국의 경제력 차이, 권력욕. 통일비용 등등. 마치 현대의 한국이 남북으로 70년 이상 갈라진 것처럼 통일은 힘들어질 거다.

       

       자, 그럼 중국 문제는 잠깐은 이대로 둘까.

       

       장제스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위인은 아닐 거다.

       

       천중밍이 보내온 정보에도 장제스가 불만을 품고 있다고 쓰여 있는 걸 봤으니까.

       

       아마 중국에서 좀 뭔가 터지긴 터질 거다.

       

       국공내전이나, 중일전쟁 이전에, 내전이 한 방 크게 터지지 않겠나.

       

       그때 군사적 개입을 해도 될 거 같고. 중국은 이제 나중으로 밀도록 하고.

       

       문득 낮에 있던 일이 떠올랐다.

       

       영국의 로스차일드 남작이 러시아에 온다는 말이 있던데. 영국 대사관발이니 거짓은 아닐 것이다.

       

       왜 오는 걸까.

       

       아니, 솔직히 감이 잡히는 것은 있다.

       

       수그루트 석유에 대해 냄새를 맡았겠지.

       

       지금 거기 매장량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모른다.

       

       아마 생산을 돕겠다. 이러면서 좀 지분 좀 먹고 싶다. 그 말일 터다.

       

       우리 처지에서 로스차일드와 적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좀 기분은 나쁜데.

       

        로스차일드가 친유대정책을 펼치는 차리나에게 호감이 있다 어쩐다. 그런 말이 있는데. 그걸로 뭔가 해먹으려는 거 같다.

       

       뭐 이 문제는 로스차일드 남작이 와야 뭐 하든 말든 하지.

       

       지금은 그보다 어느새 사업가로서 성장한 유수포프 공작이 찾아왔더라고.

       

       

       “그런데 유수포프 공작은 이곳에 왜?”

       “폐하, 아무래도 석유시추 관련 문제로 상의드릴 일이 있습니다.”

       

       

       석유시추와 관련해서?

       

       로마노프 금괴로 여기저기 투자하는 상황에서 나만 돈을 박을 수 없으니, 유수포프 공작에게 석유시추를 위해 돈 좀 넣으라고 말은 해뒀는데.

       

       

       “무슨 일입니까?”

       “최근 벌이는 사업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석유개발은 잠시 뒤로 미뤄야 할 거 같습니다.”

       

       

       석유개발을 미뤄야 한다고?

       

       아, 그건 좀 많이 아쉬운데.

       

       대공황 이전까지는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은 어떻게든 확보해야 한다.

       

       러시아의 경제학자들은 대공황 때, 다른 나라와 달리 이쪽은 최소 현상 유지. 또는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뭐라도 좀 가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대공황 전까지는 확보할 만한 건 다 확보해 두고 싶은데. 영 안 되는 겁니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럼 아무래도 다른 데서 돈이 좀.”

       

       

       흠, 그럼 결국 돈이 부족한 것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남은 금괴라도 다 써버릴까.

       

       아니야. 그러기에는 좀 가진 돈도 있어야 비상시를 대비해야 하는데.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폐하께서 저에게 기회를 주셔서, 그간 제가 석유 쪽으로도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만.”

       

       

       오, 그래. 열심히 공부한 모양이구나.

       

       그럼 어디 한번 들어 봐야겠지. 무슨 말을 할까.

       

       

       “계속해보세요.”

       “사실은, 브라노벨 측에서 석유생산을 돕겠다고 하였습니다.”

       “브라노벨이요?”

       

       

       뭐야, 그 출판사 회사 같은 이름은.

       

       

       “애초에 수그루트 석유에 쓰일 송유관을 지원한 것도 브라노벨이었습니다. 당장엔 쓸모없지만, 유조선까지 지원했죠.”

       

       

       송유관과 유조선? 이 시대에도 있었어?

       

       이 시대에 그런 걸 지원했을 정도면 상당한 회사 아닌가.

       

       아, 노벨 가문이구나.

       

       그 알프레드 노벨의 가문.

       

       일단 그쪽 사정은 잘 모르니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질문하기로 했다. 

       

       

       “노벨가문에서 우리를 그리 돕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혁명으로 러시아 시장을 잃을 뻔했으니 당연합니다. 애초에 스웨덴 출신이라고는 가문이 러시아 제국에서 크게 번영하면서 러시아 회사나 다름없습니다.”

       “혁명으로 말입니까?”

       “노벨가문은 러시아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대단한 가문이었습니다. 특히 바쿠 유전과 관련이 깊죠. 그런데 혁명이 터질 때, 아무래도 록펠러와 로스차일드 등이 브라노벨을 어떻게 하려 한 모양입니다.”

       

       

       록펠러라. 그러고 보니 석유 시추 기술. 미국에서 어떻게 지원받을 때 스탠다드 오일 등등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거 같기는 한데.

       

       어떻게 하려 했다고. 아, 딱 각이 나오네.

       

       소련이 적백내전에서 이겨 러시아를 장악하면, 바쿠 유전 석유 국유화 시키면 브라노벨에 타격을 줄 수 있으니까.

       

       그래. 스탠다드와 로스차일드가 빨갱이를 후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노벨 가문. 흠. 석유와 관련해서 써먹을 수 있을까?

       

       

       “계속 말해보세요.”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교정기에서 브라노벨을 자꾸 브레지어 노벨로 수정해버리던…

    석유 관련해서 그냥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로스차일드 가문=로얄 더치 쉘
    록펠러 가문=스탠다드 오일
    노벨 가문: 브라노벨

    이렇게 세 가문의 석유회사가 꽤 오랫동안 해 먹었습니다.
    그중 브라노벨은 러시아 캅카스의 바쿠유전을 기반으로 러시아에서 발전했습니다.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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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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