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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8

       

       

       “여긴가?”

       

       

       주위를 둘러보자 같은 도시라고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낙후되어있는 시설물과 건물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만 없었더라면 유령도시라고 해도 믿을 정도네.

       

       마수에게서 탈환한 지 오래 지나지 않은 도시라 그런가?

       

       

       “이야,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사네···.”

       

       

       아멜리아도 신기함과 안타까움이 섞인 눈동자로 이리저리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우리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걸까?

       

       길을 걷던 사람들이 우리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뭐, 뭐야? 왜?”

       

       “···하아. 죄송합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사과한 뒤 아멜리아에게 쓴소리를 내뱉었다.

       

       

       “여기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조심해. 치안이 별로 좋지 않다고.”

       

       “뭐, 뭘? 초인도 아닌데 그 거리에서 목소리가 들렸을 리가 없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네 외모는 그렇지 않잖아.”

       

       “외모? ···아.”

       

       

       이제야 깨달았나.

       

       저 사람들은 아멜리아처럼 꾸미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풍족하지 않다.

       

       귀티 나는 외모에 값어치가 있어 보이는 장식품들.

       

       그들은 시기와 질투, 욕망이 어린 시선으로 아멜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우리에게 시비를 걸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우리가 아카데미 교복을 입고 있어서 그렇다.

       

       싸운다고 한들 이길 방법조차 없을 테니까.

       

       

       “대체 여기에는 왜 온 거야?”

       

       “···뭐, 나는 오면 안 돼? 나도 아르테 친구인데?”

       

       “아니, 오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아닌데···.”

       

       

       아멜리아와 함께 행동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익숙해져서 딱히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이 나와 아멜리아 둘뿐이라는 거지.

       

       

       “도로시랑 움직여야 하는 거 아냐? 도로시는 어디에다 두고 혼자 왔어?”

       

       

       도로시와 아멜리아는 같은 조다.

       

       그렇기에 아멜리아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도로시와 함께 움직여야 하니까.

       

       도로시는 아르테의 정체를 모르기도 하고.

       

       그렇기에 아멜리아를 내버려 두고 출발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 뒤를 따라붙기 시작하더라.

       

       설마 도로시를 내버려 두고 혼자 움직이다니.

       

       

       “걱정하지 마. 도로시가 허락해줬으니까.”

       

       “···허락?”

       

       “응. 사정을 설명했더니 납득해주더라고.”

       

       

       아.

       

       시우는 보지 않아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만 같았다.

       

       감수성이 풍부한 도로시는 연애에 사족을 못 쓰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아멜리아의 감언이설에 손쉽게 넘어갔겠지.

       

       

       “하아···. 마음대로 해.”

       

       “그럴 건데?”

       

       “···.”

       

       

       어째 한마디를 안 지네.

       

       이대로 말싸움만 하면 머리만 아파져 오겠다고 생각한 시우는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아멜리아가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게 어디 한두 번이던가.

       

       

       “여기 주변인 건 확실한데···. 어떻게 찾을 거야?”

       

       “응?”

       

       “···뭐야, 아무런 계획도 없이 왔어? 이 넓은 땅에서 아르테를 어떻게 찾을 건데?!”

       

       

       황당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이는 아멜리아에게 가볍게 대꾸했다.

       

       뭘 그런 걸 물어.

       

       

       “그냥 걷다 보면 나오겠지.”

       

       “뭐?!”

       

       “자, 가자. 왠지 이쪽일 것 같은데.”

       

       “야, 야?!”

       

       

       

       ***

       

       

       

       “···너, 너. 어디까지 가는 거야?! 길 알아?!”

       

       “아니, 모르는데. 여기는 처음이야.”

       

       

       미친놈인가? 아니, 미친놈이구나.

       

       아멜리아는 확신했다.

       

       유시우는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

       

       자기 입으로 치안이 좋지 않다고 말한 동네다.

       

       적개심마저 느껴질 정도로 외부인을 향한 경계심이 강한 동네.

       

       처음에는 신기해서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느껴지는 시선에 질려버렸다.

       

       온갖 욕망과 질투가 어른거리는 눈동자.

       

       저런 사람들이 능력을 갖게 된다면 필히 무언가 저지르겠구나 싶은 눈동자였다.

       

       그런데 자기 입으로 위험하다고 해놓고서 길도 모르는 곳을 성큼성큼 나아가다니.

       

       

       “돌아가자, 유시우. 여기는 위험해. 아무리 초인이라고 해도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돌아가는 길 같은건 모르는데?”

       

       “야?!”

       

       

       유시우는 가끔 나보고 미친 거 아니냐고 말을 했었지.

       

       그 말을 돌려주고 싶었다.

       

       미친 건 너잖아.

       

       

       “돌아가고 싶으면 돌아가면 되잖아. 너는 좀 뛰면 나갈 수 있으면서.”

       

       “그건 그렇지만···! 네가 여기에 있잖아!”

       

       

       나 혼자 나가면 무슨 소용이야.

       

       이런 위험한 장소에 이 녀석을 두고 갔다가 무슨 사건이라도 터지면 밤에 마음 놓고 잠을 잘 수가 없다.

       

       그건 싫어. 나는 푹 자고 싶다고.

       

       

       “빨리 나가야···!”

       

       “아, 찾았다.”

       

       “···뭐?”

       

       “저기, 저 사람 보여? 뭔가 느낌이 왔어.”

       

       

       느낌이라니.

       

       아까부터 길을 모른다면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던 것도 그렇고.

       

       무언가 확신에 차 있는 움직임이었는데, 그냥 느낌가는 대로 간 거라고?

       

       아멜리아는 문득 유시우의 능력이 떠올랐다.

       

       직감.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공격에만 반응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미친놈. 얼마나 성장이 빠른 거야?

       

       오픈 월드 게임의 퀘스트 마크를 따라가듯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긴 유시우.

       

       

       “···뭐, 뭐야. 너희들은.”

       

       

       유시우가 발걸음을 멈춘 곳에는, 바닥에 주저앉은 남성이 벌벌 떨고 있었다.

       

       아르테라기에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

       

       하지만 아멜리아는 시우를 믿어보기로 했다.

       

       

       “거기 아저씨. 혹시 눈을 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애 봤어? 가슴이 좀 큰 흑발이야.”

       

       “히, 히익! 나는 아무것도 몰라!”

       

       

       알고 있구나.

       

       아멜리아는 시우의 능력이 부러워졌다.

       

       여태껏 다른 사람의 능력이 부러운 적은 없었는데.

       

       이 자식, 잃어버린 물건 같은 걸 잘 찾을 수 있는 능력이었다···!

       

       

       “뭐야, 아멜리아. 왜 그렇게 봐?”

       

       “다음에 네 능력 좀 빌려주라.”

       

       “?”

       

       

       집이 너무 넓어서 분명 어딘가에 있을 텐데 찾지 못하는 물건이 한둘이 아니었는데.

       

       아멜리아는 다음에 시우를 집에 초대해 잃어버린 물건들을 다시금 되찾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언제가 좋을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당신을 해치려는 게 아닙니다. 그저 묻고 싶은 게 있을 뿐이에요.”

       

       “그, 그걸 어떻게 믿어···!”

       

       “으음···.”

       

       

       잠깐 그의 능력에 정신이 팔린 사이에 유시우가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한눈을 팔고 있었더라도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에, 그가 무엇을 고민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어떻게 행동해야 그가 곱게 말할까.

       

       그런 고민을 하는 거겠지.

       

       ···그래도 진짜 만능은 아닌가보네. 바로 아르테가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건 아닌가 봐?

       

       저 방향으로 성장한다면 수사관이 될지도 모르겠네.

       

       과정을 다 생략하고 범인을 다이렉트로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능력이었다.

       

       ···뭐, 어쨌든. 유시우가 단서를 찾았으니 이번에는 내 차례인가?

       

       저 능력은 진짜 부럽지만···. 나도 나름의 방식이 있다고.

       

       저 녀석은 할 수 없는 나만의 방식.

       

       

       “아저씨. 이거 받아.”

       

       “이, 이건···.”

       

       “가짜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꽤 비싼 거다, 이거?”

       

       “···.”

       

       

       꿀꺽.

       

       도망칠 궁리만 하던 남성의 눈빛이 바뀌는 게 보였다.

       

       하기야,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이 금으로 된 장식품을 얻게 될 기회는 흔치 않을 테니까.

       

       손에 닿은 장식품을 낚아채듯 가져간 주제에 불신 섞인 눈동자를 하고 있는 그에게 말했다.

       

       

       “우리가 찾고 있는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말해주면 더 줄 수도 있어.”

       

       “···저,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고 말고. 아저씨, 나 돈 많아.”

       

       

       물론 내 돈은 아니다.

       

       아빠 돈이지.

       

       하지만 돈은 쓰라고 있는 법.

       

       할아범이랑 아빠도 친구 도와주느라 돈 좀 썼다고 하면 용서해주지 않을까? ···해주겠지? 그렇지?

       

       벌써 귓가에 잔소리가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모르겠다. 이미 저질러버렸으니까.

       

       좀 혼나면 괜찮겠지 뭐.

       

       

       “저, 저기. 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어.”

       

       “더 안쪽? 왜 들어갔지?”

       

       “몰라. 아라크네를 찾고 있었어···. 그놈들은 아라크네를 찾고 있었다고. 수사관과 함께!”

       

       “수사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어!”

       

       

       아르테가 수사관과 함께 있었다고?

       

       ···왜?

       

       아라크네는 협회에서 예의주시하는 조직일 텐데.

       

       으음, 잘 모르겠네.

       

       어쨌든 방향도 알려줬고,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도 들었으니 약속한 물건을 줘야겠지.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풀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자, 받아.”

       

       “오, 오오···!”

       

       “가자, 유시우.”

       

       “하, 하나. 하나만 더 말할 게 있어.”

       

       “응?”

       

       

       목걸이를 황홀한 눈동자로 바라보던 그가 말을 걸어왔다.

       

       의심을 모두 거둔 채로, 귀한 물건을 가져다준 사람에게 호의를 표하기 위해서.

       

       

       “이 주변에는 아라크네가 활동하고 있어.”

       

       “그거야 뉴스에도 나왔으니 당연하잖아. 나도 알아. 그거 사칭이거든?”

       

       “그, 그러니까···. 그게···.”

       

       “더 할 말 없으면···.”

       

       “잠깐, 아멜리아. 더 들어보자.”

       

       “그놈들, 수가 꽤 많아!”

       

       

       수가 많다니?

       

       우리의 의문을 눈치챈 걸까. 그가 말을 이어갔다.

       

       

       “최, 최근에 사라진 위버멘쉬···! 그 녀석들한테 억눌려있던 놈들이 다 아라크네를 사칭하고 있어. 그 수가 어마어마해.”

       

       “···별로 문제 될 건 없어 보이는데.”

       

       “아니, 아니야. 여기는 미로니까.”

       

       “···미로?”

       

       “수복한 지역을 급하게 쌓아 올리다 보니 도로가 이리저리 꼬여있어서 현지인들도 길을 잃기가 쉬워. 그래서 방심한다면···.”

       

       

       그제야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깨달았다.

       

       미로 같은 지형. 그곳에서 사는 범죄자들.

       

       기습적으로 공격받으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지도.

       

       

       “···고마워, 아저씨.”

       

       “도, 돈값이야.”

       

       “차고 넘치네. 좋은 쇼핑이었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저도 ‘작가님’ 처럼 나만의 작은 세상이 하나 갖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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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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