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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8

       “크으!”

        ​

        “역시 작업 중에 마시는 맥주가 최고군!”

        ​

        “인간! 너도 한잔 할 텐가?”

        ​

        드워프들이 작업 중에 술을 마시는 건 흔한 일인 듯싶었다.

        ​

        건물 밖에 커다란 통이 하나 비치되어 있었으니까 말이다.

        ​

        그것도 마법이 걸린 맥주통이.

        ​

        “드워프하면 맥주. 맥주하면 드워프지. 얼른 마셔보라고!”

        ​

        “드워프하면 대장장이 아니었나요?”

        ​

        어느새 맥주가 담긴 잔이 나에게 내밀어졌다.

        ​

        양손으로 쥐어야 할 만큼 묵직한 무게.

        ​

        코끝을 자극하는 향이 보통이 아니었다.

        ​

        입에 잔을 가져다 댄 나는 감탄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

        “….!”

        ​

        속을 뻥 뚫어 버리는 청량함.

        ​

        대장간에서 느껴지는 열기와 맥주의 시원함은 기가 막힌 조화를 자랑했다.

        ​

        “끝내주지? 비리비리한 것과는 다르게 맥주 맛은 아는군.”

        ​

        “그릇을 만들어 달라고?”

        ​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필요해요.”

        ​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던 드워프가 나에게 다가왔다.

        ​

        영감에게 직접 연락을 받았다던 드워프였다.

        ​

        “용도는?”

        ​

        “음…신을 모시는데 사용할거예요.”

        ​

        “모양은 차차 듣기로 하고, 손 한번 줘보거라.”

        ​

        “손이요?”

        ​

        드워프가 손금을 보는 것도 아니고, 손은 왜 달라는 것일까.

        ​

        맞춤형 무기를 만들 때 손을 본다던 기억이 있기는 했다.

        ​

        하지만 나랑은 상관이 없는 일.

        ​

        내가 오른손을 내밀자 드워프가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

        “활을 잡은 적이 있느냐?”

        ​

        “요즘은 안 써요.”

        ​

        “함정 같은 것들도 만들었던 모양이군.”

        ​

        역시 드워프라는 걸까.

        ​

        새삼 나에게 점을 보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

        손 하나만으로 그런 것까지 맞추다니.

        ​

        “주먹을 쥐어 보거라.”

        ​

        이번에도 내 주먹을 유심히 살피던 드워프가 다시 입을 열었다.

        ​

        “흠, 네놈은 도대체 뭐 하는 인간이지?”

        ​

        “예?”

        ​

        “손만 봐도 많은 걸 알 수 있지.”

       

       실제로 손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 많기는 하다.

       

       손금에는 그 사람의 삶이 담겨 있기도 하니까.

       

       “언데드와 싸운것치고는 상처도 하나 없군. 검을 쥐지도 창을 잡지도 않는 손이야.”

        ​

        스윽 –

        ​

        드워프가 손을 움직이자 내 주먹이 풀어졌다.

        ​

        “평소에는 이런 식으로 무언가를 잡나 보군.”

        ​

        정확하게 맞았다.

        ​

        방울을 끼워 넣는다고 하면 딱 알맞은 손모양이었다.

        ​

        이런 것까지 알아보다니, 생각보다 용한 종족이지 않은가.

        ​

        “허리에 있는 그것이 소문의 방울인가?”

        ​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

        호기심인지 무엇인지 모를 눈빛.

        ​

        드워프의 눈이 내 허릿춤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

        “호오, 이런 물건이 존재하다니.”

        ​

        “예?”

        ​

        만져 본 것도 아니고, 눈으로만 봤는데 알 수가 있다는 건가?

        ​

        “마치 광물과도 같은 모양새야.”

        ​

        “광물이요?”

        ​

        “누군가의 손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생겼었다는 소리다.”

        ​

        떠억 –

        ​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졌다.

        ​

        무당일을 하는 내가 이런 경험을 하는 날이 오다니.

        ​

        드워프의 말이 정확했다.

        ​

        이 방울은 갑자기 내 손에 쥐어져 있었으니까.

        ​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그렇게 섬세한 생김새라니, 흐음…”

        ​

        어느새 드워프들이 가까이 다가와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

        “비슷하게 만들기도 어렵겠군.”

        ​

        “그러게 말이야. 생긴것과는 다르게 복잡한 물건이구만.”

        ​

        “저만한 크기에 무게도 없어 보여.”

        ​

        갑작스레 토론을 하던 드워프들이 나를 향해 눈을 번뜩였다.

        ​

        “그릇을 만들어 달라고 했지?”

        ​

        “네.”

        ​

        “훌륭한 놈들로 만들어 주지. 네놈이 사는 곳으로 가져가겠다. 모양을 설명해 보거라.”

        ​

        이곳에서는 볼 수가 없는 모양들.

        ​

        손짓을 섞어가며 생김새를 알려주는 내 허술한 설명에도 드워프 들은 찰떡 같이 알아 듣고 있었다.

        ​

        “실제로 쓴다기보다는 형식을 갖추는 느낌인가?”

        ​

        “그래도 쓸 수 있다면 좋겠지.”

        ​

        “저놈 손에 맞춰서 만들어 보자구.”

        ​

        대화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

        내용이 너무나 빠르게 흘러 갔기 때문이다.

        ​

        “들어 보니, 모양과 격식이 중요한 것 같군. 맞는가?”

        ​

        “정확해요!”

        ​

        생김새만 묘사했지 아직 용도에 관한 설명은 하지도 않았다.

        ​

        하지만 드워프 들은 생긴것만으로도 쓰임새를 알고 있었다.

        ​

        “인챈트는 필요가 없나?”

        ​

        “굳이 그것까지는…”

        ​

        “알겠다. 빠른 시일내로 만들도록 하지. 보수는 필요 없다. 대신!”

        ​

        “….?”

        ​

        “그릇을 가져가는 날 그 방울을 볼 수 있겠나?”

        ​

        문제 될건 없다.

        ​

        내 방울이 보통물건이 아니라는 건 알았지만, 드워프들이 이렇게 관심을 보일 줄이야.

        ​

        나로서는 오히려 환영하는바였다.

        ​

        나도 모르는 비밀을 알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

        대답을 하려는 찰나, 드워프들이 모두 흩어지기 시작했다.

        ​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보겠군.”

        ​

        “음식이 담겼을 때의 모양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네.”

        ​

        “실용성이 너무 떨어져. 이 부분부터 해결을 해 보자구.”

        ​

        저들의 관심은 이미 만들 물건들에게 쏠려 있었다.

        ​

        창작과 예술에 미친 종족.

        ​

        태어나자마자 망치를 잡는다는 종족다운 모습이었다.

        ​

        “뭐가 지나간 거야?”

        ​

        “바우! 하부?”

        ​

        “할아버지가 아니라…할아버지 맞나? 이름도 못 물어 봤네.”

        ​

        옆에서 조용히 서 있던 란돌프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손을 만졌던 분이 드잔트라고 불리오. 나머지 이름은 우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소.”

        ​

        “흠…”

        ​

        “볼일이 끝났다면 밖으로 모시겠소.”

        ​

        “아, 네.”

        ​

        등에 있던 루나가 바둥거리며 신난 듯이 외쳤다.

        ​

        “까?”

        ​

        “그게 뭔지는 알고 그러는 거야?”

        ​

        “아우우!”

        ​

        날 닮아서 그런지 눈치가 빠른 루나.

        ​

        아마도 자기에게 좋은 물건이라는 걸 진즉에 알아챈 모양이었다.

        ​

        드물게도 나를 재촉했으니까 말이다.

        ​

        “이제 루나 까까사러 가 보자.”

        ​

        “까!”

        ​

        ***

        ​

        조용한 산속.

        ​

        크리스가 차린 신당 앞이었다.

        ​

        그곳에 마법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

        “내 분명히 보았소. 물건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을!”

        ​

        “확실하게 본 것이 맞는가?”

        ​

        “조용히 해 보시게. 영혼이 반응해주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

        시끌벅적 하던 마법사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

        그들에게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

        마나가 없이 일어나는 현상들.

        ​

        전례에 없던 일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

        “….”

        ​

        “…..”

        ​

        한참의 침묵이 이어지던 그때.

        ​

        마당에 놓인 테이블 위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

        가만히 있던 과일 하나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진 것이다.

        ​

        “허억…!”

        ​

        “저, 정말로…!”

        ​

        누군가의 손이 닿지도 않았다.

        ​

        그렇다고 마나가 움직이지도 않았다.

        ​

        방금 일어난 현상은 마법사들에게 있어서는 신세계 그 자체였다.

        ​

        새로운 학문의 탄생이 될지도 모를 일.

        ​

        “허험.”

        ​

        “클로셀님?”

        ​

        “그간 크리스 그 친구와 함께 다니며 많은 것을 들었네.”

        ​

        클로셀이 중후한 음성으로 말하며 테이블 위를 직시했다.

        ​

        “영혼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하더군.”

        ​

        “호오…!”

        ​

        “특히나 이 신당의 주변엔 수많은 영혼들이 있다고 했네.”

        ​

        분명 크리스가 그렇게 말했다.

        ​

        신당에는 묘지에 있는 영혼들과 잡귀들이 자주 방문한다고 말이다.

        ​

        같이 살다시피 하는 잡귀도 있다고 했다.

        ​

        “이름이…대가리라고 했던 것 같군.”

        ​

        “영혼의 이름이 대가리라는 말입니까?”

        ​

        “크리스가 지어 준 이름이라고 했네. 듀라한의 형상을 닮았다더군.”

        ​

        “그럴 수가…!”

        ​

        웅성거림이 퍼져나갔다.

        ​

        인간의 영혼이 듀라한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

        “듣자 하니, 원한이 많거나 격이 높은 영혼은 어느 정도 힘을 가진다는 것 같네.”

        ​

        “그럼 방금 일어난 현상도…?”

        ​

        “아까 듣기로는 이곳에 음기라는 것이 가득해 영혼들이 힘을 쓰기 좋은 장소라더군.”

        ​

        웅성웅성 –

        ​

        “내 생각에는 방금 그 현상도 대가리라고 불리는 영혼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하네.”

        ​

        “역시 클로셀님이십니다!”

        ​

        크리스에겐 별것 아닌 일이었지만 이들에게는 이조차도 새로운 세계였다.

        ​

        이것에 관한 지식을 아는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

        “지금까지 영혼을 보는 이가 없어 몰랐던 것이지. 이런 현상이 이곳에서만 일어나는 듯도 하고 말일세.”

        ​

        “클로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

        칭찬이 터져 나오자 클로셀이 손을 들어 올리며 마법사들을 조용히 시켰다.

        ​

        “하여, 내 그 대가리라는 영혼과 소통을 시도해 볼 생각이네.”

        ​

        “….!!!”

        ​

        “….!”

        ​

        “다들 조용히 해주시게나.”

        ​

        클로셀이 테이블로 다가가 떨어진 과일을 주워 올렸다.

        ​

        테이블의 끝부분에 올려지는 과일.

        ​

        중후한 클로셀의 음성이 허공으로 퍼져나갔다.

        ​

        “대가리 경, 들리시오?”

        ​

        “….”

        ​

        “….”

        ​

        “내 그대의 이름을 몰라 이리불러 미안하오.”

        ​

        “….”

        ​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마법사들의 대열에 합류한 클로셀.

        ​

        주변을 살피던 클로셀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

        “혹시 들린다면 방금처럼 과일을 움직여 주지 않겠소?”

        ​

        잠잠하던 테이블 위에서 작은 소리가 울렸다.

        ​

        툭 –

        ​

        세워 놓았던 과일이 흔들린 것이다.

        ​

        “저…정말로!”

        ​

        “영혼이 응답을 하였소!”

        ​

        “얼른 기록 하시오!”

        ​

        바쁘게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내리던 마법사가 몸을 떨었다.

        ​

        “바,방금 누군가 제 손을 건드렸습니다!”

        ​

        “당장 이리로 오거라.”

        ​

        선배마법사들에게 끌려간 그가 테이블 앞에 앉혀졌다.

        ​

        종이와 펜을 테이블에 올린 그의 주변으로 마법사들이 둥글게 섰다.

        ​

        “영혼이 손을 건드릴 수 있다면, 이것들을 통해 간단하게 의사소통을 해볼 수 있지 않겠소?”

        ​

        “좋은 생각입니다.”

        ​

        “그리 해 보세나.”

        ​

        이윽고 다시 한번 클로셀이 입을 열었다.

        ​

        “대가리경 그대가 이곳에 있는 것이 맞소?”

        ​

        곧바로 테이블에 앉은 마법사가 숨을 들이마셨다.

        ​

        “흡…!”

        ​

        그의 손에 무언가가 느껴졌던 것이다.

        ​

        펜의 끝을 두드리는 무언가.

        ​

        그 느낌을 따라 펜을 움직이자 그려진 것은 작은 동그라미였다.

        ​

        “나,나도 느껴보고 싶소!”

        ​

        “나도!”

        ​

        마법사들이 펜 주위로 손을 모았다.

        ​

        수많은 손들이 한 곳에 모여든 것이다.

        ​

        “…대가리 경! 그대가 대답해준 것이 맞소?”

        ​

        툭 –

        ​

        “….!!”

        ​

        툭 –

        ​

        “허업…!”

        ​

        역시나 작게 그려지는 동그라미.

        ​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며 입을 떠억 벌리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

        마을에서 돌아온 크리스였다.

        ​

        “아주 지랄이 났네, 지랄이 났어.”

        ​

        “자네 왔는가?”

        ​

        어이를 상실해 버린 크리스의 한마디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

        “여기서 분신사바를 다 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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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I Became a Shaman in a Fantasy World

판타지 세계의 무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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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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