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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8

       【사하라의 암흑 길드, 모옥의 데카르트 공녀 암살 시도! 도대체 왜?】

         

       【데카르트 공작가와 황실은 국가적으로 사하라에 항의……】

         

       【사하라는 모르쇠 넘어가……】

         

       【황실, 이 사태를 책임지지 않으면 큰 화를 피할 수 없어……】

         

       “신문 기사를 보니 개판이군.”

         

       모옥, 칠성의 습격 이후 며칠 뒤.

         

       나는 지금 창고만도 못한 숙소에서 케일과 같이 술을 마시고 있다.

         

       참고로 술은 케일이 사 왔다. 나는 돈이 없거든.

         

       “이러다가 전쟁까지 가는 거 아닌가?”

       “그러진 않을 거다. 내가 움직일 거니까.”

         

       연갈색의 술을 홀짝이며 신문 기사들을 살폈다. 다른 내용은 없고 이번 습격에 대한 기사들로만 가득했다.

         

       “그 공녀님은 아직도 그러고 있나?”

       “그래. 카자르가 깨어나질 않아서.”

         

       프란체를 감싸다가 카아락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카자르는 일주일 가까이 지난 지금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법사는 주술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모양.

         

       “근데 마력을 방해하는 주술이었다니, 내가 조금만 늦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군.”

         

       프란체와 케일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등골이 서늘했다. 카자르가 잘 버티다가 칠성 최강을 감당하지 못한 줄 알았는데 말이다.

         

       “네가 있어 다행이다, 케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케일은 멋쩍은 듯 시선을 피한 채 술잔을 홀짝였다.

         

       “아무튼. 셀다스에게도 인사하러 가야겠군. 걔도 고생했으니.”

       “그 파란 머리가 셀다스인가? 내가 갔던 시점에는 거의 죽기 직전이던데.”

       “걔는 암살과 잠입이 특기니까. 정면 싸움을 한 시점부터 패배를 예상하고 갔을 거야.”

         

       솔직히 의외였다. 그놈이 직접 구하러 올 줄이야.

         

       “그래서, 이제 모옥을 치러 갈 건가?”

       “그래. 근데 그 전에 할 일이 있어.”

       “뭐지?”

       “음, 얘기하자면 좀 긴데.”

         

       나는 지금 내가 생각한 계획을 케일에게 말해주었다.

         

       마력의 흐름을 방해해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힘을 알게 된 이상, 프란체의 호위를 늘려야겠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6개월 뒤에는 내가 없을 테니 케일 혼자서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모옥을 치러가기 전에 데카르트 공작과 직접 얘기해서 협상하겠다는 내용까지.

         

       “흠, 호위라. 여기서 더 필요한가?”

       “너도 이번에 느꼈다시피 손이 부족해.”

         

       앞으로 모옥의 칠성만큼 강한 놈들이 움직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법이다.

         

       나와 케일이 원흉을 제거하는 역할을 맡고, 그 사이에 프란체를 지킬 호위가 필요하다.

         

       “혹시 용병 중에 좀 쓸만한 친구 있나?”

       “글쎄. 나는 그다지 다른 놈들과 친하게 지내진 않아서.”

         

       고독한 늑대라는 건가. 은발과 푸른 눈에 잘 어울리는군.

         

       “그럼 엑시드에 물어보거나 어떻게든 찾아보는 수밖…….”

         

       순간 눈이 번뜩 뜨였다.

         

       “뭐지? 왜 그러지?”

       “적합한 사람이 생각나서.”

       “누구지?”

       “검제 라데아.”

         

       케일이 눈썹을 일그러트린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제 라데아?”

       “당연히 모를 거다. 아직 유명하진 않으니까.”

         

       검제 라데아. 소속 같은 건 가지지 않고 오로지 혼자 움직이며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여자다.

         

       ‘복수 대상은 내가 알기론 로아크 남작이었나? 그랬던 거 같은데.’

         

       아무튼. 뛰어난 실력으로도 귀족을 죽일 방법이 없어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전까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강한가?”

         

       케일의 호기심 가득한 물음. 나는 피식 웃었다.

         

       “강하지. 나중에 데려오면 대련해봐도 좋다.”

       “호,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좀 기대되는군.”

         

       싱긋 웃고는 다시 술잔을 기울이는 케일.

         

       “아무튼. 이제 돌아가도 좋다. 나중에 일이 생기면 또 부르지.”

       “벌써 가는 건가? 아직 술병의 반도 비우지 못했는데?”

       “일이 많으니까. 너도 과음하지 말고 적당히 마셔라.”

         

       케일은 아쉬운 듯 입술을 삐죽였다. 남정네가 왜 저래, 징그럽게.

         

       “그래, 그럼 이만 돌아가지.”

         

       그렇게 창고만도 못한 숙소를 나오고, 케일은 곧장 돌아갔다. 나는 프란체에게로 향했다.

         

       공작저로 들어가 손님방으로 향하니 눈을 감고 곤히 잠들어있는 카자르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프란체가 보였다.

         

       “공녀님.”

       “아, 진이구나.”

       “좀 쉬러 가시죠.”

       “아니, 그럴 수 없어…….”

         

       프란체는 이번에 카자르가 자신을 감싸준 게 충격이 큰 듯했다.

         

       자신은 전혀 믿지 않고 있었는데 카자르는 필사적으로 프란체를 지켰다.

         

       자괴감, 죄책감이 몰려들었을 거다.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왔니?”

       “시간을 좀 받으러 왔습니다.”

       “무슨 시간?”

       “남은 일을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프란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은 일을 해결한다고?”

       “예. 일이 많이 커졌으니까요.”

       “아…….”

         

       탁해진 에메랄드빛 눈동자. 나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공녀님의 호위를 늘릴 예정입니다. 또 모옥을 이 세상에서 없애고 올 겁니다.”

         

       프란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호위를 늘리고, 모옥을… 뭐?”

       “말 그대로입니다. 당분간 자율 행동을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나는 눈을 올곧게 뜨고 의견을 밀어붙였다.

         

       “…그래. 너의 판단이니까.”

       

       씁쓸한 얼굴로 기운 하나 없이 고개만 주억이는 프란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주관이 사라진 건 아니겠지? 그럼 곤란한데.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손님방을 나왔다. 그리고 곧장 데카르트 공작의 집무실로 이동해 문을 두드렸다.

         

       “공작님, 진 바렌베르크입니다.”

       ―들어와라.

         

       문을 열고 들어서자 데카르트 공작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올린 채 나를 바라봤다.

         

       “무슨 일로 자네가 직접 찾아왔지?”

       “이번 일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습니다.”

       “얘기? 그래, 일단 앉아라.”

         

       데카르트 공작은 내게 호의적이었다. 프란체를 지켜준 것도 모자라 모옥의 칠성을 다 죽여버렸으니.

         

       “그래,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이지?”

       “제가 사하라로 직접 가서 모옥을 없애려고 합니다.”

         

       공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모옥을 없애겠다고?”

       “그렇습니다.”

       “아무리 자네라도 위험할 텐데.”

         

       턱을 어루만지며 미간을 좁히는 공작.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칠성을 상대해보고 내린 판단이니까요.”

         

       나는 “그리고.”라고 말하며 말을 이었다.

         

       “황실에도 이 소식을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른 나라가 다시는 제국의 권위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만들 테니 공녀님에게 특혜를 내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입니다.”

         

       공작이 물었다.

         

       “특혜라니, 무슨 특혜를 원하는 것이지?”

       “‘페델리안의 사자 패’입니다.”

         

       내 말에 공작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페델리안의 사자 패’라니,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냐?!”

         

       페델리안의 사자 패.

         

       반역을 꾀해도 한 번은 봐주고 그 외의 모든 형사, 민사 책임을 면책해주는 황실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의 특혜다.

         

       “공녀님을 위한 겁니다. 반역을 꾀할 생각은 없습니다.”

         

       프란체는 앞으로 마법사들의 왕이 될 거고 제국 최고의 대부호가 될 거다.

         

       만약 내가 떠난 이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게 큰 도움이 되겠지.

         

       공작은 미간을 찌푸린 채 관자를 짓눌렀다.

         

       “진 바렌베르크. 네 처지를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런 놈이 지금 페델리안의 사자 패를 언급해?!”

         

       쾅! 참지 못한 공작은 책상을 내려찍었다.

         

       “반역을 꾀할 생각이 없다 해도 프란체는 그로 인해 평생을 의심받을 거다. 그에 대한 책임감은 알고 말하는 것이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황실의 최고 특혜를 받는다면 더이상 다른 이들도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 황실 전체를 적으로 돌린다는 얘기가 될 테니까요.”

         

       맞는 말이었다. 황실에서 최고 특권을 내렸는데 그 사람을 건든다? 이건 황실의 권위를 위협하는 것과 같다.

         

       그자는 데카르트 공작가를 적으로 돌리는 것도 모자라 제국의 황실을 적으로 돌리는 거다.

         

       “저는 어디까지나 공녀님을 위해 움직일 뿐입니다.”

         

       공작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휘저었다.

         

       “후, 이건 데카르트 공작인 내가 직접 얘기할 순 없으니 네가 말해라. 어차피 이 일에 관해서 황실에 방문할 예정이었으니 너를 데려가마.”

         

       내가 직접 말해야 하는 건가. 하긴, 공작가에서 이런 예민한 건은 함부로 말 못 하지.

         

       “알겠습니다. 전 바렌베르크의 왕자로서 폐하께 간청해보겠습니다.”

       “그래, 용건이 끝났으면 이만 나가봐라.”

       “얘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허리까지 숙여 인사한 뒤 집무실을 나왔다.

         

       ‘이제 셀다스를 찾아가야겠군.’

         

       검제 라데아도 찾아야 하고, 모옥의 자세한 위치까지 알아야 한다. 이런 방면에선 엑시드만한 게 없지.

         

         

       * * *

         

         

       “후… 몸 상태도 안 좋은데 찾아온 이유가 뭐지?”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제대로 거동도 못 하는 셀다스. 카아락이 진짜 강하긴 했나 보다.

         

       “우선 전에 공녀님을 위해 싸워준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셀다스는 손을 휘저으며 “됐어, 그런 건.”하고 고개를 휘저었다.

         

       “어차피 우리의 이득을 위해서였다.”

         

       뭐지. 츤데레 상남자의 ‘오다가 주웠다!’ 이런 느낌인가.

         

       “겨우 그런 거로 찾아온 건 아닐 테고. 원하는 게 있는 거지?”

         

       나는 “그래.”하고 고개를 끄덕인 뒤 말을 이었다.

         

       “사람 하나를 찾고 싶다. 그리고 모옥의 자세한 위치까지.”

         

       셀다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모옥의 자세한 위치? 설마…?”

       “그래.”

       “놈들은 젠부코로스랑 다르다.”

       “알고 있다.”

         

       확실히 모옥의 간부는 차원이 다르게 강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강자의 기준. 나는 최종 보스이자 세계관 최강자다.

         

       “후우, 그래. 최대한 알아보도록 하지. 그런데 사람 한 명을 찾는다는 건 누굴 얘기하는 거지?”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셀다스.

         

       “라데아라는 여자다.”

       “…라데아?”

       “거주하는 지역은 알고 있다.”

       “그럼 편하겠군.”

         

       셀다스에게 종이와 펜을 받아 라데아가 활동하는 지역을 상세하게 적었다.

         

       제국 북부에 있는 로아크 남작령. 찾아야 할 사람의 이름은 라데아.

         

       “흠. 이 정도 정보면 충분하군.”

       “일은 바로 진행할 수 있나?”

       “그래. 네가 맡긴 일 둘 다 진행하지.”

       “보수는?”

       “필요 없다. 모옥을 부수는 게 보수다.”

         

       그거 좋군.

         

       “그럼 대화는 끝인가?”

       “그래. 용건은 끝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때.

         

       “아, 그리고 알려줄 게 더 있는데.”

       “뭐지?”

       “성녀 대신 움직이는 놈의 정보를 찾았다.”

         

       나는 눈을 번뜩 뜨고 흥분한 채 말했다.

         

       “누구지? 누가 성녀 대신 움직인 거지? 그놈이 모옥에게 의뢰를 넘겼을 텐데?”

         

       셀다스는 “조금 진정해라.”하곤 말을 이었다.

         

       “큰 정보는 아니야. 이름도 성별도 직위도 모른다. 다만, 마법을 쓰는 건 확실하다.”

         

       마법? 나는 물었다.

         

       “마법을 쓰는 건 어떻게 알지?”

       “마력의 흔적을 찾았다. 고위 마법사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는다. 성녀를 대신해서 움직이는 고위 마법사라니?

         

       ‘궁정 마법사 단장인가?’

         

       성녀의 명을 받아 대신 움직이고 모옥에 의뢰까지 넣을 수 있는 고위 마법사.

         

       “누군지 잘 모르겠군.”

       “우리도 모른다. 그래서 문제지.”

       “정보는 이게 끝인가?”

       “그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이 정도의 힌트만 나와도 감지덕지다. 용건이 끝나 자리에서 일어나자 셀다스가 말을 이었다.

         

       “그 라데아라는 여자를 찾으면 바로 전서를 보내겠다.”

         

       나는 살짝 뒤돌아 고개만 끄덕이곤 엑시드를 나왔다.

         

       “…….”

         

       황태자와 성녀의 결혼식까지 앞으로 40일. 그 전까지 모든 일을 끝내겠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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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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