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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8

        세상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대충…… 좋은 사람이 존재하면, 동시에 나쁜 사람도 존재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특징은 게이트가 열리고, 능력자들이 나타나는 현재 시대에서도 변치 않았다.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게이트를 벗어난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직업인 헌터.

        대부분 능력을 각성한 이들은 이 헌터라는 직업이 되기를 희망한다.

        비록 목숨을 거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그걸 감수할 정도로 벌이가 괜찮은 직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벌이가 괜찮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벌이가 괜찮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헌터라는 직업의 선호도가 이렇게까지 높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헌터라는 직업의 수요가 높은 것에는 높은 수입도 한몫하겠지만, 다른 이유로는 ‘각성한 능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헌터 능력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라는 식의 법이 제정되어 있다.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한 살상력이 높은 능력은 당연하고, 몇몇 능력은 사용하기에 따라 인간 사회에 큰 혼란을 빠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일상생활에서 헌터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범죄다.

       

        하지만 자고로 인간은 힘이 생기면 그것을 사용해야 직성이 풀리는 족속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에게, 몬스터 한정이라고는 하지만 마음껏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헌터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뭐, 반쯤은 민간 헌터의 숫자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수작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처음에 말했지 않았나.

        세상에는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말이다.

       

        헌터가 되어 나름 정상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법과 규칙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대로 능력을 사용하려는 이들 또한 존재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세상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특수 능력 범죄자라…….”

       

        줄여서 ‘특범’이라고 하던가?

        나는 황조령에게 물었다.

       

        “그 말을 꺼냈다는 것은, 이 일에 그 특범들이 연관되어 있다는 소리인 것이냐?”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두드리더니, 갑자기 할 말이 있다며 나를 구석으로 끌고 온 황조령.

        그리고 그녀는 나에게 이번 찌라시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헌터 능력을 각성한 후, 헌터가 되지 않고 범죄자가 된 이들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에도 그런 이들이 존재하고, 심지어 그들끼리 뭉쳐진 범죄조직까지 존재한다.

        그중에서 반사회적 성향을 띈 특범 범죄조직…… 그들이 자칭하기론 ‘정화의 결사’라는 이름을 가진 조직이 존재한다.

        상당한 또라이들만이 모인 곳으로서, 이번 찌라시 사태도 그들이 벌인 짓으로 보인다.

        ……라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왜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은밀하게 하는 것이냐?”

       

        그냥 방송에서 하면 안 되는 이야기인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자리를 옮기자고 하길래 뭔가 다른 인간들이 알면 안 되는 기밀 이야기라도 하는 줄 알았건만…… 그런 것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몰래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그런 내 질문에 황조령이 답했다.

       

        “방송을 그 범죄자 놈들이 보고 있을 수 있거든요. 여론도 문제가 될 수 있고요.”

       

        “아아…….”

       

        솔직히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대충 그런 거라고 취급하기로 했다.

        인간들의 일은 인간들이 잘 알겠지.

       

        나는 순식간에 10년은 늙어 버린 것 같은 황조령의 머리를 토닥토닥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고…… 이 어린 것이 고생이 많다.

       

        “고생이 많구나.”

       

        “……흐앙!”

       

        꼬옥!

       

        쌓인 것이 많았는지, 나를 꼭 껴안고 울부짖는 황조령.

        비록 나와 황조령 사이의 키 차이 때문에 내가 달랑 들려진 모양새였지만, 나는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황조령의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 저저저저……….

        – 형! 수작부리지 마!

        – 무슨 이야기 중이지?! 젠장! 멀어서 안 들려!

        – 갸아아아아아악!!

       

        “…….”

       

        저 멀리서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지만, 잠깐 무시하기로 했다.

        나는 아무것도 못 본 거다…….

       

        그렇게 잠시 속에 쌓인 것은 풀어낸 황조령이 나를 놓아주었다.

        조금이나마 스트레스가 풀린 것 같은 황조령의 머리를 계속 토닥여 주며 말했다.

       

        “그 특범 범죄조직이라는 것들 때문에 고생이 많은가 보구나.”

       

        “에휴…… 말도 마세요.”

       

        대한민국은 게이트가 열리기 이전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치안이 좋은 나라였다.

        하지만 게이트가 열리고, 특수한 능력을 각성한 이들이 세상으로 나오며 상황이 뒤바뀌었다.

        특범들이 나타나면서 대한민국의 치안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다른 나라들보다 급격하게.

       

        “오히려 미국 같은 나라는 총기가 합법화 되어 있으니까, 민간인들도 총기로 특범들에게 어느 정도 대항이 가능하거든요.”

       

        총기의 장점은, 아무런 수련도 거치지 않는 이들조차 사용법만 안다면 자신보다 오랜 수련을 거친 이들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고점이 낮다는 단점은 있지만, 대량 생산으로 민간인에게 쥐여 주기만 한다면 순식간에 군대를 생성할 수도 있는 무기다.

        실제로 이 세계에서 저급한 몬스터나 짐승 정도는 민간인이 총기로 죽이는 경우도 존재한다.

        당연히 이런 특성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유효하다고 한다.

       

        “아무리 강력한 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총알에 맞으면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이거든요.”

       

        덕분에 미국과 같이 민간인들에게 총기가 잘 보급된 나라는, 오히려 특범에 의한 치안 하락률이 생각보다 낮았다고 한다.

        방심한 특범들에게 시민들이 총기로 철퇴를 내려주었다던가?

       

        반대로 민간에게 총기가 전혀 보급되어 있지 않았던 한국은 달랐다.

        특범에게 대항할 수단이 전혀 없는 한국에서는, 한 번 특범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하면 대피를 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맨손으로 능력자에게 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으므로…….

       

        “덕분에 저희 같은 공무원들만 죽어 나가는 거죠.”

       

        그나마 최근에는 내가 등장한 덕분에 좀 잠잠했다며, 하필 휴가 낸 상황에서 사고를 치냐며.

        스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황조령이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이 생겨서 그런데 먼저 가 봐도 되겠습니까?”

       

        “……그래.”

       

        하긴. 난 잘 모르겠지만, 이번 일은 인간들에겐 상당히 심각한 일인 것이겠지.

        이 찌라시라는 글과 영상들이 나를 욕하는데 화가 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내가 이런 저급한 도발에 발끈할 나이는 아니지 않는가?

        개미가 앞에서 아무리 쫑알거리며 나를 욕해도 말이지…….

       

        “좀 급하다면, 공간을 열어 줄 수는 있는데?”

       

        “……부탁해도 될까요?”

       

        “그래.”

       

        “감사합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황조령은, 잠시 다른 인간들과 회의를 했다.

        그리고 인간 손님들을 호위하기 위해 따라온 경호 인력들 중 하나에게 손님들의 인솔을 맡기고는, 재빨리 자예를 따라 5층으로 내려갔다.

        게이트 내부와 외부를 잇는 차원 간 균열을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내 본체 하나라서 그렇다.

       

        황조령은 내 본체에게 맡기기로 하고, 나는 할 일이나 해야겠다.

       

        “자! 이 정도면 충분히 소화도 되었겠지. 이제 다른 층으로 이동해 보자꾸나.”

       

        – 아닠ㅋㅋㅋ 이 와중에도 관광은 계속되넼ㅋㅋㅋ

        – 솔직히 내 일 아니면 관심 없긴 함.

        – 엄밀이 따지면 라나님도 해당되기는 하는데…….

        – 아! 개미들이 뭐라고 하든 관심 없다곸ㅋㅋㅋ

        – ㄹㅇㅋㅋ

       

        이젠 시청자들도 나에 대해 대충 파악이 끝났나 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힐끔거리며, 주위로 흩어진 손님들을 이곳으로 부른다.

        그러자 황조령 대신 인솔자로 뽑힌 경호팀장이라는 직책의 인솔하에, 손님들이 하나로 모였다.

       

        나와 함께 있던 최강물소 역시 이동하려던 찰나.

        그가 잠시 망설이더니, 내 옆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저…… 라그나님?”

       

        “음? 무슨 일이냐?”

       

        “그…….”

       

        말끝을 흐리며 망설이는 최강물소.

        그러고 보니 내가 잠시 휴식 시간을 주었을 때도, 어딘가 망설이는 기색으로 나에게 다가왔었지?

        나는 차분하게 최강물소를 바라보며 기다려 주었다. 그런 내 태도에 용기를 얻은 것일까?

        최강물소가 결연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게이트 구경이 다 끝나고,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시간?”

       

        “네.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그 말이 끝나고, 최강물소가 긴장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의 말을 곱씹으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시간을 내달라고? 뭐, 그 정도쯤이야.

       

        “……그래. 그러도록 하마.”

       

        “?! 가, 감사합니다!”

       

        내 허락에 얼굴이 활짝 핀 최강물소가 서둘러 손님들 틈으로 달려간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이가 좋아하니 보기에는 좋다.

       

        “자. 그런 다음 층으로 이동해 보자꾸나!”

       

        다 모인 손님 일행에게 그렇게 말한 직후.

        주위를 밝게 유지하고 있던 빛들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했다.

       

        “어어?!”

       

        “뭐지?”

       

        “꺅!”

       

        – ?

        – 뭐임?

        – 누가 불 껐냐?!

        – ㅋㅋㅋㅋㅋ

        – 어우. 불 꺼지니까 분위기가 갑자기 요상해지네.

        – ㅎㄷㄷ

       

        순식간에 숲이 어둠에 휩싸이고, 간간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빛 이외에는 그 어떤 빛 하나 보이지 않는 숲.

        그리고 그 숲에서 유일하게 빛이 존재하는 방향을 가리키며, 나는 말했다.

       

        “다음 층으로 향하는 통로는 이 섬에 있단다. 조금만 걸으면 되니, 함께 걸어가자꾸나.”

       

        나는 빛으로 밝혀진 길을 향해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이번 콘텐츠의 마지막 장소를 향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총기 합법화 나라가 오히려 더 안전한 치안 역전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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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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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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