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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8

        

       창백한 안색의 정삼을 응시하며 검을 뽑으니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정삼의 시커먼 속은 저 녀석이 나와 있는 순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사실 정삼과 나의 대전에서 유불리를 따지면 내가 유리하다.

         

       그 이유는 정삼의 무기가 일종의 기형병기이기 때문. 누가 봐도 반월도는 독특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고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의 기법으로 이득을 취한다. 상대의 허를 쉽게 찌를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기형병기의 이점.

         

       그러나 정삼과 내가 서로 마주 본 세월이 7년이다. 이미 저 반월도에 대한 부분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으니 기형병기의 이점이 팍 죽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오늘, 내 첫 상대로 나온 것이다.

         

       “임마. 너 오늘 한번 이기고 평생 피해다닐 생각이었던거 모를 줄 알았냐.”

         

       정곡을 찔린 정삼이 흠칫했다.

         

       사천낭인으로서 의뢰를 받고 실전을 경험하기 시작하면 내 실력은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할 터. 그렇게 되기 전에 무조건 미리 이겨 놓는다! 그런 생각으로 오늘 내 상대를 자처했겠지.

         

       “간다.”

         

       나는 [일천검법]을 펼치며 정삼에게 먼저 선공을 가했다.

         

       따앙!

         

       자루가 1.5척이나 되면 무슨 장점이 있을까? 일단은 기본적으로 자루의 어디를 쥐느냐에 따라 무기의 이점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다. 짧게 쥐면 충격에 강해지고 길게 쥐면 거리가 늘어난다.

         

       뿐인가? 자루를 쥔 양 손의 간격이 늘어나면 횡으로 오는 충격에 강해지고 자루를 쥔 손의 간격을 줄이면 위력이 올라간다.

         

       묵직한 검날과 기다란 손잡이로 인해 제대로 된 충격도 주지 못하고 맥없이 튕겨나오는 찌르기. 하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그대로 정삼에게 바짝 붙었다.

         

       일반적인 실전이라면 이렇게 곧바로 파고드는 행동은 하기가 힘들다. 상대가 무슨 수를 펼칠지 모르는데 이렇게 곧바로 승부를 걸겠어.

         

       하지만 나와 정삼은 이미 칠 년이나 얼굴을 본 사이다. 같이 의뢰 나간 적도 많고. 나나 정삼이나 서로 무슨 수를 쓸지는 훤히 알고 있다.

         

       “큭..!”

         

       단번에 나와 정삼의 거리가 좁혀진다.

         

       나 역시 검을 제대로 휘두르기가 힘들 정도의 근거리. 하지만 이 거리는 나보다는 정삼에게 훨씬 더 괴롭다. 이 정도로 가까이 붙으면 저 긴 자루가 거치적거릴 수밖에 없거든.

         

       그 상태에서 이어지는 [일천검법]의 [천충지격]의 초식을 펼친다.

         

       하단 찌르기 이후에 이어지는 상단 찌르기의 연계. 정삼이 반월도를 돌려 하단 찌르기는 막아냈지만 상단 찌르기는 간신히 몸을 뒤틀어 피해냈다.

         

       역시 아직 약점 대응이 미숙하군.

         

       반월도는 누가 봐도 눈에 띄는 무기이기에 정삼은 일반적인 도를 들고 임무에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반월도를 이용한 실전경험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따. 따당!

         

       나는 연속해서 찌르기로 정삼을 밀어붙였다. 역시 그래도 5년간의 격차라는 걸까. 내가 유리한 입장에서 몰아 붙이고 있었는데 정삼이 무너질 듯 하면서도 뚝심 있게 버티고 있었다.

         

       “후읍!”

         

       마지막 공격은 [일천검법]의 [낙일성]. 강맹한 힘을 머금은 검이 크게 정삼에게 떨어져 내리지만…

         

       채애앵!!

         

       반월도에 가로막혀 퉁겨 나갔다. 자루를 길에 잡으며 측면에서 오는 충격을 손쉽게 받아친 것이다.

         

       3초식을 교환한 우리 둘은 거리를 벌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일반적으로 비무는 3초식을 주고 받으면 공수를 교대하지만 우리가 거리를 벌리며 호흡을 가다듬는 것은 그런 예의를 차린 행동이 아니었다.

         

       정삼은 수세에서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그리고 나는 이 이상 공격하면 빈틈을 줄 수밖에 없으므로 다시 거리를 벌린 것이다.

         

       “차합!”

         

       선공은 정삼.

         

       부우웅!

         

       반월도가 묵직한 파공음을 내며 사선으로 떨어진다. 묵직한 월도의 날과 긴 자루의 힘이 그대로 담긴 내려 베기. 강맹한 정삼의 공격을 받아 줄 필요가 없다고 여긴 나는 옆으로 몸을 움직이며 거리를 좁힌다.

         

       재빨리 도를 회수해 나를 견제하는 정삼의 모습. 그리고 그대로 수평으로 도를 긋는다.

         

       반월도의 궤적이 쑤욱 늘어났다. 긴 손잡이의 끝을 잡아서 공격 범위를 최대로 늘린 모습. 허리를 뒤로 굽혀 상체를 빼 내자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반월도의 궤적이 보였다.

         

       넉넉하게 몸을 뺀다고 뺐는데도 빠듯했군.

         

       “타하아합!”

         

       아까와는 달리 내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는 상황. 정삼은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는지 그대로 앞으로 한 발 내밀며 횡의 회전을 종의 회전으로 변환했다.

         

       횡베기를 할 때의 정삼의 어깨선은 지면과 수평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횡베기의 반력을 흡수하기는커녕 앞으로 한 바퀴 나가며 몸을 대각으로 눕힌다. 그 상태에서 허리를 비틀게 되면 정삼의 어깨선은 지면과 수직이 된다.

         

       지면과 수평이었던 회전이 수직이 되는 궤적으로 전환되어 내 정수리에서 사타구니까지 쪼갤 기세로 떨어진다.

         

       수평 회전의 반탄력을 허공에 몸을 눕혀 수직 회전으로 살려낸다. 무거운 도를 힘껏 뻗어낸 상황에서 그런 동작을 펼치면 몸의 비틀림을 감내하고 뻗어지는 발이나 강제로 축을 비트는 허리나 둘 중 하나는 박살나기 십상인 동작이다.

         

       저런 동작이 가능한 이유라면 역시 충기를 통해 몸을 강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충기를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펼치는 일류무공.

       

       그런 일류무공의 절초가 몸을 뺄 수 없는 상황에서 떨어져 내린다. 

            

       “오!”

         

       정삼의 승부수에 감탄을 던지는 낭인들. 이번에는 내가 위기에 몰렸다고 판단한 것일까.

         

       맞는말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이기도 하다.

         

       사실, 이 공격은 몸을 옆으로 굴리면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다. 그럼 정삼은 지면에 반월도를 처박게 될 테고 치명적인 빈틈을 노출하게 되겠지. 그리고 내 사회적 생명도 지면에 처박힐 테고 말이야.

         

       이류 고수인 호천안이었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나려타곤을 펼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일류인 호천안은 다르다.

         

       정삼의 승부수에 대응하기 위한 나의 선택. [반유곡검]의 [경면류하(鏡面流河)]. 검을 흘려내는 화경의 묘리가 녹아 있는 수비식이 펼쳐지고 정삼의 반월도와 충돌했다.

         

       충기로 이어지는 절초에 대응하기 위해 나도 충기를 있는 힘껏 끌어올렸다. 맥없이 튕겨나가야 정상인 검은 충기의 힘으로 버티며 최초의 충돌을 버텨냈다.

         

       카아아앙!!

         

       검이 부러질 듯 요동쳤지만 경면류하의 묘리가 간신히 떨어지는 도를 받아냈다.

         

       첫 충돌만으로 어깨와 손목이 시큰해지기는 했지만 도의 경로가 비틀리는 것이 느껴진다. 검면을 타고 미끄러지는 모습.

         

       정삼은 너무 성급했다. 아니 어쩌면 내 약점이라 생각한 부분을 과감하게 공략한 것일 수도.

         

       일반적인 수 교환이 아닌 충기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화두로 승부를 이끌었다. 대번에 충기를 사용한 절초를 펼치며 내가 충기를 수비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갔지.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정삼 이 녀석은 평상시에는 너무 성급해서 흑역사를 마구 생성하는 녀석이지만 그런 빠른 결단력은 생사를 가르는 실전에서 빛난다. 첫 충돌에서 평범한 공수를 교환해봐야 본인만 손해라는 것을 알자마자 이렇게 바로 절초를 뿌리는 것은 쉬운 결단은 아니지.

         

       그러나 문제라면 내가 그렇게 만만한 역량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정삼은 진심으로 날 아래로 생각하고 있었겠지. 꼬임 없이 전력 대 전력으로 부딪치면 내가 반드시 이긴다. 공격이라는 유리한 입장을 점하고 충기를 완전히 활용하면 필승. 그런 확신이 머릿속에 있으니 이토록 자신 있게 절초를 펼친 것이다.

         

       확실히 일류에 진입하고 나서도 나 혼자서 수련을 했다면 지금의 공격은 막아내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몸 호천안.

         

       여일예의 머릿속에 들어 있던 점창파의 충기 수련 요령 특강을 들었고 독의의 연구가 진행되는 기간과 더불어 운남에서 돌아오는 기간 동안 절정고수 흑묘의 지도 하에 땀을 흘렸다.

         

       땀을 흘린 기간은 3주도 되지 않지만 독학하는 것과는 효율이 천지 차이인 환경에서 5년간 묵혀온 열정을 폭발시켰으니 내 실력이 얼마나 쭉쭉 늘었겠는가?

         

       쿠우웅!

         

       나를 베지 못한 채 경로가 틀어진 반월도가 연무장 바닥에 깊숙이 박혀들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정삼. 내가 본인의 절초를 깔끔하게 받아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내, 내 경륜낙일섬(徑輪落日閃)이…”

         

       비무는 끝났다. 정삼의 반월도가 내 발치 앞에 깊숙이 박혀 있었고 정삼은 몸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저 쓰러진 상태.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정삼에게 검을 겨누었다.

         

       “졌네…”

         

       정삼이 고개 숙이며 인정했다.

         

       “내 자네를 너무 우습게 본 모양이야. 일류에 올랐을 지라도 수련 한 번 하지 않았을 줄 알았는데…이런 실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군.”

         

       감탄한 듯한 정삼의 표정에 나는 말없이 팔을 내밀었다. 정삼이 내 손을 잡고 일어나 팔을 두드렸다.

         

       “내! 동기로서 자네가 정말 자랑스럽군! 도박과 무협지에 찌들어 있던 삶에서 드디어 무인으로 돌아왔구만! 정말 축하하네.”

         

       “허허허…”

         

       나는 웃으며 정삼의 반월도를 뽑아 건네주었다.

         

       “덕담 고맙구만 28위.”

         

       정삼의 얼굴이 굳었다. 하하 정삼아. 내가 너랑 얼굴을 마주 본 세월이 7년인데 고작 그런 얕은 수에 속겠냐.

         

       정삼은 아부작전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곧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이건 사기야! 난 인정 못해! 어디서 무슨 기연을 주워 먹고 와서는 이게 무슨 행패인가! 생태계 교란! 부조리! 으아악!”

         

       방방뛰는 정삼을 보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부정해도 자네가 사천낭인 ‘최약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네.”

         

       “내가 최약체라고?! 난 인정 못해! 나보다 약한 녀석들이 수두룩한데!”

         

       정삼이 이성을 잃고 자기 무덤을 팠다.

         

       “정 형, 패해서 화가 난 것은 알겠지만 말이 좀 그렇구만!”

         

       “결과에는 승복해야지. 정 형도 호 형을 최약체로 여겼으니 최약체에 패배한 자네가 곧 최약체 아니겠는가?”

         

       “옳은 말일세!”

         

       “뭐, 뭐라! 이놈들! 너! 나보다 약하잖아! 당장 비무다!”

         

       “내 못할 줄 아는가!”

         

       정삼에게 지목당한 낭인이 콧김을 뿜으며 무기를 뽑아들고 나서려는 찰나 옆 낭인이 만류했다.

         

       “어허, 자네 지금 나가서 정삼을 이겨 봐야 27위밖에 더 되겠는가.”

         

       “아니, 어찌 계산이 그리 되는 거지?”

         

       “당연한 것 아닌가? 지금 순위가 정해진 것은 28위와 27위 뿐이니까. 28위를 이겼으니 27위겠지. 그리고 지금 27위는 호 형이니 호 형을 이겨봐야 26위가 되는 것 뿐이지.”

         

       아니 그런 지옥의 논리를? 나는 그렇게 악랄한 랭킹전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데 역시 사천낭인들은 나와는 사고방식 자체가 달랐다.

         

       당장에라도 무기를 뽑아들 것처럼 흥분했던 낭인이 갑자기 침착한 목소리를 냈다.

         

       “흠. 방금전까지 격렬한 비무를 소화한 상대와 다시 싸우는 것은 무인으로서의 내 자존심이 용납지 않는군! 다음 기회에 하세!”

         

       “야, 야! 거기서!”

         

       정삼이 도망치는 낭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기 위해 뛰쳐나갔다.

         

       흠. 이거 나한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군. 다들 현재의 나랑 비무를 하기 기피하는 분위기니까 말이야. 내가 누군가를 지목하면 나랑 비무하기 싫은 낭인들이 새벽 연무장에 그 사람을 잡아놓지 않을까.

         

       “아 그래. 그럼 내일의 순위전은 여진상이랑 하지.”

         

       여진상의 안색이 대번에 창백해졌다.

         

       “아, 아니 나는 그래도 이 낭인객잔에서 중상위권 실력인데 더 낮은 상대와 겨루어 봐야 순위전의 객관성이 살아나지 않겠나!”

         

       “어허! 중상위권이라니 어디 그런 망발을 일삼는가!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아는 법! 자네의 그 교만한 발언을 보니 순위권 바닥에서 쓴맛을 좀 봐야 할 듯 싶어!”

         

       “옳은 말일세! 시작한 김에 동기부터 우열을 가리는 것이 적합한 듯 싶으이!”

         

       “옳소! 옳소!”

         

       나는 흐뭇한 눈길로 여진상을 몰아붙이는 낭인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오해한 모양이다. 나의 비무경험치를 위해서 이렇게 발 벗고 나서는 낭인들에게 악성종자니 참교육이니…아직 내 사람 보는 눈은 수행이 부족했다.

         

       다들 이렇게 착하고 선량한 사람들이었는데 말이야!

         

       새벽에는 비무로 경험을 쌓고 낮에는 의뢰 나가서 경험을 쌓고. 그야말로 실력이 늘어나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구만.

         

       “하하하하하!”

         

       일류의 끝까지 빠른 속도로 도달할 수 있겠다는 예감에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천낭인 순위전(호천안 비무 경험치 수급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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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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