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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8

       [작성자: ㅇㅇ]

       [제목: 아크따먹레반 케미 뭐야]

       [첫판보고 얘네 대회 좆됐네하고 낄낄대고 있었는데

        

       아따먹 프리롤로 풀어주니까 존나 잘 맞는데?

        

       서로 오더도 별거 없는데 호흡이 딱딱맞네

        

       아크도 다딱이치고 잘 받쳐주고 있고]

       –     제목 일부러지 씨1발아

       –     아크 원래 버스는 잘 탐

       –     ㄴ 지가 캐리해야한다고 급발진하는게 문제지

       –     ㄴㄴ 그럼 정작 대회에선 조질수도 있겠네

       –     ㄴㄴ ㅇㅇ 브론즈 세 명 추가되면 나대다가 패망할 가능성 농후

       –     아따먹이랑 레반 호흡이 미쳤음

       –     ㄴ 챌린저에서는 흔한 일

        

       [작성자: 아크따먹아따먹]

       [제목: 레반 원래 궁수 했나?]

       [궁수도 존나 잘하네

        

       시1발 제발 3센치였으면 좋겠다]

       –     키가 180이 넘는데 그럴리가

       –     ㄴ 까보기 전엔 모른다… 내 남친도 키 큰데 나보다 작더라고

       –     ㄴㄴ 게이게이야……

       –     ㄴㄴ 시1발 차단함

       –     궁수 가끔 했을 걸? 광전사로 상대법 알아야된다고

       –     ㄴ 상대법 알아내겠다고 도적도 하는 미친놈이라서 궁수를 안 할리가 없음

       –     ㄴㄴ 그렇다고 도적을 하냐…진짜 미친놈이네 

       –     ㄴㄴ 도적이 왜;

       –     ㄴㄴ -도-

        

       [작성자: ㅇㅇ]

       [제목: 아크따먹레반 파멸적인 4연승]

       [얘네 ㄹㅇ 대회 다크호스겠는데

        

       당연히 빠따가 우승할 줄 알았는데 이거 진짜 모른다

        

       공식대회에서 도적이 MVP로 뽑히면 나갤 폭발각이냐?]

       –     저게 도적이 캐리한 거로 보임? 실례지만 시각 장애가 있으신지

       –     ㄴ ?? 누가봐도 도적 캐린데

       –     ㄴㄴ 고혈 쪽쪽 빨리며 버틴 법사랑 기사 캐리지

       –     ㄴ 8킬 0데스 4어시가 캐리가 아니면 뭐가 캐리임?

       –     ㄴㄴ 도적충들은 진짜 다 참수해서 사거리에 효수해야 된다

       –     근데 결국 브론즈 3명이 중요하지 않을까

       –     ㄴ ㅇㅇ 팀 다 정해져야 알 것 같은데

        

       [작성자: ㅇㅇ]

       [제목: 오늘 절대 랭 돌리지 마라]

       [브실골에 도적 폭발각이다…….

        

       형은 분명히 경고했다…….]

        

       * * * *

        

       =승리!=

        

       한 판만 더를 외치기를 몇 차례. 아크는 봐도봐도 설레는 파란 글씨를 바라보며 또다시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와! 우리 호흡 장난 아닌데요? 미쳤다, 미쳤어. 우리 진짜 우승하는거 아니에요?”

        

       『양심 어디』

       『선생님들 진짜 우승하시는 거 아니에요? 라고 해야지 아크야』

       『탑승왕 어디 안 가네』

       『아크아크야……이젠 법사도 아니고 사제로 탑승하고 있냐……』

       『?? 사제가 ‘우리’라는 말 쓰게 돼있냐?』

       『법사의 자존심 어디감』

        

       작심하고 마구 긁어대는 채팅창을 보면서도 아무런 데미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된다, 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메워진 상태였으니.

        

       처음 팀원들을 확인했을 때 생겨났던 작은 불안감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첫 판이 끝나고, 갑자기 팀원들이 생사결을 겨루겠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이건 조졌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최고였다.

        

       실력도 실력이고, 호흡도 호흡이지만- 아따먹이 무심한 듯 던져대는 멘트에서 시작되는 티키타카도 아크의 지튜브 분위기와 찰떡이었다.

        

       겨우 2시간 동안 이어진 3인큐였음에도, 지튜브 영상각이 말 그대로 쏟아지고 있었다. 못해도 2개. 많으면 3개는 뽑아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 정도. 편집자의 환호성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채팅이 조금 긁는다고 흔들릴 리가-

        

       《포션이 말을 하네, 라니요. 말씀이 너무 심하시네. 이 포션은 무료로 해드립니다……두 분 같이 임시차단 드릴게요. 반성해주세요.》

        

       흔들릴 리가, 없었다.

        

       “……채팅, 읽으신 거 맞죠?”

        

       《당연하죠. 저는 사제 혐오 안 해요.》

        

       《아크님, 나중에 저분 다시보기 확인해보세요. 부계정으로 직접 쳤을지도 모릅니다.》

        

       《부계정에 조예가 깊으신가 봐요.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지혜인가. 노인은 도서관과도 같다고 하더니, 진짜네요.》

        

       “……네. 아! 그런데 우리 나이 차이 얼마 안 나지 않아요? 제가 스물세 살이고, 레반님이 스물다섯이셨던 것 같은데?”

        

       《네, 맞아요. 아따먹님은요?》

        

       《서른마흔다섯……아, 이것도 없구나. 죄송해요. 스물한 살입니다.》

        

       “에이, 노인 취급할 차이도 아니네! 왜 우리 레반님 나이가지고 놀려요.”

        

       《아. 나이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죠. 괜찮습니다. 스물한 살 때 네 살 차이면 까마득하잖아요. 저도 그랬고. 아무튼……오늘 좋았습니다. 저는 슬슬 방종하려 하는데, 두 분은 계속 하실 건가요?》

        

       《네? 레반님 방종하세요……? 벌써요?》

        

       드물게 당황한 채, 다급하게 반문하는 이예나의 목소리. 얼마 전 친구의 자취방에서 보았던 고양이가 떠오르는 목소리였다.

        

       냥냥펀치를 갈기며 저리 꺼지라고 하더니, 막상 일어나니까 조금 더 같이 놀자고 보채던, 그 고양이.

        

       『ㅁㅇㅁㅇ』

       『방금 목소리 뭐야?』

       『왤케 질척거려』

       『이게 츤데렌가 뭔가 하는 그거임?』

       『아까까지 더러운 나무꾼거리던 사람 어디갔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진짜 뭐 있는 거 아님?』

       『아크야 너도 ㅁㅇㅁㅇ각 좀 봐라 제발』

        

       아크의 시청자들 역시 아크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걸까.

        

       뭐야뭐야 각이다, 우결 가자, 중매 좀 서봐라 따위의 채팅이 쏟아지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정작 당사자가 우결 각 따위는 상상도 못한 채, 호스팅 각만 보고 있었다는 걸 알 도리가 없었으니.

        

       “맞아요! 벌써요? 팀 버리는 거예요?”

        

       다급하게 텐션을 끌어올린 아크는, 과장스럽게 징징대는 목소리로 매달렸다. 한 명이 매달리면 뭐야뭐야 소리가 나오지만, 두 명이 매달리면 꽁트가 되는 법이니까.

        

       물가에 내어놓은 애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여자 스트리머로서의 자각이 조금도 없는 걸까.

        

       ‘저번에 도댓님 얘기도 그렇고. 진짜 무슨-!’

        

       그 와중에, 누구도 아크의 호들갑에 호응하지 않은 채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아우, 미치겠네 진짜.’

         

       “에이, 됐어요! 가세요! 저는 우리 아따먹님이랑 둘이 놀 거예요.”  

        

       《아. 사실, 저도……슬슬, 방종하려 했어서요.》

        

       노골적으로 시무룩해진 이예나의 방종 선언.

        

       ‘아, 제발, 좀!’

        

       아크의 복장을 터트리기로 작정하고 버튼을 누르는 중이었다고 하더라도,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 그렇지라고 납득할 지경이었다.

        

       아크는 문득, 어렸을 적 아빠가 하는 고전게임을 구경하던 추억을 떠올렸다. 끝없이 자살을 하러 달려가는 레밍들. 아무리 구하려고 해도, 일관되고 꿋꿋하게 절벽을 향해 걸어가던 그……그때 그 모습을 보며 느꼈던 답답함이, 2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서 찾아왔다.

        

       아니, 차라리 그 게임의 레밍들이 나았다. 최소한 살아날 길을 주면 그 길로 갔으니.

        

       익사하는 줄도 모르고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에 속이 터져 구명조끼를 던져줬더니, 갑자기 가위를 꺼내 들어서 구명조끼를 갈기갈기 찢고 있는 사람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이 타이밍에, 저렇게 방종하겠다고 하면……누가 봐도 레반이 방종해서 방종한단 거잖아……!’

        

       “너무들 하시네요. 저 혼자 놀 거예요. 내일 7시에 팀 구성되는 방송도 혼자 봐야겠다. 합방으로 같이 보자 하려 했는데 차일까봐 물어보지도 못하겠어요.”

        

       《내일 7시요……? 아, 팀 정하는 방송이구나. 합방 좋아요. 아크님, 둘이 같이 보실래요?》

       

       산산조각난 구명조끼나마 드디어 쥐는데 성공한 이예나가, 조금은 들뜬 목소리로 말을 건네 왔다.

        

       ‘여기서 또 셋이 보자 했으면……진짜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설마설마하는 마지막 순간에 시청자들의 관심사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마무리 멘트를 던지고 서로 인사를 나누며, 아크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

        

       아쉽네.

        

       아니, 아쉽다기보단……안타깝다, 가 맞으려나.

        

       결심을 한 당일에조차 실천을 못하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날 치킨을 시키고, 헬스장에 등록한 첫 날에 운동을 못하는 기분.

       

       이래서야 꾸준한 실천이 가능할 리가 있나. 작심삼일이란 말도 과분할 지경이다.

        

       흘긋 확인해본 시청자 수는, 어느새 1만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드디어 은혜를 갚을 수 있겠구나, 했는데.

        

       방종하기 직전인 방송에 호스팅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인가? 아닌가? 

       

       잠시 고민해봤지만, 역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감을 하려는 순간에 단체손님이 몰려온다고 생각해보면 아찔하니까. 아직 마음 한 구석에는 아르바이트 감수성이 남아있는 나로서는, 상상만 해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지. 내가 레반의 방송 시간에 맞춰서……그래.

        

       다음엔 사정을 설명하고 좀 빨리 방종해야겠네.

        

       “그러면, 저도 이제 가볼게요. 내일 7시에 아크님과 합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뱅알』

       『해명하고가』

       『레반이랑 놀러감?』

       『혹시 나무꾼이라 부르는 이유가 선녀와 나무……헉!』

       『아바~』

       『ㅇㅂㅇ』

        

       시청자들의 열렬한 배웅을 뒤로 한 채, 방송을 종료했다.

        

       탈력감과 피로가 온 몸을 휘감고 있었다. 기분 좋은 취기를 제공하던 알코올이 뒤늦게 내미는 청구서. 싫지만은 않았다. 피로감을 오롯이 받아들이며 침대에 몸을 던지는 것도, 나름 즐거운 순간이니.

        

       하지만……자기 전에, 다음 방송 공지……올려야지. 

       

       아닌가.

       

       방송에서 구두로 공지했으니까, 충분할 것 같기도 한데. 공지를 하기로 했지, 공지를 쓰기로 하진 않았잖아.

        

       음. 맞네. 공지는 했다고 봐야겠네.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침대를 향하다가, 가까스로 멈춰 섰다.

        

       ……이러지 말자. 할 건 해야지.

        

       ……약속을 한 순간부터 빈틈만 찾는 나쁜 버릇……고치기로 했으니까.

        

       당장이라도 쓰러져 잠들 것만 같은 몸을 이끌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할 말……할 말만 간단히 하면 되겠지.

        

       [작성자: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제목: 안녕하세요. 다음 방송 공지입니다.]

       [내일은 아크님과 합방입니다.

        

       방송을 켤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안 켜면 아크님 방송으로 와주세요.

        

       그리고 레반님 방송도 꼭 많이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작중 아크가 회상하는 게임은 레밍즈입니다. 모티브가 된 레밍은 실제로는 딱히 자살을 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게임은 명작이니 안 해보셨으면 한 번 해보세요.

    일러스트는 2-3주 내로 도착할 예정입니다. 아마도.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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